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257
257화 세계관 통합
아르카디아의 창조주인 잭.
그는 최근 기분이 아주 좋았다.
[엘리스, 바깥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어?]그야말로 난리가 난 가상현실 속 세상. 하지만 바깥세상은 그가 직접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이었기에, 잭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미연 사장을 비롯해 각 지사가 긴급회의에 들어갔습니다. 언론사의 취재진을 비롯해 화가 잔뜩 난 소비자들이 회사 주변을 모조리 에워싸고 있고요.]전 세계 통합 이벤트, 천하제일무투대회.
이전처럼 각 대륙에 따라 다르게 진행하던 국지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정말 전 세계의 이목이 모이던 상황이었기에, 재영이 벌인 짓의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중급이나 상급까지는 이해하는데 정령왕은 선 씨게 넘었지.
-이건 아무리 봐도 버그나 핵임. 아니면 설명이 안 됨. ㄹㅇ
-솔직히 결승전치고 너무 허무하게 끝났음. 밸런스 씹창 남.
-ㅋㅋㅋㅋㅋ 정령왕인데 그래야 정상 아니냐?
일격(一擊).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어둠의흑염룡을 비롯해 그가 소환한 언데드 군단을 모조리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 정령왕 이프리트. 그의 사기적이고 초월적인 위용에 아르팬디아 전체가 그 이야기만을 하고 있었다.
-초코파이조아의 일대기.
-초코파이조아와 세계수와의 관계.
-초코파이조아의 직업 추정.
-초코파이조아…….
그야말로 모두의 주목과 관심을 받으며 입방아에 오르는 상황. 하지만, 잭은 그 초코파이조아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었기에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도대체 그 녀석이 정령왕은 어떻게 소환할 수 있었던 거지?] [현재 해당 플레이어는 정령계와의 직접적인 채널링을 주관하는 세계수와 특정 계약을 체결한 상태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일입니다.]세계수의 개연성 착취 계획.
그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잭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연 그 자체이자 불이라는 원소의 근원(根源)이나 다름없는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
엄연히 잭으로부터 사명을 부여받고 태초부터 존재했던 하나의 신격이자 정령계를 지배하는 절대자 중 하나에 속한 존재였기에, 이프리트와 같은 정령왕들은 그렇게 쉽게 소환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아르카디아에 절대적인 위협이 임박했을 때. 혹은 다른 계(界)에서의 개입이 우선됐을 때가 아니면 나타날 수 없을 텐데 어떻게 한 거지? 일반적인 수준의 개연성으로는 불가능할 텐데…….]최소 소환만 해도 수천만. 힘을 제대로 발휘한다고 하면 억은 가볍게 넘어갈 법한 개연성 수치. 하지만 잭이 파악하기로는, 재영이 꽤 많은 개연성을 모아 두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었기에 의아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의문에 대해서 엘리스는 답변을 즉각 내놓았다.
[그건 특수한 조건에 놓여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뭐……?] [기본적으로 개연성이 소비되는 수치는 플레이어의 행위가 가지고 오는 파급력과 연쇄적인 인과에 따라서 산정됩니다. 하지만, 해당 플레이어가 있던 곳은 아르카디아가 아니라 전혀 분리된 이벤트 맵인 판타스틱 유니버스였습니다. 그렇기에 아르카디아의 대륙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주민 그 누구에게도 영향을 주지 못하죠. 또한…….]이게 왜 가능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그녀의 말을 차근차근 듣고 있던 잭. 그리고 이내 황당하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아르카디아와 완전히 분리된 독립 차원이라서 개연성의 소비량을 평소의 10분의 1로 산정했다고?] [그렇습니다. 그게 왜 공정한 조치인지에 대한 자료입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그러면서 수십 페이지는 족히 넘어 보이는 어마어마한 양의 문서가 잭의 눈앞에 나타났다. 딱 봐도 눈이 빙빙 돌아가는 복잡한 그래프와 공식들이 난무하는 데이터들. 공명정대하고 그 누구에게도 공평한 잣대를 들이미는 엘리스이기에 그녀의 판단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령왕의 소환까지 가능했던 상황은 잭이 봐도 문제가 있었다.
