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45)
045화
“!!!!”
맛있다!
미국에도 고기 요리는 있었다. 아니, 많았다.
아이네가 좋아하는 건 텍사스 식 바베큐, 브리스킷.
묵직한 고깃덩이를 각종 양념으로 재운 다음 오랜 시간을 들여 연기로 훈연을 시키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겉은 탄 것처럼 시커멓지만, 칼로 한 조각 자르면 안은 육즙으로 인해 윤기가 자르르 흘러나오는 군침 도는 바베큐가 완성됐다.
황경룡은 가끔 자식들을 불러다가 손수 요리를 해주곤 했다.
의외로 황경룡은 몇몇 요리에 관해서는 실력이 훌륭했던 것이다.
특히 이런 브리스킷 같은 경우는 황경룡은 마법까지 사용해서 조리하곤 했다.
맛의 비결은 바로 마력!
실제로 단맛이나 감칠맛을 뛰어넘는 마력맛이란 게 있었다.
마력은 감칠맛처럼 실질적으로 맛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최연승이 준 양념갈비는 황경룡의 요리보다 풍부한 마력을 갖고 있었다.
황경룡이 절대 따라올 수 없는 근본적인 고기 차이!
“…!!! !!!!”
퍽퍽퍽!
아이네는 발을 굴렀다. 고기 먹은 조카가 발을 구르자 최연승은 깜짝 놀랐다.
고기가 혹시 상했니?
‘내가 어비스에 오래 있다 보니 맛에 대한 감각이 떨어졌나?’
고블린 같은 놈들만 대접해주다보니 인간들과는 좀 거리가 멀지도…
‘마력이… 마력이 장난 아니야!’
아이네는 간신히 삼켜 넘겼다.
질 좋은 마력 포션을 먹었을 때처럼 마력이 온 몸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괜찮습니까? 분명 맛을 제대로 봤는데?”
“당신… 당신…”
“?”
“요리사를 하는 게 좋겠어!”
“……”
갑작스러운 전직 제안!
* * *
너무 놀라울 정도로 맛있어서 제안을 하긴 했지만, 아이네도 곧 이성을 되찾았다.
헌터로 키워줘야 할 사람을 요리사로 키울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래도 미련이 남았는지 아이네는 슬쩍 물었다.
“내가 투자할 테니 레스토랑 차려 볼 생각 없어?”
“레스토랑 차리기에는 메뉴가 너무 한정적이라 힘들 것 같습니다. 대부분이 한식이라.”
“한식이 뭐 어때서. 요즘 한식 인기 좋은데. 그리고 편하게 말해. 아빠 친구인데 나한테 존대할 이유가 없잖아.”
“그래도 된다면야.”
최연승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이네가 씩 웃으면서 최연승의 어깨를 쳤다.
“시원시원해서 보기 좋네. 어비스에서 오래 있었다고 해서 대하기 어려울까봐 걱정했는데.”
“어비스에서 오래 있는 사람들은 어떻길래?”
“음… 여러모로… 대하기… 어렵지!”
아이네는 구체적으로 설명을 피했다. 그것만으로도 대충 답이 나왔다.
하긴 어비스에 떨어져서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나는 오히려 그쪽이 날 대할 때 어려워할까봐 걱정했는데.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좀 있으니까.”
구체적으로 1만년 넘게!
물론 아이네는 그걸 모르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난 나이 신경 안 써.”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니까?”
“아니. 다 내 밑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으니까.”
“……”
최연승은 아이네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황경룡은 대체 어떤 교육을 한 거지?
“걱정하지 마. 맡은 일은 한 번도 해내지 못한 적이 없으니까.”
“걱정 안 했다. 그보다 혹시 몰라서 밥도 좀 만들어놨는데 같이 먹겠어?”
“아. 탄수화물 잘 안 먹는데…”
아이네는 망설이다가 그릇을 받았다. 황경룡 딸 아니랄까봐 젓가락도 능숙하게 썼다.
“!!!!”
너… 너무 맛있어…!
쌀알 하나하나가 고슬고슬하게 맛을 살리고 있는 느낌!
여기에도 강한 마력이 느껴졌다. 최연승이 쌀을 물에 불리면서 내공으로 간단하게 정제를 한 덕분이었다.
“아, 정말! 탄수화물 안 먹는데!”
