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Picked a Mobile From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95
303화.
그녀가 안으로 뛰어들자, 환호성을 지르던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헉!”
그녀를 본 연구원들이 비명을 질렀다.
마리아는 피에 절어 있었다.
머리카락은 피에 엉겨 붙었고, 붉게 변한 옷은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녀가 죽인 사람들 피가 반이었고, 나머지 반은 지금 그녀가 흘리는 피였다.
연구원들이 비명을 질렀지만, 마리아는 그들을 보지 않았다.
그녀는 제일 먼저 아들을 찾았다.
아들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실험실 안쪽에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검은 연기에 휩싸여 공중에 떠올라 있었다.
아이의 팔에는 문양이 빛나고 있었고, 아이는 검은 연기에 휘감긴 채로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멈, 멈춰! 거의 다 되었어! 이제 조금만 지나면 각성할 수 있어!”
옆에서 책임자가 떠드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녀는 아이를 향해 달려갔다.
아이가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각성이고 나발이고 당장 멈춰야 했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그녀는 아이의 팔에 그려진 문양과 그 문양과 이어진 장비를 파악할수 있었다.
마리아는 마나를 보내는 기계를 향해 단검을 던졌다.
슈욱! 퍽!
마나가 실린 단검에 장비가 터져나갔고, 아이의 팔에 그려진 문양이 빛을 잃었다.
검은 연기가 흩어지고, 아이가 바닥에 쓰러졌다.
탁.
마리아가 쓰러지는 아이를 안아 들었다.
“내 애기. 우리 애기. 괜찮아?”
그녀는 아이를 품에 안고 계속 쓰다듬어 주었다.
“엄마! 너무 아파! 너무 아팠어!”
숨이 넘어가던 아이는 그녀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트렸다.
“괜찮아. 엄마가 왔어. 괜찮아.”
그녀는 우는 아이를 계속 달래주었다. 아이는 조금씩 조금씩 울음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반대로 머리를 쥐어뜯는 사람이 있었다.
하 박사가 그녀를 가리키며 고함을 질렀다.
“거의 다 되었는데! 조금 더 하면 되었는데! 차원 이동자를 손에 넣을 수 있었는데! 네가 다 망쳤어!”
마리아가 고개를 들어 하 박사를 쳐다보았다.
“강제 각성을 시켜놓고도 그런 소리를 해?”
강제 각성.
성공할 확률이 극히 적은, 실패하면 목숨을 잃고 성공한다고 해도 큰 장애가 남는 각성법이었다.
이들은 위험과 부작용이 너무 커서 예전에 폐기한 각성법을 그녀의 아들에게 사용한 것이다.
“이 아이를 낳고, 규칙적으로 검사만 받는 것으로 난 약속을 지켰어. 그런데 내 아이를 죽이려고 해?”
“하. 시간이 있었으면 각성할 때까지 우리도 기다려주었을 거야. 하지만, 오늘내일 망할 판인데 방법이 없잖아!”
하 박사의 말에 마리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들은 원래부터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다.
아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회사는 그녀의 아들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있었다. 언제가 되었건 아이를 각성시켜 써먹을 생각이었다.
남편과, 똑같은 병에 걸려 죽어가는 아이를 치료해주는 대가로 몸담게 된 회사였다.
길게 이어지지 못한 삶이었지만, 회사 덕분에 남편과 아이는 한 해 더 그녀와 지낼 수 있었다.
회사가 요구한 대가는 한 가지였다.
회사가 요구할 때, 회사가 지정한 사람의 아이를 가지는 것.
회사는 첫아이를 죽인 그녀의 저주스러운 특성을 원했던 것이다.
남편과 아이가 죽고 시간이 흘렀다.
평범한 경비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그녀 앞에 그가 나타났다.
회사가 원한 가장 강한 각성자. 차원 이동 각성자가 나타난 것이었다.
