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83
제83화
#83. 요란한 새해 (2)
“SR인더스트리의 성세류 회장과 김세라 비서실장도 전승절 행사에 꼭! 동행해줬으면 합니다.”
“아? 난 또 뭐라고. 어차피 대통령 순방에 기업 총수들도 붙을 예정입니다. 그때 꼭 요청해 보겠습니다.”
중국 대사의 말에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관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한국 관료들의 태도가 못내 불안했는지 중국 대사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
“예예, 알겠습니다. 하긴 지난번 성 회장이 해외 순방할 때 중국은 방문 안 했었지요? 서운할 만합니다, 하하하.”
아직 중국 대사의 말을 이해 못한 대통령과 관료들은 그저 해맑게 무책임한 대답을 내뱉을 뿐이었다.
“그으…….”
대사는 결국 조심스러운 뉘앙스로 말을 추가했다.
“성세류 회장과 김세라 비서실장의 방중은 저희 시진핑 주석께서 직접 전하신 부탁……입니다.”
사실상 명령에 가까운 지시였지만, 그는 양국의 우호를 위해 약간의 왜곡을 했다.
“시 주석님이? 알겠습니다. 나중에 SR인더스트리에 사람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대사의 입에서 시진핑까지 거론되자 이제야 관료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러고 보니 SR은 중국 진출이 좀 소극적이었지?’
‘확실히 중국이 애가 탈 만하지.’
‘중국이 이렇게 안달하는 기업이 우리나라 기업이라니. 자랑스럽군.’
‘전승절은 9월이고 지금은 1월이니까 서두를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공문은 미리 보내 두자.’
대통령과 관료들은 중국의 집요한 요청을 멋대로 해석했다.
그래도 이때까지 이들은 SR의 전승절 참가를 큰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
‘성 회장은 매우 친정부적인 사람이니까 흔쾌히 수락하겠지.’
일단 SR과 정부의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이참에 정부가 나서서 SR의 중국 진출 기회를 터 주자고.’
‘이거로 SR에 빚을 하나 더 올려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그들은 이 행동이 오히려 SR에게 큰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14억 시장 진출을 거부한다는 것은 그들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 * *
평화로운 새해 점심.
나는 막 점심 식사를 마치고 회장실 소파에 누워 있었다.
“드디어! 제 인스타 팔로워 수가 1천만 명을 돌파한 것이에요!”
그때 맞은편 소파에 누워 있던 세라가 벌떡 일어나더니 소파 위에서 방방 뛴다.
“천만 명? 아아 인스타 말이지? 난 또 팬클럽 말하는 줄 알았네.”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가 다시 누웠다.
“그 반응 뭐예요?! 제 팬클럽 ‘세라세라라세라’ 회원 수도 국내외 다 합쳐서 200만 명을 넘었거든요?”
이런 나의 싱거운 반응에 세라가 입을 삐쭉 내민다.
“어, 그래, 좋겠다.”
“헤에? 혹시 질투?”
“질투는 무슨…… SNS 팔로워는 내가 너보다 더 많아.”
“질투 맞네! 그러고 보니~ 우리 회장님은 팬클럽이 없네요?”
“애초에 기업인에게 팬클럽이 있는 게 이상해.”
“하지만 저는 팬클럽이 있지요.”
“내 팬클럽은 곧 SR이야.”
“와, 방금 되게 나르시시스트 같았어요.”
“시끄러워.”
“참! 제가 보고했던가요?”
“뭐가?”
“저번에 광고 모델 제안받은 거요. 그런데~ 광고주와 우리 관계가 참 곤란한 것이에요.”
분명 보고했다. 그리고 세라는 보고한 사실을 명확히 인지한다. 인공지능이니까. 한마디로 지금 저 말은 나를 자극하기 위함일 터.
“그 광고주가 신성의 신형 갤럭틱폰이었지? 이재영 이 인간을 진짜!”
그리고 나는 그녀의 의도대로 제대로 자극받았다.
“캬하하하하핳!”
“이번 전경련 모임 때 한마디 해야겠어.”
“참는 것이에요~. 나쁜 의도로 제안한 건 아니잖아요?”
“나쁜 의도 맞거든?”
“하지만 저는 기분이 안 나쁘니까 패스!”
그렇게 오늘도 세라와 티카티카를 하고 있는데…….
“어! 회장님!”
갑자기 세라의 표정이 사무적으로 굳었다.
“방금 청와대에서 공문이 왔어요. 모레에는 또 청와대 민정수석이 직접 방문 신청을 했고요.”
