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12
◈ 112화. 네가 왜 여기서 나와? (3)
티아라의 은신처이자 이제는 성좌들의 모임터로 변해버린 그곳에서, 흑록은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그는 스마트폰에서.
[미국 계약자 협회의 테러! 도대체 누가?!]“……당했다고?”
뉴스를 보고 있었으니까.
“…….”
물론 그 뉴스에 두 성좌가 당했다는 말은 그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계약자 협회가 테러를 당했다는 것과 더불어 흑백쌍귀의 사념이 전혀 들리지 않는 것만 하더라도 그 둘이 당했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렇기에 흑록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고.
“그러니까 굳이 왜 그 둘만 보내? 그냥 다 같이 가서 날뛰는 게 더 좋았을 텐데.”
그런 그를 옆에서 바라보고 있던 청아귀가 입을 열자, 흑록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솔직히, 그 두 녀석이라면 아무런 위협 없이 그 마석을 모두 챙겨 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거짓이 아니라 진심으로 흑록은 그 둘이라면 계약자 협회에서 물건을 빼 올 수 있다 생각했기에 일부러 전체가 몰려가는 것이 아닌 그 둘만 보낸 것이었다.
고작 이런 일로 전체가 물려간다면 흑록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흑백쌍귀는 자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육체가 소멸해 버리고 말았다.
어제부터 몇 번이나 흑백쌍귀에게 사념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무런 답변을 하고 있지 않았으니까.
‘……계약자들이 흑백쌍귀를 처리할 정도로 강하다고?’
물론 그 둘이 죽기 전에도 화차나 홍귀가 계약자에게 쓰러진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화차나 홍귀 같은 녀석들과는 다르게, 흑백쌍귀는 한 명씩이면 모르겠으나 둘이 모여 있으면 나름의 강자라 생각할 정도로 그 둘은 꽤 강했다.
특히 흑귀의 사안과 백귀의 환안의 조합은 300년 전, 아니- 300년 전을 넘어선 지난 세계에서도 많은 이들을 학살했던 전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300년 전의 세계보다도 못한 이곳에서 죽임을 당했다?
고작 이런 간단한 임무 하나 완수하지 못하고?
“……뭔가가 이상해.”
그렇기에 흑록은 뭔가가 조금 잘못된 것이 아닐까 싶은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XXXX
300년 전, 김주혁은 하나의 무관을 열었다.
무신문(武神門)이라는, 말 그대로 무술을 가르치기 위해서 만든 무관을.
그렇다면 김주혁은 어째서 무신문을 만들었나?
김주혁이 너무나도 착해 자신의 힘을 아무런 대가 없이 나누어 주기 위해서?
아니었다.
아니면 김주혁이 제자들을 꾸려 자신만의 세력을 만들기 위해?
또한 아니었다.
김주혁이 그때 당시 무관을 만든 이유는 그저 단순하게 ‘편하게 돈이나 벌고 싶다’라는 생각 하나 때문이었다.
물론 누군가는 그런 김주혁을 보며 어불성설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무관이라는 것은 돈을 벌 수는 있었으나 절대로 편하지는 않았으니까.
게다가 애초에 하나를 하기 시작한다면 무조건 확실하게 끝내야 하는 김주혁에게 있어서 제자를 가르치며 편하게 돈을 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김주혁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스스로의 성격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김주혁은 당장 앞만 보고 이야기하는 이들보다 훨씬 나중을 보고 있었다.
그래. 굳이 풀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김주혁이 자신이 현재 가르치고 있는 제자들을 전부 가르치고 난 뒤의 미래를.
더 확실하게 말해 김주혁의 계획은 이랬다.
당장 무신문을 만든 지금은 자신이 손수 움직여 제자들을 키운다.
그것도 열과 성을 다해서, 애초에 다시 가르치는 일 같은 것 없이 무조건 확실히.
그렇게 해서 제자들을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는 않을 정도로 키운 뒤, 김주혁은 그 제자들에게 또 제자를 들이게 할 생각이었다.
그것도 자신처럼 한 명이 아닌, 다른 무관을 만들어서 ‘도시’에 있는 무관들처럼 아주 많은 제자들을.
거기까지 가면 김주혁의 계획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제자들이 다른 제자를 또 들여 돈을 벌게 되면 김주혁은 그때부터 제자들이 꼬박꼬박 가져다주는 돈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활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었으니까.
이른바 초반에 조금 빡세게 노력해서 자신이 죽을 날까지 편안하게 사는 것이 김주혁의 목표였기에 그는 도시가 아닌 조금 외딴 곳에 무신문을 만들어 제자를 육성하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미 이전에도 두 명의 제자를 육성하고 있긴 했으나, 무신문을 만들고 나서 본격적으로 제자들을 육성했고.
자신의 눈앞에 부복하고 있는 투귀는 그가 무신문을 만들었을 당시 김주혁이 거두었던 제자 중 한 명이었다.
그때 당시의 김주혁은 자신의 안락한 노후를 위해 두 명의 제자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는 당장 무신문을 운영하기는 했으나 무신문으로 들어오는 수입은 전혀 없었기에 여전히 밖으로 나돌면서 이런저런 잡일을 처리할 때였다.
그리고 말 그대로 그런저런 잡일을 처리하다, 김주혁은 소심이를 만나게 되었다.
몸 여기저기에 여실하게 나 있는 상처의 흔적을 전혀 감추지 못한 채, 자신의 부모를 통해 헐값에 팔리고 있던 녀석의 모습을.
사실 그런 멸망한 세계 속에서 거래는 당연한 것이었다.
애초에 국가가 전복되었는데 인권이 어디 있겠는가?
