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218
218화.
악마와 천사가 서로를 죽이려 싸우고 있고, 초인에 다다른 기사들이 서로에게 검을 겨눈다.
잊힌 영웅들이 뛰쳐나와 마법사들을 향해 돌격하고 있었고, 거대한 골렘을 앞세운 기사들이 성벽을 넘으려 하고 있었으며, 교황이 성지를 만들어 신성력을 사방에 뿌리고 있었으니, 전장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난장판이구나.”
전장을 한번 훑은 아렌이 시선을 돌려 황제를 보았다.
한 발 물러난 것이 꽤나 큰 충격이었는지, 잔뜩 굳어져 있는 황제의 얼굴을 보면서 아렌은 피식 웃었다.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느냐. 설마 신이 되었으니 무적이라고 생각했더냐?”
온 몸이 빛으로 이루어져있고 후광마저 비추고 있으니 일반 사람은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는 황제의 모습이지만 아렌의 눈에는 선명하게 황제의 모습이 보였다.
완전한 용이 되면서 진정한 힘을 각성한 눈과 육신통이 열리면서 더해진 권능에 가까운 능력은 세상 모든 것을 아렌에게 보여주고 있었고, 그것은 신이라고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성력으로 주변을 두르고 본격적으로 방어를 하고 있다면 모를까, 이렇게 직접 눈앞에 있으니 아렌은 실시간으로 신이 된 황제의 모든 것을 보고 분석했다.
– 놈!
그런 아렌의 시선을 눈치챈 것인지 황제의 온 몸이 환하게 빛났고, 아렌은 김샜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가 필요로 한 내용은 이미 머릿속에 있었다.
“신도 별 거 없구나. 아니면 네가 아직 반편이라서 그런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아렌을 황제가 무시무시한 눈으로 노려보았지만, 아렌은 전혀 신경 쓰는 표정이 아니었다.
용이 된 아렌은 육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생명체의 궁극 중의 하나인 신수의 경지에 이른 아렌이니 이는 당연한 것이다.
아렌이 본 황제는 영체에 가까웠다.
전신이 기나 다름없는 영자로 이루어져 있고, 핵이라고 짐작되는 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실상 악마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아마도 신성이라고 짐작되는 핵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영적인 생명체.
그것이 신이 된 황제의 모습이었고, 저 정도가 신이라고 한다면 실상 신도 별 거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아렌의 착각이다.
황제는 이제 막 신의 경지에 발을 디딘 상황.
봉인을 흡수한 덕에 부족한 격을 채워서 신이 될 수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온전한 신이라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닌 상황이다.
무릇 신이라고 한다면 자신이 진명을 얻어야 하는 법.
자신의 진명을 얻고 세계에 인정을 받는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러 가지 사건이 겹쳐서 황제는 아직 자신의 진명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 감히 신에게 그런 망발을 지껄이느냐!
노호한 음성과 함께 빛이 사방으로 퍼지며 막대한 압력이 아렌을 옥죄어 왔지만, 아렌은 담담히 주먹을 쥐었다.
신학에 정통하지 못해서 정확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황제가 아직 완전치 않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언제나 완전한 상태에서 싸울 수는 없다.
지금껏 아렌이 걸어온 길이 그러했고, 내가 불리하다고 해서 상대가 봐주는 일 따위는 없었으니, 아렌 역시 상대가 완전한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려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 네 놈에게 억겁의 고통을 …… 컥!
“말이 많아.”
힘차게 내지른 주먹이 황제의 안면을 강타했고, 빛이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는 것을 본 아렌이 몸을 날렸다.
콰릉!
아렌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천둥소리가 울리며, 거대하기 그지없는 용의 그림자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 * *
영체를 타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단순한 물리력으로는 어림도 없고, 어중간한 오러나 마법에는 강한 내성을 보이니, 신성력 정도는 되어야 유의미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악마를 상대하기 어려운 것도 이 부분에 있기 때문에 기사나 마법사들은 어떻게든 이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고, 각자의 결실을 얻을 수 있었지만, 상대가 신이라면 그것도 무의미한 일.
콰릉!
– 카악!
