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64)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64화
파르웰은 이를 악물었다.
“큭…….”
굉음이 울린다.
쿠궁… 쿠과아아앙……!
그가 탄 잠수정 주변에서 일어난 폭발음이었다.
처음 전투에 참가할 때 파르웰이 탔던 잠수정은 파손이 심해 침몰해 버렸다. 하지만 도주 중이던 다른 잠수정이 있었기에 거기 올라타서 싸우고 있었다.
정령화 상태로 바깥에서 싸우고 있는 케엘의 외침이 들려왔다.
[젠장, 이놈들 끝이 없어!]바깥에서는 5만이 넘는 언데드 대군, 그리고 50에 달하는 바다군주와 5천의 괴물들이 그들을 추격하며 공세를 퍼붓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이었다면 파르웰과 케엘은 이탈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두 가지.
‘이러다 포위망에 갇히겠어.’
첫 번째는 파르웰과 케엘이 패잔병들 일부와 함께 있다는 점이었다.
마지막까지 두 사람을 도와서 아군이 흩어져서 도주하는 것을 도운 이들이었다.
그들은 이미 다치고, 지쳐서 한계에 달해 있었다. 엄청난 숫자의 대군이 주변을 에워싸고 전방위 공세를 펼치자 그들을 보호하는 것만으로도 필사적이었다.
-잉여마력지배!
파르웰은 전투로 발생한 잉여마력을 지배하여 케엘에게 나눠주고, 나머지로 사방팔방으로 주문을 난사하여 적들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파르웰! 위쪽을 뚫을게! 바로 움직여!]“부탁합니다.”
파르웰의 말은 케엘에게 대꾸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잠수정을 조종하는 인어족, 세레스의 신혈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알겠습니다.]인어족은 지친 기색으로 표정을 굳혔다.
전투가 거듭되자 그 역시 피로가 한계에 달하고 있었다. 당장 눈을 감고 싶은 상황이었지만 어떻게든 집중력을 붙들어놓으면서 파르웰의 요구를 수행해야만 했다.
쿠궁… 쿠과광……!
곧 폭음을 뚫고 잠수정이 상승해서 포위망을 빠져나왔다.
일단 구멍이 생기면 세레스의 권능으로 조종되며 파르웰의 마법으로 가속되고, 물의 정령들이 밀어주기까지 하는 이 잠수정의 폭발적인 가속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이다. 엄청난 수의 적들이 빠르게 따라붙는다.
[기가 막히는군.]중후한 노인의 목소리가 정신파로 들려온다.
-격멸의 수류(水流)!
그리고 해저전투에 특화된 파괴주문이 날아들었다.
심해의 어둠 속에서 거대한 물줄기를 비틀어 회전시키는, 끔찍하게 강력한 힘이 파르웰이 탄 잠수정을 노린다.
-격멸의 수류!
파르웰은 즉시 같은 주문으로 반격했다.
잠수정 밖에서 발생한 주문의 힘이 100미터 앞쪽에서 상대방의 주문과 충돌한다.
-수류포식(水流捕食)!
동시에 파르웰이 손가락을 튕긴다.
그러자 그가 발한 주문이 순식간에 해체되며 나선형으로 퍼져 나가더니 상대방의 주문을 잡아먹는다.
-진격의 나선파(螺線波)!
그렇게 잡아먹은 힘으로 변형주문을 발하자 두 개의 주문이 하나로 합쳐진 위력이, 드릴 형태로 변해서 쏘아져 나간다. 그 속도와 기세는 조금 전까지보다 몇 배는 더 강했다.
[그새 이런 연계주문을 만들었다고? 이런 터무니없는……!]중후한 노인의 목소리가 경악한다.
파르웰은 대답해 주는 대신 손가락을 튕겼다.
콰아아아아아앙!
폭음이 울려 퍼진다.
상대방이 진격의 나선파를 피하는 순간, 그 안에 깃든 힘을 전방위로 폭발시켜 주변을 집어삼킨 것이다.
[하, 괴물 같군! 육지의 대마법사여! 실로 위대하구나!]상대방의 탄성이 들려온다.
파르웰은 이를 악물었다.
상대방은 일말의 타격도 입지 않았다. 그의 공격을 유려한 수법으로 방어해 낸 것이다.
‘즉석 수법으로 대응하는 걸론 안 되나.’
칠감이 상대방을 포착한다.
어둠 속에서 잿빛의 기운이 불길처럼 일렁이며 상대방의 실루엣을 그려내고 있었다.
