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364)
364화
그러나 폭발 성좌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서서히 사라지면서 계속해서 입을 나불거렸다.
성좌쯤 되면 원래 죽을 때도 바로 죽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다른 악신 성좌들 중 조용한 자들을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조용한 자들이 더욱 강하니까. 물론 네놈이라면 잘 알고 있겠지… 크으윽.
‘저거 왜 안 죽냐?’
최연승은 살짝 황당해했다.
분명히 존재력이 하나씩 흩어지고 있긴 했는데 성좌다보니 시간이 좀 많이 걸렸다.
“그걸 아는 놈이 왜 이렇게 소란을 피웠지?”
너도 알 텐데? 이미 강한 힘을 갖고 있는 성좌들은 상대하기 쉽지 않다. 나처럼 어린 성좌는 판을 뒤흔들어야 했지.
폭발 성좌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최연승 본인도 그걸 많이 느끼지 않았던가.
고작 일만년 갖고는 명함도 내미기 힘든 어비스의 세계.
흔히들 사람들은 지구의 나라들을 점령한 악신 성좌를 가장 먼저 떠올리곤 했지만, 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꼭 강함과 유명세가 정비례하는 건 아니었다.
당장 지구에 있는 20위권 안의 성좌들 중에서는 일반인들은 이름도 잘 모르지만 그 강력함은 결코 얕볼 수 없는 성좌들도 있었다.
내가 왜 계약과 질서의 악마를 공격했는지 아느냐?
“질투심과 열등감 때문인가?”
…놈은 다른 성좌들과 예전부터 연합해 있었기 때문이다.
“아.”
최연승도 몇몇 성좌들 사이에 비밀 연합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건 최연승과 다른 성좌들이 맺은 동맹처럼 평범한 연합이 아니었다.
무려 지구에 게이트가 생기기 전부터 결성된 비밀 동맹!
이 성좌들의 비밀 연합이 지구에 게이트를 연 당사자라고 봐도 좋았다.
거대한 혼돈 그 자체인 어비스에 길을 만들어 지구로 연결시킨 만큼, 그 연합에 참가한 성좌들은 강력한 성좌들일 수밖에 없었다.
나태의 여신은 이 그 멤버 중 한 명이 아니냐고 의심했을 정도였으니…
[이 그런 의심을 했었냐고 경악합니다!]-아, 아니. 그냥 가능성 중 하나만 이야기 한 거였단다!
나태의 여신은 급히 변명했다.
솔직히 겉에서 보면 천칭의 여신이 너무 이상했던 건 사실이었다.
어비스의 성좌가 저렇게 변태적인 욕망을 필멸자한테 품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으니까.
-다른 성좌들도 비슷하게 생각했고!
-……
계약과 질서의 악마는 강함을 떠나서 그 권능으로 어비스를 연결시킨 성좌. 절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지.
폭발 성좌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래서 그 연합한 놈들이 누군지는 아나?”
내가 왜 너한테 말해줘야 하지?
“그래. 알겠다.”
지구와 이어진 영역을 가진 성좌들을 주의해라.
“……”
최연승은 살짝 황당했지만 폭발 성좌를 말리진 않았다. 무슨 말을 하나 궁금했던 것이다.
“잠깐… 그렇다면 도 연합 소속이었나?!”
아니다. 놈은 그냥 멍청한 어릿광대일 뿐이지.
“…아. 그런가.”
악신 성좌들 중에서도 호구는 있는 법.
가끔 진상도 모르고 힘만 바치는 멍청한 계약을 하는 성좌가 나오는 법이었다.
잘 들어라. 나는 계약과 질서의 악마가 갖고 있던 영역 너머의 영역을 보았다. 그러니… 탐식을 조심해라.
“!”
비밀 연합에 소속된 성좌를 밝히고 나서, 폭발 성좌의 목소리는 거의 가라앉는 수준으로 작아졌다.
패배하지 않는 수련의 화신… 어비스의 늙은 성좌들을 찢어발겨라. 네 비열함으로 그 거만한 놈들을 죽이는 거다!
그 말을 남기고 폭발 성좌는 사라졌다.
순간 최연승은 자신의 안에서 막대한 존재력이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
-?
아니…
최연승은 진심으로 당황했다. 존재력이 상승하고 격이 상승한 건 놀라지 않았지만, 이 새겨져 있는데 거기에 의 영역이 새겨지다니.
말이 되나?
