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87)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87화
용기를 내서 태양에게 DM을 보낸 펠리시아노는 매 시간을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하지만 태양의 답장은 오지 않았다.
왜 오지 않을까?
“아무래도… 무시하는 거겠지?”
하긴 라이벌팀의 선수가 보자는데 누가 좋아하겠는가.
“후…….”
펠리시아노는 의기소침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왔다.
맨체스터에서 가장 화려하고 큰 집이 그의 집이었다.
집에 아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온 통 불이 켜지고 따듯하게 난방이 되어 있는 그의 집.
전기세나 난방비 따위 신경 쓸 일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돈을 버는 그였지만, 굳이 그가 이렇게 온통 불을 켜놓고 빈방까지 난방을 돌리는 이유는 혼자라는 느낌을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헤이, 노래 좀 틀어줘. 신나는 음악으로.”
그는 집에 설치된 AI에게 지시를 내리고 냉장고를 열어 와인을 꺼냈다.
시즌 중에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 그였지만, 이번 시즌 골을 넣지 못하고 부진하면서 술에 의존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 봤자 와인 한 잔이지만 펠리시아노에게는 굉장히 큰 일탈이었다.
“후우.”
이번에도 어김없이 한숨을 내쉰 펠리시아노는 와인잔을 들고 집안 온 곳을 돌아다니다 한곳에 멈춰섰다.
어머니의 방이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연다.
환한 불빛 아래 어머니가 편히 쉴 수 있는 최고급 침대, 그리고 그 침대 위 벽에 어머니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10년 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유일한 가족이었던 어머니를 그리며 성공한 뒤에 어머니가 꿈에 그리던 것들로 온통 채워 넣은 게 바로 이 방이었다.
이렇게 꾸며놓고 어느 순간 그는 이 방에 들어오는 일이 드물었다.
마음이 약해지고 흔들릴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성적이 나오지 않아 마음이 흔들리자 이 방을 찾는 일이 많아졌다.
어머니의 사진을 보며 와인을 모두 비운 펠리시아노는 핸드폰을 바라봤다.
여전히 태양의 답장은 없었다.
“빌어먹을 자식.”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DM을 무시하는 게 분명했다.
@FeilciNO_7
[#CHOOKTAEYANG왜 내 DM을 무시하냐?]
승질이 난 그는 대놓고 SNS에다가 태양을 해시태그하고 게시물을 올렸다.
* * *
“얘는 또 왜 이래.”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 수 없는 사람 중 한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펠리시아노를 꼽을 거다.
왜 뜬금없이 DM을 보내놓고 안 읽었다고 징징거리는 거지?
DM을 안 볼 수도 있지.
뭐 언제부터 우리가 DM을 주고받은 것처럼 서운해 보이네.
우리 팀이라면 답장이라도 해주고, 만나줄 텐데 상대는 경쟁팀의 에이스였다.
굳이 내가? 왜?
…라고 말하면서 나는 그의 DM에 답장을 하고야 말았다.
나 은근 츤데레? 그런 걸지도.
-왜
-이제야 내 DM에 답을 해주는군 나쁜 자식
-답해줬으니 됐지? 이만
-야…….
-아 왜? 할 말 있음 해
-한 가지만 묻자
-뭘
-너는… 골이 안 들어가면 어떻게 극복할 거야?
-골이 안 들어가 봤어야 알지
-…물은 내가 병신이군
-알면 됐다. 이만.
뭘 별 쓸데없는 걸 물어봐.
안 되면 될 때까지 해야지.
심리적인 문제? 그럼 적극적으로 고칠 생각을 하고 정신과를 가봐야지.
병원을 가도 안 된다고?
그런 놈들 중에 병원 말 귀담아 들었던 놈을 단 한 명도 못 봤다.
특히 펠리시아노같이 자기애의 화신으로 남의 말은 죽어도 안 듣는 녀석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 자식이 뭔가 깨닫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거나 조금 더 적극적으로 했다면 지금의 부진은 금방 털어냈을 수도 있다.
뭐, 내 알 바는 아니지.
내가 조언을 해줘도 들어줄 놈도 아니고.
내 지난 삶의 기억을 더듬어도 얘가 이렇게 젊은 나이에 망가진 기억은 없으니 어떻게든 극복할 거다.
물론, 장담은 못 하지만 말이다.
게다가 나는 남의 팀 선수에게 신경 써줄 틈이 없다.
