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300
제300화
“구로 쪽이 뚫렸어! 제3대는 구로역 쪽으로 보내!”
“건물 말고 게이트가 없는 산 쪽으로 대피시켜! 어차피 시가지는 전장이나 다름없잖아!”
“카메라 더 투입해. 드론들 뭐해? 우리 대원들 모습이 잘 안 잡히잖아!”
북적이는 상황실.
거의 운동장만 한 크기의 거대한 공간 사방에는 어마어마한 개수의 마법 스크린이 뒤덮고 있었다.
중간중간 위치한 간이 벽에도 어김없이 화면들이 나오고 있었으니.
천 명도 넘는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화면과 자료들을 분석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앙 관제 구역.
사방을 둘러볼 수 있는 단상 위에 서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은 바로 라울이었다.
“미국 측은 잘 대응하고 있다고? 하긴 그쪽을 굳이 걱정해 줄 필요는 없겠지. 남는 병력은 비행 수단을 통해 남미 쪽으로 투입해.”
“파리? 문화재 보호에 지원 요청? 웃기고 자빠졌네. 사람들부터 구해!”
“사격 멈추기 전엔 절대 진입하지 마! 사람들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대원들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
라울이 사방에서 쏟아지는 보고와 연락들에 대응해 일일이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퍼스트 길드의 모든 간부들도 길드 통신과 마법 통신 및, 커뮤니티 기능까지 총동원하며 지구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제길. 초기 대응만 조금 더 매끄러웠더라도!’
이런 면에선 미국이 가장 확실했다.
그들은 처음부터 모든 적을 격멸한다는 태도로 화력을 쏟아부었고, 덕분에 아직까지 안정적으로 방어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오픈 마인드 때문인지, 자국의 각성자들을 이미 방어선에 투입하여 대응에 나섰으니.
㈜퍼스트 시큐리티나 퍼플 길드원들의 도움이 아직은 필요하지 않아 보였다.
그에 반해 다른 국가들의 상황은 가관이었다.
한국처럼 몬스터를 생포하려는 시도를 한 곳이 대다수.
애초에 게이트 근처에 경찰 정도만 배치한 곳도 있었으니.
지구는 현재 모든 곳이 전화에 휩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미 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이럴 것이라고 예상했던 라울은 퍼플 길드원들과 퍼스트 시큐리티의 요원들을 중심으로 방어 계획을 설립해두고 있었다.
하지만 사태 초기부터 그들을 투입할 수는 없었다.
퍼플 길드 랭커들이 아무리 지구에서 이능을 각성했다고 하지만, 그게 그들을 총탄으로부터 지켜줄 수는 없었다.
그러니 군의 협조 없이 독단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는 일.
당연히 미리 정부에 협력 여부를 타진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애초에 초능력자(각성자)라는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고, 군이 있는데 민간에 힘을 빌릴 수 없다는 게 공통적인 태도였다.
그래서 결국 상황이 악화되고 나서야 뒤늦게 그들이 전장에 투입되게 되었다.
“명심해! 몬스터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대원들의 목숨이 더 중요하다!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무조건 퇴각시켜!”
아직 길드원들의 능력은 설익었다.
그들이 정말 몬스터들과 제대로 싸우려면 아직 성장할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럼에도 오늘 작전에 투입한 것은 그들이 스스로 원하기도 했거니와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기 때문이다.
‘다 망해버리고 나면 무슨 소용이야? 완전히 막을 순 없어도 버틸 수 있을 정도까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지구 전체를 뒤덮은 게이트 숫자는 어마어마했기에 지금의 퍼플 길드원 만으론 절대 커버할 수 없었다.
최소한 인류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은 마련해 둬야 뒷일을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또 한 가지 목적.
퍼플 길드 랭커들처럼 지구에서 각성한 이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이번 사태에서 나타났듯, 현대 지구의 화기로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니 각성자들이 정부의 지원하에 중상급 몬스터들을 상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고, 그 기반이 바로 지금 촬영 중인 영상이었다.
“좀 더 클로즈업해서 찍어! 특히 랭커들의 모습은 절대 놓치지 말고. 방송국 쪽은 어떻게 됐어?”
“지금 교섭이 끝났습니다! 생방송으로 송출하겠다고 합니다.”
“좋아. 생방송이라고 하지만, 우리 쪽을 거쳐서 영상을 보내야 해!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될 것 같은 장면은 반드시 편집하고!”