“하하. 괜찮아. 괜찮아. 이 정도는 먹어도 돼. 애가 비쩍 말랐네. 좀 더 먹어.”
고기-밥-고기-밥으로 이어지는 황금 콤보!
따뜻한 쌀밥에 달짝지근한 고기가 얹어지자 아이네는 멈추지 못하고 젓가락을 놀려야 했다.
평소라면 이렇게 단순무식한 식사는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무슨 반찬도 없는 막나가는 식사란 말인가.
하지만…
하지만 맛있어!
“잘 먹네. 잘 먹어. 더 구워줄게.”
“안, 안 돼…”
“안 되긴 뭘 안 돼. 잘 먹는데. 뼈와 가죽만 남은 것 같다.”
아이네는 최연승의 말에서 누군가를 떠올렸다.
‘할, 할머니?!’
자기만 보면 뭘 먹이려고 드는 게 딱…!
“아, 안 돼…! 살 쪄…!”
“더 먹어. 더 먹어.”
* * *
결국 한 공기나 비우고 나서야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아이네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사람은 잘 먹고 잘 자야 쑥쑥 크는 법이지.”
“당신이 우리 할머니야? 무슨…”
그러거나 말거나 최연승은 할머니의 눈빛으로 아이네를 쳐다보았다. 아이네는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뭘 더 먹이려고!
“본론으로 돌아와서, 난 당신의 헌터 활동을 돕기 위해 왔어.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필요하겠지? 혹시 매니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
“흠.”
최연승은 30년 전쯤에 헌터 매니저가 뭘 했는지 떠올려봤다.
물론 최연승은 매니저 같은 거 없었다. 그 때는 모든 게 주먹구구식이었고 최연승은 굳이 매니저를 둘 필요성도 못 느꼈으니까.
“어디 가면 데려다주거나, 스케줄 관리 같은 걸 해주는 게 아닌가?”
“맞긴 한데… 그런 건 삼류 매니저도 해주는 거지. 일류 매니저는 다른 것도 할 수 있어야 해. 이 헌터는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는가?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약점은 무엇인가?”
“분석가 같군.”
“맞아. 일류 매니저는 뛰어난 분석가여야 해. 그럴 능력 없으면 매니저로 못 뛰지. 사람들은 흔히 헌터가 원하는 게 있으면 무엇이든지 갖다 바치는 걸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주 기본적인 것일 뿐. 중요한 건 이 눈이라고. 알겠어?”
아이네는 자신의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잘 알겠어. 그래서 네가 일류란 거지?”
“아니.”
“?”
“난 초일류야.”
“어… 그래…”
아이네의 뒤에서 오다이곤이 머리에 손가락을 대고 빙글빙글 돌렸다.
뜻은 하나였다.
저 여자 좀 미친 거 아닙니까?
‘뭐. 자신감 있으면 좋은 거지.’
자신감이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지 않겠는가.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다른 능력이 없는 건 아니야. 원하는 거나 필요한 거, 궁금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
“들어보니까 헌터들은 새벽 3시에도 매니저를 불러서 귀찮게 군다던데 그래도 되나?”
“응. 상관없어.”
“오…”
최연승은 좀 놀랐다. 아이네의 성격에 OK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어차피 그런 귀찮은 일들은 내 부하들이 할 거니까.”
“……”
“왜. 놀랐어? 나 정도 되는 사람이 혼자 일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
최연승이 생각하는, 혼자서 잡일을 떠맡는 매니저는 말단 중의 말단이었다.
그러나 요즘 시대는 매니저도 에이전트도 거대 기업으로 움직이는 시대였다.
헌터들이 하는 까탈스러운 요구는 팀으로 대응해도 만족시키기 어려운 것이다.
아이네가 부리는 팀 정도면 작은 규모인 수준!
‘새벽에는 전화하지 말아야겠군.’
아이네의 직원들은 이미 충분히 힘들 테니까!
“아빠한테 들었는데, 클랜에 들어간다며? 클랜에 대해 아는 게 있어?”
“에이스들만 모아 만든 클랜이라는 것 정도만 들어서 알고 있지. 아. 그리고 또라이들이 많다고.”
“맞아. 미친놈들 많아.”
“……”
“그렇게 쳐다보지 마. 헌터들 중에 미친놈들 많은 거 알잖아. 당신 때는 안 그랬어?”
“그랬긴 했지.”
최연승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유난히 헌터 중에서는 또라이들이 많다!
