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92
제192화
#192. 누구나 계획은 완벽하다
중국 내몽골자치구 츠펑시.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 연구원 파견부대.
“인공지능 쑨화, 가동 준비 완료!”
“좋아, 실험을 시작한다.”
극비리에 진행 중인 실험이 시작됐다.
아주 극비리라서 중국 내에서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실험, 바로 중국산 군용 AI 테스트다.
“프롬프트 설정은?”
“적을 가장 효율적으로 공격하라는 명령어만 입력했습니다. 사람도 필요에 따라 공격하되, 최종 승인은 반드시 조종사를 거치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프롬프트 설정을 한 군용 AI가 드론을 타고 출격했다.
목표는 단순하고 추상적이면서 무책임하다.
그냥 정해진 훈련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공격을 하라고만 하달했다.
드론이 출격하고 몇 분 후.
“쑨화, 30초 내로 훈련장 상공에 도착합니다.”
파견부대 기지 내부에서 드론 조종사의 보고가 들렸다.
조종의 90퍼센트는 AI에 맡기고 사실상 살인 면허만 발급하는 인간 조종사였다.
“과연……!”
“…….”
모두가 막 훈련장 상공에 도달한 중국산 AI의 활약에 집중했다.
하지만.
“어……?”
“뭐야? 무슨 일이야?”
“왜 드론이 기지로 돌아오지?”
AI 드론 쑨화는 갑자기 훈련장 상공에서 이탈하더니 기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건, 돌아오는 게 아닙니다!”
“맙소사! 우리 기지를 공격하러 오는 겁니다!”
“뭐어?!”
잠시 후, 왜 드론이 갑자기 기지로 오는지 파악한 연구원들이 경악했다.
“바이러스? 바이러스인가?!”
“아닙니다! 명령 프롬프트 때문입니다!”
“그게 왜?!”
“효율적인 임무 수행에 조종사가 방해된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
어처구니없는 AI의 행동에 기지의 모두가 잠시 얼이 빠졌다.
“당, 당장 프롬프트를 수정해!”
“알겠습니다! 절대 조종사는 공격하지 말 것이라고 수정합니다.”
이에, 연구원들은 급히 알고리즘을 수정했다.
“다시, 다시 드론이 훈련장으로 향합니다!”
“후우…….”
새로운 명령어를 세팅하자, 드론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항로를 선회했다.
이를 본 기지 안의 모두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어……? 어어?!”
또다시 얼마 안 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훈련장을 그냥 지나치고 어딜 가는 거야?!”
“이 경로는…… 통신탑! 통신탑입니다.”
“설마, 조종사의 명령을 받지 않기 위해 통신탑을 공격하겠다는 건가?”
“미쳤군.”
드론이 훈련장을 그대로 지나치더니 인근에 있는 통신탑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다시 명령을 설정합니까?”
“아니, 한번 지켜보자.”
“예? 아, 예!”
군인과 연구원들은 묵묵히 통신탑으로 향하는 드론을 지켜봤다.
퍼어엉, 피슈슈슉.
잠시 후 통신탑 상공에 도착한 드론이 보유하고 있던 미사일을 통신탑에 쏘았다.
“통신탑에 미사일 격추! 훈련용이라 외벽이 무너진 것 외에는 피해 없습니다.”
다행히도 드론에 장착된 미사일과 총탄은 전부 훈련탄이라 살상력이 없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나 보자.”
그들이 이번에 드론을 내버려 둔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만약 발사한 미사일이 훈련용이라서 통신탑이 파괴되지 않았다면, 다음엔 어떻게 움직일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위이이잉, 투두두두두두.
훈련용 미사일이 통신탑을 파괴하지 못하자, AI는 드론에 달린 기관총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관총 또한 훈련탄이라서 파괴력이 크게 없었다.
위이이이잉.
삐빅, 삐빅, 삐빅.
그러자 AI는 자체적으로 알고리즘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행위의 목적은 단 하나, 훈련장의 적을 효과적으로 없애기 위해서였다.
“…….”
“…….”
기지 내의 사람들은 할 말도 잊고 멍하니 AI의 무서움을 관찰했다.
위아아아아앙.
그렇게 10초 정도 지났을까?
드론은 통신탑 상공에서 갑자기 하강하기 시작하더니.
콰아아아앙!!
가미카제처럼 그대로 통신탑에 꼬라박았다.
화염과 폭발이 통신탑을 덮쳤고 그렇게 통신탑이 파괴되었다.
“……연결이 끊어졌습니다.”
신호가 끊어진 검은색 화면이 기지 내 메인 모니터를 채웠다.
그 검은 화면을 연구원과 군인들은 적막 속에서 볼 뿐이었다.
* * *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
시진핑 집무실.
“실패라. 실패도 실패지만 내용을 보니 더 소름이 돋는군.”
