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347)
347화
“이?”
최연승은 놀랐다.
은 그 강력함에 비해 권속을 잘 만들지 않는 성격이었다.
물론 악신 성좌인 것도 한몫 했지만, 힘만 준다면 악신 성좌든 뭐든 섬길 헌터들이 세상에는 여럿이었다.
그런데도 만들지 않은 건 성좌의 성격 때문이라고 봐야 했다.
갑자기 이렇게 계약을 받아주고 있다니.
나태의 여신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의문을 표했다.
-이상한데…?
-역시 그런가?
-나만큼 게으른 성좌라, 아무래도 인간들을 권속으로 들이기는 싫어할 텐데… 심경에 변화가 있었을지도 모르지.
어비스의 종족들 중에서 인간은 수명이 짧고 피가 뜨거운 편에 속했다.
그런 격렬한 종족 특성이 에게 잘 맞을 리 없었다.
이 그나마 좋아하는 건 종족 전체가 겨울잠을 종종 자곤 하는 뱀파이어 같은 느긋한 종족들.
“님. 혹시 그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최연승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만한 성좌에게 정보의 출처를 묻는 건 자칫 의심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었다.
하지만 는 흔쾌히 대답해줬다.
[자신의 권속, 일라파엘이 정보를 얻어왔다고 가 말합니다.]‘으음.’
최연승은 인상을 찌푸렸다.
천사 정도 되는 존재가 알아왔다면 그건 가능성이 높았다.
-저 천사가 틀렸을 수도 있지 않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나태의 여신? 천사가 그런 실수를 할 리 없잖나.
-아니…
최연승은 일단 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지 않다면 중국의 일개 대형 클랜이 독립 선언을 할 수 없었다.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런데 중국 풍경이 원래 저랬나?”
“?”
빠르게 곳곳에서 올라오고 있는 영상들.
그걸 보고 있던 아이네가 이상함을 느꼈다.
아무리 중국에 무협지에 나올 법한 자연풍경이 많다고 하더라도 좀 이상했던 것이다.
원래 빌딩 숲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거대한 나무와 기암괴석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고가도로와 고속도로가 즐비해야 하는 곳에는 흙길만이 가득했다.
자동차 같은 건 보이지도 않았다. 대신 옛날 사극에서나 보일 법한 마차들이 보였다.
“중, 중국 정부의 관광지 정책?”
“그럴 리가 있겠나? 침식이다!”
가끔 던전이 터질 때 던전 안의 환경이 밖으로 나올 때가 있었다.
몬스터만 나와도 골치 아픈데, 주변이 던전 안의 환경으로 바뀌어버리면 몇 배로 귀찮아지곤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몬스터를 다 쓰러뜨리고 나면 그 환경도 원래대로 돌아가곤 했지만…
‘이건 일개 던전 규모가 아닌데?’
지금 클랜이 보여주고 있는 청두 시의 모습은 일개 던전으로 일어나는 침식이 아니었다.
성좌의 힘을 빌린 게 분명했다.
“당신이 보기에는 어때?”
“아마 현대 병기를 무효화시키는 환경 아닐까 싶군.”
“확실히…”
아이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환경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아무 생각 없이 바꿨을 리는 없었다.
분명 대응을 생각하고 바꿨으리라!
“그나저나 진짜 환상적인 풍경인데.”
“그러게. 삭막한 도시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이야.”
최연승과 아이네는 영상을 보며 감탄했다.
빌딩들이 전통 가옥으로 바뀌고 자동차 대신 말과 마차들이 보이는 건 참으로 신기한 광경이었다.
이만한 규모의 대도시가 아예 통째로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풍경!
“…어, 그러면 뭐 해야 하죠?”
듣고 있던 한세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최연승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 한세하도 한몫 돕고 싶었…
“뭘 하냐니? 네 회사 일 해야지.”
“네? 어, 저기에 안 참가하세요?”
“응? 내가 왜?”
“……”
최연승의 질문에 한세하는 할 말이 없었다.
‘그러게…?!’
너무 자연스럽게 최연승이 저기 갈 줄 알았던 것이다.
