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9)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9화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FC 코리아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도 사랑하지만, 정작 K리그를 향한 관심은 별로 없다는 것 말이다.
그런 판국에 K리그 주니어, 그것도 심지어 중학 리그인 U-15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예 없다 정도는 아니더라도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도 누군가는 유소년 축구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다.
대표적인 게 자녀가 축구를 하는 학부모들.
그리고 유소년 팀을 산하에 둔 K리그의 팀들.
마지막으로 한국 축구 협회가 있다.
현재 축협은 프로젝트 2038이라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별칭으로 agian 2002라 불리는 이 계획은 유소년 시절부터 선수들을 발탁해, 한 팀처럼 육성, 순차적으로 U-17, 20, 올림픽 대표팀, A매치 대표팀 주전 멤버로 키워 상위 토너먼트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이었다.
1세대는 나름대로 성공적이어서 내년 열릴 브리즈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었고, 2세대 역시 U-20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3세대인 지금 U-17 대표팀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1세대와 2세대는 일찍이 유럽 리그의 유소년 소속, 혹은 1군팀에 뛰는 수준급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반면, U-17은 1세대와 2세대는 골짜기 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골짜기 세대로 고심하는 건 서울 유소년팀뿐만이 아니라는 소리다.
그 가운데 축협의 시선은 이번에 중학생으로 진학한 세대에 쏠렸다.
축협에서 자체적으로 말하기를 3.5세대로 불리는 아이들이었다.
일찍이 초등학교 축구에서 미친 활약을 선보이며 유럽 유수의 명문팀과 링크되어 있는 인천의 이성호, 서울에서 공을 들여 영입한 공세환과 진유준 같은 선수들이 대표적이었는데, 그 가운데 생각지도 못한 선수가 등장했다.
바로 윤태양.
이번 시즌 개막 이후 6경기 동안 혼자 16골 4도움을 기록하며 자기 보다 한 뼘은 더 큰 형들을 유린하고 골을 폭격하고 있었으니 시선이 안 갈 수가 없었다.
“이야, 골 넣는 거 봐라.”
대한민국 유소년 총괄감독을 맡고 있는 이정후는 스탭이 찍어온 영상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어디서 이런 애가 갑자기 나타났다냐?”
“초등학교 때까지 정식으로 축구를 해본 적이 없답니다.”
“그런데 어떻게 서울을 들어가?”
“뭐 물어보니 조봉수 감독님 지인의 지인 아들이라던데요?”
“우리 봉수 감독님 인복도 좋네. 지인 찬스로 이런 애를 다 구하고.”
나른한 얼굴로 껌을 씹으며 영상을 넘겨보는 이정후를 바라보고 코치가 물었다.
“마음에 안 들어요?”
“응? 왜? 잘한다고 했잖아?”
“그런 분 치고는 반응이 영… 미지근한데요?”
이정후는 코치의 말에 피식 웃었다.
“직접 보지 않는 이상 확신할 수 없으니까. 아니, 봐도 그럴 수도 있고. 이 나이 때 반짝하고 사라지는 애가 어디 한둘이어야지.”
“그건 그런데… 이성호는 좋게 평가하셨잖아요?”
“이성호는… 재능도 타고났는데 노력까지 하니까. 걔는 아무리 망해도 K리그 에이스급이야.”
그 말에 코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호는 확실히 재능 그 이상의 노력을 한다.
그 정도 노력이 보상받지 않는다면 말이 안 됐다.
“얘도 노력이라는 걸 하지 않을까요?”
“문제는 봐봐. 대부분 역습에서 치달로 골 넣잖아. 이런 애들은 한계가 분명해. 빠른 발을 잃으면 그날로 선수생명 끝이라고 봐도 되거든.”
“아, 그렇긴 하죠.”
“그래도… 골 결정력까지 갖췄으니 재능 있긴 하네. 한 번 가서 보긴 해야겠어.”
이정후의 말에 코치가 일정표를 확인하고 말했다.
“안 그래도 내일 수원과 경기가 있다고 합니다. 홈경기라는데 가보실 겁니까?”
“수원이야? 거기도 괴물 신입생 있지 않나? 최지우인가?”
“네, 맞습니다.”
“유소년이긴 해도 라이벌전에 신입생들이 넘쳐난다? 재미있겠네. 한 번 가보자고.”
이정후는 그리 말하고 눈을 감고 고심했다.
사실 이번 신입생들은 잘해야 내후년부터 U-17세로 뛸 법한 나이였다.
하지만…….
“선수가 너~~무 없어.”
역대급 골짜기 세대에 그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 * *
“야,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팀 존나 잘하는 거 같지 않냐?”
오늘 경기를 앞두고 운동장으로 나서던 공세환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가 잘한다고?”
“엉. 벌써 6연승이잖아. 오늘 이기면 7연승.”
“글쎄, 우리가 아니라 내가 잘하는 거 아니냐?”
그 말에 공세환이 와, 이 새끼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왜, 뭐.”
“후… 그래, 네 말이 맞긴 하지. 다 네가 캐리하고 있긴 하니까. 그래도 네 입으로 말하니까 좀 재수 없다. 인정?”