원래 사람이 각성하고 나면 내면의 광기가 풀려 나오는 건지, 아니면 각성의 문제인지…
“헌터들이 하라는 레이드는 안 하고 스포츠만 한다고들 하지, 덕분에 실전 가능한 헌터들은 오히려 더 중요해졌어.”
헌터들이 목숨 걸어야 하는 레이드 대신 스포츠에 뛰어든다고 해서 던전이 적게 생겨나진 않았다.
누군가는 던전을 클리어해야 했고, 누군가는 던전에서 풀려나온 몬스터를 잡아야 했고, 누군가는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을 막아내야 했다.
낮은 등급의 던전, 약한 몬스터들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 던전과 몬스터들은 ‘내가 싸우겠다!’고 나서는 헌터들이 우글거렸던 것이다.
위험하지 않으니 당연했다.
그러나 당장 C급 던전 이상만 돼도 공략하겠다고 나서는 헌터들의 숫자가 팍 줄었다.
던전 등급이 B급 이상으로 가면?
그쯤 되면 이제 공략하겠다고 먼저 나서는 팀이 손가락으로 꼽을 만한 수준이었다.
“아빠는 이렇게 ‘진짜’ 레이드를 하는 팀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해.”
“역시.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인가?”
“뭐? 아니. 당연히 이득이 되니까지. 실제 레이드를 뛰는 클랜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어마어마하잖아.”
스포츠에서는 막대한 돈이 나왔지만 거기까지였다.
헌터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보상들은 던전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던전을 공략할 수 있는 클랜에게는 ‘권력’이 있었다.
각국 정부로부터 온갖 우대를 받으며 특혜를 요구할 권력!
“……”
최연승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경룡이 형…
자식들을 대체 어떻게 가르친 겁니까?
“당신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잘나가는 클랜들이 레이드 한 번 해주는 대가로 얼마나 많은 걸 받아내는 줄 알아?”
“경룡이 형이 팬더 받아낸 건 봤는데.”
“…그건 아빠가 이상한 사람이라서 그런 거야. 원래 그 때 중국 쪽 광산 몇 개 받아낼 수도 있었어.”
최연승이 없는 몇십년 동안, 클랜들의 권력과 위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올라가 있었다.
“가 정부로부터 이 도시를 받은 건 알고 있지? 어떻게 설명해야 이해하기 좋을까. 음. 그래. 이게 좋겠다. 8년 전에 클랜 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A급 몬스터를 잡고 나서 뭘 요구했는지 알아?”
“뭘 요구했지?”
“나라를 달라고 했어.”
도시보다 훨씬 더 스케일 큰 요구!
“…??”
“말 그대로 나라야. 땅 좀 받고, 거기서 통치권 위임받고… 작긴 하지만 어엿한 나라 맞아. 물론 혼란스러운 지역이니까 가능한 거긴 하지만.”
“나라… 나라를 받아서 뭐가 좋지?”
“그건 한테 물어봐. 어쨌든 클랜이 또라이들이 많은데도 대우를 받는 건, 실력이 있기 때문이야. 헌터 세계에서는 결국 실력이 전부잖아?”
“그렇지.”
“거기 들어가게 되면 치열하게 경쟁하게 될 거야. 실력이 부족하면 바로 도태될 테니까. 우습게보면 안 돼. B급 헌터가 일주일 만에 탈퇴당한 적도 있었거든.”
어떤 또라이든 상관없지만, 실력이 부족하다면 내보낸다.
그것이 클랜이었다.
“이해했어.”
“그래. 클랜에서 정해진 날에 정해진 훈련 받고, 기준 이상의 실력만 보여주면 뭘 하든 간에 클랜에서는 터치 안 해.”
“정해진 훈련?”
“주에 3번 정도였나? 그 정도였을 거야. 그 정도 모여서 이런저런 훈련을 받아. 던전을 공략하면 팀으로서 움직여야 하니까. 남는 시간에는 뭘 해도 상관없어. 개인 훈련을 하든 놀든.”
“개인 훈련이 마음에 드는군.”
“참 특이한 사람이네? 주의해야 할 건 이 정도야. 아… 맞다. 미친놈들이 많아서 클랜 안에서 시비가 걸릴 수도 있어.”
“처음 겪는 일도 아닌데 뭘 새삼.”
최연승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클랜 안에서 헌터들끼리 마찰이 생기는 건 흔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