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66)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66화
“미르켈이 남누리에 있었을 줄이야.”
케엘과 세데아의 이야기를 들은 모르드는 어이가 없어서 실소하고 말았다.
무락당수의 정체는 미르켈이었다.
머리카락을 검게 물들이고 가면을 썼지만 케엘과 세데아가 그를 알아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달시가 고개를 갸웃했다.
“잠깐. 그럼 엘테인이 북누리로 찾으러 간 건… 아켈리인가?”
지금까지는 엘테인이 동쪽으로 온 게 미르켈을 찾기 위함이라고 예상했는데, 미르켈은 남누리에 있었다.
그렇다면 소거법으로 북누리에 있는 것은 아켈리라는 결론이 나온다.
파르웰이 동의했다.
“그런 것 같군요. 아켈리가 북누리에 자리 잡고 있다면 좀 놀랍네요. 라이칸스로프에 대한 인식이 안 좋기로는 서쪽보다 이쪽이 더한데…….”
남누리 어딘가에 있다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아켈리 정도면 사분오열된 남누리에서 무장세력을 꾸미고 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테니까.
하지만 황실이 하나로 통제하는 북누리에 자리 잡고 있다니, 대체 어떤 상황인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물론 아켈리의 무력만으로도 북누리가 받아들일 가치는 있겠지만…….”
모르드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켈리와 함께 동대륙으로 넘어온 전력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그 집단의 무력만으로 따져도 북누리에서 장군 자리 정도는 줄만 하다.
게다가 그녀를 따르는 카리안 클론들은, 일부는 단죄자들에게 넘어갔지만 살아남은 나머지만 따져도 북누리에서 군침을 흘릴 만한 마법사 전력이 아닌가?
“근데 어쩌면 그 이상의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지. 이건 대가를 써서라도 알아볼 가치가 있을 것 같군.”
“응.”
고개를 끄덕이는 달시의 표정은 심각해져 있었다.
케엘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 멀쩡히 살아 있을 거야 알고 있었잖아?”
“그렇기는 하지.”
모르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미르켈은 노래와 음유의 신, 리엔타의 총애를 받는 존재다.
모르드는 아직 몰랐지만 알비게우스도 그랬고, 그 외에도 미르켈과 신화에 사랑을 속삭인 여신이나 그 자손인 자는 꽤 많았다.
만신전에 이름을 새긴 신은 아니더라도 그 신의 사도, 성자, 그 외에 그냥 천상에 올라서 그런 신의 권속으로 편입된 이들 중에서도 말이다.
따라서 미르켈이 위험에 처했다면 그 신들은 어떻게든 모르드에게 소식을 전했을 것이다.
아직 모르드 일행은 리엔타와 직접 마주하지 못했지만, 동쪽은 모든 신들이 협력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리엔타는 물론이고 그 어떤 신들도 모르드 일행에게 미르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모르드 일행은 미르켈은 적어도 위험에 처하지는 않았으리라 추측하고 있었던 것이다.
케엘이 물었다.
“저기는 어쩔까?”
“도시 지배층을 박살 내는 거야 간단한 일이지만…….”
모르드는 제법 큰 도시의 운명을 마치 손아귀에 쥔 것처럼 이야기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아무런 과장도, 허세도 들어 있지 않았다.
“그 후에 도시가 제대로 굴러갈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지.”
넘치는 힘이 있다면 사람들을 압제에서 해방하는 것까지는 간단하다.
하지만 그렇게 해방된 사람들을 제대로 된 사회에서 살아가게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과연 지금 시점에서 도시 지배층을 제거해 버리면, 다른 이들이 도시를 잘 운영할 수 있을까?
오히려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게 문제였다.
“한울왕자에게 맡기도록 하지.”
모르드 일행은 이 문제를 한울왕자에게 넘기기로 했다.
그럭저럭 괜찮은 분위기로 굴러가는 지역이라면 모를까, 저런 지역은 무력을 동원해서 병합해도 민중의 환영을 받을 것이다.
“그럼… 미르켈을 만나봐야겠군.”
방침을 정한 모르드는, 지금부터 미르켈을 만나는 것이 기대된다는 사실에 살짝 당혹감을 느꼈다.
* * *
무락당원들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산속에서 이번에 획득한 곡식들을 보며 희희낙락하고 있었다.