요즘 하도 호구짓, 아니, 인도적 지원을 많이 나가서…
“저기 가실 줄 알았어요.”
“뱀파이어들이 장악한 것도 아니라 헌터 클랜이 장악한 거니 저번처럼 문제가 심각해지진 않을 걸.”
“맞는 말이야. 이번 사태는 인간들이 일으킨 거니까 인질 잡거나 하진 않겠지.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닐 걸.”
아이네는 최연승의 말에 동의했다.
클랜이 어떻게 방어할지는 몰라도,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움직일지는 대충 예상이 갔다.
중국 정부가 했던 만행들 고발하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났습니다 우리를 도와주십시오’하면서 호소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만큼 외국인들을 인질로 잡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진짜 아무것도 안 해도 되죠?”
“아니. 해야 할 일은 있지.”
“?”
“네 회사 맡으려면 기본적인 건 배워야지. 나하고 같이 듣자.”
“……”
한세하는 경악했다.
A급 헌터가 되려고 노력한 건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하려고가 아니었던 것이다.
공부하기 싫어!
“자. 어서.”
“…네…”
그렇다고 최연승의 말에 싫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한세하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책상 앞에 앉았다.
* * *
이창식은 클랜 보고서를 잠시 내려놓고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단순히 사건 하나 때문이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세계가 충격을 받을 만한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한동안 고여 있던 물이 급격하게 흘러가는 느낌!
그렇게 쟁쟁하던 성좌들이 몰락하고, 막혀 있던 성좌들의 영역이 인류의 손에 들어오고, 삼엄한 중국 땅에 이상한 일이 생기고…
“아버지.”
이창식의 아들, 이창욱이 문을 두드리고 찾아왔다.
“클랜 헌터들을 새로 가르치고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잘 되어가고 계십니까?”
“물론이다. 네가 걱정해주다니 고맙구나.”
놀랍게도 이창식은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다.
클랜은 아직 패배가 많긴 했지만 최근 클랜전에서 몇 번의 값진 승리를 얻어낸 것이다.
덕분에 이창식은 오랜만에 잊었던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어떻게 싸워야 할지 모르는 젊은 헌터들을 찾아내서 강하게 만들어주는 즐거움!
원래 클랜전은 이러기 위해 시작된 것이었다. 클랜끼리 서로 이권 다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버지께서 필요하시다면 제가 클랜을 나와서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그건절대안된다.”
“……”
이창식은 자신이 너무 빠르게 대답했다는 걸 깨닫고 작게 헛기침을 했다.
“지금 클랜은 젊은 유망주 헌터들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네가 들어온다면 분위기가 깨질 거다.”
“과연…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것 때문에 찾아온 거냐?”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클랜에서 중국 쪽으로 원정을 가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음!”
이창식은 침음성을 흘렸지만 그렇게 놀라진 않았다.
지금 중국은 헌터들의 몸값이 뛸 수밖에 없었다.
광저우 사건 때문에 여러 클랜들이 크게 다쳤고, 심지어 그 처리 과정에서 헌터 클랜들을 무시하고 군대가 독단적으로 행동했다.
안 그래도 불만이 쌓인 상황에서 클랜이 반란까지 일으킨 상황.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클랜들을 풀어놓기도, 그렇다고 조이기도 어려운 난처한 처지였다.
이럴 때 쓸만한 게 외국인 용병.
중국 정부는 평소에 ‘우리 나라에도 헌터 많아’하던 태도를 잠시 접고, 공손하게 선불로 돈을 보내며 클랜들을 초대했다.
“아버지께서는 중국으로 원정을 간 적이 있으니 조언을 듣고자 찾아왔습니다.”
“음… 그래. 알겠다.”
이창식은 전 A급 헌터.
게다가 1세대 때부터 활동한 만큼, 살아 있는 헌터들 중에서 이창식보다 경험 많은 헌터는 몇 명 없다고 봐야 했다.
“첫 번째.”
“예.”
“중국에는 가지 마라.”
“그렇습니까.”
“두 번째. 만약 가게 되었다면 동료를 뺀 나머지를 전부 의심해라.”
“예. 알겠습니다.”
