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106
106화
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새 차를 바라보았다.
붉은 자태의 준중형 자동차. 내킨 김에 새로 뽑은 자동차였다.
솔직히 새 차가 무슨 차이인가 싶었다.
하지만 차를 뽑고 나서야 그동안 내가 했던 말을 후회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 느낌이랄까.
차라는 게 엑셀을 밟는 즉시 차가 튀어 나가는 거였다니. 옵션도 차원이 달랐다.
얻어 탈 땐 몰랐는데 우리나라 자동차 기술이 이렇게 발전했을 줄 몰랐군. 왜 윤희가 차를 바꾸라고 악을 썼는지 알 거 같다. 내 기억에 차량은 어디까지나 이동수단으로서 저번 생에 멈춰 있었다.
어떤 색을 고를 거냐는 직원의 물음에 나는 망설이지 않고 골랐다.
“역시 빨강이지.”
강렬한 색상인 레드는 내가 저번 생에서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이다.
왜냐면 눈에 띄니까.
도주 생활을 이어 나가던 나는 차를 탈취하더라도 그레이 계열만 타곤 했다.
레드는 일종의 자기과시였다. 나라는 존재를 세상에 당당히 드러내도 된다는 그런 종류의.
여기에 그치기에는 아쉬움이 있어서 나는 차에 이름까지 붙여 줬다.
“이제부터 네 이름은 적토마다.”
하루에 1,000km 이상 갈 수 있을 것 같은 이름이다.
아, 천 리랑 1,000km는 달랐던가? 아무렴 어떤가. 잘 나가기만 하면 되지.
이런 내 모습을 지켜보던 윤희가 한마디 했다.
“아주 좋아 죽네.”
“그럼 안 좋겠냐.”
“알면 진즉에 바꾸지.”
“나도 후회 중이야.”
“그러니 앞으로 동생 말 잘 들어. 알았지?”
이 녀석은 바꿔도 난리였다.
평소라면 후일을 기약해 줬을 테지만, 오늘 나는 무척 너그러운 상태였다.
내 몰래카메라 하는 날 단단히 굴려 주면 되겠지.
나는 차 키를 챙겨들었다.
“나가려고?”
“어, 길들여 놔야지.”
“어째 동생보다 취급이 더 좋은 거 같은데?”
어머님 따님 아니랄까 봐 감각이 날카롭군.
나는 그 길로 적토마를 몰고 시내주행에 나섰다. 승차감이나, 옵션 모든 게 기존 차보다 월등했다.
주변 차들도 훨씬 양보를 잘해 주는 느낌이다.
예전 차를 몰고 다닐 땐 끝까지 안 비켜 주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내친 김에 속도를 밟아 볼까 싶어 고속도로로 향할 무렵이었다.
“응?”
뒤에서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는 스포츠카가 있었다.
어제만 해도 무심했는데 지나가는 차를 보면 눈여겨보게 된다.
예전만 해도 차량 성능보다 색깔이나 상태, 기름량부터 살펴보고는 했는데.
하도 내가 차량 탈취를 하니 나중에는 기름을 일정량 이하로 맞춰 놓는 수작을 부렸다.
그걸 주도한 게 천명국이었지.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이가 갈린다.
기껏 탈취해도 100km도 가지 못했으니까.
…그래도 지금은 좋은 관계니까, 잘해 줘야지.
알아서 지나가겠거니 싶어서 그냥 주행하고 있었는데 내 차 옆으로 달라붙는다. 적토마도 이렇게 좋은데 저 차는 더 좋겠지? 갑자기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는 거 같다.
스포츠카의 운전석에 앉은 희멀건 녀석이 뭐가 불만인지 옆에 여자를 끼고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냥 지나갈 것이지 왜 옆에서 치근덕거리는 건지 모르겠군.
신경을 끄고 내 운전에 집중하려고 할 때였다.
끼이익!
그런데 녀석은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 계속 내 적토마 옆에서 얼쩡거리더니, 끼어들 것처럼 굴다가 급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한 것이다.
“…….”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했다. 지금 뭐하자는 거지?
난 대응하지 않고 차를 몰았다. 그러니까 녀석이 점점 더 위험하게 내 차로를 침범하기 시작했다.
혹시 2차선을 선호하는 건가 싶어 1차선으로 이동해 봤지만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아아!
이게 보복운전이라는 건가? 처음 당해 봤다.
참 위험하게 운전하는군. 어차피 내가 피하려고 해도 녀석이 포기하지 않을 거다.
나한테 뭐가 불만인지 점점 선을 넘고 있어서.
