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189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189화
189 일본의 속셈/블랙홀 해외로 이전할까?
-슈뢰더 총리가 명단에 있는 인물들의 사인을 다 받았어요. 그런데 영국과 프랑스는 문화재 관련 단체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할 겁니다.”
-그때까지 가스 공급을 재개하지 않을 거죠?
“물론입니다.”
앙겔라 메르켈은 독일 상황을 전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선처해 주시면 안 될까요? 국가 수장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생긴 일에 피해는 국민들이 보고 있잖아요.
“국민들이 그 수장을 뽑았습니다. 대표님께서도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라는 말을 들어 보셨을 겁니다.”
사르데냐 왕국의 프랑스계 보수주의자 ‘조제프 드 메스트르’가 1811년, 러시아 헌법 제정에 관한 토론을 하면서 쓴 말이다.
국가의 수반을 잘못 뽑아 세계 전쟁을 일으킨 전례가 있는 독일.
국민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흐음.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제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그렇더라도 책임은 져야죠. 아니면 국민들이 뭉쳐서 탄핵을 하든가요.”
-탄핵을 한다고 해도 그 긴 시간 동안 국민들이 어떻게 버티겠어요?
“이 사태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으려면 모두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수밖에 없습니다.”
-문화재 반환 문제는 영국과 프랑스가 주로 관련되어 있는데 독일과 다른 나라들까지 피해를 입는다는 건….
“이 문제를 일으킨 나라는 독일입니다. 그리고 EU는 하나지 않던가요?”
-….
“또, 우리와 입장이 바뀌었다면 독일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그건….
독일이 가스를 가졌고 반대의 상황이라면 러시아를 완전히 끝장내려 했을 것이다.
“독일엔 가스가 없음에도 발트 3국을 설득해 이런 일을 저질렀는데, 반대의 입장이었다면 러시아는 소비에트처럼 다시 무너졌을 겁니다.”
-….
철저하게 상대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았다면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
메르켈은 러시아와 니콜라이의 의지가 확고함을 확인하고는 마지막으로 부탁했다.
-국민들의 고통이 너무 크기에 말씀드렸던 거예요. 그걸 지켜보면서도 해결하지 못하는 마음이 답답했거든요.
“저도 메르켈 대표님 마음과 같습니다. 일이 해결되면 최대한 빨리 가스 공급을 재개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려요. 저는 EU와 러시아가 더욱 좋은 관계가 되었으면 해요.
“훗날, 대표님이 총리가 되시면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기분이 묘하군요. 우리 부모님보다 절 더 믿어 주는 사람은 니콜라이 경제 고문이 처음이라.
“저는 러시아의 경제 고문이기 전에 많은 기업을 거느린 사업가면서 투자가죠.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한 제 판단은 여태 빗나간 적이 없습니다. 꼭 당선되실 테니 그날이 되면 러시아와 관계 개선에 더욱 힘써 주십시오.”
-그 기록이 저 때문에 깨지는 일이 없었으면 하네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니콜라이가 전화를 끊자 세르게이 후보와 선거에 관해 얘기하고 있던 자하르 대통령이 물었다.
“메르켈 대표라면 그 독일 명단에 있던 사람이 맞지?”
“네, 맞습니다.”
“그 사람이 정말 이번 선거에서 강력한 후보가 될 것 같으냐?”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거참. 네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무섭다니까. 네가 말한 것이 빗나간 적이 한 번도 없으니 말이야.”
EU 상황을 잠깐 논의한 후 세 사람은 러시아 선거로 화제를 돌렸다.
자하르 대통령이 서류 두 장을 니콜라이 앞으로 내밀었다.
니콜라이가 내용을 다 읽고 내려놓자 세르게이 후보가 입을 열었다.
“야당에서 이번 EU 사건을 물고 늘어지다가 갑자기 방향을 틀었어. 아버지가 정부 돈을 블랙홀에 맡기면서 정경유착을 했다는 식으로 몰고 가고 있거든. 그 설득 방식이 그럴듯해서 국민들이 혹할 수 있겠더라고.”
“우리가 여태 해 놓은 것도 있고, 3월 1일에 발트 3국이 공화국으로 편입되는 것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당선은 될 것 같은데….”
“할아버지. 이게 걸리는 겁니까?”
“내용에도 나와 있지만 네가 33살의 나이로 어떻게 이런 성공을 이뤄 냈냐며… 네가 정부 자금을 개인적으로 쓰고 빼돌렸다는 말까지 하고 다닌단 말이야.”
나이도 아직 생일이 안 지난 거로 잡아 한 살을 줄이면서 니콜라이의 젊은 나이를 부각시켰다.
“이 내용대로라면 사람들이 저에 대해서 의심할 수 있겠군요.”