“그래, 이런 상황에서는 어디로 빠져줘야 할까?”
나는 틈틈이 이젤 에드워드를 봐주고 있었다.
내가 몇 마디 해준다고 순식간에 바뀔 리는 없지만, 그래도 가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을 해주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뭐, 사실 조금의 죄책감도 있었다.
지난 삶에서는 뉴캐슬이 우승은커녕 몇 번이고 감독을 교체한 끝에 자신을 키워줄 감독을 만나 급격히 성장을 이뤄 나름대로 주전급 선수로 성장할 이젤이었다.
그런데 내가 등장하고 팀이 우승하면서 구단주가 막대한 지원을 해주면서 그럴 기회조차 없이 자리를 잃어버렸으니…….
이 모든 게 나의 날갯짓으로 인해 생겨난 거라고 생각하고 도와주고 있었다.
뭐, 가망성이 아예 없는 선수도 아니고 지난 삶에서도 자신의 포텐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줬으니 확신을 가지고 도와주는 거기도 하고.
“그러니까… 네가 안으로 들어가고 일리뉴가 바깥으로 빠져주면서 공간이 생기면 내가 들어가서 공격한다 이거지?”
“1차원적으로는 그렇지. 하프 스페이스가 열렸을 때 사용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해. 그런데 여기서 네가 공을 뺏겼어. 그럼 넌 어떻게 해야 할까?”
“음… 죽어라 쫓아간다?”
“걔가 네 공 뺏어서 바로 다른 데 패스하면?”
“공을 쫓는다?”
“그럼 그게 이젤 하운드지 이젤 에드워드냐 이 자식아?”
“아, 그런가? 헤헤…….”
…아직 이젤이 제 몫을 하기에는 갈 길이 먼 것 같다.
내가 봐주는 건 비단 이젤뿐만이 아니다.
“하… 이적할까?”
미드필더가 왕창 들어와서 완전히 자리를 잃고 방황하는 소비올라를 다독이는 것도 내 일이다.
“이적은 좀 그렇지 않냐? 해온 게 있는데. 차라리 경험을 위해 임대를 가는 게 어때?”
“임대? 임대 가지고 될까?”
“적어도 주급은 여기가 잘 주잖아. 임대 가보고 잘되면 여기서 뛸 수도 있는 거고, 안 되거나 기회가 없으면 이적을 하는 거고.”
“그럴 바엔 바로 이적을 하는 게…….”
“뉴캐슬 같은 곳에서 뛰는 게 어디 쉬운 건 줄 아냐? 물론, 나나 샬렛, 린데만이 주전으로 뛰니 조급해진 건 이해해. 하지만 한번 떠나면 챔피언 팀에서 커리어 쌓는 기회가 다시는 없을 수도 있어. 잘 생각하란 말이야.”
“음… 그래, 네 말대로 임대를 이야기해 볼게.”
하, 징징이 하나 설득했네.
사실, 별것 아닌 놈이 내 앞에서 저렇게 징징거리면 ‘에이, 그래!! 마!! 꺼져라!!’ 이렇게 하겠는데, 소비올라는 유스 동기인데다가 가진 잠재력이 월드 클래스 급이다.
어디 보내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운 친구라 이거지.
구단의 걱정거리 친구들을 나름대로 해결했다 싶었는데.
“태양, 큰일 났다.”
“넌 또 왜?!”
이번에는 일리뉴가 수심 가득한 얼굴로 나를 찾았다.
당장이라도 툭 치면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대번 심각해져서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데?”
“아나가 조산기가 있다…….”
“조산?!”
아나가… 임신 8개월 차던가? 조산 위험이 닥칠 시기이긴 한가?
세쌍둥이어서 더 그런 건가?
“병원은?”
“당연히 갔지. 근데… 집에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걱정이다.”
일리뉴는 형제가 많아서 부모님이 돌봐주러 오기 힘든 상황이었고, 아나는 부모님이 안 계셨다.
아나가 사람에게 얼굴을 보이는 걸 싫어하는 걸 아는지라 사람을 구하라고 하기도 그렇다.
잠시 고민하다 일리뉴에게 말했다.
“아나가 괜찮다면,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낼래? 옆에 별채가 있거든.”
뭔가 취미공간으로 꾸밀까 하다가 집이 워낙 커서 필요성을 못 느낀 뒤부터 게스트룸 비슷하게 꾸미고 청소하시는 도우미 분들이 관리만 하는, 가족들은 방치하다시피 한 별채가 있었다.
