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17)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17화
제276장 술법의 길
신들과의 이야기가 끝난 뒤, 모르드 일행은 심상 세계에서 모여서 회의했다.
“설마 그런 상황일 줄이야. 밑바닥인 줄 알았는데 왜 더 밑바닥이 있는 거냐?”
리온이 한숨을 푹 쉬었다.
이 땅의 상황은 알면 알수록 최악이라는 감각의 최대치가 경신되는 느낌이었다.
“용군단 놈들, 진짜 용케 버티고 있었네.”
달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모르드가 말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 서대륙에 와서 우리에게 죽은 전력의 공백만 해도 꽤 클 거고.”
“왠지 이 땅의 사람들에게 미안해해야 할 것 같군. 미안해할 일이 아닌데도.”
리온이 불쾌한 듯 혀를 찼다.
케엘이 말했다.
“그럼 일단 이 땅에서의 일을 마치고 나면 바다로 나가야겠네. 다시 남쪽 해안으로 가야 하나?”
케엘이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동대륙도 북방은 얼어붙은 땅이었기 때문이다. 바다의 여신 페세이타를 만나기 위해 바다를 찾아간다 해도 얼어붙은 북쪽 바다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모르드는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글쎄. 일단 그건 북쪽으로 가 봐야 알 것 같군. 일단은 이 땅에서 목적한 바를 이루고… 스토르나를 만나는 걸 우선하는 게 나을 수도 있고.”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차라리 북상해서 옛 아르판 제국령으로 올라올 게 아니라 남쪽 바다로 나갈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니, 역시 세계 파편 회수는 우선해야 할 문제가 맞다.’
이놈들이 해놓은 짓을 보니 세계 파편을 모으게 뒀다가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될 것이다.
사실 이미 지금까지의 상황만 해도 이거 정말 감당이 되긴 될까 싶었다.
‘지금까지처럼 똑같이 하는 건 너무 위험도가 크고…….’
옛 호데인 왕국령을 휘저어놓은 것은 정보 격차를 잘 활용해서 단죄자들의 허점을 찌른 덕분이었다.
이제 단죄자들도 모르드 일행에 대해서 잘 알게 되었을 테니 어떤 식으로 대응해 올지 모른다. 한 번 통한 수법이 계속 통할 거라고 안이하게 생각하고 일을 벌이다가는 큰코다칠 수도 있었다.
‘놈들도 소수지만 공간을 뛰어넘는 권능을 가진 놈들도 있고, 무엇보다 현존하는 모든 신혈의 권능이 놈들의 군세에 존재한다고 봐야 하니 절대 얕봐서는 안 된다.’
바쉬에탐도, 쿠에사도 경고한 사실이었다.
영혼 없는 단죄자들은, 영혼 있는 단죄자들이 지시하기에 따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들이다.
아무런 권능도 갖지 못한 대신 특정한 신혈의 권능을 공유받아 쓸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단죄자들과 싸울 때 말도 안 될 정도로 에소우형 단죄자가 많았던 이유도 그것이었다.
에소우의 권능을 공유받아서 썼으니까.
물론 신혈의 권능에 비하면 열화된 형태다. 그럼에도 일반적인 병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전투능력을 발휘하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리고 또 새로운 대응책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충분하지.’
단죄자들은 용족의 존재가 골칫거리가 되자 신통 봉쇄자를 만들어내어 투입했다.
이질적인 용신통에 비해 완전히 자기들 손에 넣은 권능에 대한 대응책을 만들어내는 것은 더 쉬운 일일 것이다.
모르드는 언제 천공신의 권능이 봉쇄당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종언의 권능을 더욱 강력하게 완성시켜야 한다.’
자신 또한 종언의 권능을 단죄자들에 대한 완벽한 카운터로 다듬어가는 중이니, 결국 운명은 어느 쪽이 더 상대에게 무서운 천적이 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리라.
그리고 모르드는 이미 권능을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나갈지 방향성을 결정해 둔 상태였다.
* * *
그림자 엘프 니스카는 엘프 언데드가 된 스승과 결판을 낸 후 사흘 동안 잠만 잤다.
쇠약해진 몸으로 중상까지 입었으니 그대로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았으리라.
