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536)
536화
오다이곤이 최연승까지 부를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지금 파커 그룹 때문에 난리입니다.”
대기하고 있던 비서진들은 최연승이 나타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혼란스러운 상황일수록 S급 헌터의 존재 유무는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초유의 상황이라면 더더욱.
[의 다섯 번째 왕국이 그 위용을 자랑합니다!]“저번에 어비스 레이드 때 문제를 일으켜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라는 것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문제가 커졌나보군. 어떤 상황이지?”
“무력 충돌이 몇 번 일어났고, 지금도 교전 중인 곳이 있다고…”
[이 지구에 숨겨져 있던 궁전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도전을 환영…]이 자꾸 뭐라고 어비스의 성좌들에게 선언하고 있었지만, 최연승은 성가신 표정으로 무시했다.
지금 더 급한 것들이 있었던 것이다.
“싸우고 있다고?”
“예.”
레이드 시대.
헌터들이 소속된 클랜들이나 그 클랜들을 거느리고 있는 대기업들의 무력은 엄청나게 상승했다.
사실상 준군사조직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보면 더 위험한 것이, 헌터들은 기존의 경찰이나 군대의 전력으로 막기 힘들었던 것이다.
헌터를 막을 수 있는 건 정부에 소속되어 있거나 협력하는 다른 헌터들밖에 없었다.
실제로 1세대 때 헌터 출신의 난동이나 테러가 터질 때마다 기존의 피해보다 몇십배 많은 피해가 일어나곤 했다.
그렇기 때문에 각국 정부들도 클랜이나 클랜을 거느리고 있는 대기업들을 대할 때는 상당히 조심했다.
이번 어비스 레이드 건도 그랬다.
현장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파커 그룹을 과의 협조로 고발했을 때만 해도 미국 정부는 빠져나갈 기회와 협조할 기회를 충분히 주었다.
파커 그룹이 거느린 클랜이 몇 개인데 괜히 전원 엄벌 같은 강경책을 펼쳤다가 민간 피해라도 나오면 골치 아파지는 것이다.
-적당히 책임질 놈 찾아서 꼬리 잘라내면 우리도 눈감아주겠다.
이런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되었으리라.
많은 사람들이 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파커 그룹은 뭘 잘못 먹었는지 찾아온 헌터관리국 요원을 공격해서 쫓아내더니 감시하고 있던 수사관들도 모조리 쫓아냈다.
당연히 수사관들은 지원을 불렀고, 파커 그룹은 거기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자기네들 휘하 클랜을 동원해서 맞받아쳤다.
그 결과 파커 그룹의 사옥이 위치한 도시의 시가지에서 교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무슨 반란이라도 일으키겠다는 생각인가?”
옛날이었다면 개인이 반란을 일으켜서 새로운 나라를 세우겠다는 소리가 미친 소리처럼 들렸겠지만, 레이드 시대에는 그렇게까지 미친 소리가 아니게 되었다.
각성자가 가진 초월적인 능력은 그런 말에도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실제로 몇몇 나라들 중에는 혼란을 틈타 헌터나 클랜들이 세운 나라가 있었다.
“파커 회장이 그렇게까지 무모한 인물은 아닐 텐데… 미국 내에서 그런 짓을 했다가는 잃을 게 한두가지가 아닐 겁니다.”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잖아. 원래 야심 가득한 인물이고. 요즘 손발이 다 잘렸으니 그런 꿍꿍이를 꾸밀 수도 있다고.”
비서들의 의견도 갈렸다.
이런 무모한 짓을 벌이기에는 잃을 게 너무 많다는 의견과, 동시에 그 성격에 요즘 같은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을 거라는 의견으로.
듣고 있던 최연승은 말을 자르고 들어갔다.
“그만. 지금 얼굴도 안 보이는 사람의 속마음을 맞출 필요는 없다. 해야 할 일만 정리하도록 하자고.”
“지금 계속 지원 요청이 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최연승 헌터께서 직접 참가해주셨으면 하는 모양인데…”
비서들은 눈치를 보며 말을 전했다.
아무래도 S급 헌터, 그것도 대인전에서 그 능력이 더욱 극강해지는 최연승은 이런 상황에서 가치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런 상황에 참가하는 걸 좋아하는 헌터는 없었다.
