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큭!”
“꺄아악!”
두 개의 비명소리가 울렸지만, 전장의 그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수, 숙부님!”
잉그리드가 구스타프의 팔을 바라보며 몸을 덜덜 떨었다.
“끄으윽!”
범인을 훨씬 초월한 마스터조차 견디기 어려웠는지 구스타프의 입에서 신음이 연신 흘러나왔다.
관절이 거꾸로 접히고, 상완과 하완이 부러져서 90도로 꺾였으니 그 고통은 상상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에 다렌은 침을 꿀꺽 삼켰다.
“손버릇도 나쁘군.”
“북부 쪽 사람들이 거친 경향이 있지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히 차를 음미하는 아렌에게 에드워드가 공손하게 대답하자, 잉그리드가 무시무시한 눈으로 쏘아보았지만, 에드워드는 태연하게 아렌의 찻잔에 차를 채웠다.
“흐읍!”
고통에 덜덜 떨던 구스타프가 숨을 들이시더니만 팔에 오러를 집중했다.
와지직!
“숙부님!”
“큭!”
신체 외부로 형상화된 오러가 이리저리 꺾이고 부러진 구스타프의 팔을 감싸더니만 접골을 시도했다.
까가각.
뼈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구스타프의 이마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고, 이내 팔이 제 모양을 찾았다.
“흡!”
오러가 팔 전체를 순환하고 자극된 세포가 자가 분열과 재생을 시작하니, 엉망으로 변해 버렸던 신경이 이어지고, 근육이 제 자리를 찾았다.
부러진 뼈가 붙지는 않았지만, 급한 대로 팔을 쓸 수는 있을 정도로 회복하는 모습에 아렌이 눈을 빛냈다.
“재주는 있구나.”
“……오만하군.”
단순하게 재주라고 부를 수는 없는 놀라운 수준의 오러컨트롤이었지만, 아렌의 눈에는 그저 쓸 만한 정도였으니, 구스타프의 마음속에 경각심이 크게 자리 잡았다.
그라인드의 괴물.
소문을 듣고 코웃음을 쳤던 그 실체를 눈으로 목격하니 절대 가벼이 여길 자가 아님을 실감한 것이다.
아렌을 제압해서 기사들을 살린다는 생각이 저 멀리로 사라졌다.
기사들은커녕 자신의 생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에 구스타프가 표정을 굳혔다.
“이제 제 주제를 아는 표정이 됐구나.”
“……전투를 멈춰 다오. 우리는 이대로 돌아가겠다.”
말과 함께 구스타프가 고개를 숙였다.
일반적인 기사라면 목숨대신 명예를 택하고, 그것이 마스터라면 그 긍지의 값어치는 절대적이다.
하지만 구스타프는 생존을 택했다.
살아만 있다면 기회는 있는 것이고, 지금은 물러날 때니까.
“……숙부님.”
긍지 높은 마스터의 굴욕적인 모습에 잉그리드가 입을 가렸고, 다렌은 고개를 돌렸다.
에드워드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고, 멸시의 눈빛으로 구스타프를 내려다보았지만, 구스타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희생이 있었지만, 지금이라면 기사단을 추스를 수 있을 것이다.
이빨기사단은 구스타프와 야코가 조련한 정예중의 정예.
그 전력의 값어치는 절대 작지 않았고, 구스타프는 게하르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기사단을 생존시킬 의무가 있었다.
“뻔뻔하군.”
“북주 사람들이 조금 그런 편입니다. 염치가 없지요.”
에드워드의 힐난에 구스타프의 눈가가 꿈틀거렸지만, 구스타프는 표정을 풀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들어 굳은 얼굴로 아렌과 눈을 맞추며 자신의 바램을 전달했다.
“크아악!”
“하하하! 죽어!”
지금 이 순간에도 선혈이 난무하는 연병장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었고, 마스터의 공간지각능력은 그것이 적의 것이 아님을 알게 해 주었다.
구스타프의 눈가에 핏발이 서서 흰자위가 붉게 물들었다.
