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176)
로판에서 살아남기 176화
종막
– ‘다시는 사람을 향해 진검을 휘두르지 않겠습니다.’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을 짓고 있는 시체들이 가득한 산적 소굴.
유혈이 낭자한 그곳에서, 한 소년이 자기 검을 끌어안고 벌벌 떨고 있었던 때가 떠오른다.
백선 이철운은 그 살기만 가득한 소년을 거둬들이며 읊조렸다고 한다.
이 아이에게 펼쳐진 길은 둘 중 하나다.
역사에 남을 검존이 되거나, 아니면 살인귀가 되거나.
“….”
역등귀를 죽이고 대장군 자리에 앉아 다시 백선궁 마루에 멍하니 앉아 있자, 지나간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듯했다.
견습무사로 백선궁에 들어왔을 때에는 얼마나 나사가 풀려 있었는가.
그저 적게 일하고 많이 벌자는 좌우명 하나만으로 드러누워 있다가, 이따금씩 국밥이나 말아먹으면서 세월아 네월아 하던 시절이 그립기도 했더랜다.
“참 좋았지.”
백선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다 결이 비슷한 것인지, 이철운 이후에 백선이 된 안천 역시 이 궁을 오랜 기간 동안 쓰지 않고 내버려 뒀다고 들었다.
그래서 백선궁은 오랜 시간 관리가 되지 않고 방치된 것인지, 건물 여기저기가 많이 허름해졌고 먼지도 쌓여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저번 역등귀의 재앙 때 피해를 입어 여기저기 부서진 곳도 가득하지만, 여전히 내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때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어 마음이 편해지는 듯했다.
그래.
원래 과거는 그리운 법이다.
– 설 장군님! 설 장군님! 어디 계십니까!
– 설장군님! 본궁의 관료들이 모두 찾고 계십니다! 공녀님께서도 화가 머리 끝까지 나셨습니다!
담장 밖에서 나를 찾는 병사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맞다. 난 문득 마음이 헛헛해져서 잠시 도망나와 있던 것이다.
도망쳐 나온 것이 내가 한창 마음 편히 지내던 백선궁이라니. 몸은 다 컸는데, 아직도 마음에는 유년시절의 치기가 남아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자그마한 일탈을 영원히 지속할 수도 없는 법이다.
사람은 현재를 살아가는 생물인 고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면 돌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때는 벚꽃이 활짝 피어나는 청도궁의 봄.
오늘은… 나의 혼례일이었다….
“설 장군님이 도망가셨습니다.”
“….”
“저… 아현 아씨….”
“아, 아니요… 괜찮아요. 금방 돌아올 거에요. 참… 설 장군님도 장난이 짓궂으시다니까. 오호호… 오호호호호….”
빠직하고 십자 핏줄이 비죽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나, 시녀는 얼른 못 본 척하고 종종걸음으로 사라져갔다.
강제로 잡아다가 결혼시켜 놓고선, 정작 자기는 기분이 복잡미묘해져서 도망이나 다니고 있단 말인가.
연리는 이렇게 호화로워도 될까 싶을 정도로 화려한 혼례복의 자락을 몇 번 털고선, 긴장된 눈으로 혼례식 연단 쪽에 곁눈질을 했다.
후궁의 정중앙, 천룡채가 곧바로 올려다보이는 큼지막한 공터.
그곳에서 이 모든 행사를 주관한 천도공녀 설란의 표정에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제 동생 장가 한번 잘 보내보겠다고 궁에서 구르던 세월이 몇 년인가.
드디어 꿈을 이루는 그 순간이건만, 이 동생놈이라는 것은 공허한 표정을 짓더니 휘리릭 행사장에서 도망쳐 버린 것이다.
이름난 고관들도 모아다가 앉혀놨고, 진수성찬도 차려놨고, 부인들도 선녀가 따로 없을 정도로 다 예쁘게 꾸며 놓았다.
