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 아렌 드 그라인드!
분노가 가득 담긴 외침과 함께 황제가 양손을 앞으로 뻗었다.
우웅!
황제의 모습을 이루고 있던 빛이 강해지며 수없이 많은 힘의 결정체들이 허공에 생성되는가 싶더니 이내 거대한 손바닥의 모습으로 변했다.
– 어리석은 채로 죽어라!
수십 개의 빛으로 만들어진 손바닥이 아렌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상하전후좌우를 빈틈없이 감싸며 달려들었다.
이대로 공간 채로 소멸시켜버리겠다는 악의가 가득한 공격.
황제의 전신에서 그득한 살기가 크게 일어났으니 그 여파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보통 사람은 심장마비가 일어났을 것이다.
아렌을 둘러싸고 커다란 공처럼 변한 빛의 손바닥이 조여들었으니 절체절명의 상황이지만 아렌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 !
아렌의 주변을 감싸며 함께 황제에게 달려들은 흑룡이 거대한 포효와 함께 그 전신을 크게 떨치고 일어났으니까.
콰르르르릉!
이제는 완전히 태양을 가려버린 먹구름에서 낙뢰가 내리꽂혔다.
빛의 속도로 떨어진 낙뢰 수십 발이 아렌을 감싸려는 빛에 충돌했고, 힘과 힘이 부딪쳐 소멸해버렸다.
“역시 애송이군.”
– 뭐라고?!
빛을 뚫고 어느새 자신의 앞에 선 아렌의 중얼거림에 황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수십 년의 세월을 전쟁터에서 살아온 백전노장이 황제 아닌가.
이 대륙에서 황제보다 전쟁 경험이 풍부한 사람은 없다고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데, 정작 아렌의 입에서 나온 소리에 어이가 없는 것이다.
“애송이가 맞잖아.”
하지만 아렌의 입장에서 황제는 애송이가 맞았다.
전쟁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대인전은 아렌이 보기에 한참 모자랐던 것이다.
콰릉!
– 컥!
먹구름이 장악하고 있는 영역의 끝 부분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아렌의 손이 허공을 때렸고, 송곳처럼 집중된 힘이 황제의 머리에 작렬했다.
처음에는 미약하기 그지없어서 마치 송곳 같은 힘이었지만 황제의 머리에 닿자마자 파문처럼 힘을 풀어놓더니, 이내 황제의 거대한 머리를 날려버렸다.
“오오오오오!”
“별거 아니다! 죽여라!”
제아무리 신경을 안 쓰려고 노력한다지만 머리 위에서 신화적인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니 병사들과 기사들은 슬쩍 곁눈질을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황제의 머리가 날아가는 장면이 연출되었으니, 그렇지 않아도 높았던 사기가 임계점을 뚫고 올라가 버렸다.
콰콰콰콰쾅!
마력포가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의 연사가 이뤄지고, 귀하디귀한 마석이 바닥을 뒹굴었지만, 아무도 그것에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오직 어떻게 하면 더욱 빠르게 연사할 수 있을 것인가를 포병들은 고민했고, 이는 키리안을 비롯한 골렘을 조종하는 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흐읍!”
키리안의 눈이 빛나며 양손이 복잡하게 움직이고, 마나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한참 성벽을 때려 부수던 골렘 두 기가 멈칫하더니 이내 꾸물거리며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오오!”
“저런 게 가능했나!”
대번에 키리안이 하는 짓을 눈치챈 마법사들이 경악과 감탄의 목소리를 흘렸다.
그 다시없을 제어 능력으로 두 개의 골렘을 하나로 합쳐버리는 작업을 성공시켰고, 그 결과 다른 골렘보다 반 배는 더 큰 골렘이 생성되었으니, 그 크기는 성벽을 한참 넘어서는 크기가 되었다.
“크흐흐흐! 이러면 더 많이 죽일 수 있겠지.”
흉악한 웃음을 짓는 키리안을 주변의 모두가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키리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골렘에 정신을 집중했다.
쾅!
비록 흙으로 이루어져 내구성은 형편없다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가 있는 법이다.
더욱더 거대해진 골렘의 손이 성벽을 강타했고, 질량과 속도가 더해졌으니 더 이상 성벽은 버텨내질 못했다.
콰르릉!
“돌격!”
“우와아아아아!”
성벽의 한 축이 기어이 무너져 내리자, 용기백배한 병사들이 힘차게 달려들어 무기를 휘두르니 마침내 제도의 식량을 책임지는 도시가 그 속살을 드러냈다.
