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452)
452화
최연승이 남겠다고 전하자 다른 권속들도 매우 기뻐했다.
“역시 믿고 있었다!”
“이런 일에 너 같은 영웅이 빠질 리가 없지! 우릴 모욕한 자들을 무릎 꿇리고 굴욕을 준 다음 대대로 내려서 전할 정도로 잊기 힘든 치욕을 주는 일이다. 어찌 즐겁지 않겠나!”
“……”
최연승은 권속들의 오해를 해명하려다가 말았다.
일단 자기들끼리 친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나쁠 건 없었던 것이다.
“인간들이 널 무신(武神)이라고 부르더군. 꽤 명예로운 칭호 같던데. 우리 모두 앞으로 최연승을 부를 때 저 칭호를 붙여서 불러주도록 하자.”
“아니. 그건 됐다.”
최연승은 정색하며 잘랐다.
그보다 저런 이야기가 있었나?
‘헌터들 칭호는 정말 적응이 안 되는군.’
1세대 때도 칭호 싫어하는 헌터들은 싫어했다.
대표적으로 철혈빙제 이창식이 있었다.
-아! 저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A급 헌터! 철혈빙제… 이창식 헌터가 나옵니다!
-철혈! 빙제! 왜 철혈이겠습니까! 수많은 몬스터들이 덤벼듦에도 불구하고 물러선 적이 없기 때문이겠죠! 왜 빙제겠습니까! 전세계에서 얼음 계열 스킬을…
-지금 인상을 찌푸리신 거 아닙니까? -몬스터들을 보고 분노하신 것 같습니다!! 역시 철혈빙제!!
‘아니 그냥 사람 이름을 부르면 되지 왜 자꾸 별명을 붙이는 거지??’
‘미디어가 원래 그래. 네가 이해해라.’
‘이 기자 새끼들 뇌물 받고 별명 짓는 거 아니야?? 나한테 란 별명을 붙여줬어! 죽여버린다!!’
‘참으세요. 기자들하고 싸워서 좋을 거 없잖아요. 저기 옆 클랜에는 김치싸대기란 별명 붙은 헌터 있답니다.’
‘참을 일이 따로 있지 이 새끼들이 응원은 못할 망정!’
아무래도 헌터의 칭호라는 게 헌터가 원하는 걸로 정해지는 게 아니다보니 더 불만이 심했다.
멋진 게 걸리면 차라리 낫지 이상한 칭호가 걸리면 어디 가서 항의할 수도 없는 것이다.
최연승의 칭호는 딱히 이상하진 않았지만 최연승은 그냥 칭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호들갑 떠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사람 이름 부르면 됐지 뭔 앞에 칭호를.’
-그런데 아마비에가 무슨 몬스터길래 저러는 거니?
듣고 있던 나태의 여신이 궁금해졌는지 물었다.
지구의 몬스터들은 지구에서 새로 이름을 붙인 탓에 어비스에서 부르는 이름과는 좀 다를 때가 많았다.
아마비에.
일본 쪽에서 발견된 몬스터인 만큼 일본의 옛 요괴 이름이 붙은 몬스터였다.
마치 사람의 형상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가스 구름 형태의 몬스터.
-아, 타락한 구름을 말하는 거구나.
나태의 여신은 말하고 나서 의아해했다.
타락한 구름이라고 불리는 이 몬스터는 그렇게까지 강한 몬스터가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약하진 않았지만, 지구의 인간들 정도라면 잡을 방법이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왜 그렇게 고집을 세우던 자들이 저 몬스터를 잡아달라고 무릎을 꿇은 것일까?
-어비스에서는 보통 아마비에를 어떻게 잡지?
-놈을 처치한 다음에는 거기 살고 있는 자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게 하지. 한동안 땅을 버려둬야 하니까.
-그래. 어비스에서는 그게 되지만 지구에서는 힘들다.
아마비에가 S급 몬스터로 취급 받는 이유.
그 강함이 아닌 그 피해 때문이었다.
가스 구름 형태의 몬스터인 아마비에는 죽는 순간 그 몸을 터뜨리며 어마어마한 지역에 역병을 흩뿌렸다.
그 역병이 단순하고 약한 질병이면 다행이지만 지독한 전염병일 경우에는 도저히 감당 힘든 참사가 일어났다.
무한한 공간을 가지고 얼마든지 위치를 옮길 수 있는 어비스와 달리, 사람들이 좁은 땅에 묶여서 바글바글하게 지내는 지구에서 아마비에 같은 몬스터는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이다.
도쿄 근처에서 아마비에가 잡혀도 문제였고 아마비에가 잡히지 않은 채 도쿄로 도착해도 문제인 상황.
일본 정부가 고집을 꺾고 이렇게 나온 이유도 이해가 갔다.