“내용이 뭔데?”
단순 청와대 공문이면 쟤가 저런 표정을 지을 리가 없다.
“중국이요.”
“아아…….”
세라의 대답은 비록 짧았지만, 나는 무슨 상황인지 바로 이해했다.
* * *
약 한 달 후.
2015년 2월 27일.
대한민국 서울 전경련 회관.
올해 첫 전경련 총회가 열렸다.
국내 굵직한 기업 총수들이 우르르 한자리에 모였고 그곳에는 가장 튀는 복장의 우리 SR도 있다.
“성 회장, 어서 와요.”
“김 비서실장은 갈수록 예뻐지네?”
“SR가디언즈는 볼 때마다 늠름하고 멋지더군.”
회색 가디언즈의 경호를 받으며 나와 세라는 전경련 총회에 참석했고, 총수들의 무수한 환영 인사를 한몸에 받았다.
“우리 회사도 SR처럼 유니폼을 의무화할까 생각 중이야.”
“CS도? 우리 미래 그룹도 유니폼 지급하려 했는데 빌어먹을 노조들이 반대하더군. 어휴!”
“이번 모임에서 로봇세 도입과 기본소득 현실화에 대한 의논도 해 봅시다. 우리 그룹에서 후원하는 연구소에서 낸 리포트가 있는데 결과가 꽤 흥미롭습니다. 단계별로 진행하면 생각보다 반발이 적을 수도 있다는 게…….”
간단한 인사를 마친 기업 총수들은 각자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작게는 기업 내부 정책부터 크게는 국제 정세까지, 주제는 다양하다.
“그나저나 중국 진출, 괜찮은 건가?”
“중국은 왜?”
“미국이 올해부터 사드 배치 가지고 엄청 우리나라 압박하는 거 같던데?”
“아아, 뉴스 들었어. 그나저나 사드가 도대체 뭐야?”
“미국은 왜 갑자기 사드 배치 얘기를 꺼내는 거지?”
“중국은 사드 배치하는 순간 가만있지 않겠다고 하고.”
“하긴, 현 정부 들어서 중국에 지나치게 프렌들리하긴 했지.”
“염병, 무슨 우리만 중국에 진출했나?”
“차이나 프렌들리는 미국 기업들이 더했지. 당장 애플만 해도……. 어휴, 나라에 힘없는 게 죄지.”
수출과 제조업으로 먹고사는 나라는 대개 기업인의 입김이 강하다.
그래서 이번 모임에서도 저들이 나누는 대화 한마디 한마디가 굵직하다.
‘귀엽다, 귀여워.’
물론 월드 클래스 전경련 네오제를 맛본 내 입장에서는 아기자기할 뿐이다.
“세류야!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이것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오는 이재영도 비슷할 터.
“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재영이 형.”
이재영이 내게 다가와 먼저 인사를 건네자, 나도 마찬가지로 인사를 건넸다.
사람이 참 넉살은 좋다. 나에게 목줄이 잡혔음에도 저렇게 해맑다니. 저어기 ZK 회장님은 나와 눈도 안 맞추려 하던데.
“김 비서실장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네~ 이 부회장님도요!”
이어서 이재영이 내 옆에 있는 세라에게 인사를 건넨다.
“…….”
그런 두 사람을 본 나는 문득 뭔가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렸다.
“참! 우리 김 비서와는 이미 새해 인사를 나누신 거 같던데?”
‘내 비서한테 갤럭틱 광고 모델 제안한 거 뭐냐?’라는 저의를 담아 이재영에게 물었다.
“아아! 왜냐면 내 자식들이 갤럭틱 대신 루나폰을 쓰고 있거든. 거기서 영감을 얻은 거지.”
이재영은 내 말의 저의를 바로 해석한 모양.
“내 아들과 딸은 루나 시리즈를, 김 비서실장은 우리 갤럭틱 모델을, 이렇게 교류하면 시너지가 좋지 않을까 해서……. 지, 진짜야! 그 외에 사심은 절대 없어!”
그는 슬슬 내 눈치를 보면서 해명했다.
“부회장님, 제안은 감사하지만, 다시 한번 사양할게요~”
짜게 식은 눈으로 이재영을 노려보는 나를 대신해 세라가 화답했다.
[와아! 저 이거 본 적 있어요. 한 여자를 두고 펼치는 두 남자의 신경전!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이 된 것이에요.]머릿속으로는 세라의 텔레파시가 동시에 전송되었다.
“…….”