그야말로 설란의 인생에서 가장 뛸 듯이 기뻐야 할 날이건만, 그 주인공이 나타나질 않으니 입술이 비죽비죽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고, 공녀님. 차를 한 잔 더 내올까요?”
“그래. 고맙구나. 그건 그렇고 설 장군은 아직 소식이 없더냐?”
“….”
“멋진 옷 입혀놓고 자리도 다 마련해 놨더니… 내 속을 이렇게 썩여? 에휴우…. 에휴에휴….”
“이, 일단 차를 내오겠습니다!”
천룡채의 시녀장이 얼른 다기를 들고 연단 뒤에 마련되어 있는 아궁이로 뛰어 내려갔다.
“뭐… 태평이 성격상 영원히 도망 다니진 않겠지만….”
설란은 턱을 괴고선 허망한 눈동자로 멍하니 하늘을 보았다.
어쨌든 설태평이 진짜 다 모르겠다면서 도망만 다닐 그럴 사람은 아니다.
막상 결혼하려고 보니 정말 자기 인생에 대한 회고를 할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일 터.
시간을 주면 다시 나타나겠지만, 그게 언제인지 모르겠으니 괜히 안달이 났다.
설란의 꿈이 이루어지기 바로 일보직전인 상황에서, 이렇게 뜸을 들이니 이 얼마나 가슴을 졸이게 되는가.
연단 아래를 내려다보면, 사대궁의 시녀들이 경쟁하듯이 제 주인들을 꾸미고 있었다.
자기 주인이 가장 아름다워보여야 한다면서, 그 충정어린 시녀들은 온 청도국을 다 뒤져서라도 귀한 화장품을 싹 다 쓸어온 것이다.
사대궁의 시녀들은 자기 주인이 어디가서 기죽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는 작자들이라, 이런 경쟁이 벌어질 것이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시녀들뿐만이 아니라 사대궁의 주인들끼리도 은근하게 경쟁이 붙어 있는 듯한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그래. 서로 반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쉽게 하나로 뭉쳐져도 곤란해.’
‘권력 투쟁, 당파 싸움, 이권 싸움. 그런 우중충하고 구린 분쟁이야 당상의 고관들끼리 하루 종일 할 테니… 이런 아기자기한 치정 싸움 정도가 딱 적당할 거야.’
이권과 권력을 미끼로 사람을 부리는 일은 최대한 지양하고 싶다.
그렇다면, 설란이 택한 것은 사랑을 미끼로 삼는 것이다.
사람은 사랑에 이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생물인 것이다.
그 근거로, 가장 현명한 사대궁의 팔방미인들조차도 사내 하나의 마음에 들고자 저렇게 눈에 불을 붙이고 있지 않는가.
청룡의 위세를 품은 청도국 최고의 도사도, 주작의 불꽃처럼 용맹하게 타오르는 최고의 여검객도, 모든 이를 품는 배포를 지닌 현무궁의 선녀도, 암투와 지략에 통달한 백호궁의 책략가도….
결국, 돌고 돌아 설태평을 위한 검이 되어줄 것이었다. 사신수의 비호를 받는 설태평의 위세는, 이 청도국의 누구도 함부로 꺾으려 들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을 부부의 연으로 엮어놓는 데에만 성공하면, 이 화용설가는 적어도 수백 년은 이 청도국을 손안에 품게 될 터.
상상만 해도 흡족한 풍경에, 설란은 좌대의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선 다시 생글생글 웃어 보인 것이다.
“저어… 공녀님.”
“앗. 연… 아니, 아현 부인은 채비가 끝이 났나 보구나. 내 동생이 철이 없어서 아직 찾아내지 못했으니, 조금만 기다려 줄 수 있겠느냐.”
“무, 물론입니다. 다만….”
고관들은 물론이고, 전 청도궁에 있는 모든 관료들이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정실부인의 존재였다.
적어도 수십 년은 이 청도궁에서 가장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설태평 대장군의 정실부인 자리.