처절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 표정에 잉그리드가 간절한 눈으로 아렌을 바라보았고, 다렌의 얼굴에도 간절한 표정이 떠오르던 그때, 아렌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너희는 가벼운 마음으로 왔느냐?”
탁.
찻잔을 내려놓은 아렌의 표정이 엄숙해졌다.
“머나먼 북부에서 대 인원으로 이곳까지 왔으니 절대 가벼운 마음으로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마음에 부흥해주는 것이 주인 된 도리겠지.”
송곳 같은 살기가 아렌의 전신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너희는 그 누구도 몸성히 그라인드를 떠나지 못한다.”
“……그렇다면 물어뜯으며 발악할 수밖에 없겠지!”
아렌의 선언에 구스타프가 일그러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음을 정한 구스타프의 몸에서 구름 같은 기세가 일어났다.
순식간에 연병장 구석구석에 뻗어나간 마스터의 기세는 일순간 전장을 멈추게 할 정도였으니 구스타프의 실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단장님!”
“구스타프!”
소강상태에 빠진 연병장의 가운데를 중심으로 두 패거리로 나눠진 기사들의 시선이 구스타프에게 모였다.
구스타프의 시선이 이빨기사단에게로 향했다.
“크윽!”
이미 목숨을 잃고 대지에 누워 버린 자들도 있었으며, 하나같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고 있는 모습에 절로 신음이 흘러나오며 가슴이 답답해졌다.
가문의 동의가 있었다지만 결국 이들을 이곳으로 끌고 온 것은 구스타프 본인이다.
믿었던 야코마저도 전신에 크고 작은 상처를 달고 있는 모습에 구스타프는 더욱 얼굴을 일그러트릴 수밖에 없었다.
“정비해라.”
“예!”
그 와중에 그라인드의 기사들은 품에서 포션을 꺼내서 마시거나 마법을 일으켜 신체를 치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이빨기사단은 들어라.”
모두의 시선이 구스타프에게로 모였다.
“어떻게든 탈출해라. 어떻게든 탈출해서 북부로 도망쳐라.”
“단장님!”
“……구스타프!”
모두의 얼굴에 경악이 떠오르고, 야코의 두 눈이 화들짝 커졌다.
“……끄으으으으.”
연병장 한쪽 구석에 제압당한 락쇼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지만, 구스타프는 애써 외면했다.
“그라인드는 우리를 몸성히 보내줄 생각이 없다고 한다. 그러니 어떻게든 살아라! 살아만 있다면…….”
주변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주는 마스터의 기운에 이빨기사단원들의 얼굴에 비장한 기운이 떠오르고, 그라인드 기사들의 얼굴에 당혹이 맺히던 그때.
“그렇게 말하면 우리가 악당 같지 않느냐.”
여전한 자세로 차를 마시던 아렌의 목소리가 연병장 구석구석으로 파고들었다.
* * *
절절하게 외치는 기사의 반대편에 느긋한 자세로 찻잔을 기울이는 아렌의 모습은 누가 봐도 훌륭한 악당의 모습이었지만 아렌은 신경 쓰지 않았다.
“마지막 말 정도는 들어주려 했다만, 이야기가 너무 왜곡되어 있으니 참을 수가 없구나.”
어이없다는 표정을 한 아렌이 말을 이어나갔다.
“불손한 의도를 가지고 그라인드에 들어온 침략자는 너희들이다. 우리는 우리의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그에 대응하는 중이고. 한데 왜 너희가 피해자인양 구는 것이지?”
구스타프의 말에 호도되었던 진실이 모두에게 파고들었다.
“그래도 사돈관계이니 관용을 베풀어 몇몇의 목숨 줄은 붙여 놓으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모두 전멸시키고 배상을 요구해야겠지만, 나름 참고 있었다는 말이다.”
구스타프의 기운에 잠식되어 있던 연병장에 아렌의 기운이 퍼졌다.
시퍼레진 얼굴의 구스타프를 슬쩍 바라본 아렌이 말을 이었다.
“마음이 바뀌었다. 악당 취급을 했으니 악당이 되어야겠지.”
아렌의 말에 이빨기사단 전원의 얼굴이 굳어졌다.
“에드워드.”
“예. 도련님.”