“…그래도 됨?”
일리뉴가 솔깃한 얼굴로 말한다.
“당분간만. 눌러살 생각하지 마라.”
“나, 나, 그 정도로 염치없는 놈 아니다!”
“그런 놈이 아나 집에 두고 우리 집 와서 삼겹살 처먹고 가냐?”
“…….”
“가서 아나랑 얘기하고 결정해. 설득할 생각 말고 아나 의사 100% 반영해서. 알았냐?”
“알았다.”
“아나한테 물어볼 거다?”
“알았다!!”
일리뉴도 해결했다.
요즘 들어 점점 나에게 달라붙어 상담 비스무리하게 하려는 놈들이 늘어났다.
그걸 감독도 알게 된 모양이다.
“요즘 선수들의 멘토라지?”
온갖 이야기를 다 나누고 혼자 느긋하게 마사지를 받는데 아르텔리가 옆 베드에 앉아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멘토는 제가 무슨 멘토예요.”
때마침 마사지를 끝내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기엔 자네한테 고민을 털어놓는 선수들이 많던데?”
“친한 사람들이 어디 이야기할 곳이 없어 저한테 오나봐요.”
“그런가? 허허.”
“뭐, 나이가 어리니까 말하기 편해서 그러는 거 아닐까요?”
내 말에 아르텔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아닌 것 같은데? 자네가 나이답지 않게 의지할 게 많으니 자네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거 아니겠는가?”
“……”
뭐지?
뭔가 쎄한데?
“그… 자네도 알다시피 지금 우리 팀에 부주장이 없다는 걸 알고 있지?”
…원래는 실바가 주장이고 리첼라가 부주장, 그리고 실바의 은퇴 시즌인 지난 시즌에는 리첼라가 주장이고 실바가 부주장을 했었다.
하지만 실바가 은퇴하고 난 뒤에 새로운 부주장을 임명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고로 세 번째 주장도 없다.
사실상 주장단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거지.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리첼라가 골키퍼인데다가 금강불괴여서 굳이 부주장을 둘 필요가 없던 걸까?
FA컵 같은 대회에서는 리첼라도 출전하지 않는데, 이럴 때는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주장 완장을 찼다.
그런데 이 얘기를 갑자기 꺼낸다는 건……?
“설마… 아니죠?”
내 물음에 아르텔리는 웃었다.
우리 감독님은 뭐 말만 하면 웃는 것 같다.
“그 설마가 맞네.”
“17살이 부주장이라뇨, 남들이 비웃을걸요?”
“리그 50골을 넣는 위대한 선수를 부주장에 앉히는 거네만?”
“아니, 그… 아무래도 부주장 같은 건 너무 귀찮은걸요.”
“내가 보기에 자네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모두 주장이 하는 일인데?”
“…그거야 팀을 위해서 어쩔 수 없…….”
그지.
주장이 팀을 위해서 선수들을 케어하고 이끄는 존재긴 하지.
“어차피 부주장이지 않은가. 부주장. 완장차고 뛸 일도 별로 없고 한 사람 위에 더 있으니 큰 부담도 안 될 텐데.”
“음… 뭐, 그럼… 해볼게요.”
그래, 까짓거.
부주장하면 큰소리도 더 칠 수 있겠지.
사실, 왕 노릇 한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언젠가는 주장이 되리라 생각하고 있었잖아?
완장이 뭐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완장이 부러울 때도 있긴 했어.
지난 삶에서 나는 언제나 엑스트라나 조연이었으니 말이다.
주장 완장을 차고 사랑받는 주연이 되고 싶단 생각을 했을 때가 있었지.
아무튼, 뭐… 언젠가 차지할 주장이라면 완장 없이 부주장으로 예행연습 한 번 해보자고.
그런데 세상에…….
“아니… 부주장한다고 하자마자 주장 완장 차는 건 뭐임?”
생전 차본 적 없는 완장이 내 팔을 감싸고 있었다.
* * *
[프리미어 리그 12라운드! 미들즈브러와 뉴캐슬의 대결입니다!] [아, 리첼라가 뒤늦은 독감에 감염되어 빠진 가운데 윤태양이 리첼라를 대신해서 주장 완장을 차고 있군요!] [이건 뭐라고 해야 하나요? 왕이 왕관을 썼다고 해야 할까요? 하하하.] [윤태양은 프리미어 리그 최연소 주장으로 기록에 남겠군요! 역시 기록 브레이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