[가 비열함은 어비스에서 강력한 영역에 속한다고, 나쁘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 영역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위로합니다.] [권능, 을 얻습니다.] [당신의 왕국에 새로운 자들이 찾아옵니다!] […] […]* * *
“그러니까 미래에서 연승이의 딸이 찾아왔는데 그 딸이 너한테 무공을 가르쳐주고 연승이를 잘 섬기라고 명령했다고?”
끄덕끄덕.
미후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황경룡은 얼음 속에서 황당하다는 듯이 미후왕을 쳐다보았다.
‘미친 놈 아니야 이거?’
옛날에 중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몬스터가 갑자기 날아와서 여기서 일하겠다고 한 것도 기겁했는데, 전달한 최연승의 메시지도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헛소리 하지 마라. 몬스터! 난 널 인정하지 않았으니까.”
-■■■…
미후왕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어깨를 늘어뜨렸다. 팔을 한 번 휘두르면 산을 부수고 빌딩을 무너뜨리는 몬스터가 그런 모습을 보이자 더욱 더 황당했다.
“너무 심한 거 아닌가? 그래도 주인님께서 보낸 권속인데.”
오다이곤이 미후왕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최연승이 대부분의 시간을 지구에 머물며 지구의 일들을 해결하는 만큼, 어비스의 왕국을 관리하는 건 권속들의 일이었다.
고블린 왕 오다이곤, S급 헌터 황경룡(얼음 상태지만), 기암 골렘 탁탑천왕 등 여러 인재들이 있는 만큼 어비스의 왕국은 잘 돌아가는 편이었다.
…사실 왕국이 워낙 단순해서 관리할 게 없기도 했다.
오크들은 먹고, 자고, 일어나서 농사하고, 다시 먹고, 자고, 일어나서 농사하는 게 전부였고.
악마들은 제각각 어비스의 다른 영역들로 날아가서 계약을 따오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른 왕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권속들끼리의 다툼이나 투쟁, 배신과 음모 같은 건 여기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다른 성좌들의 영역이 어비스의 대도시라면, 여기는 어비스의 농촌마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평화로웠다.
“흥. 나는 몬스터를 믿지 않아.”
“물론 이성을 잃은 몬스터는 믿기 힘든 게 사실이지만, 저 녀석은 제대로 정신이 있는 것 같은데…”
오다이곤의 말에도 황경룡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다음 날.
미후왕이 얼음 안에 갇힌 황경룡 앞에 밥상을 들고 나타났다.
고슬고슬한 쌀밥에 넉넉하게 끓인 시래기된장국, 생선구이와 김치, 조미김이 올라와 있는 밥상이었다.
-■■. ■■.
“…먹으라고?”
끄덕끄덕.
“내가 말하지 않았나! 난 몬스터를 믿지 않는다고!”
미후왕은 아랑곳하지 않고 쭈그려 앉았다.
계속해서 앉아서 버티자 황경룡은 결국 포기하고 말했다.
“알겠다. 먹으면 되잖나! 얼음 안으로 넣어줘라.”
미후왕은 신이 난 표정으로 얼음 안으로 밥상을 밀어 넣었다.
얼어 있는 만큼 딱히 식사는 필요 없었지만 황경룡은 숟가락을 들었다.
“…!”
오크들이 최연승의 힘을 빌린 덕분에 믿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농사 능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였나?
[이 육체를 회복시킵니다!] […] […]“네가 직접 만든 거냐?”
끄덕끄덕.
“…흥. 제법 먹을 만하군.”
미후왕은 매우 기쁜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황경룡은 코밑을 쓱 훔치며 시선을 돌렸다.
그 후 둘은 제법 친해졌다.
황경룡은 이 미후왕이 다른 몬스터들과 달리 선하고 성실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 내가 너한테 마법을 가르쳐주겠다.”
황경룡은 큰 마음을 먹고 입을 열었다.
얼음 안에 갇혀 있는 만큼 할 것도 없겠다, 이 미후왕에게 마법을 가르쳐주는 것도 제법 소일거리가 될 것이다.
황경룡은 주로 쓰는 마법 스킬을 제외하고서도 알고 있는 마법의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어비스의 마법사에 비해 인간 헌터들의 장점이 있다면, 그건 정보의 공유가 가능하다는 점!
특히 황경룡처럼 돈과 권력을 움켜 쥔 헌터들은 각종 마법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쉬웠다.
“인류가 쌓아 올린 마법의 정수를 너에게 알려주겠다!”
도리도리.
“…아, 아니. 내 말을 이해 못 했나? 인류가 쌓아 올린 마법의 정수…”
도리도리도리.