에드워드가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게하르에 들어가는 본가의 지원을 끊어라. 우리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모든 상단에 게하르와 거래하지 말라고 통보해.”
“알겠습니다.”
“안 돼!”
무심한 한 마디였지만,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이해한 모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 아렌!”
아렌을 잡아먹을 듯이 쳐다보던 잉그리드마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아렌을 허망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황금의 그라인드라고 불리는 그라인드가 제국 상계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비록 그라인드 영지 자체에 뚜렷한 특산물이 있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라인드는 제국을 대표하는 거대 상단의 지분을 상당량 소유하고 있다.
거기에 제국 각지에 가지고 있는 농장과 광산에서 나오는 소출까지 있으니, 그라인드의 부가 마르지 않는 것이고, 그런 그라인드의 통보를 무시할 수 있는 상단은 제국에 존재하지 않았다.
외부의 지원이 없으면 제대로 유지할 수 없는 곳이 북부의 영지다.
지금 아렌은 게하르를 말려 죽이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모두의 얼굴이 하얗게 질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가혹하다!”
구스타프가 절절한 감정을 담아서 외쳤지만, 아렌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남의 것을 탐하려면 자기의 것도 빼앗길 줄 알아야 한다.”
찻잔을 내려놓은 아렌이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간단한 이치이건만 의외로 사람들이 잘 잊어버리더군.”
에드워드가 건넨 외투를 걸친 아렌이 구스타프를 비롯한 이빨기사단을 훑었다.
“악당 취급을 하기에 악당이 되기로 한 것뿐이야. 즉. 내 결정은 너희가 만들었다는 뜻이다.”
아렌의 시선이 경악어린 표정을 하고 있는 다렌에게로 향했다.
“너하고 엘렌에게는 미안하게 됐구나. 앞으로 외가 쪽 식구들은 만나기 힘들 거다.”
“……아렌.”
왜 만나기 힘든지에 대한 이유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잔인하다고 다렌은 생각했다.
“내가 말했었지.”
바닥에 주저앉은 채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잉그리드를 바라본 아렌이 미소 지었다.
“너는 네가 원하는 것을 절대 얻지 못할 거라고.”
“아아아악!”
아렌의 말에 비명을 지르는 잉그리드의 뒤로 구스타프가 무시무시한 얼굴로 검을 꺼내 들었다.
* * *
‘죽여야 한다!’
승산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태연히 한 영지를 말려죽이겠다고 선언한 저 악마를 이 자리에서 어떻게든 죽여야 한다고 구스타프는 굳게 다짐했다.
“흐압!”
굳은 신념이 담긴 기합과 함께 구스타프의 심장에서 장대한 오러가 솟아올랐다.
‘부족하다!’
원숙한 마스터의 경지에 모자람이 없는 장대한 오러였지만, 구스타프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상대는 기척도 없이 자신의 팔을 부셔 버린 끝을 알 수 없는 괴물.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도 승산이 희박하다고 생각되는 악마다.
예지에 가까운 감각은 구스타프의 열세를 알려 주었고, 구스타프는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뒤를 부탁한다! 야코!”
“구스타프!”
구스타프의 외침에 야코가 처절한 얼굴로 외쳤지만 구스타프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한 가닥 꼬아낸 오러가 명치로 향했고, 문신처럼 새겨져 있는 마법진을 자극했다.
“크압!”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은 고통과 함께 깨어난 마법진이 그 임무를 이행하기 시작했고, 그 순간 구스타프는 무엇인가 소중한 것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호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렌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마법진과 연계된 심장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오러를 컨트롤하는데 구스타프는 온 신경을 집중했다.
광대무변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오러가 구스타프의 전신에서 넘쳐흘렀고, 그것은 일반적인 마스터가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안 돼!”
그 모습에 야코가 비명을 질렀고, 드웨인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오러가 저 정도까지 가능하단 말인가…….”
지금 이 순간 오러의 양만이라면 마스터를 뛰어넘어 초인의 경지에 진입한 구스타프다.
“선천지기를 깼구나. 그것만이 아니군. 흥미로운 기술이다.”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자신을 관찰하는 아렌을 향해 구스타프가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