몬스터는 정해진 공략법이라도 있지, 같은 헌터를 상대하는 건 그거대로 위험한 일인 것이다.
잘못 걸리면 상위 등급의 헌터라도 숨통이 끊길 수 있었다.
“그래. 내가 직접 가도록 하지.”
“…!”
“!!!”
비서들은 정말로 놀랐다.
이제까지의 행적 때문에 설마 싶었는데, 정말로 참가할 줄이야.
“그러셔도 되겠습니까?”
“뭘 새삼스럽게 그러나.”
성좌가 인간인 척하고 헌터들 제압하는 일인 만큼 그리 자랑스럽거나 비장한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비서들은 매우 감명 받은 표정으로 말했다.
“최연승 헌터께서 존재하시는 건 저희 온 인류에게 행운입니다.”
“S급 헌터이신 게, 그리고 그런 분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다른 헌터들이 발을 뺄 때, 최연승은 민간인들을 지키기 위해 참가한다.
감동스러울 뿐이었다.
‘존재력 좀 수급하려고 이러는데 쓸데없이 말이 너무 많군.’
최연승은 아이네에게 말해둬서 앞으로 쓸데없는 리액션은 좀 금지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황경룡 때 비서들에게 ‘내가 무슨 말만 해도 감탄한 표정으로 반응해라!’같은 명령이 내려온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저런 반응이 나올 리가 있겠는가.
* * *
밖에서도 당황하고 있는 만큼 파커 그룹 내부의 반응도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웠다.
직원들보다 고위직에 앉은 임원들의 반응이 더욱 그랬다.
-이거 잘못 엮였다가 나까지 같이 휘말려드는 것 아닌가?
-설마 파커 회장이 아무 생각도 없이 이런 일을 저질렀겠나? 말한 것처럼 당연히 믿는 구석이 있겠지. 기다려보게.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는가하면 ‘이 정도로 강하게 나서는 걸 보면 믿는 구석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판단하는 사람도 있었다.
믿는 구석이 있어야 이런 식으로 강하게 대응하는 것도 가능했다.
선공을 당한 상대가 먼저 사과하게 만들려면 더더욱!
-그러니까 그 자세한 계획을 듣고 싶은 것 아닌가!
-회장이 독단적으로 구는 게 이번 처음이었나? 이탈하고 싶으면 이탈하게. 괜히 분위기 흐리지 말고.
파커 회장은 워낙 독단적인 인물이긴 했지만, 이번만큼은 넘어가지 않는 사람들이 여럿이었다.
아무래도 상황이 커질대로 커진만큼 자세한 설명을 듣지 않으면 안심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불만이 많은가보군.”
“!”
복도에서 떠들고 있던 임원들 앞에, 알렉스 파커가 모습을 드러냈다.
노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온갖 시술과 영약으로 전혀 나이를 짐작할 수 없었다.
활활 타오르는 눈빛은 나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임원들을 겁에 질리게 만들었다.
“아, 아닙니다. 회장님.”
“그러고 있을 시간에 빨리 클랜들이나 동원하는 게 좋겠군. 클랜들에게 압박을 넣어라. 요청을 거절할 경우 모든 지원을 끊겠다고 말해.”
“예… 예!”
회장이 할 말을 마치고 사라지자, 임원들은 가쁜 숨을 내쉬었다.
“멀쩡하지 않소? 누가 쓰러졌다고 헛소문을…”
“상황이 상황이라 그런 소문이 돈 거겠지. 매우 멀쩡하시군.”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회장이 쓰러졌다는 건 확실히 헛소문이 맞았다.
“잘… 하셨습니다…”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온 회장은 거대한 달팽이처럼 생긴 권속, 타르두스를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
어비스 레이드가 끝나고 크리스 애런은 회장을 찾아왔다.
물론 회장도 기다리고 있었다.
동원 가능한 헌터들을 전부 대기시키고.
당연히 찾아오면 찢어죽이기 위해서였다.
무슨 재주를 부려서 부활했나 싶었는데 악신 성좌와 계약했다니.
-죽여버려라!
크리스 애런은 A급 헌터가 포함된 전력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신 같이 찾아온 권속 타르두스와 함께 헌터들을 도륙했다.
