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s Academy Survival Guide RAW novel - Chapter (1)
======================================= 즐겨하던 게임의 삼류 엑스트라로 빙의했다.
심지어 이미 몰락해서 퇴장한 상태다.
야망은 없고 그냥 졸업장만 따고 싶다.
근데 세상이 그렇게 놔두지를 않는다.
[아카데미물, 빙의물, 힐링 생존물]======================================= 프롤로그 이제 슬슬 인정할 때가 된 듯하다. 나는 X됐다.
– ‘더 이상 너를 로스테일러 가문의 적자로 인정하지 않겠다. 영광스러운 페니아 황녀님의 면전에서 경박한 욕설을 일삼은 죄, 신성한 실베니아 아카데미의 입학 시험에 부정한 개입을 한 죄, 품위를 도외시하고 질투에 눈이 멀어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한 죄. 모두 가벼이 여길 수 없는 것들이다.’
뒷 내용들은 읽을 필요도 없었다.
로스테일러 가문의 가주 크레핀 로스테일러의 친서. 이런저런 의례적인 말들이 잔뜩 쓰여있었지만 결국 한 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널 호적에서 파버릴 거야.
든든한 가문을 뒷배삼아 왕처럼 군림하던 삶은 끝이 났다는 이야기였다.
운명의 신이 나를 조롱하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즐거웠나? 이제 지옥살이 시작이야.
뭐 그런 말이 아른 거리는 것 같았다.
그 조롱에는 억울하다고 받아치고 싶다. 왜냐?
로스테일러 가문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방패삼아 거만한 삶을 영위하던 에드 로스테일러는 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아둔 짐은 여기에 있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실베니아 아카데미의 최고급 기숙사, 오펠리스 관을 관리하는 메이드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멍한 얼굴로 메이드가 건넨 커다란 목재 가방 두 개를 받아들었다. 으리으리하던 내 방이었지만, 정작 내 개인 짐들을 정리해놓고 보니 가방 두 개에 전부 들어간 모양이다.
달리 말하면 그 으리으리한 방들도 처음부터 내 것이었던 적은 없었던 셈이다.
집안의 지원이 끊기고 나니 바로 이 꼴이다.
“그럼, 남은 삶을 잘 영위하시길.”
지금 당장 인생을 시궁창에 처박은 놈일지언정, 전 귀족으로서의 예우는 해준다. 참으로 품위있는 대우였으나 내 입장에서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꼴밖에 안됐다.
-쾅
오필리스 관의 거대한 문이 닫히고, 나 혼자만이 아리따운 정원에 홀로 남았다.
아. 이제 슬슬 인정해야겠다.
“나…. 게임 속에 들어온 거냐 설마…”
정말 팬심 하나만큼은 누구 한테도 지지 않았던 내 원픽 게임. ‘실베니아의 낙제 검성’.
최악의 타이밍에, 최악의 인물로 빙의해버린 것이다.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일단 양손을 얼굴로 한 번 쓸어내렸다.
조졌다.
답이 없다.
*
에드 로스테일러라는 이름에는 오랜 향취마저 느껴졌다.
챕터 에피소드만 총 43개에 달하는 ‘실베니아의 낙제 검성’. 그걸 다섯 번을 넘게 주행했던 나조차 기억에 잘 남지 않는 이름이었다. 이유야 뻔했다.
시작 하자마자 퇴장하는 삼류 잡졸 악당이었기 때문이다.
– ‘저기봐, 에드 로스테일러 아니야?’
– ‘쉿! 쳐다 보지 마! 눈치 챌라!’
– ‘이제와서 눈치 볼 거 뭐 있나? 파문 당했다던데?’
– ‘어제 오필리스 관 친구가 말해줬는데, 기숙사에서 방도 뺐대. 다음 학기부터는 얼굴도 안보이겠네.’
– ‘그렇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웃어대더니, 진짜 사람 일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건가봐.’
– ‘그러게 왜 신입생들 입학시험에 그런 술수를 부려서는!’
– ‘난 예전부터 저 인간 저렇게 될 줄 알았어! 실력도 없으면서 젠체는 엄청 해댔잖아!’