궁내는 물론이오, 모든 청도국의 여인들이 침을 줄줄 흘리며 탐내도 이상하지 않을 그 자리에 앉은 것은, 이미 오래전에 청도궁에서 쫓겨난 전임 천도공녀 아현이었던 것이다.
“설 장군이 마음이 많이 복잡해 보이던데요. 이 혼례… 꼭 이렇게 강행해야만 할까요…? 듣자 하니 고관들도 반대가 심한 듯하고….”
“고관들의 반대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대장군의 도래를 걱정하는 것일 뿐일테지.”
“그… 그렇긴 합니다만….”
“흐음…. 혹시 아현 부인은….”
설란은 자기 턱을 쓸어내리며 음기가 드리운 얼굴로 상냥하게 웃었다.
“흠… 내 동생과 결혼하기 싫은가?”
“히익…! 그, 그럴리가요. 그냥 해본 말입니다.”
“그렇겠지. 사대궁의 주인들이야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좋은 여인들이지만, 그들조차도 정실부인 자리에는 손이 미치지 못했으니 말이야. 아현 부인은 죽을 때까지 모든 여인들이 우러러보는 시선을 받으며 살겠지.”
설란이 자랑스럽다는 듯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당당히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연리는 네에… 하고 복잡미묘한 대답을 돌려주며, 시선을 우하단으로 내리깔았다.
…뛸 듯이 기뻐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
설란은 연리의 그 미적지근한 반응에 다소 의아함이 들긴 하였으나, 어찌 됐든 경사로운 날이다.
빨리 제 동생이 정신 차리고 돌아와주었으면 했다.
그렇게… 설란의 걱정이 하늘을 찌르듯 하던 때에, 드디어 연회장의 입구에 대장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 설태평 대장군 납시오!
– 설 장군께서 연회장에 드십니다! 모두 고개를 숙이십시오!
당상의 고관들이 고개를 숙이는 것은 황제를 알현할 때뿐이다.
현장에 모여앉은 고관들조차도 모두 경의를 표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황제에 준하는 대우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들 사이를 유유히 걸어오는 설태평은, 제 동생이지만 참으로 멋있고 귀티가 흘렀다.
물론 설란이 호들갑을 떨어대며 가장 좋은 혼례복을 마련해 오고, 가장 좋은 치장품으로 온몸을 도배해 놨으니… 이런 상황에서조차 추태를 보이기도 쉽지는 않다.
설태평은 그대로 연회장으로 걸어 들어오면서, 연단 아래에 모여 있는 사대궁의 태자비들과 조용히 인사를 나누었다.
한 명 한 명이 설태평 앞에서는 몸을 배배꼬면서 눈치를 살피는 것이, 역시 설태평답다고 할 수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설 장군님. 이런 경사가 오다니요. 청도국을 굽어살피는 천제께서도 오늘의 경사를 굽어살피실 겁니다.”
“설 장군님! 예부 판서 길한성입니다. 오늘 경사를 축하하기 위해 안화지방에서 가장 상급품이라는 차를 잔뜩 대령해왔습니다. 부디 다도에 조예가 깊으신 부인들 입에도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설 장군님. 정선장 비현호라고 합니다. 견습 무관 시절 때부터 설 장군님을 동경해 온 무인입니다. 오늘 경사 정말로 축하드립니다. 저도 정진하여, 언젠가 설 장군님과 같은 이름난 무인이 되고자 하옵니다.”
고관들이 보내는 환담을 웃음으로 받아주며, 결국 설태평은 걷고 또 걸어 연단 위까지 올라왔다.
가장 상석에 앉아 있는 설란이 턱을 괸채 그제야 활짝 웃었다.
“…이렇게까지 고관대작들을 다 모아놓을 일입니까?”
“우리 열심히 살았잖아. 이 정도 경사로 호들갑을 떠는 것 정도는 괜찮지.”
“….”