고대 엘프의 신성을 계승했고, 오러의 7단계를 수행하는 마투술의 달인이었으며, 그리고 의식을 잃기 전 모르드 일행에게 각종 물약을 받아먹은 덕분에 사흘 만에 일어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아직 거동이 불편했지만, 그는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모르드에게 와서 예를 표했다.
“당신이 아니었더라도 해야 할 일이었다. 당분간은 쉬면서 몸을 회복하는 데 전념하도록.”
“그러겠습니다. 그런데 제게 부탁이 있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나중에 이야기하지.”
“계속 신경이 쓰여서 그럽니다. 그냥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머리를 긁적이는 니스카의 말에 모르드는 피식 웃고 말았다. 하긴 자신이라도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당신 실력을 인정해서 하는 부탁이다. 케엘을 가르쳐 봐주지 않겠나?”
“음? 케엘 님을 말씀입니까?”
니스카가 눈을 크게 떴다. 황당해하는 기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전투에 참가해서 본 케엘의 활약은 경외감이 들 지경이었다.
아홉 속성의 정령을 수천 개체나 소환하여 다루는, 정령의 군단장.
밤하늘을 환하게 불태우는 태양정령과 융합하여 극초음속으로 적을 꿰뚫는 광경을 봤을 때는 자기도 모르게 황금수와 조상의 이름을 불렀을 정도였다.
어린 시절, 일족의 어른들에게 들었던 신화의 이야기 그 자체였으니까.
그런데 그런 신화의 주인공을 자신이 가르치라고?
농담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모르드가 말했다.
“그래. 당신은 내가 본 엘프 중에서는 최상급에 속하는 실력자다.”
“…….”
“왜 그러지?”
“…아, 부끄럽지만 사실 지금까지 엘프 중에서는 적수를 만나보지 못해서 말입니다. 물론 모르드 님 앞에서 이런 소리를 하자니 부끄럽습니다만…….”
니스카는 머리를 긁적였다.
어린 시절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고, 150살도 되기 전에 스승을 뛰어넘었다. 당시의 스승은 주변 엘프 부족을 통틀어 최강으로 불렸는데도 말이다.
그러다 보니 한때는 자신이 세계 최고가 될 재목이라고 믿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 오만도 단죄자들에 의해 세상이 무너질 때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지만.
하지만 적어도 엘프 중에서는 적수를 만나보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
모르드는 흥미를 느끼며 물었다.
“이 땅의 황금 엘프 중에서는 위협적인 실력자가 없었나?”
“황금독충들 말입니까? 그놈들 중에는 전사로서 제대로 된 놈이 없었습니다.”
니스카는 코웃음을 쳤고, 모르드는 내심 웃고 말았다.
‘황금독충이라니, 동대륙 엘프들한테는 그렇게 불리나? 참신하군.’
참으로 일관성 넘치는 종족이라 좀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의외로군.”
“서쪽 땅의 황금독충들은 안 그랬습니까?”
“불행하게도, 꽤나 실력 좋은 놈들이 있었지. 심지어 무신경의 달인도 있었고. 내 평생 가장 무서운 적이었지.”
지금도 종종 생각한다. 제리엇이 광기와 권태에 젖어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아넣지 않았다면 자신은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그때보다 훨씬 완숙해진 지금도 아무런 방심 없는 제리엇과 일대일로 싸우게 된다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 정도였다.
“황금독충이… 무신경? 그런 말도 안 되는…….”
니스카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상식으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인 모양이었다.
“이 땅하고 상황이 다른 것 같긴 하군. 괜찮다면 단죄자들이 오기 전까지, 이 땅의 엘프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들려주겠나?”
“기꺼이 그러겠습니다.”
“아, 그런데 잠깐만.”
모르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옆을 바라보았다.
마법사들을 모아놓고 그들에게 맡긴 연구성과를 점검하던 파르웰이 양해를 구하고 일어나는 참이었다.
곧 파르웰이 안대로 가리지 않은 오른쪽 눈을 반짝이며 다가와 옆에 앉자 모르드가 말했다.
“이제 들려주게.”
“…아, 네.”
니스카는 어리둥절했지만 굳이 따져 묻지 않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동대륙 황금 엘프의 세력은 서대륙의 황금 엘프만큼 막강하진 않았다.