“알겠습니다!”
지금은 영웅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혹시라도 각성자들이 몬스터에게 당하는 모습이 노출되어선 곤란했다.
그렇기에 지금 상황실에 수백 명에 가까운 영상 기술자들까지 초빙하여 작업 중이지 않겠는가.
“그리고 실시간으로 피난할 수 있는 장소를 공지해! 몬스터가 퍼져나간 이상, 게이트 근처의 건물은 결코 안전하지 않아. 차라리 주변의 야산이나 공원 쪽으로 유도하라고!”
커넥트와 마찬가지로 게이트는 인구가 많이 집중된 곳 위주로 생성되었다.
덕분에 커다란 산이나 하천 근처, 공원 등은 게이트가 거의 나타나지 않은 상황.
‘시간이 되면 일단 교외로 이동해야겠지만, 당장은.’
추가로 게이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일단 도시를 벗어나 새로운 쉘터를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야 할 문제였다.
어쨌든 중요한 건 오늘 벌어진 게이트 웨이브를 어떻게든 정리해야 한다는 것.
다행히 C등급 게이트는 극소수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아직 강력한 몬스터를 내보내진 않고 있었다.
지금까지 출현한 놈들 정도는 퍼플 길드의 랭커들이 감당할 수 있으리라.
‘일우야, 부탁한다.’
화면 속에 비치는 친구의 얼굴을 굳은 표정으로 바라본 라울이 다시 빠르게 명령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 * *
“우, 우와아아!”
“이겼다!”
“살았어, 만세!”
무려 3일간이나 진행된 게이트 웨이브는 어떻게든 마무리되었다.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한 도심지 곳곳에서 병사들과 시민들의 환호성이 잠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내 잠잠해진 까닭은 도무지 상상하지 못했던 처참한 광경이 다시 눈에 담겼기 때문이리라.
“하아, 하아.”
일우는 바닥에 찔러 넣은 검에 기대선 채 목 끝까지 차오른 호흡을 거칠게 내뱉었다.
그의 온몸은 각종 몬스터의 파편과 그 자신의 피로 얼룩져 도저히 봐줄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일우를 탓하지 않았다.
아니 주변에 있는 모두가 그를 경외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니.
최후의 C등급 게이트에서 출현한 변형 웨어울프는 너무나도 강했다.
2m 50cm가 넘는 회색빛 늑대 인간은 그 날카로운 손톱과 빠른 몸놀림으로 주변의 장갑차 세 대와 탱크 두 대를 혼자서 아작 냈다.
그도 모자라 백이 넘는 병사들의 피를 흘리게 했으니, 만약 일우가 제때 도착하지 못했다면 이곳의 전원은 살아남지 못했으리라.
‘큭, 상처가….’
이놈과 싸우느라 분신 두 개가 모두 소멸했고, 일우 자신도 상당한 자상을 입어야만 했다.
하지만 어쨌든 승리한 건 일우였으니.
위이이이잉.
허공에서 열 대도 넘는 드론들이 그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다.
‘참 나. 이게 더 힘드네.’
가능하면 쓰러지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지 말라니.
커넥트 내부에서 지켜보고 있을 친구에게 불만을 쏟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아니었다면 과연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을까.
“부길마, 괜찮으세요? 조금만 기다리면 치료 대원이 도착합니다.”
“이제 끝난 거죠? 그러면 저것들 좀 치워달라고 해줄래요?”
일우가 손가락으로 드론들을 가리키자 길드원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어 마이크로 어딘가에 소식을 전했다.
그사이 퍼스트 시큐리티 요원들이 다가와 주변에 간이 천막을 설치해 일우의 모습을 숨겼다.
털썩.
“하아, 죽겠다.”
“고생하셨습니다.”
어느새 설치된 간이 침상에 드러누운 일우의 몸에서 끈적한 핏물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회장님 전언입니다. 고생했고, 뒷일은 맡겨라. 한숨 자고 일어나면 많은 것이 바뀌어 있을 거다. 커넥트에서 보자. 이상입니다.”
“후우, 알겠어요. 뒷일은 맡기겠습니다.”
3일간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수십 개의 게이트를 돌아다녔다.
그 짙은 피로가 일우의 눈꺼풀을 뒤덮고 있었다.
‘친구, 자고 일어나면 일 좀 줄여달라고.’
소박한 희망을 떠올린 일우가 잠에 빠져들었다.
