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09)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09화
서둔은 종종 에리우를 관찰하고는 했다.
모르드 일행 중에서는 유일한 용족이었고,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용족의 신화에 기록된 위대한 존재였다고 했기 때문이다.
‘위대한 신화의 존재…….’
서둔은 아버지가 탄식하듯 들려준 ‘에리우 란팔로제’의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그 신화 속 ‘에리우 란팔로제’는 원래부터 저런 사람이었던 걸까?
보면 볼수록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물론 그녀가 신화의 위대한 존재로 불릴 정도로 강대한 권능을 가졌다는 사실만은 알았다. 전투에서 그녀가 용신통을 전개할 때마다 공포가 밀려올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평소의 에리우는, 아무리 봐도 사람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뭔가가 결여된 것처럼 보였다.
모르드 일행을 보면, 다들 항상 뭔가를 하고 있는 편이었다.
물론 누워서 휴식을 취할 때도 있지만 그냥 멍하니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에리우는 대부분 멍하니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또 모르드 님을 보고 계시네.’
그리고 그 시선을 따라가면 항상 모르드가 있었다.
때로는 멀리서, 때로는 가까이서 모르드를 본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할 때를 제외하면 에리우의 시선은 항상 모르드에게 향해 있었다.
그런데 그 시선에서는 별다른 감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냥 당연히 본다는 느낌이다. 김운산이 서둔에게 알려준 옛 표현을 빌리자면 ‘마치 해바라기가 태양을 보는 것처럼’ 그저 모르드를 보고 있었다.
물론 모르드가 항상 에리우의 시선 안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없을 때의 에리우는 마치 고장 나서 버려진 인형 같았다.
누가 말을 걸지 않으면 멍하니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서둔이 케엘이 부탁한 요리 밑준비를 할 때 스스로 다가와서 빤히 바라보다가 툭 한마디 한 적은 있었다.
“좋겠다.”
“네?”
“요리할 수 있어서.”
“…….”
서둔은 그녀의 저의를 알 수 없어서 눈만 껌뻑였다.
에리우도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한마디 덧붙였다.
“금방 배웠잖아.”
“그야… 다들 잘 가르쳐 주시니까요.”
모르드 일행과 만나기 전의 서둔은 요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속한 생존자 그룹 자체가 뭘 요리해서 먹는 것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먹을 게 없어서 나무뿌리를 끓여 먹은 사람들이 무슨 요리를 해 먹겠는가?
그래도 서둔이 어릴 적에는 지금보다 상황이 나았다. 엄마와 함께 짐승을 사냥하거나 먹을 수 있는 나물과 열매를 채집해서 식사를 준비했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그런 기억을 떠올려서 요리 밑준비를 도왔고, 그 과정에서 많은 요리 지식과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에리우가 말했다.
“재능 있어.”
“재능이라고 할 것까지는…….”
“엄청난 재능이야.”
“…….”
“난 못 해.”
에리우는 시무룩해져서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터덜터덜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서둔은 혼란스러워졌다.
‘위대한 신화의 존재……?’
정말로?
만약 그렇다면 위대한 신화의 존재라는 건 아버지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묘사한 것과는 좀 많이 다른 존재가 아니었을까?
아무리 애를 써도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 * *
해안 봉쇄선을 박살 낸 후, 서둔은 며칠 동안 여러 차례 전투를 겪었다.
모르드 일행이 신들이 알려준 던전과 유적을 공략할 때 서둔을 참가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실전이라기보다는 실전 기회를 빌린 훈련이라고 봐야 했다.
어느 곳이나 모르드 일행에게는 산책 가는 것이나 다름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서둔은 죽을 듯이 발버둥 쳐야 했지만.
어쨌든 그런 과정을 거쳐 모르드 일행은 5개의 세계 파편을 추가로 손에 넣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3개를 모르드가 가졌다.
모르드는 그것들을 차례차례로 변질시켜 저주에 저항하는 힘으로 만들었다.
“…여섯 개인가.”
그리고 마침내 저주의 속삭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파르웰이 물었다.
“저주의 영향이 완전히 사라졌습니까?”
“일단은. 더 이상 신성을 오염시키려는 지저분한 속삭임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권능이 억제되는 느낌은 있고.”
“모자라다는 뜻은 아닌 것 같군요.”
“영역의 문제가 아닐까? 아무리 신성을 굳건히 지켜낸다 해도, 신성으로 빚어낸 권능을 투영하는 세상 자체가 오염되어 있으니까. 이건 어쩔 수 없는 것 같군.”
“적이 만든 결계 속에서 싸우는 상황이니 그건 정말 어쩔 수 없군요.”