“팩트인데 뭘 재수가 없어. 뭐 같으면 네가 골 좀 넣든가.”
“하, 이상하게 공 멀리 보내는 거 어렵단 말이야. 왜 그러지?”
공세환은 그리 말하며 자기 다리를 바라봤다.
나이를 감안하면 축구선수로서 더할 나위 없이 단련된 다리였다.
“넌 발목 힘이 문제지 않을까? 발목 힘을 키워봐.”
“발목? 그런가?”
“한 번 해봐. 발목힘 좋아서 나쁠 건 1도 없으니까.”
“그래야겠다.”
공세환은 히죽 웃다가 손바닥을 짝, 하고 치고 말했다.
“깜빡했는데 우리 아빠가 오늘 이기면 친구들이랑 호텔뷔페 데려가 준다고 했어.”
“호텔… 뷔페?”
그 한 사람당 십만 원이 넘어간다는 그 호텔 뷔페?
이건 귀한데?
“오늘 해트트릭하고 만다.”
첫날 더블 해트트릭 이후로 해트트릭을 한 기억이 없다.
성남에서 미쳐 날뛰었더니 다음 경기부터 날 향한 견제가 장난 없더라고.
아무리 나라고 해도 공 자체가 오질 않으면 뭘 해보지 못한다.
결국 내가 더 잘해야 한다.
노력.
노오오오오력을 통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득점을 넣을 수 있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
패스를 해주면 되지 않냐고?
내가 어시스트를 지금 네 개 기록하고 있지만, 내가 찔러준 패스는 한, 두 개가 아니다.
그거 제대로만 넣어줬어도 어시스트가 10개는 될 거다.
우리팀 선수들은 희한하게 골대 앞에서 다 개발이 되는 질병을 앓고 있다.
아무래도 유럽으로 진출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된다.
아니면 수준급 선수들과 함께 뛰는 환경으로 가야 하나.
그 정도 수준의 중학팀이 지금 있긴 한가?
고민이 깊어져 한숨을 내쉬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반대편에 수원 아이들이 보인다.
그들의 상징과도 같은 푸른 유니폼을 입고서.
문득, 아버지랑 한 깨톡이 떠오른다.
-아빠 : 아들, 수원이랑 하지? 제발 살살해 줘. 걔들이 우리 수원의 희망이다. 기죽지 않게, 응?
간절하게 말하는 아버지께 답해드렸지.
-나 : 네 해트트릭만 할게요
-아빠 : ;;;;
누가 뭐래도 라이벌전인데 몰입해서 열심히 해야지 대충할 수 있나.
“응? 뭐야?”
“왜? 뭐 있어?”
의아한 내 말에 공세환이 묻길래 아니라고 해주고 시선을 돌린다.
스탠드에 낯익은 사람이 있었다.
이야, 라이벌전이라고 저 사람도 오네?
이정후.
대한민국 출신 역대 최고의 감독이자 축미새, 그러니까 축구의 미친 새끼로 불리던 감독.
그래, 그러고 보니 어게인 2002인지 2038 프로젝트인지 그거 한참 하고 있구나.
대한민국 유소년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해 성과를 낸다는 그 프로그램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다.
그 성과는 2038년이 아니라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뛴 월드컵에서 16강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선수 개개인으로 보면 황금세대를 만들어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 유수의 팀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역대급으로 많아졌으니까.
아니, 가만.
생각해 보니까 저 사람 눈에 띄면 더 국대에서 뛸 수 있는 거 아냐?
국대니까 당연히 수준이 높을 거고.
게다가 U-17 월드컵에서 활약하면 해외가기도 더 편하잖아?
왜 이걸 생각 못 했지?
유소년 시절 엘리트 코스는 나랑 인연이 없어서 그런 거 같다.
“좋아.”
기회다.
여기서 해트트릭, 아니, 더블 해트트릭이라도 해줘서 눈에 확 들어야겠다.
“성준이가 부상이라 미드필더 자리에 뛸 친구가 필요하다. 태양이 네가 좀 뛰어줄래?”
…하지만 모든 게 내 생각대로 되지는 않네.
세상에 미드필더라니!
배성준 이 선배가 뛰는 자리는 투볼란치 앞에 위치한 미드필더, 공격적으로 전방으로 나서는 위치이긴 하지만, 지금의 나와는 관계없는 포지션이었다.
“어… 다른 미드필더가 뛰면 안 될까요?”
“종우도 부상이고, 그나마 있는 게 성진인데 성진이는…….”
나와 감독의 시선이 동시에 성진 선배에게 향한다.
3학년이긴 한데, 오성고 진학도 실패한, 사실상 선수생명의 끝이나 다름없는 선배였다.
무슨 소리냐?
못한다는 소리다.
“네가 공격적인 재능이 제일 뛰어나니 네가 빈자리를 메꿀 수밖에 없다. 이해해 주겠니?”
조봉수 감독의 말에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대신에 제 마음대로 해봐도 될까요? 미드필더는 처음이라서…….”
“…그래, 그러렴.”