– 이놈들!
황제군이 분투했지만 사기가 오를 대로 오른 병사들을 막기는 어려웠고, 차츰 밀리는 모습에 황제의 표정에 다급함이 서렸다.
거대한 손이 다시금 생성되어 병사들을 후려치려는 그 순간, 또 다시 아렌이 나섰다.
“감히 내 앞에서 한눈을 파느냐.”
쾅!
– 컥!
허공을 꿰뚫는 묵직한 일격에 황제의 상반신이 날아갔고, 순식간에 복원되었지만 폭포수처럼 밀려드는 병사들을 막을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 큭!
빛의 거인이 휘청거리더니만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고, 그 물러난 거리만큼 먹구름이 전진하더니 귀족군 병사들을 감쌌다.
먹구름은 아렌의 심상이 세상에 투영된 증거.
강력한 위엄으로 병사들을 짓누르던 황제의 영향력이 약해졌고, 귀족군의 병사들은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쾅!
아렌의 양손이 쉬지 않고 황제를 타격했고, 황제의 몸이 흩어졌다가 쉴 새 없이 재구성되었다.
“흠.”
– 크흐흐! 소용없다. 짐은 신! 신은 불멸이니라!
비슷한 경지의 적을 상대해 본 경험과 압도적인 기교를 가진 아렌이 한없이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힘의 총량에서 황제에 닿지 않았다.
저 멀리 제도에 있는 황궁의 꼭대기에서 이어진 빛의 흐름이 황제와 연결되어 있었고, 사실상 황제는 무제한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제아무리 공력의 제한에서 벗어난 아렌이지만 심상을 무제한으로 풀어놓을 수는 없다.
당장은 압도할지 모르겠지만 장기전으로 가게 된다면 그리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고, 황제도 그것을 눈치챘다.
– 얼마든지 때려 보거라! 결국 승리는 짐의 것일지니!
비록 미약하기 짝이 없는 일반 백성들이지만 그 숫자가 천만이다.
천만이라는 숫자가 공급해주는 감정이 황제 개인에게 모였으니 이는 지금 세상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강대한 힘이다.
– 흠.
계속되는 공격에 몸이 흩어졌다가 복구되기를 반복하니 심혼에 타격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황제 역시 백전의 전쟁터를 경험한 영웅.
고통은 익숙한 것이었고, 아렌의 공격을 견디어내며 냉정한 눈으로 전장을 살폈다.
황제의 입가에 교활한 미소가 떠올랐다.
콰르르르릉!
빛으로 이루어진 몸이 사라지고 나타나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들어 올린 양손이 이내 두 개의 인영을 허공으로 끌어올렸다.
“폐. 폐하!”
양산된 소드마스터 둘.
그 모습을 본 아렌이 양손을 뻗어 강력한 일격을 날렸지만, 황제도 작정한 것인지 빛을 겹겹이 쌓아 아렌의 공격을 상쇄시키는 것이 아닌가.
제아무리 소드마스터라고는 하지만 바로 눈앞에서 보인 초인들의 공방에 심혼이 빠져나갈 것만 같았고, 황제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 너희들은 짐의 첫 번째 천사가 될 것이다.
“그, 그게 무슨? 으, 으아아아악!”
황제의 몸을 이루고 있는 빛이 뭉텅이로 떨어져 나가더니 두 소드마스터의 신체에 스며들었고, 비명소리가 울렸다.
우드드드득!
압축기에 사람을 넣어서 찌그러트리는 것 같이 빛은 두 소드마스터를 우그러트렸고, 이내 알 같은 형태로 변해버렸다.
사람의 움직임이나 형태를 생각하지 않고 완전히 둥글게 말아버렸으니 피가 분수처럼 흘렀고,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져야 하건만 소드마스터의 생명력은 끈질겼고, 황제는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화아아아악!
피가 섞여서 붉게 물들어버린 빛이 사방으로 뻗었고, 인간의 신체로 이루어진 알에 금이 가더니만 이내 완전히 갈라지며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 오오오오오오!
자신의 탄생을 세상에 각인시키는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몰렸다.
“…… 뭐야 저게?”
“…… 저게 천사라고?”
“…… 황제 폐하시여.”
그것의 모습은 기괴했다.
온통 빛나는 뼈로 이루어진 그것은 되살아난 해골 병사를 보는 것 같았지만, 빛으로 이루어진 신체가 있었으니 겨우겨우 인간의 형상을 비추었다.