“세 번째. 몬스터를 잡았을 때는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증거를…”
두 부자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해야 할 이야기를 얼추 마무리 한 이창식은 갑자기 궁금해져서 물었다.
“그런데 왜 지?”
클랜은 한국의 3대 대형 클랜 중 하나였다.
하지만 다른 대형 클랜에 비하면 헌터 숫자가 적은, 소수정예에 가까운 클랜이었다.
이런 요청은 나 같은 클랜에 더 어울리는 것이다.
“이건 극비 정보입니다만… 지금 침식이 일어난 곳이 있지 않습니까?”
이창욱은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중국 곳곳에서 빠르게 올라오던 영상들이었지만, 어느새 일제히 멈춰 있었다.
당의 검열 때문이 분명했다.
하지만 클랜은 중국 정부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영역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건 놀라운 일이 아니군.”
“그리고… 이 영역에서는 무공의 힘이 훨씬 강해진다고 합니다.”
“…?!”
너무나도 상상을 뛰어넘는 말에 이창식은 눈을 크게 떴다.
가끔 던전에 따라 몇몇 마법이 더 강해지거나 약해지는 곳이 있긴 했다.
화염의 기운이 강한 탓에 화염 마법이 더욱 강해지고 냉기 마법은 약해진다거나…
그런 것처럼 무공이 강해지는 영역이 있어도 불가능하진 않았다.
다만 신기할 뿐.
‘대체 뭐지?’
“최연승 헌터한테는 연락이 안 왔나?”
“중국 정부에서 원하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렇겠군.”
아무리 통제를 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눈이 있었다.
광저우에서 정부와 군대가 저지른 사고를 맨몸 하나로 막아냈는데 그걸 보고 감사해 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었다.
현장에 있던 중국 클랜들과 헌터들이 그걸 목격해서 소문을 퍼뜨렸고, 이미 암암리에 알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연승이 와서 더 활약을 한다면?
불만 있는 클랜들이 대거 해외로 이탈하거나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이건 보내야 한다!’
이창식은 그런 확신이 들었다.
최연승이야 가기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이건 성좌로서 빠질 수 없는 기회였다.
“내가 최연승 헌터를 설득할 테니, 클랜과 같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할 수 있겠느냐?”
“…물론입니다. 그 정도는 눈치 채지 못할 겁니다.”
이창욱은 의아해했지만, 아버지의 말에 별다른 토를 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 * *
-정말 쓸만한 게 없군. 회사 운영을 발로 했어도 이것보단 나았을 것 같은데. 차라리 어비스에 있는 식물들을 내줄 순 없나?
-후계자의 힘으로 직접 돌보는 게 아니라면 무리겠지.
-그렇겠군.
오크들이 기막힐 정도로 농사를 잘 짓고 있긴 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최연승의 힘을 받아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것 하나 없는 일반 회사들이 어비스의 식물들을 기르는 건 불가능했다.
설사 한 번 성공하더라도 그 종자를 사간 곳들은 다 실패할 테니…
‘그러면 결국 새로 연구해서 만들어 내거나 쓸만한 종자를 찾아야 한다는 건데.’
최연승은 생각에 잠겼다.
게이트가 열리고 나서 지구의 식물들도 마력 때문에 여러모로 변화가 많았다.
그런 만큼 새로 발견된 종자들도 그 숫자가 대단했다.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나 인도 같은 덩치 큰 나라들이 이런 부분에서는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워낙 땅이 넓으니 발견할 수 있는 종자들도 많았고 그 중에서 쓸만한 걸 추릴 수 있는 것이다.
“아. 저번에 광저우 갔을 때 좀 갖고 올 거 그랬나… 그거 어차피 이제 주인도 없어졌을 텐데.”
“그냥 가서 문 부수고 갖고 나오면 안 되나요?”
“그럴까? 그래도 되나? 음…”
“당신. 그거 진짜 미친 소리인 거 알고 있지?”
“안 되나 보군.”
그러던 사이 연락이 하나 날아왔다.
이창식이 보낸 연락이었다.
‘설마 클랜을 더 이상 맡지 못하겠다고 하시는 건 아니시겠지…?’
최연승은 그렇게 생각하며 연락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