[으음……. 그래서 그게 가능했던 거구나. 일단, 이번 일에 대해서는 알겠어. 아무튼, 엘리스 네 말은 아르카디아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일은 없을 거라는 말이지?] [개연성만 충분히 담보된다면 가능한 일입니다만,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일은 희박하다고 보입니다.]수천만에서 억 단위의 개연성은 있어야 가능할 만한 상항. 판타스틱 유니버스가 한정 기간에만 오픈하는 이벤트 지형이라는 아주 특수한 조건 때문에 가능했다는 엘리스의 말에 잭은 다행이라는 듯이 말했다.
[그래……. 아무리 그 녀석이 가지고 있는 직업이 특별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 과하게 아르카디아의 흐름을 뒤트는 건 곤란해. 제니카도 그렇고 요즘 외부 분위기가 엄청 뒤숭숭하단 말이야.] [한국 쪽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무래도 그렇지. 그쪽 정부가 언더월드인지 뭔지 하는 지하 도시 만들기 시작하고 나면서부터 그쪽 정치권 사이에서 분위기가 살벌하다며? 이미연 사장도 그렇고 가장 아르카디아가 두각을 드러내는 곳이 한국 쪽인데,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곤란하지.]가상현실 산업과 관련한 입법 문제에 대해서 아직도 살벌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정부와 국회. 물론 그 누구도 가상현실 산업의 육성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부동산 시장을 완전히 초토화할 지하 도시의 건설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물고 넘어지는 국회 때문에 아직도 법안 통과가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아무리 그래도 가상현실 서비스를 중단시킬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랬다가는 엄청난 반발과 사회 혼란을 초래하게 될 테니까요.]하지만 법이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고 가상현실을 전면 금지 하기에는 너무나도 깊숙이 사회 속에 뿌리를 내려 버린 가상현실. 게다가 그 무한한 가능성이 최근 어마어마한 경제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기에 그 누구도 감히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영향력을 갖춘 지도 오래였다.
[맞아. 그래도 조심은 해야지. 안 그래도 요즘 제니카가 얼마나 까칠하게 구는데? 으으으……. 요즘 연구실에서 고함만 해도 몇 번을 지르고 다니는지. 연구원이 죄다 도살장 끌려가는 얼굴로 들어간다니까?]실리코프의 총수이자 악마적인 수준의 연구가로 명성이 드높은 제니카 폴.
과거 생체 실험의 대가이자 철혈의 매드 사이언티스트라는 악명으로 유명했던 실리코프 폴의 피를 이은 손녀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 그녀는 중학생에 불과한 나이에도 어마어마한 독기와 깡으로 이 비밀 연구 시설인 하이브(Hive)의 모든 이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게임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나한테도 책임이 있으니까. 뭐…… 적당히 시끄러운 정도는 뭐라고 안 하는데, 그래도 크게 사건 터지면 또 엄청나게 잔소리한단 말이야.]다시는 그 사자후를 듣기 싫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젖는 잭. 그리고 그는 문득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재밌다는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역시…… 닮았어.] [관리자님의 말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잭의 혼잣말에 무슨 말이냐고 물어 오는 엘리스.
그런 그녀의 물음에 잭은 정말 묘한 기분을 느끼며 혼잣말하듯이 중얼거렸다.
[저 덱스라는 유저 말이야. 어째 그 직업을 구상하고 개발한 ‘그 녀석’이랑 무척이나 닮은 것 같다고.]가상현실의 기반 시스템을 모조리 다 만들어 내고 구상해 낸 핵심 개발자이자 잭의 구원자. 그가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 게임 속에 집어넣은 ‘난세의 방랑가’라는 직업을 플레이 하고 있는 재영은, 가끔 그와 둘이 동일 인물이라고 착각이 들 정도로 똑같은 행동 패턴을 보여 주고 있었다.