곧 소식이 터지면 이건 아무리 지금 정권이 날뛰어도 수습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다른 성좌들의 힘을 빌리면 퍼지지 않게 잡을 수 있겠지.
말하던 최연승은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잠깐. S급 몬스터면 어지간해서는 알아차릴 수 있었을 텐데… 왜 탐지를 못한 거지?’
-탐지하고서 숨긴 거 아니니?
-자기네 나라에서 그런 짓을 하는 놈들이 어디 있나? 지금 같은 상황에 숨겨서 좋을 게 뭐가 있다고?
-그러면 예전에 숨겼다거나…
-여전히 말이 안 되는 소리군. …잠깐.
최연승은 멈칫했다.
예전에 인근에서 터진 몬스터 웨이브 때문에 한중일 세 나라가 동시에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그 때 일본 쪽에서도 상당히 혼란스러웠지만 다 잡았다고 발표했었는데…
‘설마 아니겠지.’
* * *
“당신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총리님께서 물러나게 되신 것 아닌가!”
일본의 거물 의원들이 모인 자리의 분위기는 당연히 좋지 않았다.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고서 성좌들과 대립각을 세웠더니 갑자기 놓쳤던 S급 몬스터라니.
“S급 몬스터가 왜 갑자기 튀어나온단 말인가. 헌터담당청은 대체 왜 예산을 받아가는 건가! 자네가 방위대신 아닌가! 말해보게!”
이름을 불린 장관은 무능한 부하들을 원망했다.
애초에 헌터들이 제대로 일처리만 해줬다면, 몬스터들을 다 막아냈다면 지지율이 이렇게 폭락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죄송합니다. 저번에 몬스터 웨이브 때 놓쳤던 몬스터가 심해에서 숨어 있다가… 다시 나타난 것 같습니다.”
“……”
“……”
장관의 말에 의원들은 입을 다물었다. 이 일에 각자 어느 정도 책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일본 정부는 흔들리는 지지율을 회복시키기 위해 한시라도 빨리 레이드를 성공시켰어야 했다.
몇몇 A급 이상 몬스터들이 추적을 뚫고 사라졌다는 보고에, 정부는 비밀리에 명령을 내렸다.
-인근 수백 킬로미터 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건 놈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거겠지. 상황을 종결시켜라!
-다… 다른 나라에는 말하지 않습니까?
-아둔하기는! 다른 나라에 말하는 순간 그 책임을 누가 져야겠는가!
-죄, 죄송합니다.
다들 암암리에 묵인하고 넘어간 만큼 이제 와서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한시라도 빨리 아마비에를 잡아내야 합니다. 하필이면 다른 몬스터도 아니라 아마비에라니. 자칫하면 어마어마한 피해가 생길 겁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알고 있네! 지금 누구한테 훈계를 하는 건가!”
“죄송합니다! 하지만…”
“성좌들은 설득할 수 있을 겁니다.”
분위기가 격해지자 거물 의원들 사이에 있던 외무대신 마츠오카가 입을 열었다.
꾀주머니란 별명이 있는 마츠오카 의원이 입을 열자 다들 경청했다. 여기 있는 의원들 중 가장 성좌들을 많이 상대한 사람 아닌가.
“성좌들은 오만하고 거만하지만, 동시에 지구의 법칙과는 다른 법칙으로 움직이는 존재들입니다. 그것만 알면 설득할 수 있습니다.”
“오오…”
“저희는 지금 총리 각하께서 사퇴하시는 상황. 선신 성좌들은 그걸 높게 평가할 겁니다.”
일본은 대통령이 아니라 총리로 굴러가는 나라였다.
의원들 사이에서 총리가 뽑히면, 그 총리가 다시 의원들 사이에서 장관들을 골라 내각을 구성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달리 임기도 정해져 있지 않았고 원한다면 언제든지 사퇴할 수 있었다.
덕분에 문제가 터졌을 때 사퇴하는 것도 비교적 쉬웠다.
같은 당 안에서 총리와 뜻이 맞는 의원을 새로 총리로 뽑아서 올리면 됐으니까.
총리는 사퇴하더라도 당의 거물로서 계속 뜻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이었지만 성좌들이 보기에는 꽤 기특한 성의 표명이었다.
“총리 각하께서 사퇴하시고 우리가 어리석었다고 사과를 한 다음, 적절한 성의 표시와 함께 원상복귀를 시키면 선신 성좌들은 용서해줄 겁니다.”
“과연 마츠오카. 든든하군.”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지?”
“저쪽에 있는 최연승 헌터입니다.”
“최연승 헌터 말인가?”
의원들은 어이없다는 듯이 대꾸했다. 몇몇 의원들은 피식 웃을 정도였다.
“물론 A급 헌터인 건 알지만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것 아닌가? 그래봤자 일개 헌터인데?”