그 뒤에,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지만, 결국 그녀는 회사가 원하는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아니, 그녀가 원한 아이를 가지게 된 것이었다.
그녀가 노려보고 있었지만, 하 박사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네 아이라고? 유전적으로 네 피는 하나도 안 섞였는데 무슨 네 아이야. 넌 대리모일 뿐이잖아.”
하 박사의 비난에 그녀는 아이를 꽉 껴안았다. 뭐라 해도, 이 아이는 내 아이였다.
“너에게 마리아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가 뭔데. 신의 아들을 만들어내는 네 특성 때문이잖아.”
그녀가 아이를 끌어안자, 하 박사가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같이 잔 남자의 DNA만으로 아이를 만들어내는 네 능력. 아버지와 똑같은 복제를 만들어내는 네 특성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거잖아.”
그는 품에 안긴 아이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네 품에 안긴 아이도 결국 차원 이동 각성자의 복제일 뿐이야!”
품속의 아이가 움찔 떨었다.
그녀는 아이를 다독였다.
“괜찮아. 전부 거짓말이야. 잠깐 눈 감고 있어.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자, 하 박사가 움찔 뒤로 물러섰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모양이었다. 다치고 피에 절어 있었지만, 마리아는 각성자였다.
무기도 없는 일반인이 어떻게 할 상대가 아니었다.
하 박사가 뒤로 물러서며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난, 난, 이 연구소 책임자야! 나를 건드리면 회사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그의 말에 마리아가 풀썩 웃었다.
어차피, 이곳까지 오면서 많은 피를 보았었다. 몇 명 더 더한다고 달라질 게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직접 손을 쓸 필요도 없었다.
쾅! 콰앙!
멀리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크아아앙! 아악!
사람들의 비명과 몬스터의 괴성도 들려왔다.
아직, 연구원들은 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비명 섞인 방송이 상황을 알려주었다.
위이이이이잉!
경보가 울리고,
[건물 내에 몬스터가 침입했습니다! 경비와 각성자들은 몬스터를 막아주시고, 연구원들은 대피소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아, 안돼! 저리 가! 크아아악!]비명과 함께 방송이 끝이 났다.
“말도 안 돼! 놈들이 벌써 올 리가 없어! 한참 전선에서 싸우고 있어야 해!”
공포에 질린 연구원 하나가 현실을 외면했지만, 몬스터가 건물 안에 들어온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도, 도망쳐야 해!”
“여기까지 들어왔으면 서울은 끝난 거야!”
“같, 같이 가!”
마리아와 하 박사 눈치를 보던 연구원들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마리아가 움직이지 않자, 그들은 서로를 뒤로 밀치며 문밖으로 달려나갔다.
하 박사도 주춤주춤 물러서다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마리아는 그들을 쫓지 않았다. 어차피 도망칠 수 없었다.
사람들의 비명과 몬스터의 괴성으로 그녀는 몬스터가 어디,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온 몬스터가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이 건물은 보안 때문에 밖으로 나가는 통로가 하나밖에 없었고, 몬스터들은 나가는 통로를 막아서고 있었다.
엘리트급 이상의 쥐 몬스터였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경비 총으로 상대하기도 무리였다.
각성자인 그녀가 있었지만, 그녀는 저들을 위해 싸워줄 생각도 없었고, 싸우는 것도 불가능했다.
피가 계속 흐르고 있었다. 포션으로 치료할 상처가 아니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아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이 주변에 아직 검은 연기가 흐르고 있었다. 아이의 각성은 실패한 게 아니었다.
각성한 이상, 적어도 아이는 살 수 있었다.
마리아는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옷으로 닦아주었다.
얼굴을 닦자, 그녀를 닮지 않은 아이의 얼굴이 드러났다. 아이는 아버지를 꼭 빼닮았다.
하지만, 이 아이는 그녀가 낳고 기른 그녀의 아들이었다.