[한 녀석은 현실에서, 다른 한 녀석은 가상현실에서 온갖 깽판을 치고 다니고 있잖아. 어떻게 하는 짓이 이렇게 똑같을 수 있나 싶어서……. 솔직히 좀 신기하네.]정신이 약간…… 아니, 많이 뒤틀려 있는 것 같다는 게 흠이었지만, 그래도 팝콘이 절로 당기게 만드는 온갖 기행들을 벌이는 두 사람. 그들의 옆에서 그 모든 이야기를 자세히 관찰한다는 사실이 잭은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그러고 보니…… 혹시 그 녀석 소식은 아는 거 없어? 요즘은 엄청 조용하네…….]언더월드라는 지하 도시를 만든다고 난리를 친 지도 어느덧 거의 2년이 다 되어 가는 상황. 매일같이 사건이 뻥뻥 터져 나가던 과거와 다르게 너무나도 잠잠한 것 같은 분위기에 잭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엘리스가 말했다.
[아르고스의 데이터베이스와 제니카 님의 최근 업무 동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본 결과, 우주탐사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뭐……? 우주……?] [그렇습니다. NASA와 협업해서 대규모 로켓 발사를 준비하고 있더군요.]그 말에 황당한 얼굴로 얼어붙은 잭. 전혀 예상치도 못한 답변에 순간 멍하니 있다, 갑자기 든 의문인지 다시금 물었다.
[아니…… 제니카는 거기서 도대체 뭐 하는데?] [부탁받은 설비를 개발하고 제작하는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탁받아……? 뭘……?]안 그래도, 요즘 수세미 같은 머리를 휘날리며 온갖 히스테리와 짜증을 부려 대며 연구실을 뒤엎고 있다는 걸 어디선가 주워들은 것 같은 잭. 그리고 그는 엘리스가 보여 주는, 제니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내고 있는 물건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No.83 프로젝트, 피닉스(Phoenix).]어마어마한 분량의 설계도와 개념서가 빼곡하게 눈앞을 메우는 상황. 생명공학과 의학 분야에서는 잘 모르는 잭이었지만, 그래도 대략적인 용도를 파악할 수준은 되었기에 그는 진심으로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아직 개발되지도 않은 복제 인간 기술과 고도로 발달한 뇌와의 정보 교환 기술을 접목해서 만들어 낸, 영생조차도 가능케 하는 부활 시스템. 이 세상에 그 존재가 드러나면 어마어마한 도덕적, 종교적 논란을 일으키며 전 세계를 뒤엎을 것 같은, 핵폭탄 같은 물건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잭은 흔들리는 눈으로 물었다.
[도대체 왜……?]이런 걸 도대체 왜 만들고 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한 잭. 그런 그에게 엘리스는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듯이 답했다.
[당사자가 제니카 님에게 언급한 말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이 세상에는 나를 죽이고 싶어 하는 놈들이 많아서, 혹시 모르니 유사시를 대비해 둬야지.’라고 했습니다.]유사시를 대비한다며 죽어도 부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하겠다는 발상을 함과 동시에 정말 실천으로 옮기기까지 하는 그. 그런 정신 나간 발상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을 보며 잭은 정말 대단하다는 듯, 경이롭다는 얼굴로 감탄했다.
[역시…… 길 가다 총 맞아 죽을 가능성이 가장 큰 이유를 알겠네.]언제나 사망 원인 일순위가 ‘길 가다 총 맞아 죽을 가능성’인 그.
그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는 듯 잭은 질렸다는 얼굴로 중얼거렸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이 피닉스 프로젝트를 만들어 낸 당사자가 어떠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 프로젝트가 가동되는 순간, 이 세상이 얼마나 거대한 격변의 순간을 맞이하는지.
전 세계의 모든 것을 감시하고 분석하는 통합 정보 감시망, 아르고스의 눈(Eyes of Argos)의 최고 개발자이자, 아진 전자와 아르고스 그리고 아르카디아의 실질적인 주인. 실리코프와 제니카 그리고 잭의 은인이고 구원자이자 끈끈한 파트너.
천재 소년이라 불리는 김민수에 의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