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
002화
“어쨌든 넌 애인도 없지만 난 곧 결혼할 애인도 있고 먹여 살려야 할 가족도 있단 말야. 솔직히 헌터가 화려해 보여도 언제 죽을 줄 모르는 파리 목숨 아니냐? 던전 들어갔다가 죽으면 우리 가족들은 누가 책임질지 걱정이라고. 우리는 보험도 안 들어줘요.”
클랜장의 말에 다른 클랜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말이 맞았다.
헌터라고 하면 목숨을 가리지 않고 미공략 던전에 덤벼드는 용감한 이미지가 있었지만, 사실 헌터들은 누구보다도 목숨을 아꼈다.
아무리 돈이 많고 화려하게 살아도 죽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연승아. 연애 좀 해라. 일만 하지 말고.”
“전 훈련이 더 좋은…”
“아 좀! 형 말 좀 들어! 쟤 끌고 가!”
클랜원들이 최연승의 양팔을 붙잡고 끌고 나갔다.
클랜 내에서 최연승은 가장 지독하게 훈련하는 놈이었다.
먹고 자고 훈련하고 먹고 자고 훈련하고!
다른 헌터들은 돈 좀 들어오면 놀고 쉬는데, 최연승은 금욕적일 수준으로 연습에만 집중했다.
덕분에 C+급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이었지만…
그래도 B급은 쉽지 않았다.
마법으로 치면 5서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B급.
5서클 마법부터는 몬스터들을 광역으로 쓸어버리는 위력을 갖고 있었다.
지금도 몬스터 하나 하나에 전력을 다해 싸워야 하는 최연승 입장에서는 꿈 같은 이야기였다.
* * *
성좌.
게이트가 열리고 던전이 생겨나면서 나타난 존재들.
그들은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신처럼 행동했다.
몇몇 운 좋은 헌터들은 그들에게 계시를 받고 계약을 해 목소리를 듣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그들 중 정말로 대단한 공을 세운 헌터는 성좌를 직접 대면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진실은 알 수 없었다.
성좌들은 그 이름들만 유명할 뿐 자세한 건 알려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자세한 걸 알기 위해서는 그 성좌와 계약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성좌와 계약하는 건 로또에 당첨되는 것보다 더 힘든 일!
그저 성좌가 말을 걸어오기를 기도해야 했다.
그렇기에 헌터 시절 최연승은 자기가 성좌와 계약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그런 허황된 꿈을 꿀 시간에 무공이나 한 번 더 연습하는 게 나았으니까.
그래서 최연승은 꿈속에서 성좌의 계시를 받았을 때 깜짝 놀랐다.
-최연승 씨. 나는 이에요.
-!!!!
-놀랐을 걸 알아요. 그렇게 오래 대화할 수 없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전 당신이 저와 계약했으면 해요.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네. 이해가 가요. 처음 성좌를 만난 사람들은 모두 다 의문을… 잠깐만요. 한다고요?
-예!
-아니… 어… 이유를 묻지 않나요?
-계약하면 힘을 얻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 그렇긴 한데요.
-그러면 충분합니다.
여신은 당황했다.
이 인간 뭐지?
여신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설명을 시작했다. 이유를 궁금해할까봐 미리 준비해왔던 것이다.
-제 칭호를 아시죠? 거기에 맞게 제 권능 중 하나는 미래를 예측하는 권능이에요.
-들어본 것 같습니다.
-몇 년 안에 지구에 커다란 위험이 닥칠 거예요.
-몬스터나 던전은 지금도 있습니다만?
대답 대신 성좌는 환상을 보여주었다.
끔찍한 환상이었다.
게이트에서는 이제까지 나왔던 몬스터들과는 차원이 다른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구 곳곳에서 클리어하지 못한 던전들이 깨져 그 안의 몬스터들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이 모든 몬스터들 사이에, 사악한 악신 성좌들이 보낸 권속들이 있었다.
마치 지구가 멸망하는 것 같은 환상이었다.
-…이게 뭡니까?
-머지않아 닥칠 미래예요. 어비스에는 온건한 성좌들만 있는 게 아니에요. 지구의 영혼들을 노리는 악신들도 있지요. 그 악신들은 게이트를 통해 지구로 갈 기회만을 노리고 있어요.
-……
너무 충격적인 사실에 최연승은 할 말을 잃었다.
이제까지 자기 일만 생각해왔던 그였는데 갑자기 세계 멸망 같은 단어를 들은 것이다.
-왜 당신을 골랐냐고 물었죠? 이 미래를 막기 위해서예요. 당신을 통해 이 미래를 막을 수 있다고 저는 예언했어요.
-제가… 말입니까?
-정확히는 당신을 강하게 만들면, 이에요.