점심시간이 되자 학생회관 쪽에도 많은 학생들이 몰려나왔다. 양 옆에 내 상반신만한 목재 가방을 내려놓고 얼굴을 싸매고 있자니 참 듣기 좋은 소리들이 귓가를 간질였다.
원래 사람의 흥망성쇠는 구설수가 되기 딱 좋다. 그 사실이야 잘 이해하고 있지만, 내 입장에서야 억울했다.
이런 인물이 되기 전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냐. 항상 검소하고 소박한데다가 야망 없이 내 본분에 충실히 살았다.
그런 번듯한 사람한테 갑자기 이런 죗값을 치르라 하는 건 너무한 처사 아닌가.
“후우…”
담배 마렵다.
한숨을 흘리고 주변을 쳐다보자, 나를 가지고 수근대던 학생들의 인파가 어느덧 사라져 있었다.
기숙사에서 쫓겨나고 대략 두 시간인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뇌가 정지하고, 믿기지 않는 현실에 머리가 어질어질 해졌지만 어찌됐든 진정은 됐다.
정말 비현실적인 상황이지만, 이런 급박한 변화를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렇게 빨리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것도 에드 로스테일러로서의 나 자신이 미치는 영향일까.
어찌됐든 지금 당장 뭘 어떻게 해야할지 행동 방침을 수립해야 할 때였다.
나는 목재 가방을 슬쩍 열어서 화려하게 장식된 개인용 거울 하나를 꺼내들었다. 거울을 쳐다보니 예전의 모습은 간 데 없고, 나름 이목구비가 뚜렷해 훤칠하게 생겼다고 할만한 금발 소년의 모습이 거울에 떠올랐다.
명실상부한 지금의 내 모습이었다.
[ Name : 에드 로스테일러 ]성별 : 남 나이 : 17 학년 : 2 종족 : 인간 업적 : 없음 체 력 3 지 력 4 재 주 7 의 지 력 7 행 운 6 전투 능력 상세>> 마법 능력 상세>> 생활 능력 상세>> 연금 능력 상세>> ‘실베니아의 낙제 검성’을 5회차나 플레이했던 내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정보창이었다.
‘실베니아의 낙제 검성’의 인게임 정보창의 팝업 방식은 이런 식이었다. 거울이나 개울, 연못이나 유리창 등 내 모습이 보이는 곳을 마력을 담아 바라보면 내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부분까지 똑같이 구현되다니, 정말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눈에 보이는 능력치마저도, 차라리 꿈이면 좋겠다 싶었다.
실베니아 아카데미의 마법부에 재학하고 있는 주제에, 지력 능력치가 바닥을 기고 있다. 애지중지 자란 귀족가 자제 아니랄까봐 체력은 아예 지하를 뚫을 기세다.
일반적인 농사꾼의 체력 수치가 5에서 6, 시나리오 엔딩 당시에 전투 위주로 육성한 주인공 캐릭터의 체력 수치가 대략 20을 좀 더 넘어갔었나. 그야말로 처참한 수치다.
그래도 재주나 의지력은 나쁘지 않으나, 그렇다고 특출난 수준도 아니다. 겨우 이 정도 능력 가지고 주인공 앞에서 입을 털어대니, 그 말로야 뻔했다.
그저 초반 시나리오에 자극을 주기위해 투입된 삼류 거렁뱅이 악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인물이므로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조차 모른다.
아니, 기억났다.
모든 시나리오가 끝난 뒤 스탭롤에서 잠시 얼굴을 비춘다. 거적데기를 쓰고 도심 길가에 앉아 구걸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 차라리 떠올리지 말 걸.
“아오…”
다시 한숨을 푹 쉬고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사실 당연한 결말이었다. 세상물정 모르고 어화둥둥 떠받들여지며 살던 명문가 자제가 어느 날 갑자기 길바닥에 맨 몸으로 던져진 셈이다.
일단 거지꼴로 길가에서 아사하는 일 만큼은 피해야 했다.
그래서 어떻게?
그 질문에 대답할 말이 마땅찮았다.
한참을 고민한 뒤에 떠올린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어떻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