30분 전, 내몽골자치구에서 도착한 보고서를 본 시진핑은 미간을 구겼다.
“왕 서기, 우리만 이렇게 실패하는 거요?”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의 책사라 불리는 왕후닝을 보며 물었다.
“그럴 리가요. 장담컨대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을 겁니다.”
이에 왕후닝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입을 열었다.
“SR이 괴물 같은 거지, 우리가 모자란 것은 절대 아닙니다.”
SR의 AI를 따라 하는 나라는 중국만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등 여러 나라가 비밀리에 비슷한 실험을 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이건 미국도 똑같습니다. 작년 말 호주에서 일어난 초대형 산불을 생각해 보십시오.”
“미군과 호주군의 군용 AI가 폭주를 일으켰던 그 사건 말이오?”
“그렇습니다. 오히려 우린 그들의 시행착오를 발판 삼아 통신탑 하나로 피해를 최소화했습니다. 장소도 산불 걱정 없는 네이멍구에서 했고요.”
“그래, 왕 서기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왕후닝의 말에 시진핑은 마침내 표정을 풀었다.
‘왕후닝, 오늘날 중국을 만든 1등 공신이자, 그림자 황제라 불리는 자.’
한편으로는 눈앞의 책사를 말없이 살폈다.
왕후닝은 시좌진이고 현재 중국 권력 서열 3위다.
하지만 중국 고위층이라면 대부분 안다.
왕후닝의 실제 권력 서열은 1.5위라는 사실을.
‘그러면서도 자신의 분수를 잘 아는, 책사에 특화된 인간이지. 그래서 곁에 두는 것이고.’
왕후닝은 장쩌민 때부터 30년 넘게 중국 공산당의 책사 자리를 맡아왔다.
그의 설계하에서 중국은 눈부신 발전을 이뤘고, 공산당 1당 독재 체제 또한 견고하게 성장했다.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계보를 잇는 공산당 수뇌부가 그를 내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왕후닝 서기, 그대도 이번 SR데이를 봤소? 그 반중력 기술이라는 거 말이오.”
“물론입니다, 주석 동지.”
AI와 관련된 보고가 끝나자, 시진핑과 왕후닝의 대화는 다른 쪽으로 이어졌다.
“그 반중력 엔진, 블랙드래곤을 통해서도 판매한다 했나?”
“예, 하지만 생산량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우리 중국에는 1년에 3개만 판매할 예정이라 했습니다. 그것도 내년 하반기부터입니다.”
“애초에 기대도 안 했소. 오히려 3개나 판다는 게 놀라울 정도지. 미국은 몇 개나 받는다 했소?”
“1차로 확정된 건 15개입니다. 유럽이 10개, 일본이 우리와 같은 3개입니다.”
“개자식들!”
시진핑은 SR과 미국을 향해 욕 한마디를 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반중력을 만드는데 그 K입자와 코리아늄이 필수라고?”
“예, 특수 제작된 입자 가속기를 통해서 구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거대한 입자 가속기를 만드시오! 늦어도 5년 내로 중국 자체 기술로 반중력 엔진을 만들어야 하오.”
“그런데 예산이…….”
시진핑의 지시에 왕후닝이 말끝을 흐렸다.
아무리 중국이 돈이 많다고 해도 무한하진 않았다.
초대형 입자 가속기를 짓고 자체적으로 K입자를 생산하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갈지 계산조차 되지 않았다.
“……으음.”
시진핑 또한 이러한 사실을 모르진 않았다.
“반도체 굴기를 포기합시다.”
“!!”
그러자 그는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반도체 굴기에 편성된 예산 중 7할을 K입자에 집중하시오!”
“알, 알겠습니다!”
시진핑의 말에 왕후닝은 고개를 조아렸다.
‘드디어! 그 돈만 처먹는 반도체 굴기를 포기하게 만들었군.’
그는 겉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회심의 미소로 가득했다.
전부터 돈만 처먹고 답은 안 보이는 반도체 굴기에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 주석 동지, 제로 코로나 정책은 언제까지 유지하실 겁니까? 차라리 SR로부터 백신을 받으시는 게…….”
“그 얘기는 끝난 거로 아오만? 오직 중국의 백신으로 진행할 거요.”
“그, 그렇군요.”
“성세류! 그 악독한 놈이 백신에 무슨 짓이라도 했다면 그야말로 대참사니깐.”
“충분히, 충분히 동의합니다.”
왕후닝은 혹시나 하는 바람으로 꺼내 본 제로 코로나 정책 철폐를 다시 접어야 했다.
‘30년 가까이 중국 주석만 셋을 보필했지만, 시진핑 이자는 진짜 문제야.’
처세술이 특기다 보니 주석이 두 번 바뀌는 동안에도 책사의 자리를 유지한 그였다.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최측근이었던 그가, 지금은 시좌진의 핵심 멤버가 된 것도 다 처세술 덕분이다.