“아, 이 정도면 정말 많은 이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겠습니다.”
다들 이런 세상에서 탐관오리들을 골탕 먹이며 사람들에게 곡식을 나눠주는 의적으로 활동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 반은 오늘 밤에 저 도시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주기로 하고… 하는 김에 군수에게도 경고를… 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던 무락당수가 눈을 크게 뜨며 한쪽을 바라보았다.
순간 주변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무락당원 중 몇몇이 칼날처럼 날카로운 기세를 발하며 그쪽을 경계한다.
전에 무락당수가 이런 반응을 보였을 때 그들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강적이 덮쳐온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그리고 무락당수가 바라보는 방향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크다.’
무락당원들이 그들을 보며 느낀 감상은 그러했다.
2미터에 달하는 모르드,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리온이 강렬한 존재감으로 눈을 사로잡았다.
왕왕!
그 옆에서 은색 털의 대형견이 하늘을 보며 짖는다.
[흥! 살아 있었구나! 말 못 하는 바보 개!]그러자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나며 새 한 마리가 무락당수의 머리 위에 내려앉았다.
비둘기보다 두 배 정도 덩치가 크고 푸른색 부리와 은색 털 위로 붉고 푸르고 노란 화려한 깃털을 뽐내는 새였다. 새 주제에 부리 위로 가면을 쓴 채 황금색 눈동자로 거만하게 라그나스를 깔아보는 그 새는 신수(神獸) 톨카였다.
크르르…….
라그나스와 톨카가 서로 노려보는 가운데, 무락당수가 가면을 벗고 얼굴을 드러낸다.
“모르드.”
꽃이 피어나듯 환하게 웃는 절세미남자는 바로 은의 피의 팔성으로 불리는 자, 무용군주 미르켈이었다.
“이 먼 땅에서 재회하게 될 줄이야. 역시 너는 나와 함께 춤출 운명이었어.”
“…하는 소리를 들으니 너를 만났다는 실감이 확 드는군.”
모르드는 픽 웃어버리고 말았다.
* * *
무락당원들은 모르드 일행의 자기소개를 듣고 놀람을 금치 못했다.
모르드 일행의 위명은 서남도와 운평도 바깥까지도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조만간 찾아보려고 했었어. 그런데 네가 먼저 찾아와주다니 정말 기쁜걸. 춤추지 않을래?”
머리칼을 슥 쓸어 올리는 것만으로 은발로 돌아온 미르켈이 말했다.
“춤은 나중에 추고…….”
“아, 추긴 출 거지 그럼?”
“…글쎄. 춤은 안 추겠지만 놀아는 주지.”
코웃음을 친 모르드가 물었다.
“넌 뭐든 하고 싶으면 바로 해버릴 것 같은데 의외로 인내심이 있었군.”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내가 책임지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무락당의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나면 움직이려고 했지.”
“탐관오리들을 터는 일 말인가?”
“응. 그게 무락당의 목표야. 내 뜻에 동참해 주는 이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지내고 있어.”
“확실히 하는 걸 보니 재미있어 보이긴 하는군.”
모르드는 케엘과 세데아가 들려준 이야기를 떠올리며 말했다.
부당수가 말했다.
“무르스께서도 당수님을 인정하고 계십니다. 성자로 임명하고자 하셨지요.”
무락당의 부당수는 춤의 신 무르스의 혈손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무락당에는 무르스의 신혈과 신관들이 열 명 정도 소속되어 있었다.
미르켈 말고도 다들 춤에 미친 인간들이 핵심 멤버였기 때문에 이토록 정신 나간 의적단이 탄생한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무르스의 성자가 되는 건 좀 그래서 거절했지만.”
미르켈이 피식 웃었다.
무르스의 신혈이 듣기에는 신성모독적인 발언이다.
하지만 부관은 이미 미르켈의 정체를 알고 있는 데다 그들의 신이 직접 그에 대한 말씀을 내려주었기에 여상스럽게 받아들였다.
“이 주변의 탐관오리들을 털어주는 건 지금까지 연마한 힘을 실전으로 증명하는 과정이었어.”
미르켈은 무락당원들에게 춤을 가르쳤다.
그것은 무용(舞踊)인 동시에 무예(武藝)였다.
‘카포에라 같은 건가?’