더 위험하게 옆으로 밀고 와서 피할 공간도 없고 그냥 들이받았다.
끼이익! 쾅! 콰과광!
다행히도 가드레일이 완전히 부서지지 않았다. 하마터면 적토마가 언덕을 구를 뻔했군.
“…….”
내 애마인 적토마는 이미 작살 나 있었다.
출고한 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
난 안전벨트를 풀고 밖으로 나왔다. 완전 박살 난 적토마와 다르게 녀석의 슈퍼카는 휀다만 일그러진 게 전부였다. 손익비가 그리 좋지 않군.
슈퍼카에서도 두 사람이 내렸다.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잘생긴 남자와 모델처럼 쭉 빠진 여자였다.
그나저나, 두 사람이 나오니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 느낌이 아니라 후각에서 전해지는 냄새였다. 어디서 맡아 본 적 있는데?
“야, 너 미쳤냐?”
남자는 다짜고짜 나한테 삿대질을 했다.
보복운전을 하는 녀석과 안전운전을 한 나.
둘 중 누가 미쳤을까. 이젠 정상적으로 행동해도 미쳤냐고 삿대질을 당한다. 어이가 없다 못 해 황당했다.
그나저나.
저 녀석은 내가 누군지 모르나 보다. 일단 사고부터 접수해야 되나?
그게 더 화를 돋웠는지 녀석이 쌍심지를 피웠다.
“내 말 안 들려? 씹냐?”
하긴, 생각해 보니 내가 오만했다.
얼굴을 알리는 걸로 분란이 사라질 거라 생각했다니.
진세정은 날 알아보는 사람이 늘어나면 조심할 거라 말했지만 세상 모두가 뉴스를 보고 인터넷 방송을 보는 게 아니다.
모두가 날 알아볼 거라 생각한 거 자체가 자의식 과잉이겠지.
반성은 반성이고 일단 주제 모르는 녀석부터 처리해야겠다.
“미친 건 너 같은데.”
“하, 요즘 버러지들이 자기 주제를 파악 못하네.”
녀석이 실소를 흘린다.
“이거 어떻게 할 거냐? 너 때문에 내 차가 긁혔잖냐. 네 벌이로 수리비나 나오겠냐? 어? 장기라도 꺼내서 갚을 거야?”
“사고 과정이야 블랙박스 까보면 알 거고, 보복운전으로 처벌은 네가 받을 텐데.”
녀석이 오히려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하, 내가 처벌? 그런 걸 내가 왜 받아?”
“안 받나?”
“당연하지.”
나도 처벌 안 받는데.
나랑 비슷하군.
왜인지 녀석이 의기양양해졌다.
“법이란 건 말이야, 너 같은 서민들 통제하려고 있는 거야.”
“넌 서민이 아닌가 보네.”
“나 모르냐?”
나부터 좀 알아봐라.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의아한 표정을 지으니 자의식 가득한 얼굴로 자기소개를 했다.
“대영그룹의 진승열이다. 앞으로 평생 잊지 못할 이름이다.”
대영그룹? 이세희한테 들어본 적 있다.
일찍부터 규모를 줄이고 알짜 계열사로 투자를 집중하여 확실한 수입원을 획득한 그룹이라고 했지. 재계 서열 3위라고 하던데 녀석이 자신만만한 게 이해가 되긴 했다.
근데 그게 다 그룹 회장 돈이지 자기 돈은 아니지 않나.
훌륭한 사람은 본인이 아니고 회장이라고 하던데.
“왜 널 잊지 못하지?”
“내가 기분이 잡쳐서 널 좀 밟아 줄 생각이거든.”
아, 그렇군.
나랑 생각이 같아서 다행이다.
난 살기등등하게 다가오는 진승열을 보다 옆의 여자에게 시선을 옮겼다. 저 여자도 수상한 냄새를 풀풀 풍기는데 조금 이따 털어 봐야겠다.
그때까지만 해도 긴가민가한 눈으로 날 보던 여자는 정면으로 시선이 마주치자 흠칫하더니 표정이 하얗게 질린다.
“오, 오빠!”
“넌 왜 그래. 가만히 있어. 이 녀석 손봐 주지 않고 못 배기겠으니까.”
“자, 잠깐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버르장머리가 없네? 미쳤냐?”
진승열은 말리는 여자에게 오히려 화를 냈다. 저런 게 망나니인가. 그냥 미쳐 버린 거 같다. 피아식별이 제대로 안 되는 거 보면. 방금 내가 손을 썼으면 왜 죽었는지도 모르고 목이 날아갔을 거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자는 진승열에게 악을 썼다.