세계 파편으로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간섭하는 걸 차단했다 해도 세상이 뒤틀린 것까지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일단 난 이걸로 됐다. 두 개는 리온과 달시, 두 사람이 하나씩 갖는 걸로 하지.”
“그게 좋겠어요.”
파르웰도 찬성했다.
저주의 속삭임은 마법사인 그보다는 전사인 리온과 달시에게 더 영향이 컸으니까.
“으, 확실히 더 낫긴 하네.”
“그러게.”
세계 파편 하나씩을 받아서 저주에 저항하는 힘에 추가시킨 리온과 달시가 한숨을 쉬었다. 확실하게 체감될 정도로 저주의 속삭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파르웰이 물었다.
“하지만 완전 면역 상태는 아닐 테니 저 구름 위로 올라가는 건 좀 곤란할까요?”
“거기서 전혀 영향을 안 받으려면 세계 파편 몇 개가 필요할지 짐작이 안 되는군. 물론 나야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거기서 적들과 싸우는 게 현명한 일일 것 같진 않아.”
“그 정도라면 여섯 개로 타협하는 게 낫겠군요. 이보다 동쪽으로 갈수록 저주의 밀도가 낮아진다고 하니, 앞으로 점점 더 상황이 나아지겠죠.”
단죄자가 점령한 지 오래된 지역일수록 저주의 밀도가 높다.
반대로 남북으로 나뉜 온누리 제국과 전쟁 중인 동쪽으로 갈수록 저주의 영향이 옅어진다.
어쨌든 이 다섯 번의 유적, 던전 공략에서는 세계 파편 말고도 많은 수확이 있었다.
신화의 유물들과 진은괴 같은 귀중한 소재, 그리고 막대한 양의 에테르 스톤까지.
“이건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군.”
그리고 예상치 못한 것들도 있었다.
“그렇군요. 넥타르 두 병이라…….”
바로 넥타르였다.
넥타르는 모르드 일행에게도 귀한 자원이다. 물론 다들 마실 만큼 마셔서 강화 효과는 기대할 수 없지만 위급한 상황에서는 목숨을 구해줄 수 있었으니까.
파르웰이 말했다.
“한 병은 제가 쓰면 안 될까요?”
일행은 동대륙으로 넘어올 때 넥타르 3병을 갖고 있었다. 거기에 2병이 더해졌으니 총 5병이다.
모르드가 물었다.
“뭘 하려고?”
“희석액을 만들어 볼까 해서요. 은의 피가 쓰는 것처럼. 겸사겸사 연구용으로도 좀 쓰고…….”
신화에는 흔해 빠졌던 넥타르지만 현세에서는 한 병 한 병이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었다.
이 보물이 지닌 여러 기적적 효과들 중에서 회복 효과만을 노린다면, 한 병을 통째로 쓰는 건 너무나 아까운 낭비다. 은의 피가 하듯이 희석액을 만들어서 쓰는 게 현명한 일이었다.
그리고 연구용으로 쓰고 싶은 마음도 강했다. 지금까지는 넥타르를 연구용으로 쓸 기회는 거의 없었으니까.
“알겠다. 희석액을 만들면 몇 병이나 나올 것 같나?”
“글쎄요. 희석액에 투입할 물약 배합을 연구해 봐야겠지만… 최소한 한 병당 100병 이상은 되어야 보람이 있지 않을까요? 뭐, 개인적으론 500병 이상까지도 가능하다고는 생각해요.”
“100병까진 납득이 가는데… 500병이나 가능하다고?”
“이론상으로는요. 고대 넥타르는 순수한 넥타르 원액이고, 우리가 신화에 맛본 것들과 비교해 보면 그중에서도 질이 높은 것들을 보존해서 후세에 전해줬다는 느낌이잖아요. 하지만 아무래도 연금술은 제가 미진한 부분이 많아서 그건 어디까지나 이론상의 목표죠.”
파르웰이 어깨를 으쓱했다.
농담하는 기색은 없었다. 파르웰은 정말로 자신이 연금술 분야에선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럴 것이다.
모르드는 생각했다.
‘하긴 파르웰이 자기 수준을 가늠하는 비교 대상이 카리안일 테니 어쩔 수 없지.’
카리안이 만든 고농축 에테르 가공체, 그리고 그것을 이용한 물약들을 아는 이상 그 수준을 비교 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파르웰이 개인 연구자인 데 비해 카리안은 대기업 제약회사 연구소 같은 존재다 보니, 아무래도 카리안 측이 많은 시간과 인재를 투입한 분야는 따라가기 힘들었다.
