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90)
축구가 간절하다 290화
“태양아, 저 차 너 따라오는 거 같은데?”
한국에 도착해서 바로 파주로 가지 않고 한남동에 있는 한국집에서 하루를 머물고 공세환과 만나 파주로 향하는 길이었다.
금수저인 세환이 차를 타고서 말이다. 아, 정확히 이야기하면 세환이 집에서 기사를 붙여준 차를 타고서.
“야, 이거 네 차잖아. 너 따라오는 거 아냐?”
“나를 왜?”
“너희 어머님이 경호원이라도 붙인 거 아냐?”
“에이, 우리 엄마 부자인 거 같이 축구하는 사람들 빼고는 아무도 몰라.”
“그래?”
나는 흘끔 시선을 돌렸다.
차 한 대가 따라오고 있었다. 선팅도 되어있지 않은 차였다.
자세히 본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여자인데?”
“야, 그… 뭐냐, 궁녀단 아냐?”
“궁녀단은 저렇게까지 하진 않아.”
내 팬이라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궁녀단 사람들은 나를 배려하려고 하지 저렇게 맹목적으로 쫓아다니지 않는다.
“기자인가?”
“아, 그럴 수도 있겠네.”
비선실세니 뭐니 하면서 말이 나왔으니 기자들이 관심을 보일 만하다.
어쨌든 정체를 알 수 없는 차까지 달고서 파주에 도착했다.
“파주 공기 달다.”
공세환은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말했다.
“이번에는 출전할 수 있을까?”
“요즘 하는 거 보면 가능성 있을지도?”
세환이는 자기 팀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팀 순위는 좋지 않지만, 세환이 개인적인 활약은 인정을 받는 수준이랄까?
“근데, 형들이 너무 잘해.”
“연륜은 무시할 수 없지.”
과거 좌영표와 우종국이 있었다면, 지금은 좌진용과 우태현의 시대였다.
윤진용도 윤진용이지만, 우태현도 우리나라 역대 오른쪽 수비수 중에서 손꼽히는 선수였다.
현대 축구가 원하는 풀백이란 포지션 자체가 너무 많은 걸 요구받고 그만큼 의사소통이 잘 돼야 해서 골키퍼만큼이나 해외 이적이 쉽지 않아져서 그렇지, 지금 실력이면 유럽에서 뛸 수준은 된다.
“혹시 못 뛰더라도 잘 보고 배워.”
“으응.”
대화를 나누며 파주의 출입구로 다다른 순간.
“윤태양 선수!!”
“여기 봐주세요!!”
“윤태양 선수!!”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민다.
으레 있는 일이었다.
연예인들에게 공항 패션이 있다면, 축구 국가대표팀에게는 파주 패션이 있는 거다.
물론, 난 신경 안 쓴다.
나랑 계약 맺은 나이키나 패션 브렌드에서 알아서 옷과 코디를 제공하거든.
그 옷을 입고서 손을 흔들어 준다.
그때였다.
“윤태양 선수, 이번 논란이 파벌 문제로 불거졌는데요, 파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늘은 단순하게 사진만 찍으려고 온 게 아닌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안타깝지만, 어린 저로서는 민감한 문제여서 아예 관심조차 안 가지려고 합니다. 선수로서 최고의 경기력으로 국민들께 기쁨을 주려는 마음뿐입니다.”
캬, 이 정도면 정답 그 자체 아니냐?
그리고 솔직히 축협 정치 놀음에 끼고 싶은 생각이 없기도 하고.
“이번 사태로 정도를 넘은 악플을 대거 고소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선처하실 생각은 없나요?”
이것도 예상했다.
“제가 못해서 악플을 받는다면 속상해도 참겠지만, 날조와 선동, 그리고 가족까지 대상으로 한 악플에 대해서는 절대 선처 없습니다.”
이 부분은 단호해야지.
나는 그리 말하고 꾸벅 고개 숙이고 그대로 파주 안으로 들어갔다.
정치니 파벌이니 뭐니 하는 가운데 파주 훈련장은 여전했다.
다른 점이라면 이미 누군가 필드 하나를 선점하고 열심히 축구를 뛰고 있다는 거다.
“유소년 애들도 있나본데?”
“그러게.”
중,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었다.
“우리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그거 몇 년 안 됐다. 노인네처럼 말하지 마라, 세환아.”