“저 사람 누군지 몰라?”
“내가 저딴 희멀건 놈을 어떻게 알아!”
“최준호라고! 초인 최준호!”
“뭐, 최준호? 최준호가 왜 저딴 똥차를 몰고 다니…….”
감히 내 적토마를 모욕하다니.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말끝을 흐리던 녀석의 얼굴에 긴가민가 하는 기색이 서렸다.
날 완전히 모르고 있던 건 아닌가보다. 알자마자 바로 분노가 조절되는 걸 보면.
“서, 설마! 진짜 최준호 초인?”
“어.”
그것은 마법이었다.
갑자기 분위기가 싹 바뀌는 마법.
“그렇게 지껄여 놓고 무사하길 바란 건 아니지?”
“잠깐! 난 대영그룹 회장님의 손자…….”
더 나올 말이 뻔해서 녀석의 말이 끝나기 전에 접근해서 손목부터 잡아 비틀었다.
콰득!
“끄아악!”
손목이 뒤틀린 녀석이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난 아랑곳하지 않고 녀석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양 발목을 차례대로 부러뜨렸다.
그래도 멀쩡한 팔로 짚어 도망가려고 하길래 어깨도 부숴 줬다.
순식간에 바닥을 기어 다니게 된 진승열이 눈물과 콧물을 줄줄 흘려 댔다.
“네, 네놈. 가만두지 않을 거다.”
“매를 버는 소리를 하네.”
“끅!”
발목을 밟아 짓이겨 주자 도로에 얼굴을 처박는다.
대영그룹이니 뭐니 하면서 내세워 봤자 자기 실력 없으면 이 꼴이다.
“할 말 더 있냐?”
“우리 할아버지가 가만있지 않을 거다.”
누가 보면 당장 이놈 할아버지가 달려와서 구해 줄 수 있는 줄 알겠다.
주먹은 가깝고 법은 멀리 있는데.
그리고 법도 안 지키면 그만이다.
“그럼 구해 달라고 해 봐.”
콰드득!
“끄아악! 아파! 제발! 제발!”
녀석의 양 허벅지까지 밟은 나는 같이 온 여자에게 시선을 옮겼다.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떠는 여자를 보다 아까 전부터 익숙한 냄새가 난 걸 떠올렸다.
“마약하냐?”
“히익! 도망 안 칠게요! 제발 살려 주세요!”
무릎을 꿇고 엎드리며 소리쳐서 손을 쓰지 않았다. 누가 보면 내가 죽이려고 한 줄 알겠다.
그리고.
레벨 4 정도로 보이는데 왜 비각성자인 척 하지?
내가 개의치 않고 걷어차려던 순간, 여자가 눈을 번뜩이더니 표홀한 몸놀림으로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한 번 더 공격을 펼쳐야겠지만 발끝으로 기뢰를 시전하여 포스를 실어 쏘아냈다.
콰득!
“꺄악!”
깔끔하게 양다리를 부러뜨렸다.
나는 그대로 냄새나는 곳을 쫓아 슈퍼카 안 서랍을 뜯어냈다.
그러자 잘 포장된 마약이 모습을 드러냈다.
“누가 보면 중계상인 줄 알겠네.”
마약 소지를 했고, 보아하니 꽤 투여도 했을 테니 예비 빌런으로 취급해도 되겠다. 나는 곧장 정다현에게 연락을 넣은 뒤 마약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저 여자가 각성자인 것도 수상했다. 그리고 이 마약.
“익숙한 느낌인데?”
나는 냄새를 맡아보며 추적을 하다가 옛 기억을 떠올리는데 성공했다.
같은 종류는 아니지만 비슷했던 마약이 기억난다. 그건 쾌락을 위해서라기 보다 감각의 확장을 위한 마약이었다. 암시장에 가면 팔던 거였는데 상인들이 투덜거렸었지.
왜 그랬더라.
맞다, 한국에 리그가 뿌리를 내리지 못해서 바다 건너 와야 한다고 했었지.
그러니까 이 마약은 리그와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찾아낼 줄 몰랐는데.”
탈탈 털어 보면 숨어 있는 세력의 꼬리가 잡히겠지. 저 여자도 수상했고.
그때, 경찰차 두 대가 도착했다. 차에서 여섯 명의 경찰이 내렸다.
바닥을 기어다니며 고통스러워하던 진승열은 날 가리키며 경찰들에게 외쳤다.
“저 녀석을 잡아! 체포하라고!”