* * *
지구에서 발생한 게이트 웨이브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앗아갔다.
각국을 상징하던 거대 도시들은 흉측한 폐허를 군데군데 품은 채 제 기능이 마비되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병사들이 목숨을 잃은 것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피해도 어마어마했다.
이번 웨이브 피해자는 전 세계적으로 1억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절망적인 것은 게이트 웨이브가 끝났을 뿐, 게이트 자체가 정리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게다가 웨이브를 깔끔하게 정리한 곳은 전체의 20%도 되지 않았다.
나머지 80%는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들이 점거했다.
그들이 게이트를 중심으로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피해는 더욱 커졌으리라.
한편 국가에 따라 피해 규모의 차이도 천차만별이었다.
가장 강한 군대를 지녔다는 미국은 당연히 최소한의 피해로 이번 웨이브를 막아냈다.
군인들의 피해는 있었을지언정, 시민들의 피해는 크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일정 목적을 위해 일부러 허용한 몇 곳을 제외하고는 모든 몬스터를 처리하는 기염을 발했으니, 역시 미국이란 소리가 나올 만했다.
그 외에도 선진국이라 불릴 만한 곳들은 어떻게든 게이트 웨이브를 적절히 처리했다.
피해도 상당했지만 대부분의 몬스터를 정리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빛을 발한 것이 바로 퍼플 길드와 퍼스트 시큐리티의 요원들이었다.
아무래도 선진국일수록 플레이어의 숫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법.
그래서 ㈜퍼스트 컴퍼니의 지부도 선진국 위주로 설치되어 있었다.
그들이 투입되면서 처치 곤란한 중급 게이트를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국.
나름 전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력한 육군을 보유하고 있는 곳.
하지만 그 위상에 비해 피해 규모는 상당했다.
워낙 인구가 밀집된 도시들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초기 대응 자체가 엉망이었던 점도 한몫을 보탰으니.
-군인들이 총검으로 몬스터를 막아야만 했던 이유는?
-통합 지휘실에 등장한 금배지. 국회의원들이 어째서 그곳에?
-피해를 키운 것은 잘못된 예측 때문. 게이트 웨이브 사태는 인재(人災).
-꾸준히 정부에 경고해온 ㈜퍼스트 컴퍼니. 그들의 말에 귀 기울였다면….
-영화가 아니었다. 위기의 순간 우리를 구한 것은 다름 아닌 ‘각성자’.
-커넥트 랭커들이 이능을 발현한다는 소문은 진실이었다.
-새로운 히어로의 등장인가? 퍼플 길드 랭커들의 활약상 모음.
게이트 사태 이후 각종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도시 기능이 마비되었다고 하지만, 언론은 여전히 기능하고 있었다.
특히 커넥트 시스템을 통한 커뮤니티나 방송은 전혀 문제없이 작동했기에 국민들이 소식을 접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당연히 그날의 대응을 성토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하늘을 찔렀고, 정부는 빠르게 대응했다.
그날 지휘실을 방문했던 국회의원들은 국회의 신속한 의결에 따라 제명되었다.
어이없는 명령을 내린 별들은 보직이 해임되고 군사 재판을 앞두고 있었으니.
정부가 이번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한편, 김일우를 비롯한 퍼플 길드의 랭커 및 각성자들은 영웅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언론은 연일 그들의 활약상을 기사화했고, 각종 매체와 개인 방송에서도 그들이 활약하는 영상들이 끊임없이 방영되고 있었다.
정부에서도 그들에게 표창을 내리는 한편, 앞으로의 상황에 대비하여 특별 기관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그 과정에서 ㈜커넥트와 ㈜퍼스트 컴퍼니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여태까지 라울의 경고나 제안을 모조리 모른척하던 태도를 완전히 바꿔, 이제는 어떻게든 조언과 도움을 구하려 했으니 말이다.
실제로 당장 다시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쏟아진다면 군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지 않았던가?
그렇게 지구에는 급격한 변화가 찾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커뮤니티에서는 다른 의미에서 엄청난 문제가 생겨났으니.
-도와주세요. 로그아웃을 할 수가 없어요!
-몬스터를 피하려고 캡슐에 숨었는데, 밖의 상황 아시는 분 없나요?
-커넥트에 접속한 사이, 집이 무너졌어요. 제발 구해주세요!
게이트 웨이브 동안 커넥트에 접속하고 있던 일부 플레이어가 커넥트 내부에 갇혀버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