설마 A급 헌터까지 포함된 전력으로 제압당할 줄 몰랐던 파커 회장은 그대로 포로가 되었다.
타르두스는 간단하게 제안했다.
-우리와… 손을 잡고… 강해지시겠습니까… 아니면 이 자리에서… 죽으시겠습니까…
-나보고 악신 성좌와 손을 잡으라고? 정신이 나간 거냐?
-어리석은 인간이여… 흐름을 보십시오… 악신 성좌들의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지구는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어느 편에 서는 게 옳겠습니까…
악신 성좌들의 침공은 한 차례로 끝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지구의 상황은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당장 이번 악신 성좌들의 침공만 해도 그랬다.
전력을 다해 복구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일어난 피해는 아직도 회복되려면 멀어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악신 성좌들의 침공이 몇 번만 더 이어진다면?
물론 강한 헌터들이나 클랜들은 살아남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세계의 경제는 박살이 날 게 분명했다.
온갖 기근과 역병이 몰려오는 시대.
그런 시대라면 악신 성좌의 손을 잡고 군림하는 것도 최악의 선택지는 아닐지도 몰랐다.
-헛소리군. 아직까지 지구도 제대로 점령하지 못한 성좌의 말 따위에 속진 않는다.
파커 회장은 속마음을 숨기고 말했다. 그러나 타르두스는 이미 상대의 속마음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필멸자가 노회하고 재주를 부려봤자, 존재 자체가 너무나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당신의… 마음은… 이미 응하고 있습니다… 대답하십시오..
-나는 네놈들이 협박해서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거다.
-마음대로… 생각하십시오…
파커 회장은 정신을 차리고 현재로 돌아왔다. 타르두스가 앞에 있었다.
“인간 각성자들이 물러갔습니다…”
“한동안 시간을 끌겠지.”
제압하려던 헌터들이 물러갔으니, 이제 저쪽에서 이런저런 일들로 시간이 끌릴 것이다.
파커 회장은 이런 일들에 대해서 아주 잘 알았다.
서로 책임을 묻고 시말서를 올리고 더 동원 가능한 클랜들을 확인하고…
그 동안 가만히 있으면 저쪽도 서두르진 않으리라.
“아닙니다… 더 찾아올 놈들이 있습니다…”
“??”
“인간 각성자들 중에서도… 성좌들의 권속이고… 충성스러운… 그런 자들은… 찾아올 겁니다…”
파커 회장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빌어먹을 놈.’
“그 놈을 처리할 수 있겠지?”
“글쎄요…”
애를 태우는 타르두스의 모습에, 파커 회장은 티를 내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쾅!
밑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침입자가 왔다는 신호였다.
타르두스와 회장은 같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최연승을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이사벨라 메이어다! 이사벨라 메이어가 헌터들을 이끌고 왔다!”
“A급 헌터다! 비상이야!”
“……”
“……”
파커 회장은 타르두스를 쳐다보았다. 타르두스는 못 본 척 무시했다.
* * *
주변은 이미 누가 봐도 한 차례 싸움이 벌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최연승을 따라 온 헌터들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사벨라 메이어 헌터가 먼저 돌입했다고 합니다.”
“일처리를 이상하게 하는군. 요청을 했으면 최소한 정보 공유는 해줘야 하지 않나?”
최연승은 국토안보부 차관을 향해 말했다.
힐책에 가까운 질문이었다.
차관은 벌벌 떨었다.
건물 안에서는 다른 부하들을 얼어붙게 만드는 서릿발 같은 위엄을 흩뿌리는 차관이었지만, 최연승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아… 아닙니다.”
“뭐가 아니라는 건가?”
“저희가 요청을 한 게… 아닙니다!”
“요청을 하지 않았다니. 그러면 설마 요청도 받지 않았는데 자기가 헌터를 끌고 와서 멋대로 공격했다는 소리인가?”
최연승은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누군가 죄를 지으면 경찰이 오거나 최소한 허가를 받고 동원된 클랜들이 왔다.
지나가다가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자기가 끼어들어서 공격하면 그건 법을 집행하는 게 아니라…
‘그냥 미친놈이잖나.’
“예…”
“…미국인들은 이해할 수가 없군.”
차관은 미국인들이 다 그렇지는 않다고 변명하고 싶었지만, 분위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