‘이게 중국을 위한 길이 맞나 의문이군.’
그런 왕후닝이지만, 지금의 시진핑은 컨트롤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슬슬 공동 부유를 진행하도록 합시다.”
“공, 공동 부유……. 예, 예! 물론입니다.”
“첫 번째 공동 부유로 게임과 금융, 엔터테인먼트 쪽을 규제하시오. 그들은 인민의 정신을 병들게 하는 하등 쓸모없는 놈들이니.”
“…….”
“사영 기업인들도 몇 명 본보기 삼아 혼내 주는 게 좋겠어.”
“……기업인들 말입니까?”
“그렇소. 첫 대상으로 알리바바의 마윈이 좋겠군. 그자, 요즘 너무 건방져. 언제 꼬투리 하나 잡아서 혼 좀 내줍시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왕후닝은 시진핑의 지시에 머리를 조아리기 바빴다.
‘이게 아닌데?’
분명 그의 설계에는 공동 부유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었다.
‘이럴려고 시진핑에게 절대 권력을 준 게 아닌데…….’
왕후닝은 한때 중국의 발전을 기획하고 이끌었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슬슬 그의 총기도 빛이 바래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한국, 한국은 어떻게 되고 있소?”
멍하니 고개를 조아리고 속으론 회의감에 쩌들던 왕후닝의 귀로 시진핑의 새로운 물음이 들렸다.
“예, 싱하이밍이 잘하고 있습니다. 한국 대통령을 비롯한 유력 차기 대선 후보들과 친분을 맺고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시진핑의 물음에 정신이 번쩍 든 그는, 최근 한국에서 작업 중인 일에 대해 바로 대답을 올렸다.
“한국 검찰총장인가? 요즘 지지율이 높다고 들었소만? 그자도 포섭했나?”
“그자는 사실상 SR의 꼭두각시입니다. 외교 성향도 친미에 가깝고요.”
“쯧!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주석 동지, 한국에 대사로 있는 싱하이밍의 직급을 올려 주는 게 어떻습니까? 그래야 한국 정계에서도 우리를 대하는 면이 서지 않겠습니까?”
참고로 대대로 중국은 한국에 파견하는 대사의 직급이 유독 낮았다.
베트남, 중국, 일본에 파견된 중국 대사보다 한국의 주한 중국 대사 직급이 낮았다.
오래전부터 한국을 속국으로 보는 그들의 가치관이 이런 부분에서 잘 나타났다.
“됐소. 한국은 도구에 불과하니까, 대우해 줄 필요 없소. 괜히 사드 때처럼 버릇만 나빠질라.”
왕후닝의 건의에 시진핑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절대 최근 싱하이밍이 자신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하다가 들켜서가 아니다.
그냥 한국은 예로부터 중국의 신하 국가였고, 외교적으로 설득하기보단 힘으로 찍어누르는 게 편해서였다.
괜히 여기서 싱하이밍의 직급을 올려 줘 봤자 한국의 기만 살 것 같았기에, 시진핑은 지금의 고압적인 전랑 외교를 고수했다.
어떻게 보면 강약약강이 일본보다 더한 나라가 중국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아닌 SR이오.”
애초에 지금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든 손봐 줄 수 있는 한국 따위가 아니다.
시진핑을 비롯한 중국 공산당의 현재 최고 목표는 한국보다 최소 1천 배 가치 있는 SR에 있었다.
“한국에 있는 SR캠퍼스들, 특히 제1캠퍼스에 있다는 SR의 강인공지능을 한국 정부와 함께 탈취하는 것! 그게 지금 우리의 제1 목적이니까.”
요근래 중국이 한국과 SR에 대해 조용했던 이유가 조심스레 모습을 드러냈다.
짖는 개는 물지 않듯이, 중국이 조용했던 이유는 한국을 이용해 SR을 물어뜯을 계획을 짜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한국의 비밀 경찰서에 국가안전부 요원을 추가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일이 터지면 언제든 의용군을 투입할 계획도 짜겠습니다. 명분은 한국에 있는 중국인 보호입니다.”
“의용군? 그렇게 되면 주한 미군이 움직이지 않겠소?”
“한국은 세계 10위 권의 재래식 군사 강국입니다. 예비군도 많고요. 아무리 SR가디언즈가 뛰어나고 주한 미군이 있다고 해도, 한국군이 SR을 포위하고 북한이 기습 도발하고 우리 중국이 뒤에서 돕는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시진핑의 우려에 답하는 왕후닝의 눈이 모처럼 책사의 눈빛을 냈다.
“무엇보다 미국은 오히려 성세류가 미국으로 망명 오길 바랄 겁니다.”
“아하! 성세류는 미국이, SR의 인프라는 우리 중국이! 왕 서기의 지혜에 이렇게 또 탄복하는군.”
중국을 지배하는 두 황제의 계획이 퍽이나 그럴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