최연승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가 어떻게 저 거대한 위기를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아까 계약하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었죠? 하지만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전 당신을 강해지기 위해 수련시킬 생각이에요. 그 강해지는 수련은 정말로 어렵고 괴로운 과정이겠죠. 그 과정이 끝나야 당신은 저의 권속이 될 거예요.
여신은 최연승이 거절할까봐 걱정했다.
다른 성좌들 중 이런 계약을 하는 성좌는 없었다.
성좌와 계약을 한다는 건 그 성좌에게 영혼이 묶이는 것.
당연히 대가가 없으면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다른 성좌들은 계약하는 것만으로도 힘을 나눠줬다.
그런데 지금 여신은 먼저 힘들게 수련해서 강해진 다음 계약을 하자고 말하고 있었다.
…상대 입장에서는 끌리지 않는 계약!
그러나 여신은 몰랐다.
최연승이 수련을 너무 너무 좋아한다는 것을!
-어떤 수련입니까?
-어비스에 훈련장이 있어요. 그 훈련장에서 계속 훈련하고 훈련하고 훈련하는 거죠. 어비스의 시간은 지구의 시간과 다르다는 거 알죠? 몇십, 몇백년을 혼자서 훈련하게 될 거예요. 만약 도중에 한 번이라도 나오게 된다면 다시 들어갈 수 없을 거예요.
-드래■볼에 나오는 그런 방 같은… 거군요.
-그게 뭐죠?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최연승은 여신의 말을 대충 이해했다.
‘하긴 공짜로 강해지는 건 도둑놈 심보긴 하지.’
남들은 성좌와 계약만 하면 몇 배는 강해지는 줄 알고 있었지만 최연승은 별로 믿지 않았다.
너무 형편 좋은 이야기 아닌가.
오히려 이렇게 몇십 몇백년 동안 혼자 사람도 못 보고 안에서 훈련해야 강해질 수 있다는 말이 더 그럴듯했다.
‘다른 성좌들 권속들도 다 이런 과정을 거친 거군.’
물론 아니었다.
다른 성좌들의 권속은 그냥 계약만 하면 몇 배로 강해졌다.
힘을 내려 받는데 무슨 저런 수련이 필요하단 말인가!
-고민이 되겠죠. 이해해요. 일주일의 시간을 드릴 테니 그 때 다시 대답해주세요. 하지만 비밀은 지켜주세요. 저는 제 비밀이 밖에 새어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성좌의 비밀을 말하고 다닐 정도로 겁이 없진 않습니다. 그런데… 다른 권속들은 없습니까?
-아니요. 그러니 다른 인간들에게 제 비밀을 물어보고 다녀도 소용없을 거예요.
-그럴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저 저 말고도 같이 훈련을 하는 사람이 있나 싶어서 말입니다.
-없어요. 최연승 씨. 만약 최연승 씨가 실패한다면 그 때 새로 구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그럴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여신은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최연승은 좀 이상했다.
‘너 수백 년 동안 갇혀서 혼자 수련해라!’라고 하면 어떤 인간이 냉큼 ‘아 감사합니다!’하겠는가. ‘그럴 거면 나 혼자 하겠다!’하고 거절하지.
그러나 최연승은 달랐다.
1초 만에 쿨하게 승낙!
-하겠습니다.
-정말요? 좀 더 고민해도… 이게 가볍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밖에서 물어볼 수도 없는 이야기면 더 고민할 필요가 없겠죠. 편지 한 장 남겨놓고 가겠습니다. 밖에 아쉬운 것도 없고, 강해질 수 있다면 강해지고 싶습니다.
최연승은 강함에 절박했다.
돈을 노리는 것도 아니다.
명예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저 강해지는 게 좋았다.
강해질 수 있다는 말은 최연승 안에 있던 욕심을 불러왔다.
그리고 덤으로 인류의 위기까지 막을 수 있다면야.
그가 수련하는 게 어떻게 막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행히 이번에는 제가 미래를 틀리게 보지 않았군요.
-잠깐, 그 소리는 틀린 적이 있으시다는…?
-제 힘으로 당신을 어비스에 있는 훈련장으로 보낼 거예요. 거기서 훈련하다가 때가 되면 제가 부르겠어요. 그 때 당신을 제 권속으로 삼아드리죠.
-감사합니다.
은 강력한 마법으로 게이트를 만들어, 최연승을 지구에서 어비스로 보냈다.
어마어마한 마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권능이었다.
‘역시 사람을 제대로 봤어요.’
천칭의 여신은 속으로 생각했다.
들어보니 지구의 인간들은 대부분 다 탐욕스럽고 교활하다고 했다.
그래서 이런 제안을 거절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최연승은 고민하지도 않고 받아들였다.