미후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갑자기 주먹을 들고 권법을 펼치는 시늉을 했다.
“…무공이 더 좋다고?”
끄덕끄덕.
“야!! 무공 그거 개쓰레기 스킬이야!”
황경룡은 울컥해서 외쳤다.
1세대 때도 무공은 솔직히 마법에 비해서 많이 밀렸던 것이다.
“마법이 더 좋다고!”
도리도리.
그러나 미후왕은 한 번 고집을 부리면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황경룡은 결국 마법을 가르칠 수 없었다.
“뭐 하고 있었던 건가?”
“저 자식이 마법을 가르쳐준다니까 무시하잖아!”
“인간의 마법은 원래 좀…”
오다이곤이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고블린의 마법에 비교하면 인간들의 마법은 천박하고 품위 없는 게 많았다.
“내가 가르쳐주도록 하지.”
도리도리.
“…이 놈이??”
“내버려둬. 무공이 좋대.”
욕하려던 오다이곤은 무공이란 소리를 듣고 몸가짐을 바로 했다.
“으흠. 무공을 배우고 싶은 거라면 이해할 수 있군.”
“무공 개쓰레기 스킬인데…”
“어디서 감히!”
“뭘 감히야 임마! 내가 얼마나 친한데!”
[왕국에 새로운 자들이 찾아옵니다!]“…!”
“뭐, 뭐지?”
왕국이 흔들리더니 공간이 열리고 어비스의 지형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가 일어날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성좌와 성좌가 싸워서 결판이 났을 때!
한 성좌의 왕국이 다른 성좌에게 날아오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 왕국에 들어옵니다.]“!”
거무칙칙한 연기를 내뿜는 공장들의 왕국이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장에는 피곤하고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어비스의 필멸자들이 일하고 있었다.
“폭발 성좌의 하수인들이 분명하군!”
오다이곤은 금세 눈치를 챘다. 폭발 성좌는 자신의 왕국을 일종의 공장처럼 취급했다.
자신이 사용하고 판매할 폭발들을 만드는 공장!
“저건 좀 너무하지 않나?”
황경룡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공장들을 가리켰다.
하루가 끝나지 않는 영원한 노동의 공간이라니.
듣기만 해도 끔찍한 곳이었다.
아무리 악신 성좌라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필멸자들을 괴롭히다니.
오다이곤도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하군. 고블린들은 하루에 두 시간 이상 일을 하지 않는데. 그걸 넘겨서 일하게 만들다니… 정말 야만스러운 시스템이다.”
“……”
황경룡은 갑자기 식은땀을 흘렸다.
그… 그런가?
두 시간 넘기면 좀 그랬나??
“여… 여덟 시간까진 괜찮지 않나?”
“무슨 말도 안 되는… 악신 성좌나 할 소리를 하고 있는 건가!”
오다이곤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황경룡을 타박했다. 그런 비인간적인 짓을 할 줄이야.
“어쨌든 가서 좀 도와주라고!”
“걱정하지 말게. 지금 갈 테니.”
오다이곤은 지팡이를 들고 공장으로 갔다.
“들어라! 필멸자들아! 너희들의 주인은 이제 바뀌었다!”
“!”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
오다이곤은 힘차게 외쳤다.
필멸자들이 감사와 숭배의 눈빛을 보내는 걸 보니 괜히 오다이곤이 뿌듯했다.
이것이 바로 수련의 화신이 가진 너그러움!
“만세! 더 이상 일할 필요가 없게 되었어! 그래! 평민 놈들 백 명 죽였다고 죗값을 치러야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러니까 말이다! 나 같은 국왕을 만나기 쉬운 줄 아나? 내가 폭정을 펼쳤다니! 수입의 1/10을 남겨줬으면 어마어마하게 관대한 처사 아닌가!”
“어쨌든 우린 자유다!”
“……”
필멸자들이 떠드는 대화를 들은 오다이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이 새끼들?
알고 보니 어비스에서도 중죄를 지은 놈들을 모아 놓은 공장이었던 것이다.
“…자유는 무슨! 네놈들 같은 죄인들에게는 하루 4시간 같은 중벌도 아깝지 않다!”
뒤에서 듣고 있던 황경룡은 어이가 없었다.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늘려라!”
“그… 그러면 하루에 6시간?”
“그냥 하루에 24시간 일하는 게 벌이지! 지금처럼 하게 해!”
오다이곤은 경악과 공포 섞인 눈으로 황경룡을 쳐다보았다. 황경룡은 괜히 억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