약한 놈은 약한 대로 잡아먹힐 뿐이고.
강한 놈은 강한 대로 잘 살 뿐이다.
약육강식의 세계.
그것이 바로 300년 전의 세계를 잘 표현하고 있는 단어였고, 딱히 김주혁도 그런 세계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단 하나.
노예만 빼고.
다른 건 전부 몰라도 김주혁은 노예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관용을 고수했다.
이유는 바로 김주혁도 노예였던 적이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김주혁은 자식을 여기저기 헐값에 넘기려고 하는 부모에게서 녀석을 빼내 제자로 삼았다.
마침 그에게는 당장 가르치고 있는 녀석들 말고도 더 가르칠 제자가 필요한 시점이었으니까.
물론 두 명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김주혁은 충분히 귀찮았다.
그러나 향후의 수입을 생각해 봤을 때는 무조건 더 제자가 필요했기에 김주혁은 소심이를 제자로 들였다.
그것이 바로 현재 투귀로 불리고 있는 녀석이 김주혁의 제자가 된 계기였고.
김주혁은 그렇게 간만에 만나게 된 그녀에게 여러 가지 안부를 물었다.
자신이 죽고 나서는 어떻게 됐는지.
마찬가지로 지난 300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안부를.
그에 녀석은 정말 성실하게 답변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다른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목소리가 들렸다고 했으며.
두 번째 질문의 경우도 그녀는 김주혁의 물음에 착실하게 답했다.
답했는데-
“음……. 그러니까 180년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180년 전?”
“예. 그때 당시에 자신이 검술의 최강이며 떠들던 사무라이가 있기에.”
“있기에?”
“죽였습니다.”
“……?”
“그리고 140년 전에…… 세계적으로 자신을 최강의 집단이라고 소개하던 ‘존신’이라는 집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몰살시켜 버렸습니다.”
“…….”
김주혁이 순간 멍한 표정으로 투귀를 빤히 바라보자 여전히 부복해 있는 상태로 슬쩍 고개를 갸웃거린 녀석은 이내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무엇인가 알았다는 듯 ‘!’를 띄우곤 이야기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오래전의 이야기를 해드렸군요.”
“……확실히 140년 전 이야기는 오래된 이야기긴 하지.”
김주혁의 동의에 투귀는 또 한번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야기했다.
“그러면 대충 30~40년 전 이야기입니다.”
“그건 뭔데?”
“그때 즈음에 혈사자라는 악인집단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자신들이 이 세계에 다시 없을 최강이라고 떠들고 다니기에 모조리 죽여 버렸습니다.”
“…….”
“그 이외에 대충 10년……에서 20년 정도 전에도 ‘THE ONE’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는 머저리가 최강이라고 스스로 떠벌리고 다니기에 죽여버렸습니다.”
-그것이 근황 보고가 아닌, 살인 보고라는 것이 왠지 모르게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 녀석들은 왜 죽인 건데?”
잠시 생각하고 있던 김주혁이 이유를 묻자 그녀는 매우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 녀석들은 너무 건방졌습니다. 감히 스승님에게만 허락된 ‘최강’이라는 칭호를 자기 멋대로 쓰다니요.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분명 온몸을 가리고 있는 갑주를 입고 있음에도 들려오는 분노 어린 목소리.
그 순간 김주혁은 300년 전 자신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을 곰곰이 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때의 김주혁은 스스로 객관화해서 생각해 보기에 조금 오만하기는 했어도 저렇지는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김주혁은 또 한번 잠시 고민하곤 이야기했다.
“잠깐, 그런데 그렇게 죽여버렸다는 건 최강이라고 말한 녀석들은 다 죽여버리고 다녔다는 거야?”
“아닙니다.”
“그럼 뭔데?”
“우선 남이 최강이라고 띄워주는 이들을 메인으로 지켜보다가 본인들도 오만하게 최강이라는 수식어를 스스로에게 붙이면 죽여 버렸습니다.”
“……나름대로의 철칙이 있었구나.”
김주혁의 말에 투귀는 고개를 끄덕이곤 이야기했다.
“그래도, 역시 스승님은 이전과 달라지신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어느 면에서?”
“그렇게 상냥하신 점에서 바뀌신 게 없는 것 같습니다.”
“…….”
척 보기에도 굉장히 날카로운 투구를 쓰고 그렇게 이야기해 봤자 딱히 와닿는 것도 없을뿐더러 무엇보다 김주혁은 상냥함이랑은 거리가 멀었다.
‘……상냥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나?’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김주혁은 300년 전을 회상해봤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김주혁은 그런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은 없었으니까.
오히려 그가 자주 들었던 별명은 폭군이나 도살자라는, 상냥함과는 거리가 굉장히 떨어져 있는 별명뿐이었으니까.
그렇게 한동안 생각을 이어나가던 김주혁은 이내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다른 화제에 대해 말을 꺼냈다.
더 정확히는 다른 제자들에 관한 이야기.
녀석은 김주혁의 이야기를 잠시간 듣고 있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정말 스승님께는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저도 다른 이들에 대한 소식은 아직까지 접한 게 없습니다.”
“그래?”
“정말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꾸벅 숙이는 투귀.
김주혁은 정말 새삼스레 그녀가 단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짜 옛날이랑 똑같네.’
매사를 전부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부터 시작해서 딱딱한 말투까지.
그렇기에 김주혁은 피식 웃음을 짓곤.
“아니 됐어, 어차피 다른 애들이야 느긋하게 찾으면 되는 거였고, 사실 지금 당장은-”
이내 그렇게 이야기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네가 필요한 시점이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