“야, 그때 우리 13살이었어.”
“아, 벌써 그렇게 됐나?”
처음으로 국대로 차출된 게 6년 전이었어? 시간 빠르네.
그때만 해도 내가 이 정도로 성장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당장 뉴캐슬은커녕 유럽 변방 리그부터 시작해야 하나 고민했던 것 같은데.
맞나?
어째 6년 전인데 전생 때 기억보다 가물가물하다.
전생 때 워낙 고생해서 머릿속에 인이 박힌 건가.
“Yo, Bro!”
애들을 바라보며 본관으로 걸어가는데 묵직한 목소리가 들린다.
“오.”
“파퀘트!”
“야야, 나 이제 파퀘트 아니여. 나이엘이여. 전주 나씨.”
다름 아닌 파퀘트 나이엘, 아니, 이제는 귀화해서 나이엘이 된 녀석이었다.
안 본 사이 녀석은 겉으로 보기에도 흑인 특유의 탄력이 넘치는 체형의 어른이 됐다.
심지어 19살짜리가 수염이 덥수룩하다.
“야, 새카만 거 빼곤 못 알아보겠다.”
내 말에 나이엘은 씨익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오우, 인종차별?”
“까만 걸 까맣다 하지 하얗다고 하냐?”
“그건 그래. 난 너 매주 보는데 넌 나 오랜만에 보지?”
“당연하지. 전북에서 좀 치냐?”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귀화까지 한 나이엘은 유스 시절에서부터 뛰던 전북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K리그에서는 좀 치지. 효준이랑 준서보다 내가 국대 탑승한 거 보면 모르겠냐?”
“그것도 그렇네.”
레버쿠젠까지 갔다 온 효준이도 승선하지 못한 국대에 나이엘이 먼저 올 줄은 몰랐다.
“히야, 이게 국대로서 느끼는 공기인가? 공기질이 다르네. 너넨 이걸 벌써부터 느꼈다 이거지?”
국대에 합류하면서 나이엘은 꽤나 들뜬 모양이다.
“큭큭… 과거의 전사들이 여기 모였군.”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
어딘가 음침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최지우.”
“오랜만이군, 태양이여. 아, 이젠 주장이라 불러야 하나?”
“…니 맘대로 하세요.”
이렇게 직접 보니 애가 더 이상해졌다.
“그래, 주장… 우리를 안내해다오.”
그때는 애니에 빠져서 이상한 말을 한 것 같은데 지금은 사극도 영향을 끼친 것 같기도 하고.
“다들 뭐하지? 왜 안 들어가고 있어?”
그 가운데 성호도 이 무리에 합류했다.
18년생 선수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이렇게 다 같이 있으니 진짜 선수단 안에 파벌이라도 생긴 기분이네.
“야, 헛소리들 그만하고 다들 흩어져 따로 들어가. 남들이 우리 보면 파벌 만들어서 갑질한다고 이상한 기사 낸다?”
“그럴 줄 알고 이 몸 등장.”
“…상현아 너도 유스 동료잖아. 너까지 있으면 화룡정점이야.”
배상현까지 가세했다.
나는 손을 휘휘 저으며 친구들을 해산시켰다.
* * *
2026년 월드컵 이후 32개 국가가 아닌, 48개 국가로 확대되면서 아시아는 월드컵 진출 티켓이 무려 8장이나 됐다.
그런 만큼 A, B조 12개 국가 중에서 탈락하는 팀은 양 조별로 두 팀씩, 4개 국가밖에 되지 않았다.
최종예선만 올라오면 월드컵 진출에 도전해 볼 만하다는 거다.
지금까지 월드컵은 남의 나라 축제로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국가에서는 꿈만 같은 이야기였고, 그런 만큼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최종예선은 A조가 특히 치열한 상황이었다.
A조는 일본, 태국,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시리아, 이라크로 대체로 일본, 사우디, 호주가 유력하다 평가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웬 걸?
동남아에서나 일진 노릇을 하던 태국이 호주와 비기고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를 잡으며 3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2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함과 동시에 강력한 진출 후보였던 호주는 정작 태국과 시리아에게 비기고 사우디와 일본에게 지면서 1승 2무 2패를 기록, 모두의 예상을 깨고 사우디와 호주, 시리아가 4위 안에 들기 위한 피 터지는 싸움이 이어지고 있었다.