하지만 지금 아렌의 공격은 착실하게 황제의 몸을 깎고 있었으니 이것이야말로 아렌이 도달한 경지를 의미했다.
콰콰콰콰콰쾅!
허공에서 연신 터지는 굉음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거대한 용의 그림자에 휩싸인 아렌이 연신 황제를 몰아붙이고 있었고, 황제의 몸에서 빛이 터져 나오며 대항하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신화의 한 장면.
– 놈!
공간을 격하고 날아오는 아렌의 공격을 읽고 몸을 흩트려 회피한 황제가 손날을 뻗었다.
쫘악!
마치 세상이 반으로 갈라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날카로운 공격이 아렌에게로 향했다.
마법사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황제 역시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자.
몸을 쓰는 것에 어색한 이가 아니었고, 신이 된 지금 마법과 오러의 경계가 허물어져 이러한 이적을 일으키는 것이다.
“흠.”
너무나도 넓은 범위를 가르고 들어오는 공격을 본 아렌이 손을 뻗었다.
아직 미숙하다지만 신이 직접 날린 일격이고, 제아무리 용의 신체라고해도 견디지 못할 것이 분명했지만, 아렌의 손짓은 망설임이 없었다.
공격과 아렌의 손이 닿았고, 손가락을 비롯해서 손이 반으로 날아가 버리려던 그 순간, 아렌의 손목이 뒤집어지며 황제가 날린 일격을 밀었다.
– 뭣?!
득의양양한 얼굴로 다음 공격을 내지르려던 황제가 경악한 소리를 토했다.
자신의 통제 하에 들어있어야 할 힘이 순식간에 방향을 바꾸더니만 거꾸로 황제를 베어버리겠다는 듯이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그 짧은 순간에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자신의 힘임에도 자기 자신을 헤할 것 같다는 강력한 예감에 황제는 준비하던 공격을 급하게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 !
인간의 가청영역을 벗어난 소리가 울렸고, 비록 소리를 듣지는 못했지만, 그 여파만으로도 지상에 있는 모두의 몸이 떨릴 정도였다.
그렇게 황제와 모두가 경악한 사이, 아렌이 황제의 앞에 불쑥 나타났다.
– …… 놈!
“입이 험하군.”
빛으로 이루어진 황제의 몸이 폭발하듯 퍼지면서 입자 하나하나가 아렌의 몸으로 쏟아졌다.
하나하나가 강대한 힘을 담은 수만 개의 빛줄기들이 지근거리에서 쏘아졌으니 도저히 피할 방법이 없어보였고, 황제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지만 그것도 잠시.
아렌의 눈이 서늘하게 빛나는 것 같더니만 온 몸에 육각형의 패널이 떠올라 황제의 공격과 마주했다.
– …… 말도 안 된다!
“네가 하지 못 한다고 불가능은 아니지.”
질서정연하게 떠오른 용의 비늘이 각기 미묘하게 기울어지더니 무수한 빛을 모조리 반사해내는 것이 아닌가.
하나의 빛을 반사하거나 받아내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수만 개의 빛을 일일이 반사해낸 아렌의 능력은 신의 견해로도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 천상에서 아렌을 바라보는 시선들에 힘이 실렸다.
아렌이 지금까지 쌓아올린 무의 깊이와 신격을 얻으면서 깨달은 힘의 흐름을 조정하는 권능이 합쳐진 한 수.
그야말로 아렌이 가진 능력의 정화나 다름없었으니, 세상 그 누구도 쉽게 보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 크악!
너무나도 놀라 한 순간 얼이 빠진 황제를 향해 아렌의 일격이 파고들었다.
마치 허공을 때리는 모양으로 끊어 친 일격이 황제의 신성을 넘어 본체라고 할 수 있는 신격에까지 닿은 것.
단순하지만 그 무엇보다 충실한 일격에 황제는 이번에야말로 유의미한 타격을 입었고, 빛으로 이루어진 몸이 크게 흔들렸다.
“황제 폐하!”
“나의 신이시여!”
격렬하게 전투를 주고받는 와중에도 황제와 이어진 자들의 새된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들의 부름이 황제의 신성을 울렸다.