그녀의 권속으로 삼아줄 가치가 충분!
분명 이런 사람이기에 미래가 그를 선택한 것이다.
‘최연승. 시련을 통과하세요. 그러면 당신을 제 권속으로 삼아드릴 테니까요.’
천칭의 여신은 안대로 가린 눈을 통해 미래를 보았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곳곳에 보이는 미래의 파편만으로도 그녀는 예언자로 존경받았다.
미래를 엿보는 건 어비스의 성좌들도 쉽게 하지 못하는 권능이었던 것이다.
그녀가 본 미래는 최연승을 수련시키고, 그걸로 인해 악신 성좌들의 침략이 좌절되는 미래였다.
‘거기에 강해진 인간까지 내 권속으로 삼으면… 완벽해요.’
악신 성좌들을 막고, 덤으로 자신의 세력도 늘리고.
은 자신의 계획에 스스로 감탄했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천사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미래를 완벽하게 보신 게 맞을까?’
‘또 실수라도 하시면…’
다른 성좌들은 천칭의 여신이 미래를 본다고 두려워했지만, 사실 천칭의 여신은 미래를 완벽하게 보는 게 아니었다.
미래의 파편만을 보고 나머지는 예측하는 것!
이 예측은 순전히 실력인데, 천칭의 여신은 몇 번이고 헛발질을 한 적이 있었다.
천사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 * *
“커헉, 커헉, 컥.”
헌터 최연승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 지구에서 어비스로 날아오니 멀미가 장난이 아니었다.
“여기가 어비스인가?”
지구가 아니라는 건 피부로부터 느껴졌다.
차원이 다른 마력 밀도. 거기에 하늘의 색은 푸르지 않고 검고 붉었다.
마치 던전을 연상시켰다.
‘하긴 과학자들이 던전은 어비스 공간이 잘려 나온 거라고 했었지.’
최연승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
어, 그냥 여기가 훈련장인가?
한 5분 정도 고민하던 최연승.
길을 찾는 걸 포기하고 자세를 잡고 권격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천사들이 봤다면 ‘아니! 훈련장을 찾아! 멍청한 놈아!’라고 가슴을 쳤을 장면!
슉, 슉, 슉슉-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최연승의 몸이 빠르게 움직였다.
최연승의 스킬은 무공.
대부분의 헌터들이 마법을 선택한 것과 비교하면 특이한 선택이었다.
사실 별 이유 없었다.
운 좋게 던전에서 무공서를 얻었고, 아무도 관심 안 가져서 그가 가졌던 것뿐.
그리고 무공은 싸게 먹혔다.
마법을 쓰는 헌터들은 새 마법을 쓰려면 정말 피를 깎는 노력을 해서 하나 익히거나, 아니면 새 마법이 담긴 아티팩트를 손에 넣어야 했다.
전자는 오래 걸리고 가능성도 낮았고, 후자는 더럽게 비쌌다.
D급, E급도 쓰는 1~3 서클 마법도 수백 수천만 원에서부터 시작하는데, 4서클부터는 말할 것도 없었다. 아예 국가에서 관리할 정도였다.
그에 비해 무공은 한 번 익히면 새 아티팩트를 구할 필요 없이 계속 쓸 수 있었다.
‘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이긴 하지만…’
남들은 순간이동하고 얼음폭풍 불러오고 몬스터를 소환할 때, 자기는 혼자 앞에서 몸으로 탱커 역할 하면서 싸워야 했다.
그래서 무공이 인기가 없었다. 한계가 너무 뚜렷했던 것이다.
쉭, 쉭-
그러나 최연승은 신경 쓰지 않았다. 무공을 믿어서가 아니었다.
후회해봤자 의미 없는 일에는 후회하지 않는 성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공에도 한 가지 장점이 있었다.
정직하다는 점이었다.
수련하면 수련할수록 성취가 조금씩 보인다는 건, 최연승 같은 사람에게 매우 잘 맞았다.
쿠르르르릉!
“어?”
한참을 주먹을 지르던 최연승은 검붉은 하늘에서 폭풍 같은 게 몰려오자 의아해했다.
저게 뭐지?
‘아. 저게 여신이 준비한 시련인가?’
최연승은 자세를 잡았다.
위험해보였지만 성좌가 준비했다면 무슨 의미가 있으리라.
콰아아아아!
폭풍이 휩쓸고 지나가자, 최연승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 폭풍의 마력으로 인해 환상 마법이 깨졌다.
최연승이 있던 자리에서 10m 정도 앞에 흰색 탑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신이 준비해 놓은 훈련장이었다.
의식주가 완비되고 혹시 몰라서 장난감까지 넣어 놓은, 완벽한 시간의 훈련장!
물론 최연승이 사라진 지금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