헌터들이 직접 정권을 장악한 나라가 있다면 헌터들이 공무원한테 매일 쪼이는 나라도 있었다.
일본은 후자였다.
그런 만큼 의원들에게 일개 헌터, 그것도 타국 출신의 일개 헌터가 큰 걸림돌이라는 건 믿기 힘든 소리였다.
일개 헌터 따위가 뭘 안단 말인가?
“정부에서 거절했는데 클랜 초대로 찾아올 정도로 유약한 헌터다. 그런 자는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지. 내게 맡겨만 두라고.”
“맞아. 맞아.”
게다가 최연승의 이미지가 만만해 보이는 데에 더 한몫 했다.
다른 성좌의 권속들이 분노의 주먹질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최연승은 권속들을 말리고, 헌터들을 구하고, 시민들을 대피시켰다.
덕분에 일반인들 사이에서 인기는 치솟았지만 의원들이 보기에는 영락없는 호구가 따로 없었다.
“그 자는 나카오 코헤이 같은 헌터지. 자기가 정의롭다고 착각하는 멍청이. 앞에서 사람들을 구해달라고 눈물만 흘려주면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어. 그런 자들은 눈물에 약하다니까.”
“차라리 나마하게 클랜 놈들을 주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 놈들이 아주 괘씸해. 최연승 헌터를 멋대로 부른 것부터 시작해서 명령까지 거부하다니.”
“여러분. 최연승 헌터를 얕보시면 안 됩니다. 제 부하들은 최연승 헌터에 대한 분석을 이미 끝냈습니다. 그는 무서울 정도로 냉정한 전략가입니다.”
“…!??”
의원들은 마츠오카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들은 다른 성좌들이나 반항하고 있는 일본 내 클랜들을 신경 쓰고 있었는데, 최연승이 그 정도라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얼핏 어리석어보이는, 최연승 헌터의 일련의 행동들은 고도로 계획된 행동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그 드래곤 황이 최연승 헌터를 후계로 삼았을 때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수군거렸습니다.”
“친분 관계 때문 아니었나? 빚진 게 있어서…”
“아닙니다. 드래곤 황은 최연승 헌터의 능력을 정확히 꿰뚫어 본 겁니다.”
“…!”
“실제로 최연승 헌터가 드래곤 인더스트리를 맡고 나서 드래곤 인더스트리의 실적은 눈에 띄게 향상되었고 시장 점유율은 더욱 더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최연승 헌터는 스스로의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줄 알고 있습니다. 한국이나 중국,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까지도. 수많은 A급 이상 몬스터들과 싸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냥… 거절 못하는 호구가 아닌가?”
“잘 생각해보십시오. 나마하게 클랜이 최연승 헌터를 초대하고, 각 성좌의 권속들이 감히 총리 각하의 명령을 무시하고 멋대로 레이드를 시작하고, 심지어 일본의 헌터들을 공격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최연승 헌터는 한 번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 모든 걸 누가 주도한 거겠습니까?”
“…최연승 헌터가…!”
의원들은 등골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그냥 정의롭고, 일반인들의 고통을 참지 못하는 한 명의 갖고 놀기 좋은 헌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그 드세게 날뛰는 성좌들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게 최연승이었다니.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이 정치판에서 나름 산전수전 겪은 의원들이었지만 두려움부터 샘솟았다.
인간이 감히 성좌들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을 줄이야.
“이제 곧 협상이 시작됩니다만, 협상 때 최연승 헌터를 주의하셔야 합니다. 그는 또 한 번 성좌의 권속들을 화살받이로 내세우고 뒤에서는 음험하게 전략을 꾸밀 것입니다.”
“으음!”
“명심하겠네.”
의원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대답했다.
마츠오카의 말을 들으니 납득이 갔다.
이 모든 상황이 왜 이렇게 나쁘게 흘러가나 했더니, 뒤에서 그걸 꾸미고 있는 자가 있었던 것이다.
‘무서운 놈 같으니!’
‘그런 선량한 얼굴을 하고서.’
‘A급 이상 몬스터들은 아무리 A급 헌터라도 목숨을 걸어야 할 텐데, 그것 때문에 자기 목숨을 걸다니. 정말 무서운 놈이다.’
* * *
협상은 은밀하게 이루어졌다.
정부의 몇몇 인사들만이 아는, 성좌의 권속들을 대접할 때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원에 최연승 일행은 초대받았다.
바르바기는 앉아 있는 관료들을 보자마자 입을 열었다.
“일단 네놈들 우두머리의 목을 내와라.”
“……”
새파랗게 질리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최연승은 속으로 혀를 찼다.
협상을 어느 누가 이렇게 한단 말인가.
‘뭐지?’
최연승은 위화감을 느꼈다.
관료들이 두려움에 찬 눈빛으로 최연승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 바르바기가 말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