“우리야 네 능력을 잘 안다만 국민들이 이해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겠느냐?”
하긴, 니콜라이도 일반인이었다면 의심했을 것 같았다.
33살에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해냈으니까.
아니, 이건 나이를 떠나 한 사람이 그 짧은 기간에 해낸 일이라고 하기엔 불가능에 가까웠다.
니콜라이를 잘 아는 사람들도 늘 감탄을 연발하는데 일반인들은 오죽하겠나.
“사람이 참 간사한 것이, 백 가지를 잘했어도 한 가지만 잘못하면 그걸 물고 늘어진단 말이야. 거기에 가진 자들에 대한 질투심까지 더해지면, 감성이 이성을 눌러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
세르게이 후보가 이어 말했다.
“야당에서는 정부 자금을 블랙홀에서 빼라고 난리야. 나는 웃기지도 않아서 대꾸조차 안 했어.”
“우리 캠프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당연히 어이없어 하지. 이건 정부 자금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지 아직 정확히 밝히지 않아서 문제가 된 것 같아.”
“그렇겠군요.”
물론, 정부와 관련된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정확한 액수와 자세한 내용은 아직 모두에게 밝히지 않은 상태였다.
소비에트가 무너지고 러시아의 대통령이 된 옐친은 정부 자금을 개인적으로 써 왔었다.
그랬기에 정부 자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는 옐친과 그의 최측근들만 알고 있었다.
이후 자하르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서 그는 오직 러시아를 일으키는 일에 전력을 쏟았다.
그는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하게 되면서 자금 운용을 모두 니콜라이에게 맡겨 뒀었다.
그 결과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만큼 대성공이었고.
하지만 야당과 국민들은 이런 세세한 상황까지는 모르고 있었기에 문제가 된 것이다.
“지금껏 러시아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모두 알면서도 의심하는 모습에 배신감마저 느꼈다니까. 내가 정권을 잡으면 선거 제도를 싹 바꿔야겠어. 국민들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부적절한 정치인을 사전에 걸러 내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면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게 될 겁니다.”
니콜라이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자하르 대통령이 세르게이를 보며 당부하듯 말했다.
“내가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이니 네 임기 동안 꼭 끝내야 한다.”
“그래야 니콜라이가 편해질 텐데 꼭 끝내야죠.”
“외숙부님도 참.”
“그건 그렇고. 아버지, 이걸 발표해야겠죠?”
정부 자금을 여태 어떻게 운용해 왔는지를 밝힐 때가 되었다.
자하르 대통령이 머리를 끄덕였다.
“국민들 충격이 상당히 클 텐데….”
한편, 러시아와 EU의 일을 자세히 알게 된 일본은 비상이 걸렸다.
고이즈미 총리는 외교부 장관과 도쿄 국립박물관 관장을 불러 이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영국과 프랑스까지 문화재를 반환하면 남은 곳은 우리뿐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린 세계의 압박을 받게 될 거요. 이걸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설마 영국과 프랑스가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이겠습니까?”
“관장님은 뉴스도 안 봅니까?”
“네?”
“독일과 폴란드는 지금 가스와 대부분의 에너지 공급이 끊겨서 추위를 견디지 못한 국민들이 폭동을 일으켰어요.”
“….”
“문화재 반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EU 회원국 전체가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곧 우리에게 불똥이 튈 거란 말입니다.”
“장관 말이 맞아요. 이건 남의 나라 문제로 생각해선 안 됩니다.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야 해요.”
“문제는 한국입니다.”
외교부 장관의 말에 고이즈미 총리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청와대에서도 이번 일을 알고 있을 테니 틀림없이 항의해올 겁니다.”
“7광구 일로 양국 관계가 조금 개선되나 싶었는데 또 이런 일이 생기는군요.”
“만일 한국에 반환하게 되면… 국내 박물관에 소장된 중요 문화재의 상당한 양을 넘겨줘야 합니다.”
박물관 관장이 잔뜩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하자 고이즈미가 물었다.
“국보급도 많지요?”
“그렇습니다. 국내 박물관의 피해가 막심해질 겁니다.”
“그래서 해결해 보자는 거 아니오. 장관은 무슨 좋은 생각이 없어요?”
“이런 때 끼어들었다간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가만있어도 압력을 받게 생겼잖아요.”
“그러시면… 우리가 먼저 나서서 한국 대통령과 협상을 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협상을?”
“네. 가만 있다가 당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먼저 협상하자고 해서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상황을 만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어떻게요?”
고이즈미 총리와 박물관 관장의 눈이 번뜩였다.
“반환하되, 기간을 최대한 길게 잡고 반환할 품목을 한정 짓는 겁니다.”
“흐음. 결국 반환하는 수밖엔 없단 말인데….”
“아닙니다.”