지그시 웃는 설란을 보고 있으면, 불타는 화용설가를 뛰쳐나와 황도를 거닐던 때가 떠오른다.
빈민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때로는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서 입에 넣고.
외곽의 허름한 폐가에서 잠을 자고, 때로는 저급 요귀들에게 쫓겨가며 비루한 삶을 살아가던 그 가난한 남매는… 어느샌가 청도궁의 가장 고귀한 장소에서 고관들을 등에 업고 경사를 치르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미약한 목숨들이었다.
근데 그냥 살다 보니 살아지더라.
산다는 건 그냥 그런 거더라.
지나고 보면, 그렇게 회고하게 되는 것이 삶이었다.
웅대한 목표 같은 것도 없었고, 숭고한 의지 같은 것도 없었다.
그냥 길이 나 있길래, 거기로 있는 힘껏 걸었을 뿐이다.
그리 살다보니 삶의 의미라든가, 목표라든가… 그런 것들이 생겨나곤 했던 것이다.
뒤를 돌아, 혼례식에 모여 있는 자들을 보았다.
아마, 다들 그렇게 살아왔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뭐어, 워낙에 난다 긴다 하는 여인들이니 태평이 네가 마음고생이 심하긴 하겠지만… 웅대한 포부를 품은 사내라면 그 정도는 통제할 수 있어야지. 그치?”
“란 누님….”
“그러니 모여앉은 자들에게 한마디라도 하렴. 너는 지금 청도국을 받치고 있는 가장 큰 기둥이야.”
적게 일하고 많이 벌자는 좌우명이 무색하게, 제 하나뿐인 누이는 아마 설태평을 끝까지 부려먹을 생각인 듯했다.
어쩔 수 없었다. 잘난 가족을 둔 죄였다.
설란과 같은 누이를 두었으면, 죽을 때까지 고생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었다.
물론, 설란 또한 설태평 같은 동생을 두어 평생을 고생하였으니… 딱히 서로가 서로에게 할 말은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게 가족이란 것이었다.
설태평은 뒤로 돌았다.
연단 아래로 모여앉은 사대궁의 주인들이 보인다.
하나같이 두근두근한 심정을 감추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방문객들도 우러러보는 눈으로 설태평을 바라보고 있었고, 관료들과 관리직들, 시녀들까지 모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곳에서, 설태평은 나지막이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찾아와 축하의 말을 건네주어 참으로 고맙구나. 허나, 다들 알다시피 지금 청도국은 위기에 봉착해있다. 역등귀가 남기고간 상처를 치유하려면 적어도 몇 년은 더 있어야 할 것이고, 혼란을 수습하려면 그거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지.”
상처는 깊다.
청도국의 상처를 치유하려면, 앞으로 설란이 더 바쁘게 뛰어다녀야 할 것이다.
“혼례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 자리에 모여 있는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설태평은 헛숨을 흘리고… 그저 천천히 이야기했다.
“그 숱한 시련들 속에서, 그대들은 끝까지 살아남아 이 청도국을 받쳐주었다. 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충신들이 가득하고, 죽는 그날까지 그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는 말아야겠지만… 난 그대들에게도 너무나 감사하고 싶다. 그대들이 있기에, 이 청도국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대들이 살아주었기에, 그대들을 위해 죽어간 자들의 희생 또한 의미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러니, 살아남아 주어 고맙다.”
설태평의 말에 좌중에 정적이 감돌았다.
축하받을 사람이 도리어 축하를 하고 있는 광경이 잠시 당황스러우나, 이윽고 격려의 박수가 다시금 튀어나왔다.
온 청도궁에 봄을 상징하듯 벚꽃잎이 휘날리는 풍경이 가득했다.
비로소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 설태평은 만면 가득히 미소를 지었다.
싫다는 듯이 툴툴 거렸지만, 사실은 기뻤던 것이다.
“그럼… 혼례식을 시작하자꾸나.”