모르드는 대충 그렇게 이해했다. 미르켈과 싸웠을 때 그가 카포에라를 연상시키는 기술도 많이 보여줬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모르드가 물었다.
“의외로 남을 가르치는 재주가 있나 보군?”
“뭐? 하하하, 아냐. 난 그런 재주 없어.”
“…….”
“말로는 전할 줄 몰라. 모든 건 춤으로 전할 수밖에 없지. 나랑 같이 춤추다 보면 다들 할 수 있게 되는 거야.”
“무슨 소린지 알 것 같군.”
“오, 역시 너는 알아줄 줄 알았어.”
반색하는 미르켈의 반응에 모르드는 정말 싫다는 표정을 지어주었다.
그렇다고 부정할 수는 없었다. 미르켈과 싸웠을 때의 경험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얼마 전 무신과의 대화로 체험한 것과도 비슷했다.
“그래서 무락당원들은 다들 한가락 하는 인재야. 충분히 실력을 기르고 나면, 탐관오리들이 지배하는 곳을 밀어버리고 세력을 꾸리거나 아니면 우리를 받아줄 곳을 찾아보려고 했지.”
“네가 세운 계획인가?”
“아니, 우리 무락당의 대소사를 책임지는 신승주의 계획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무르스의 신혈, 신승주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모르드가 말했다.
“그런 뜻이 있다면 한울왕자에게 가지 않겠나? 소문을 어디까지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서남도를 통일하고 운평도를 수습하는 중이다.”
“소문보다 빠르군요. 설마 두 지방을 통합하는 데 성공하다니…….”
신승주는 놀람을 금치 못했다.
그것은 온누리가 사분오열된 이후 누구도 이루지 못한 위업이었다.
온누리 붕괴 후 50년이 훨씬 넘은 지금에 와서야 다시금 역사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미르켈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게 다 한울왕자의 힘일 것 같진 않은데. 거의 너희가 다 한 거 아냐?”
“우리 도움이 컸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겠지만, 한울왕자가 온누리를 재건할 만한 인재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주지도 않았을 거고.”
“하긴. 너희가 아무나 고르진 않았겠지.”
미르켈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드가 말했다.
“얼마 전에 엘테인이 북누리로 넘어갔다.”
“음? 엘테인이 와 있었다고?”
미르켈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춤의 신 무르스와 소통하긴 했지만 모르드 일행처럼 세상 돌아가는 정보를 세세하게 얻진 못한 모양이었다. 물론 그건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는 엘테인이 너를 찾으러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아켈리를 찾으러 온 모양이군.”
“음? 아켈리도 왔어?”
“그것도 몰랐나?”
“전혀 몰랐어.”
“아켈리는 혼자 온 게 아니라 병력을 잔뜩 끌고 왔던 모양인데… 그래서 카리안 클론 중에서 단죄자가 된 놈들이 있다.”
“아, 그건 좀… 상황이 많이 안 좋네.”
미르켈이 눈살을 찌푸렸다.
모르드가 말했다.
“한울왕자의 세력권은 내 권능으로 구축한 결계로 감싸져 있다. 그곳에서는 단죄자와 싸워 죽는다 해도 단죄자가 되지 않지.”
모르드는 자신이 단죄자의 영혼마저 구원할 권능을 가졌으며, 그로써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영역을 구축했음을 설명했다.
그 이야기는 무락당원들을 눈에 띄게 동요시켰다.
이 시대를 상징하는 것과도 같은, 가장 절망적인 문제가 해결된다는 뜻이었으니까.
미르켈은 잠시 생각해 보고는 부관 신승주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만약 이분이 말씀하시는 바가 사실이라면…….”
“사실일 거야.”
“…그렇다면 저는 우리 무락당이 한울왕자의 밑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적 활동을 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군…….”
작게 한숨을 쉰 미르켈이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폐기해야겠네. 일단 본거지로 돌아가서 모두에게 말하고 의견을 모으도록 하자. 아, 오늘 뺏어온 곡식들은 원래 계획대로 나눠준 후에.”
“당수님은 어쩌실 겁니까?”
“그야 당연히 모르드랑 같이 가야지.”
미르켈이 뭘 그런 걸 묻느냐는 듯 대답했다.
“괜찮지?”
“그야…….”
모르드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네가 우리와 함께한다면 큰 힘이 되겠지.”
거부하기에는 너무 큰 전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