일단 개체 수가 서대륙 황금 엘프보다 적었다. 당연히 신화의 종전협상으로 확보한 거주지도 그만큼 적었고.
그래서 그 거주지를 적당한 영토에 몰아넣은 뒤 자신들의 나라를 세워 살고 있었다.
그리고 서대륙 황금 엘프와 달리 신성 완성자가 한 명밖에 없었기에 그를 왕으로 섬기고 있었다.
‘서북부에 처박혀 있는 황금 엘프 왕국, 노룬.’
모르드는 세독마의 내용을 떠올렸다.
세독마에서 에이단은 동대륙에 온 후로도 황금 엘프와 몇 번 충돌한다. 하지만 당시의 에이단에게는 잔챙이에 불과해서 어렵지 않게 격파했고, 또 죽자고 추격해 오던 놈들은 인간 세력이나 반역의 용군단과 얽어서 처리해 버린 다음 흑마법의 제물로 써버렸다.
하지만 본진인 황금 엘프들의 작은 나라, 노룬 왕국은 배경으로만 설명되었을 뿐이었다.
어쨌든 노룬 왕국은 신화가 끝난 후로도 내내 똑같은 한 명의 왕만을 섬기며 폐쇄적인 역사를 쌓아갔다.
인류와는 서로 적의가 켜켜이 쌓여 있고, 인류의 세력이 압도적임에도 그들의 거주지를 지키는 결계 덕분에 영토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황금독충 놈들은 주어진 것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틈만 나면 바깥으로 나와서 패악질을 부렸죠.”
노룬 왕국은 ‘수렵대’라 불리는 조직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있었다.
이 수렵대가 하는 일은 매우 끔찍했다.
“다른 엘프종을 노예로 쓰기 위해 납치하는 것이 놈들의 일이었습니다.”
“…….”
황금 엘프 세력이 동대륙 서북부에 처박혀 있기에, 다른 엘프종은 대륙 곳곳의 인류의 발길이 닿지 않는 지역에서 마을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신화의 종전 협상이 일어나기 전부터 되도록 외부와 접촉할 일 없는 비경에 자리 잡고 사는 게 일이었으며, 서대륙의 엘프들과 달리 마을마다 황금수도 하나씩 있었다.
문명이 도시 규모로 성장하진 못하고 부족 단위에서 멈춰 버렸긴 하지만, 엘프들은 그 현실에 그리 큰 불만이 없었다.
문제는 종종 황금 엘프 수렵대가 나타나서 마을 사람들을 납치해 갔다는 사실이었다.
그래도 서대륙과는 상황이 달랐기에 황금 엘프들도 엘프 마을을 짓밟겠다고 덤벼들지는 못했다.
동대륙 엘프들은 황금수의 가호를 받고 자란 데다 마을을 지키기 위한 전투기술을 계승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세월이 흘러도 그런 노력이 끊이지 않은 이유 중 9할은 지치지도 않고 엿같이 굴어대는 황금 엘프들 때문이었지만.
니스카가 말했다.
“저희 마을에서도 꾸준히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저도 놈들과의 전투 경험이 스무 번은 넘지요.”
니스카는 황금 엘프 수렵대를 여러 차례 격파한 일로 엘프 사회에서 꽤 큰 명성을 떨쳤다.
“마음 같아서야 놈들의 영토로 쳐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게 참 아쉬웠습니다.”
엘프들은 인간의 영역으로 나가는 것을 금기로 삼았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황금 엘프가 정말 증오스럽고, 어떻게든 놈들의 영토까지 쳐들어가서 다 죽여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인간의 영역이 가로놓여 있으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황금 엘프들에게도 장벽으로 작용한 현실이었다.
대륙 서북부 끝단에 처박힌 황금 엘프들이 인간들의 눈을 피해 대규모 병력을 운용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니까.
인간의 눈에 띄지 않도록 소규모 병력을 대륙 곳곳으로 보내어 엘프들을 사냥하는 게 그들이 할 수 있는 한계였던 것이다.
파르웰은 혀를 내둘렀다.
“황금 엘프는 참… 대단한 놈들이에요. 어쩌면 이리도 정체성이 확실한지 원.”
“그렇군, 정말.”
모르드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서대륙과는 사정이 많이 다른 동대륙에서도 하는 짓은 똑같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