반대로 B조는 잘나가다 세대교체 실패로 인해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하는 이변을 연출한 아랍 에미리트를 제외하고는 순조로워 북한과 아랍, 이 두 나라에게 덜미만 잡히지 않으면 무난하게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은 이미 월드컵 진출이 확정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그럼 윤태양과 같은 유럽파들을 굳이 부를 필요가 있냐고?
-필요 없지 않나? 굳이? 한국까지 왔다갔다 원정 뛰는 게 쉬운 게 아니고 ㅡㅡ
-선수들 합 맞춰봐야 할 거 아냐
-아니 그걸 굳이 왜?
-왜라니 ;;;;
-우린 윤태양 올인이잖아 ㅋ 윤태양이 잘 하면 이기고 못 넣으면 지는 거 아님?
-ㅅㅂ……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얼추 맞말이라 뭐라 못하겠누;;;
-그래도 ㅅㅂ 전술도 맞춰보고 호흡도 맞춰봐야지
-태양이는 그런 거 없어도 잘 해주던데?
-태양이 빼고 다른 애들 ㅅㅂ놈아
-걔들이 뭔 필요?
-태양이 4골 넣고 다른 애들이 다섯 골 먹히면 되겠냐?
-아 그러네
필요했다.
이비카가 추구하는 전술에 선수들이 녹아들어야 했으니까.
그렇게 시작된 아랍 에미리트와 대결에서 이비카 감독은 조동호, 윤태양, 방성환으로 쓰리톱을 구성하고 미드필드에는 나이엘, 이현석, 최지우를, 포백으로는 윤진용, 유성재, 배상현, 공세환을 출전시켰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선수만 네 명, 그보다 두, 세 살 많은 선수가 두 명이나 되는 굉장히 젊은 라인업이었다.
대부분 수비라인을 책임지는 선수가 이십대 후반이라는 걸 감안하면 중간이 없는 세대교체가 아닐 수 없었다.
-올대는 왜 하나도 없냐
-올대 애들은 군 면제만으로 만족해야지
-솔직히 저 스쿼드에 올대 애들 끼는 건 좀 ;
-애들아 선발로 못 뛸 뿐이지 차출된 애 두 명 있어
-무려 두 명씩이나!! ㅋㅋㅋ
-근데 어린애들이 좀 찬다?
-나이엘 전북에서 요즘 잘나감
-나이엘은 귀화해서 군대 가야하냐?
-가야함
-불쌍 ㅠ
삼십대가 단 한 명도 없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아랍 에미리트를 압도했다.
사람들은 점차 이비카 감독이 왜 나이엘과 최지우를 차출했는지 알 것 같았다.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주면서 공수 양면에 가담하며 공을 운반하거나 운반하는 선수를 보좌하는 나이엘과, 공간을 찾아 들어가며 전방으로 계속해서 키패스를 찔러넣는 최지우의 조합은 지금까지 윤태양에게 공을 다이렉트로 연결하지 않는 이상 공격의 활로를 쉬이 찾지 못하던 대표팀에게 있어서 중간다리 역할을 확실하게 해주고 있었다.
두 사람 덕분에 중원까지 내려와서 공을 연결 받아야 하는 상황이 많았던 태양은 부담이 줄어들면서 보다 더 공격에 집중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도 항상 골을 넣었던 태양이었지만, 오늘은 더했다.
[최지우가 공 찔러줍니다! 윤태양 하프 스페이스로 파고들며 그대로 슈팅! 골! 골입니다!] [나이엘, 압박해서 공 빼앗고 바로 윤태양에게 패스! 윤태양 한 명 제치고 슈티이잉! 골!] [최지우, 측면으로 빠져 달려 나갑니다! 그대로 크로스!!! 윤태양 발리!! 골!!!! 해트트릭입니다!]윤태양은 전반에만 혼자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이어지는 후반, 경기 시작 4분 만에 혼자 세 명을 제치고 네 번째 골을 넣은 태양은 후반 18분 조동호의 득점을 어시스트하면서 네 골 1도움을 기록하고 김태훈과 교체되어 나갔다.
그리고…….
[경기 종료합니다! 6대0!! 중동 국가를 상대로 대한민국이 대승을 거둡니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