인어족 언데드.
하지만 푸른 지느러미 부족과는 명백히 다르다.
상반신은 인간이지만 하반신은 문어였으니까.
‘대마법사가 하나뿐이라더니… 죽어서 적에게 넘어간 마법사가 있었으면 미리 말을 해줬어야지.’
그리고 스스로를 오베이언이라 밝힌 인어족 언데드는 대마법사였다.
하지만 일곱 산호 연합에게도 변명거리는 있었다.
공식적으로 오베이언은 사망이 아니라 실종 상태였기 때문이다.
3년 전에 실종된 그의 생사 여부는 알 수 없었고, 그동안 언데드로 모습을 드러낸 적도 없었으니 적으로 나타날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정확히는 그런 일은 없을 거라 합리화한 것에 가까웠지만.
[부럽군.]문득 오베이언이, 정확히는 그의 시체 위로 덧씌워진 생전의 환영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토록 경이로운 재능을 가졌으면서도 육지의 인간이기까지 하다니… 운명은 이토록 불공평한가!]전형적인 단죄자 세력의 감정이다. 죽어서 단죄자가 될 수 있는 인간을, 그런 자격이 없는 언데드는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
“떠들 시간에 후학을 위해 하나라도 더 마법을 보여주시죠. 설마 벌써 밑천이 떨어지신 건 아닐 텐데요.”
파르웰은 짐짓 심드렁한 태도로 그를 도발했다.
오베이언의 웃음에서는 질시와 절망이 묻어 나왔다.
파르웰과 마법전을 벌이면 벌일수록 오베이언은 놀람을 금할 수 없었다. 경탄하다 못해 두려울 정도였다.
분명 두 대마법사의 대결은, 오베이언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파르웰 입장에서는 손발이 묶인 채로 싸우는 격이었으니까.
파르웰이 수중전을 연구하고, 경험했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경험은 200년 이상 해저에서 살아오며 마법을 궁구한 끝에 대마법사가 된 오베이언이 해온 것에 비하면 하찮은 수준이었다.
해저전투에서 쓸 수 있는 주문의 숫자는 비교하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차이가 난다.
고래를 육지에다 데려다 놓으면 힘을 쓰지 못하듯, 사자를 물속에 처박으면 힘을 쓰지 못한다.
따라서 파르웰과 오베이언의 마법전은, 오베이언의 압승으로 끝났어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때로 비정상적이다.
오베이언은 그 사실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괴물.’
저 어린 육지의 대마법사는 괴물이었다.
-흉몽(凶夢)의 거품!
끓어오르는 저주의 힘을 담은 기포들이 피어올라 넓은 권역을 덮친다.
파르웰은 다양한 주문을 동원해서 그것을 막아낸다.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권역은 케엘과의 연계로 처리한다.
그리고…….
-흉몽(凶夢)의 거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오베이언이 보여준 주문으로 공격해 온다.
‘5서클 정도까지는 순식간에 베껴 버리는군. 이런 말도 안 되는 능력이라니!’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른 자들은 모두 천재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 신의 경지에 도달한 자들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어떤 현상을 접했을 때 분석하고, 그 요체를 파악해 내는 능력은 오베이언 또한 자신 있는 부분이었다. 자신보다 하위의 마법사가 쓰는 창작주문이나 응용주문은 한 번 보고 간파해서 베껴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재주다.
그러나 파르웰이 보여주는 능력은 그런 범주를 넘어 있었다.
지금 파르웰이 쓴 ‘흉몽의 거품’은, 오베이언이 쓴 것에 비하면 조악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레퍼런스 주문도 아니고, 응용주문도 아니다. 해저의 환경에 맞춰서 만들어진 창작주문이다.
파르웰에게는 아직 해저전투용 주문을 제대로 분석할 만한 토대가 없다. 전투를 통해 차근차근 그 토대를 쌓아가는 중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요체를 파악해서 모방해 내는 데 성공했을 뿐, 완성도를 비교하면 천지 차이일 수밖에 없었다.
-덧없는 거품의 동요!
그러나 파르웰은 단순히 모방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퍼져나가는 기포들이 무수히 분화한다.
환영주문이 더해졌다.
하지만 진짜와 거짓을 구분할 수 없었다. 오베이언조차도!
퍼펑……!
일부가 폭발하기 시작한다.
‘아니?!’
오베이언은 경악했다.
분화한 거품이 도달하려면 아직도 몇 초는 더 걸린다. 그랬어야 했다.