“…?”
“오래전 7광구를 협상했을 때처럼 우리에게 유리한 문구를 애매하게 넣으면 됩니다.”
“해석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구를 넣자?”
“네. 국제 정세야 시대에 따라 늘 변하는 법이니, 나중에 조용해졌을 때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면 될 겁니다.”
“지금 한국 대통령이 그리 만만한 인물이 아니잖아요. 국무총리도 그렇고요. 과거처럼 쉽게 당하진 않을 텐데요.”
“한국에 대통령과 총리만 있습니까?”
“…!?”
“한국에는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들에게 로비를 좀 하고 정부를 설득하라고 하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호오? 아주 좋은 생각 같습니다. 그러면 전문가들과 다시 회의한 후에 정리가 되면 외교부 장관이 청와대에 좀 다녀오세요.”
“알겠습니다.”
일본은 이렇게 잔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한국 내의 친일파 인사들을 내세워 일본에 최대한 유리하게 협상하려 하고 있었다.
러시아가 다 차려 놓은 밥상을 한국은 어떻게 떠먹을지 지켜볼 일이었다.
며칠 후 3월 1일, 발트 3국이 정식으로 러시아 공화국으로 편입되었다.
주차 방지턱 같은 국경선과 검문소까지 완전히 사라지면서 발트 3국은 러시아와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갑작스럽게 진행된 일이었음에도 러시아의 공무원들은 아무런 과부하 없이 유연하게 일 처리를 했다.
“신분증 신청만 소재지 관할 센터에서 직접 신청하고, 나머지 서류들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모두 처리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면허증은요?”
“러시아 면허증으로 바꾸기만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기, 고비 특별 자치구 주민 신청은 어떻게 하나요?”
“매년 1월 1일에 자격 심사를 하니까 홈페이지에 들어가셔서 해당 사항을 적고 접수하세요. 자격이 되면 핸드폰과 이메일로 연락이 갈 겁니다.”
그때 제일 뒤에 줄을 서 있던 사내가 크게 말했다.
“우린 자녀가 다섯 명이거든요. 지금 아내가 임신했고요. 다자녀 가정에 혜택이 있다고 해서 접수하러 왔는데….”
사내의 말에 공무원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얼어섰다.
그리고 재빨리 달려와서는 두 사람을 가장 앞으로 세웠다.
“그러면 곧 자녀가 여섯이 되는 거죠?”
“네.”
“축하드립니다. 일단 방이 다섯 개 있는 아파트나 주택을 선택할 수 있고 매달 지원금이….”
다자녀 가정은 공무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부분이라 그는 침을 튀겨가며 설명했다.
발트 3국은 이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러시아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같은 시간이지만 러시아에는 축복이었으나, EU에는 심지에 불이 붙은 다이너마이트였다.
영국 총리와 프랑스 대통령이 국내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두 나라 상황은 더욱 어렵게 변했다.
독재 국가가 아니기에 두 사람은 관계자들을 일일이 설득하느라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외국의 문화재를 모두 반환하고 나면 영국 박물관에 뭐가 남습니까? 총리께서는 러시아와 협상을 더 해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우리는 총리의 말에 찬성할 수 없습니다.”
영국 박물관 관장의 말에 블레어 영국 총리가 발끈했다.
“이것 보세요. 지금 국민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몰라서 그래요?”
“외교적인 일은 정부에서 해결해야지 우리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박물관 관장은 전국의 박물관을 대표해서 온 거였기에 그의 말은 곧 영국 내에서 문화재와 관련된 자들의 전체 의견이었다.
그러나 블레어 총리는 그의 말을 들어줄 수 없었다.
“좋습니다. 당신들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기자 회견을 열지요. 당신들이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국민들이 어떻게 나올지 어디 지켜봅시다.”
“아니, 말씀을 그렇게까지….”
“나는 한시가 급해요. 내일까지 의견을 모으지 않으면 내가 기자 회견을 열 테니 그리 아시오.”
최후의 통첩이었다.
지금은 뒤를 생각할 때가 아니었기에 강하게 나갔다.
이런 상황은 프랑스도 비슷했다.
프랑스 대통령은 루브르 박물관 관장과 담판을 지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가만히 있는 불곰을 괜히 건드렸다가 피를 보는 EU였다.
니콜라이는 앞서 의논을 나눴던 일로 결심을 내리고 세르게이 후보와 함께 기자 회견을 열었다.
야당에서 첩자로 심어 둔 기자들의 집중 질문이 이어졌지만, 니콜라이는 담담히 듣고 있다가 한 마디 툭 내뱉었다.
“그러면 앞으로 블랙홀이 정부 자금을 관리 안 하고, 사죄하는 의미로 블랙홀의 전 계열사 를 해외로 이전하면 되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