– 어림없다!
영혼을 깎아내는 것 같은 고통을 누르며 황제가 크게 힘을 일으켰고, 아무런 기교 따위는 없는 순수하기 그지없는 힘이 아렌을 밀어냈다.
제아무리 힘의 흐름을 다루는 아렌이라고 할지라도 순수한 힘의 총량에서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고,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 나는 신이다!
황제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 대륙을 정복하고 인간의 평화를 가져올 신이란 말이다!
마크의 일격으로 절반이하로 깎인 신앙이 아렌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인 덕에 더욱 떨어지는 것을 느꼈지만 황제는 상관하지 않았다.
계속되는 사건과 전투로 하지 못한 의식을 하고 있음을 느낀 것이다.
황제의 의식이 한없이 가속되고 다시금 달려드는 아렌의 모습이 마치 정지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한 찰나의 시간 속에 황제는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해 들었다.
태어나기를 특별하게 태어난 탓에 황제는 유아기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한 순간에 백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러가며 지나간 모든 세월이 황제의 머릿속을 스쳤다.
찰나이기도하고 억겁 같기도 한 시간이 끝나고, 어느덧 아렌의 주먹이 바로 앞에까지 도달해 있었지만 황제는 크게 웃을 수 있었다.
자신이 무엇인지 확신했으니까.
– 나는 태어나기를 지배자로 태어났다.
가공할 힘을 담은 아렌의 주먹에 입김이 닿을 것만 같았다.
– 모든 것을 지배하고 정복했으니, 나는 마땅히 정복의 신이라고 불려야 할 것이다!
황제의 선언이 떨어지는 순간, 마치 세계가 정지한 것 같았고, 세상이 요동치며 황제의 주변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신!
온 몸을 옥죄는 느낌에 황제의 얼굴에 환희가 떠올랐다.
진정한 신이 되었으니 아렌 따위는 가벼운 손짓하나로 날려버릴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며!
콰직!
– 컥!
아렌의 주먹이 황제의 얼굴을 가격했고, 또 다른 거대한 충격이 황제의 신성을 울렸다.
* * *
“지배의 신은 개뿔!”
황제의 선언은 온 세상에 울릴 것만 같았으니, 당연히 그 목소리를 전장의 모두가 들었고, 그것은 리헐트도 마찬가지였다.
반강제로 영지에 유폐되어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인 리헐트는 수많은 지식을 탐독하며 시간을 보냈고, 그 중에는 신학에 관한 것도 있었다.
리헐트가 쌓은 신학에 관한 지식은 어지간한 추기경은 물론이고, 헬리오스의 저명한 신학자와도 논쟁을 벌여볼 정도였으니, 그 깊이를 알만했다.
당연히 리헐트는 신 그 자체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렇기에 대놓고 황제를 비웃을 수 있었다.
신의 진명이라는 것은 정체성 그 자체.
그 분야에 관해서는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으니 진명이야말로 신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평생 정복과 지배를 반복해왔으니, 황제 자신은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진명이라고 확신했겠지만, 리헐트가 보기에는 애초에 번지수가 틀려도 많이 틀렸다.
“…… 네 놈은 그냥 욕심쟁이일 뿐이야.”
콰르르르릉!
넋이 나간 것인지 낭패한 몰골로 아렌에게 연신 두들겨 맞는 황제의 모습을 보면서 리헐트는 고개를 저었다.
“…… 오직 세상 모든 것을 자신의 손안에 넣어야 속이 풀리는 저열한 의도를 대의로 감추고 있었으니, 어찌 정복의 신을 자처할 수 있을까. 출생도 올바르지 않고 그 흉중은 비천한 욕망에 가득 차 있으니 신이 될 자격이 없다.”
단언하는 리헐트의 말에 주변에 있던 모두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와 적대하는 입장이 되다보니 그간 황제를 가리고 있었던 껍질을 벗겨 그 내부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리헐트의 말은 그야말로 황제의 본질을 꿰뚫는 것이었으니, 그 이야기를 들은 모두는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모두의 의견이 하나로 모인 그때.
– …… 그런가.
온 몸을 웅크리며 아렌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던 황제의 나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