그렇게 검존 설태평의 길고도 긴 생존 투쟁은 일단락되었다.
그 지난한 삶에 목적한 바를 모두 이루지도, 늘 신념을 관철하는 데 성공하지도 않았지만.
살아 있을 가치 있는 삶이었노라고, 회고할 수는 있었던 것이다.
그거면 되었던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라는 것이, 으레 그러하듯이.
로판에서 살아남기.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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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자리에 오래 앉아 있어 봐야 좋을 게 없어. 부릴 수 있는 권력은 제한적인데, 그 사대궁의 주인들이 다 눈에 불을 켜고 내 자리를 노릴 거야. 이건 안 돼… 이건 아니야…!’
혼례를 올리며, 누구보다도 고고해 보이는 모습으로 기품 있게 웃던 연리의 속마음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혼례식이 되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보니 슬슬 자기가 앉은 자리의 무게가 실감이 되고 만다.
‘도망쳐야 해…! 살아남으려면… 일단 이 정실부인 자리를 내려놓아야해…!’
허나, 대장군 설태평이 절대로 그것을 용납할 리가 없었다.
긴 세월동안 절친한 사이로 살아왔기에, 설태평이야말로 그 누구보다도 연리를 잘 알고 있는 사내였다.
그의 마수에서 도망치려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살아남고자 한다면 도망쳐야만 한다.
누군가의 생존 투쟁은 만인의 축하를 받으며 성공리에 그 막이 내렸지만….
비로소, 아현 부인의 살아남기는 개막된 것이었다.
完
안녕하세요, 코리타입니다.
날이 많이 추워졌네요. 시간이 많이 흐른 게 실감이 납니다….
23년 4월 1일… 동양풍 로맨스 판타지를 써보고 싶은데?? 라는 갑자기 든 충동적인 생각에서 시작한 해당 소설이 8개월의 연재 끝에 오늘 마무리되었습니다.
항상 기분 따라 갑작스럽게 일을 벌이곤 하는데, 또 막상 써보면 잘 써지는 걸 보면 글을 쓰는 행위라는 게 참 신기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더 쓰고 싶은 내용도 있고, 못 다룬 내용도 좀 남아 욕심이 좀 드는 부분도 있는데… 내용 진행상 이 정도에서 일단 마무리 짓는 게 가장 깔끔할 것 같아서 완결 도장을 찍었습니다.
하루하루 어떻게 재밌게 쓸까 하면서 고민하던 글이 어느덧 끝을 맞이해 있으니, 정말 시간이란 게 쏜살처럼 느껴지네요.
아직 사대궁의 주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다루고 싶은 욕심이 드는데, 그 부분은 억지로 늘려 쓰기보다는 외전을 기약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글을 즐겨 읽어주시는 독자님은… 어째 본편만큼이나 외전을 더 즐겨주시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도 많더라구요…. 좀 쉬다가 좋은 소식 들고 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료 연재나 팬픽션을 쓰던 때부터 유료 소설을 쓰고 있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매번 완결 때쯤 되면 드는 생각은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입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글도 읽어주는 이가 없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니, 결국 작가를 자칭하고 사는 놈들치고 독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지 않는 이는 없겠죠.
허나, 매번 비슷한 말을 하게 되는데… 그런 당연한 사실을 구구절절 미사여구를 붙여가며 설명하고 있자면 새삼스럽기도 하고, 또 무슨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나 싶은 생경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말을 아끼는 편입니다만… 완결 후기를 쓸 때만 되면 그래도 꼭 한 번은 말씀을 드리자는 생각이 매번 드는 것입니다.
그저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언제나 즐겁게 글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읽어주는 이들이 있어서라는 사실을 늘 기억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냥 방구석에서 시시덕거리며 글을 써 내리는 사내 하나가, 작가를 자칭할 수 있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 글을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부디, 다음에도 또 볼 수 있으면 참으로 기쁠 것 같습니다.
….
제발…!!!
2024. 1. 5.
코리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