새로운 청부살인 방법인가.
평소에 경찰이 마음에 안 들었다고 이렇게 죽이려 들 줄 몰랐는데.
그런데 진승열의 말을 듣고 가장 나이가 많은 경찰이 흉흉한 기세로 내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당신!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자, 잠깐만요! 선배님! 우선 상황 파악부터 하셔야…….”
“너희 지금 범인을 앞에 두고 뭐하는 거야! 범인부터 잡아!”
선배 경찰이 소리 지르며 후배들의 입을 닫게 만들었다.
그것도 오래 가지 않았다.
후배 경찰들은 내 얼굴을 알아봤는지 눈이 찢어져라 커졌던 것이다.
“저, 저분은 그러니까…….”
“됐어! 안 도울 거면 나 혼자 잡는다.”
후배 경찰을 입 닫게 만든 선배 경찰이 총을 들고 내게 겨누며 다가왔다.
저걸로 날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 한 건가. 그때, 후배 경찰 한 명이 선배 경찰을 뒤에서 포박했다.
“선배님! 안 됩니다!”
“너, 너!”
“최, 최준호 초인이라고요!”
“뭐? 누구?”
“최준호 초인이요! 얼굴 모릅니까? 당신 지금 자살하러 달려들고 있다고! 미쳤어?”
“…….”
그제야 선배 경찰이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본다. 그러다 얼굴이 급격하게 새하얗게 바뀌기 시작했다.
요즘 사람들은 왜 먼저 저지르고 나서 알아보는 경우가 많은 건지 모르겠다.
내 얼굴이 흔해서 못 알아보는 건가.
“지, 진짜 최준호 초인님이십니까……?”
“왜 안 덤빕니까? 내가 초인이면 상황이 달라지기라도 합니까?”
“그, 그야 당연합니다.”
“사람에 따라 법 적용이 바뀌는군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전혀 아닙니다. 그런데 대영그룹 도련님과는 어쩐 일로…….”
“보복운전 당했습니다.”
“예?”
“제가 피해자입니다.”
난 안전운전을 하던 선량한 운전자였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건지.
아무튼 이왕 벌어졌으니 망나니 녀석도 확실하게 처리하고 수상한 여자가 속한 곳과 마약을 팔던 곳까지 털어 버려야겠다.
날 보는 경찰들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난 뭐, 피해자 되면 안 되나.
“저건 정당방위 산물이고.”
“그, 그럼 저희가 데려가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사람에 따라 대우가 휙휙 바뀌는 걸 봤는데 이대로 데려가게 둘 수 없지.
“마약 소지하고 있는 걸 봐서 국가수호국에 연락했습니다. 그분들이 인계해 갈 겁니다. 경찰 여러분들은 현장 통제만 해 주시죠.”
“…아, 알겠습니다.”
선배 경찰이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이걸로 끝이라 생각하면 곤란하지.
“그리고, 경찰님 소속과 이름 좀 알려 주시죠.”
“예? 저는 왜?”
“대처 방식이 인상적이어서. 경찰청장님과 얘기 좀 해 보려고요.”
“…….”
선배 경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 *
정다현이 직접 현장에 도착하면서 상황은 빠르게 끝이 났다.
나는 진승열 옆에 있던 여자를 브레인워싱해서 마약 중개상의 존재를 알아냈다. 그러자 굵직한 정보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 외곽 지역이 한바탕 발칵 뒤집힐 정도의 사건이었다. 광범위하게 마약을 유통하던 조직 하나가 뿌리째 뽑혔다.
이곳에서 재밌는 정보를 손에 쥐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신성그룹 본사에 나와 있었다.
별 생각이 없었는데 전날 사건에 대해 파악을 마쳤는지 이영문이 간곡히 부탁해서 와 달라 한 것이다.
내가 앉기 무섭게 집무실 문이 열렸다. 머리가 하얗게 샜지만 풍채가 좋은 노인이었다.
그가 대영그룹 회장 진화성이었다.
나를 본 그가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내 손자가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앉으시죠.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예.”
진화성이 맞은편에 앉았다.
“손자가 리그에 기업 비밀을 넘기고 있습니다.”
“승열이 이 못난 놈이…….”
난 고개를 저었다.
“진승열이 아닙니다.”
“예? 그럼 누구입니까?”
“진승후입니다.”
진승후는 진화성의 맏손자이자 대영그룹의 후계자였다.
왠지 익숙한 이름인가 싶더니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이름이더라.
역시, 열심히 외워 두니 필요한 순간 떠오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