“카리안이 만드는 넥타르 희석액도 그 정도는 아닐 것 같지만… 그쪽은 신성을 강화하는 효과까지는 챙길 테니 그걸 감안해서 이론상 최대치를 뽑아본 건가?”
“정확합니다.”
파르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넥타르를 챙기더니 문득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아, 그리고 또 진행해 보고 싶은 일이 있는데요. 모르드, 당신 의견을 듣고 싶어요.”
그가 말해준 계획에 모르드는 웃어야 할지 쓴웃음을 지어야 할지 헷갈리고 말았다.
* * *
모르드 일행은 던전과 유적을 찾아 공략하는 것과 동시에, 신들이 알려준 세 개의 생존자 그룹도 찾아내어 구출했다.
그들을 보니 여우인간의 던전에 사로잡혀 있었던 프록스 일행은 굉장히 운이 좋은 경우였음을 알 수 있었다.
세 그룹의 생존자를 합쳐도 46명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그랬듯 신혈이 아닌 인간은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모두들 기아 상태에 시달려서 언제 전멸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다만 그들 중에는 눈여겨볼 만한 인물이 하나 있었다.
“…신성을 가진 혼혈이라니, 제 눈이 잘못된 건 아니겠지요?”
케엘을 보고 눈을 껌뻑이는 것은, 그림자 엘프 남자였다.
그림자 엘프는 검은 머리칼에 검은 눈동자를 가졌고, 피부는 약간 밝은 갈색을 띤다. 얼굴은 좀 길쭉한 편이고 엘프 중에서는 평균 신장이 큰 편인데, 이 남자 또한 그랬다. 오랜 굶주림에 시달려 체격이 줄어들었음에도 케엘을 한참 내려다보는 장신이었다.
“다행히 당신 눈은 멀쩡한 것 같은데요. 저는 케엘이에요. 일데르바 일족이죠.”
“저는 니스카입니다. 그런데 일데르바 일족이요? 아, 믿기 어려운 사실이긴 합니다만 당신들은 서쪽의 땅에서 왔다고 했었죠. 그곳에 자리 잡은 엘프인가 보군요.”
“그건 아니고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천천히 이야기하죠. 니스카, 지금까지 우리가 구출한 이들 중에 엘프는 당신 혼자예요. 유감이에요.”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괜찮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황금수가 눈앞에서 파괴된 그 순간부터…….”
그렇게 말하는 니스카에게서는 슬픔이 뚝뚝 묻어나고 있었다.
케엘은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일단은 좀 쉬세요. 다른 사람들처럼 잘 먹고, 잘 자면서 몸을 회복하고 나면 단죄자들에게 복수할 기회도 있을 거예요.”
“복수라…….”
그렇게 중얼거리는 니스카의 눈에 위험한 빛이 번뜩였다.
“…꽤 오랫동안 생각하지 않았던 단어입니다.”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다가 어느 순간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 포기해 버렸으니까.
“케엘, 당신들은 단죄자를 이길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
케엘이 전혀 망설임 없이 대답했기에 니스카는 말문이 막혔다. 세상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서 단호하게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린 끝없는 폭풍을 넘어서 이 땅에 왔고, 지금까지 꽤 많은 단죄자를 죽였어요. 그리고 니스카 당신도, 그리고 단죄자들도 상상하지 못한 일들을 했죠. 믿기 어렵다면, 잘 먹고 잘 자면서 기회를 기다리세요. 그럼 그 눈으로 확인할 기회가 올 테니까.”
“…알겠습니다. 저희를 구해준 당신들을 믿어보지요.”
니스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러났다.
달시가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물었다.
“저 그림자 엘프, 실력이 좋아 보이더라.”
“그래? 어느 정돈데?”
“음……. 몸이 좀 회복되고 난 후라면 만만치 않을 정도?”
“그 정도야?”
케엘은 눈썰미에 자신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니스카가 실력 좋은 전사인지 아닌지는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럴 단서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달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은신처로 들어갔을 때 잠깐 대치했었거든. 정령을 쓰는 것도, 오러를 쓰는 것도 번개 같더라고.”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진짜 한가락 하나 보네. 신성만 가진 게 아니었나.”
케엘이 중얼거렸다.
니스카는 고대 엘프의 신성을 가진 엘프였다.
“황금 엘프가 아닌데 신성도 가졌고, 황금수가 자기가 살던 마을에 있던 것처럼 이야기하는 걸 들으니 이 땅의 엘프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좀 궁금하긴 한데… 일단 좀 시간을 줘야지.”
달시가 실력이 좋다고 느꼈을 정도면 꽤 쓸 만한 전력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