나는 말없이 세라를 슬쩍 노려본 후.
“재영이 형.”
“어, 응?!”
이재영에게 뭐라 한마디 하려 했지만.
“하하하하! 여~ 성 회장!”
“정명구 회장님.”
내 말은 갑자기 끼어든 미래 자동차 그룹의 정명구 회장 때문에 이어지지 못했다.
“성 회장, 하하하하!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게.”
“정 회장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쇼.”
이 새해라는 것이 양력으로는 이미 2달 가까이 지났고 음력으로는 저번 주였으니까 아주 어색한 인사는 아니었다.
[전기차 때문에 온 게 분명합니다.]정 회장과 엉거주춤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세라가 텔레파시로 정명구 회장이 내게 온 이유를 전해 줬다.
그렇겠지. 자동차 그룹 회장이 나한테 말 건넬 게 뭐가 있겠어.
“성 회장, 전기차 준비는 잘돼 가는가? 공장 짓고 항구도 건설한다는 얘기는 전부터 들리는데 영 소식이 없는 거 같아서 말이지.”
아니나 다를까 전기차 사업 때문이다.
“자동차 사업이 확실히 힘들긴 하지?”
그는 다 안다는 투로 내게 물었다.
“확실히 난이도가 있긴 합니다.”
“하하하하하! 아무리 세기의 천재라고 해도 전기차는 시기상조이긴 해. 그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도 솔직히 말해서 거품이 너무 심하잖아?”
내가 자동차 산업이 어렵다는 듯한 뉘앙스로 답하자, 정 회장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저 아저씨는 뭐죠? 우리가 반도체 파운드리를 순식간에 성공한 걸 잊으셨나?]이런 정 회장의 말에 세라가 텔레파시로 투덜거렸다.
‘냅둬, 절로 힘숨찐 메타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데 고마워해야지.’
“하하하하…….”
나는 속으로 세라를 달래면서 작게 웃었다.
이런 내 웃음에 그는 더욱 의기양양해진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우리도 테슬라의 전기차를 구해서 분해해 봤단 말이지? 그러고 보니 SR에도 머스크에게 선물로 받은 모델 S가 있다고 했던가? 그럼 더 잘 알겠구만?”
전기차에 부정적인 정 회장의 뉘앙스.
“일단 마감부터가 조잡 그 자체더라고. 자네도 봤을 거 아닌가? 테슬라의 단차와 실내 구성들.”
실제로 미래차 임원들이 처음 테슬라 모델 시리즈를 보았을 때 임원 모두가 웃음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완성도가 매우 조잡하고 실내도 허전하기 그지 없었으니까.
“물론 테슬라의 제조 역량이 떨어져서 그런 것도 있겠지.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제조 원가야. 원자재 값이 전기차는 아직 부담스러워. 테슬라는 사실상 배출권으로 투자자들에게 사기 치고 있는 거지.”
심지어 이렇게 조잡하게 만든다고 해도 제조 원가가 매우 비싸게 계산되었다. 배출권을 팔아야만 적자를 간신히 면할 수준으로 계산되었기 때문.
“전기차는 시기상조야. 테슬라의 흑자도 배출권 때문에 가능했던 거고. 설령 SR에서 차량용 세라 배터리를 만들어 원가 부담을 해소한다 해도 여전히 장애물이 많아.”
그리고 이와 같은 분석은 한국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일본과 미국, 독일 등등 전 세계 자동차 업계 모두 비슷했다.
이 편견은 원역사의 2016년, 테슬라 모델 3가 양산되고서야 서서히 깨진다.
“일단 충전소부터 확충해야 하는데 SR스테이션만으로 그게 충당되겠어? 물론 SR에서 노리는 세일즈 포인트는 자율주행이 어느 정도 가능한 AI겠지.”
“…….”
“하지만 차는 원래 직접 운전하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 법이야.”
그는 SR이 아무리 대단한 기업이라고 해도 전기차는 힘들 거라고 확신한 모양이다.
“애초에 자신의 생명을 인공지능에 전부 맡긴다? 위험할 소리지. 차라리 수소차랑 하이브리드가…….”
‘무슨 도요타 임원과 대화하는 기분이군.’
아직 정 회장의 아들 정의만이 실권을 잡기 전이라서 그런지 매우 보수적이다.
그리고 이런 나와 정 회장의 대화를 이재영 부회장이 옆에서 말없이 보고 있다.
“…….”
마치 ‘어, 작년에 내가 저러다가 큰일났었는데……?’라는 듯한 표정이 그의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