마리아는 자신의 아이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아이는 피투성이가 된 엄마를 보고 깜짝 놀랐다.
다시 울먹이는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그녀는 아이의 어깨를 잡고 강하게 말했다.
“아들! 정신 차리고 잘 들어야 해!”
엄마의 굳은 표정에 아이는 울음을 참아냈다.
아직 어린아이였지만, 호된 교육 덕분에 아이는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의 말을 경청할 수 있었다.
마리아는 미안한 마음이 가득 솟아올랐지만, 꾹 참고 아이에게 질문했다.
“몸속에 이상한 기운이 흐르는 게 느껴져?”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잘못 본 게 아니었다.
“그 이상한 기운이 마나야. 그걸 움직여 보겠니? 머릿속에서 알려주는 내용이 있을 거야. 그대로 움직이면 돼.”
아이는 의심 없이 엄마 말을 따랐다.
검은 연기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의 괴성도 점점 다가왔다. 괴성들 사이로 얼핏 연구원들의 비명이 들린 것 같았다.
바닥에 검은 구멍이 만들어졌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구멍.
차원 문이었다.
구멍은 경훈이 만든 차원 문을 본 사람들에게 들었던 모양과 똑같았다.
아이는 자기가 만든 구멍을 보고, 엄마를 다시 쳐다보았다.
“잘했어. 정말 잘했어.”
마리아가 아이를 보며 웃어주었다.
엄마의 표정을 보고 아이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마리아가 다시 표정을 굳혔다.
“지금 네가 만든 검은 구멍이 차원 문이야. 아빠가 사는 곳으로 가는 문이야.”
백두산의 분화 이후, 사람들은 그날 실종된 각성자들을 모두 죽은 것으로 여겼다.
차원 이동자인 경훈도 마찬가지였다.
“문에 들어가서 멀리멀리 달려가. 아빠가 있는 세상으로 가는 거야.”
하지만, 마리아는 경훈이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각성자이자, 차원 이동 능력자였다.
그렇게 쉽게 죽을 리가 없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포션을 마시고, 엄마도 바로 따라갈 거야.”
아이가 걱정하는 얼굴이 되자, 그녀는 바로 아이를 안심시켰다.
“아빠 이름 기억하지? 경훈이야. 경훈. 절대로 잊으면 안 돼!”
그녀의 말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아이를 꼭 껴안았다.
“사랑하는 내 아이. 이것도 절대 잊지 마. 엄마의 마지막 부탁이야.”
그녀는 아이의 귀에 속삭였다.
“세상은 무서운 곳이야. 너는 너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꼭 보답해야 해.”
그녀의 말이 아이의 뇌리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너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에게는 백 배, 천 배 갚아줘. 너에게 말로 상처를 주면 상대의 물건을 부수고, 너의 몸에 상처를 내면 그 사람의 팔을 잘라버려.”
설움이 가득 담긴 말이었지만, 그녀의 말은 아이의 마음 깊숙한 곳에 단단히 새겨졌다.
몬스터의 발소리가 점점 다가왔다.
마리아는 아이의 머리에 입을 맞춘 뒤, 아이를 구멍 속에 밀어 넣었다.
첨벙.
놀란 아이가 손을 뻗었지만, 아이는 구멍 속에 잠겨 들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배웅했다.
“넌 꼭 살아남아야 해. 엄마는 널 언제나 사랑해.”
아이가 구멍 속으로 사라지고, 검은 구멍이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구멍이 사라지자, 마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가 다시 이곳으로 올 수도 있었다.
몬스터들을 다른 곳으로 유인해야 했다.
철퍽, 철퍽.
그녀는 피를 흘리는 몸을 이끌고, 방을 빠져 나갔다.
복도에서 몬스터의 괴성이 들려왔다.
그녀가 흘린 핏물 위로 이 연구소의 소유자인 SG 전자의 로고, 네 개의 별이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