이렇게 된 거 미드필더 역할 모른다는 핑계로 프리롤로 마음껏 날뛰어보자.
그렇게 경기가 시작됐다.
“수원한테 지지 말자!!”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심상치 않던 분위기는 경기가 시작되기 무섭게 뜨겁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유소년이라고 해도 소속감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화이팅!”
주장의 우렁찬 외침에 우리 모두 화이팅을 외치는 사이, 수원 아이들이 우리를 보고 비웃는다.
“하, 좋밥들이 뭐라는 거야?”
“우리랑 비비려고 하네, 난지도 쓰레기장 새끼들이?”
그들은 정말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럴 만했다.
우리 서울보다 먼저 유소년에 힘을 쏟았고,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수원의 매단중, 매단고는 유소년 최고의 강팀이었으니까.
유소년 전 연령 모두 최소 2연패, 특히 U-15는 A팀 4연패, 2년마다 한 번 열리는 전국학원왕중왕전 2연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준우승은커녕 중위권에서 빌빌거리는 우리가 우습게 보일 만했다.
“저 새끼들 잘한다고 드럽게 으스대네.”
공세환의 투덜거림에 나는 뒤를 돌아보고 씨익 웃으며 괜찮아.
“저것도 잠시야.”
“왜?”
“내가 있으니까.”
“…재수 없는데 존나 멋있는 말이네. 그래, 재수 없어도 좋으니 개발라 버리자.”
“개발라 버리는 게 아니라, 개발라주세요, 라고 나한테 부탁해야지.”
“…그래, 개발라주라 개 같은 놈아. 이기면 알지? 호텔뷔페?”
“알지!”
아까 뭐랬지?
요 근처 호텔뷔페가 인당 14만 원이라고 했던가?
절대 놓칠 수 없지.
전의가 불타오른다.
물론, 내 불타오르는 전의와 별개로 수원은 매서웠다.
와, 한국의 중학팀이 이 정도야? 싶을 정도로 무서운 패스를 선보인다.
티키타카가 제대로 자리 잡혀 그 위에 고차원의 전술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까지 됐다.
그 중심에는 최지우가 있었다.
최지우는 나와 공세환과 함께 우리나라 미드필더를 책임지던 놈이다.
번뜩이는 재능으로 잠시이긴 하지만 EPL까지 입성했었다.
적응을 못해서 금방 돌아오긴 했지만, 무시 못할 친구다.
적응을 못하고 돌아온 이유?
치명적인 약점 때문이다.
떨어지는 피지컬, 그로 인해 극도로 몸싸움을 꺼리는 성향이거든.
이 말은 곧 적극적으로 붙어서 파이팅하는 공세환과 같은 스타일과 상극이라는 거다.
그 기질은 이미 중학교 때부터 있었던 모양이다.
자신을 상대로 거칠게 달라붙는 공세환을 피하다 흐름이 끊기고 오히려 공을 빼앗기고 만다.
분한 듯 무릎 꿇은 채로 공세환을 노려보는 놈을 뒤로하고.
“공 줘!!”
공세환에게 공을 달라 외쳤다.
나에게 뻗어오는 공을 보고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수원 선수 한 명이 나에게 달려온다.
그대로 등진 채로 공을 받아 공을 보호하고 놈을 벗겨내면서 앞으로 나서니 분주하게 움직이는 우리 선수들이 보인다.
골을 넣어줄 것 같은 친구는 아직 없었다.
대신 패스해 줄 친구들은 있었다.
뒤에 있던 공세환과 공세환의 파트너인 3학년 배지훈이 올라왔다.
다른 건 몰라도 스타일이 다를 뿐이지 우리팀 미드필더도 수원에 꿇리지 않는다.
두 사람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전진하면서 수원을 유인한다.
서서히 왼쪽으로 쏠리는 진영.
넓어진 공간을 우리팀 우측 윙포워드가 파고든다.
그래, 저 정도는 해줘야지.
나는 공세환에게 받은 공을 그대로 전방으로 찔러넣었다.
빠르게 뻗어가는 대지를 가르는 듯한 롱패스.
목표지점은 수비도, 골키퍼도 반응할 수 없는 완벽한 찬스지점이다.
저 패스는 놓치는 것도 웃기지만, 공을 받고 골을 못 넣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위치다.
“그래, 그렇지!”
미리 보고 달려가던 위치이니 놓치지 않고 공을 받았다.
이제 남은 건 넣는 거다.
넣어라!
뻥!
“에라이!”
뭐냐 저거.
그 말로만 듣던 후지산대폭발슛인가 그거냐?
거참, 시원하게도 날아가네.
그 와중에 TV에서 본 건 있어가지고 패스 좋았다고 엄지를 들어보인다.
“어휴.”
내가 아쉬운 기회에 힘이 빠져 한숨을 내쉴 때였다.
“이야! 축구 잘한다!!”
멀찍이 스탠드에 앉아있던 이정후가 벌떡 일어난 채로 나를 바라보며 엄지를 세우고 있었다.
뭐, 일단… 눈에는 들기 시작한 건가?
다시 전의가 불타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