그런데 오베이언에게서 멀찍이 떨어진 지점에 있던 언데드가 폭발한다.
‘이것도 환영인가?’
아니었다.
파르웰은 단순히 모방하는 것을 넘어서 개량을 더했다.
‘흉몽의 거품’은 한 지점에서 저주의 거품을 발생시켜서 원하는 범위에 퍼뜨리는 주문.
그러나 파르웰은 거기에 환영을 더해서 적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한편, 그들의 아래쪽에서 은밀하게 발생하도록 개량했다.
두 지점에서 동시에 발생하면서, 한쪽은 환영을 더해 양을 부풀리고 한쪽은 환영으로 그 존재를 감춤으로써 허를 찌른 것이다.
퍼펑… 퍼퍼퍼퍼퍼펑……!
직전까지 거품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적들이 폭발하는 저주에 휩쓸린다.
그리고 그렇게 드러난 빈틈을 정면에서 발생한 거품들을 덮치면서 피해를 더욱 확산시켰다.
‘육지에서 싸웠다면… 아니, 해상에서 싸우기만 했어도 절대로 이길 수 없었다.’
전율이 일었다.
파르웰은 오베이언과 싸우는 매 순간순간 강해진다.
오베이언이 주문을 쓰는 족족 파르웰의 해저전투 능력을 향상시키는 소재가 되고 있다.
“큭……!”
그러나 파르웰도 일방적으로 이득을 보고 있는 게 아니다.
최적화가 전혀 안 된, 그의 기준으로는 쓰레기 같은 주문으로 묘기를 부리느라 정신력 소모와 마력 소모가 엄청나다.
‘이 에테르 스톤값은… 반드시 받아내고야 말겠어!’
파르웰은 이를 악물었다.
잉여마력지배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어서 에테르 스톤을 뭉텅이로 꺼내서 소모해 대고 있다.
-학력 지원 대출!
에테르 스톤을 담보로 제출해서 브레디아스에게 마력을 대출해 오고 있다. 그 소모량은 피눈물이 나올 정도로 엄청났다.
‘조금만 더…….’
파르웰은 이를 악물었다.
몇 번이고 통신기에 손을 가져갔다. 모르드에게 도와달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칠감이 속삭인다.
‘아직 아니야. 조금만, 조금만 더……!’
아무리 힘들어도 버텨야 할 때라고.
‘하하, 죽겠군. 진짜.’
오베이언은 파르웰에게 경악하고 있었지만, 파르웰 역시 오베이언에게 놀라고 있었다.
과연 대마법사다. 해저의 대마법사인 그가 선보이는 다채로운 마법에 위협당할 때마다 아찔했다.
‘저쪽이 경험 부족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맞설 수 없었겠지.’
파르웰이 오베이언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버틸 수 있는 것은, 오베이언의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마법사와 마법전을 벌여본 경험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대마법사라고 하더라도 다른 대마법사와 마법전을 벌여볼 기회를 얻기가 쉽겠는가?
그에 비해 파르웰은 대마법사가 되기 전부터 대마법사와 싸워본 경험이 매우 풍부했다. 신화가 끝난 이후로 한정한다면, 어쩌면 그보다 많은 대마법사와 마법전을 치러본 존재는 없을지도 몰랐다.
‘적의 허점 하나에 이렇게까지 매달려서 겨우겨우 버티는 신세라니, 옛날 생각난다… 라고 하기에는 내가 나이를 그렇게 많이 먹진 않았지?’
파르웰의 신성과 마력이 그를 압도하지 않았다면, 무지막지한 양을 쟁여놓은 에테르 스톤을 비롯한 마법 자원이 없었다면, 그리고 케엘의 지원을 받지 않았다면 이미 죽었으리라.
아슬아슬한 순간이 몇 번이고 지나쳐갈 때마다 의지가 깎여 나간다.
두렵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나?’
문득 파르웰은 자신이 버티고 있는 이유를 자문해 보았다.
칠감이 속삭여주는, 미래에 대한 예감 때문에?
‘아니, 그런 게 아니지.’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이렇게까지 위험부담을 질 필요는 없었다.
‘여기까지 버텼는데 이제 와서 포기하자니 아깝기도 하고… 무엇보다 저 언데드가 잘난 척하는 게 짜증 나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단순히 오기로 버티고 있었다.
‘다른 방식이면 몰라도 마법으로 진다고?’
파르웰은 사납게 웃었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언제까지고 놀아드릴 테니 어디 끝까지 따라와 보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