견갑골에서 자라난 한 쌍의 뼈가 크게 펴지며 빛의 날개를 이루었고, 활짝 펴지니 강력한 힘이 사방에 넘실거렸다.
하지만 모두가 경악한 것은 얼굴.
빛의 안쪽으로 보이는 두개골이 전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 않았다.
마치 달걀같이 맨들맨들한 머리는 눈도, 코도, 귀도 없었고, 오직 입만이 남아서 커다란 포효를 지르고 있었으며, 크게 벌어진 입에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빈틈없이 박혀있었으니, 도저히 천사의 형상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온 몸에서 황제와 닳은 성스러운 빛을 내뿜고 있고, 머리 뒤쪽으로는 후광마저 떠올라있으니 성스러운 존재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 외견과 풍기는 살기는 도저히 천사라고 인식할 수 없었다.
– 그르르르르.
두 천사가 훌쩍 날아오르더니만 황제의 양옆에 섰다.
양 옆에 선 천사가 눈이 없는 얼굴로 이리저리 둘러보더니만 이내 황제의 곁에 납작 엎드려 몸을 웅크리는 것이 아닌가.
– 크르르르.
– 옳지. 착하구나.
온 몸을 웅크리고 고개를 조아리는 모습에 황제가 만족한 표정을 지었지만, 모두의 눈에는 주인에게 충성하는 짐승의 모습으로 보였다.
“모습은 형편없지만 강하군.”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데미안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상대하기 힘들겠군요.”
어느새 전쟁본부에 합류한 디어뮈드도 안색을 찌푸렸다.
데미안과 디어뮈드는 아렌 다음가는 강자들.
초인의 문턱을 두들기고 있는 둘은 저 천사라는 이름의 짐승이 가진 힘을 느낀 것이다.
“초인은 아니지만 초인에 버금가. 황제가 만들어냈으니 특성도 비슷하다고 봐야겠지. 힘들겠군.”
눈가에 시퍼런 빛을 떠올리며 입을 연 데미안의 말에 귀족군 모두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 막을 수 있겠나?”
리헐트의 말에 데미안이 디어뮈드와 눈을 마주쳤다.
“디어뮈드 경과 함께하면 한 마리는 그럭저럭 상대할 수 있겠지. 그런데 나머지 한 마리는 어떻게 할 건가?”
정석을 달리는 검사인 디어뮈드와 온갖 힘을 품고 있는 데미안.
이 둘이 합세한다면 어지간한 초인이라 할지라도 잠시 발을 묶을 수 있을지 몰랐다.
고개를 끄덕이는 디어뮈드의 모습에 귀족들의 안색이 다시 밝아졌다가 이내 어두워졌다.
천사는 둘.
한 마리는 어떻게 한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하나가 문제인 것이다.
“그건 저희가 어떻게 해 보지요.”
그 순간 드웨인이 앞으로 나섰고, 동시에 막사 이곳저곳에서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인물들이 튀어나왔다.
하나하나가 기괴한 느낌을 내비치는 인물들은 그라인드의 괴인들.
비록 경지에 이른 자들은 없었지만 제각각 특별한 힘을 가졌으니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알렉세이와 소드마스터들을 불러들여야겠군.”
알렉세이와 귀족군에 속한 몇몇의 소드마스터들은 한참 최전선에서 날뛰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을 불러들이는 것은 한참 공성중인 상황에서 힘을 빼는 일이 되겠지만 지금은 눈앞의 상황이 급했다.
초인에 준하는 천사가 날뛴다면 그 피해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할 것이니, 일단은 눈앞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그렇게 방침을 정하고 다시 싸움을 시작하려는 그때.
“이 불신자야!”
분노가 가득 어린 외침과 함께 귀족군의 한 귀퉁이에서 커다란 빛이 솟아올랐고, 빛과 함께 수십 명의 인원이 나타났다.
사방으로 신성력이 넘실거리고, 방대하기 짝이 없는 기운은 황제와 아렌의 기운마저 밀어내버리더니 이내 일대를 성역으로 만들어버렸다.
제각기 일그러진 얼굴로 무기를 치켜들고 황제와 황제가 만들어낸 천사를 무섭게 노려보는 그들의 중심에는 창노한 안색으로 부들부들 떠는 노인의 모습이 있었다.
교황.
헬리오스에 있어야 할 교황이 지금 이 전장에 나타났고, 모두의 얼굴에 각자의 감정을 담은 표정이 피어올랐다.
그날.
해가 떨어질 때까지 이어진 처절한 격전 끝에 귀족군은 식량도시를 함락시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