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10
9화.
이게 처음 치르는 연회라고요? (2)
허태식은 총지배인 의상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뭔가?”
“총지배인 의상입니다. 사장님께서도 연회장에서 L그룹 연회가 진행되는 것은 아실 겁니다.”
“그건 알고 있네만…….”
“만찬 때 VIP가 참석하실 수 있는데 그때는 총지배인이 나서야 합니다.”
“그럼 나더러 총지배인 의상을 입고 총지배인 노릇을……?”
성현우의 말에 노여움을 표하려고 했던 허태식이 말을 멈췄다.
그의 뇌리에 ‘VIP’라는 단어가 스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나한테 VIP 의전을 하라는 말이지? 그런데 VIP가 내가 생각하는 그분 맞나?”
“맞을 겁니다.”
성현우는 허태식 책상 옆 옷걸이에 총지배인 의상을 걸어둔 후 사장실을 나왔다.
이후 허태식은 총지배인 의상을 만지고 또 만졌다.
하지만 그의 관심사는 다른 곳에 있었다.
“나한테 L그룹 회장 의전을 하라는 건데……, 그러니까 이건 회장님 손자가 나를 사장으로 대우한다는 거겠지? 그 와중에 L그룹 회장에게 잘 보이기라도 하면?”
그 말을 하며 음흉한 미소를 띤 허태식.
이후 그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일단 컴퓨터를 켜서 온라인으로 올라온 결재를 처리했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며 L그룹과 L그룹 회장에 대해 검색했고 L그룹 관계자를 연결해서 열심히 공부까지 했다.
이후 간단하게 점심을 마친 후 호텔 사우나로 이동했다.
그로서는 미래그룹 성관규 회장도 하늘과 같은 존재다.
그런데 오늘 만날 사람은 성관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만나는데 때 빼고 광내는 것은 당연한 일.
1시간 후, 사우나에서 나서는 그의 모습에서는 어제까지 그를 감싸고 있던 칙칙함이 사라진 상태였다.
* * *
오전 10시.
L그룹의 컨퍼런스가 시작되었다.
중연회장과 컨퍼런스룸에서 대기하던 직원들도 모두 한숨 돌렸고 빔프로젝터와 음향, 조명을 맡았던 시설팀 직원도 만찬이 열릴 그랜드볼룸으로 향했다.
최규현도 L그룹 교육이 무사히 시작되었다는 말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만찬 전까지 이대로 진행된다면 만찬도 성공적으로 끝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때 걸리는 게 있었다.
“성현우 팀장님이 점심을 준비하라고 했었는데…….”
그때 L그룹 상무가 급히 성현우를 찾았다.
그는 상기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성 팀장, 혹시 점심을 준비해 줄 수 있습니까?”
성현우는 미소를 참으며 말했다.
“자체적으로 준비하신다고 하셨는데 착오가 있습니까?”
“급식업체에서 사건이 터져서 납품을 못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성 팀장, 호텔에서 준비해줄 수 없으면 샌드위치라도…….”
“점심 준비해 놓았습니다.”
“……!”
“L그룹 임직원이 급식업체보다는 호텔 점심을 드시고 싶어 하실 것 같아서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귀가 웅웅거렸다.
성현우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는데 어떤 단어가 들렸다.
‘연회장’
성현우는 상대를 보며 바로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 교육 중간에 장소를 이동하는 게 여의치 않을 것 같더군요. 그래서 도시락으로 준비했습니다.”
“도시락이요? 나는 연회장을 생각했는데 도시락이 더 낫겠군요. 성 팀장, 고맙습니다.”
L그룹 상무는 그 말을 남기고 총총히 사라졌다.
그때 뒤에서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최규현이었다.
“최 대리, 듣고 있었나요?”
“팀장님, 저는 그랜드볼룸에 점심을 준비해달라면 어떻게 하나하고 아주 많이 식겁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지금까지 해놓았던 것들 다 뒤엎어야 하죠?”
“그것뿐입니까? 다른 것은 괜찮은데 크로스부터 부족할 거예요. 시설팀도 다시 작업해야 한다고 징징거릴 거고 식음 직원도 더 투입해야 하고요. 팀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최규현은 그 말 이후 바로 돌아섰다.
그러던 그가 성현우를 다시 바라보았다.
“팀장님, 점심 도시락은 얼마로 책정할까요?”
그의 눈은 추가 매출 기대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성현우는 그런 그의 눈을 더 반짝이게 했다.
“인당 7만 원으로 계산하세요.”
“네에? 알겠습니다.”
이후 최규현의 발걸음은 날아가다시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테이크 코스 1인분이 10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대신 하우스 와인과 샴페인은 서비스로 진행된다.
서비스도 예약을 받은 정현중이 결정한 것이었다.
그 와중에 도시락을 7만 원으로 책정하면 아주 많이 남는 장사다.
* * *
정각 12시.
중연회장과 컨퍼런스룸 문이 활짝 열렸다.
교육 후 자리에 앉아있던 L그룹 임직원들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10초도 안 되어 그들의 표정이 변했다.
호텔 직원들이 내놓은 도시락을 보며 눈을 크게 뜬 것이다.
“우와!”
“뭐가 이렇게 화려해?”
“이게 우리 거예요?”
“저기요! 세 가지 중에 고르라는 건가요?”
“세 가지 다 드셔도 됩니다.”
호텔 직원의 말을 들은 L그룹 직원들은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도시락은 버섯 불고기, 아보카도 전복구이, 닭강정, 각종 전이 메인인 한식 스타일.
광어와 연어, 참다랑어 사시미 등 신선한 회와 게 껍데기에 생선살과 은행, 시금치, 송이를 쪄낸 요리가 메인인 일식 스타일.
중국의 황실요리인 단왕예와 단귀비, 전복찜, 메로 조림, 랍스터 칠리가 메인인 중식 스타일로 나뉘어있었다.
한식은 도예가의 작품을 용기로 사용했고 중식은 탕 전용 용기와 찬합으로, 일식도 일본 작가가 만든 도시락 용기를 사용했다.
바로 전, 중연회장과 컨퍼런스 내 분위기는 삭막했다.
이번 교육은 전 그룹사 인사팀 교육이다.
보통은 무겁지 않게 진행되는데 이번 교육내용은 S그룹과 비교, 임직원의 근무 기강 해이를 극복하기 위한 내용이었다.
결국, 근무지침을 엄격히 해서 직원들의 업무 강도를 높이자는 것이었다.
지금은 2000년이다.
IMF가 진행 중일 때다.
교육에 참석하는 임직원들은 이럴 때 이런 호텔에서 교육하는 것을 반가워하면서도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교육내용을 들은 후 생각이 달라졌다.
그룹이 직원들 단속을 잘하라는 의미로 일부러 비싼 곳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 화려한 도시락이 들어온 것이다.
임직원들은 바로 전 느꼈던 자괴감을 잊은 채 도시락을 선택했다.
그때 도시락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고 L그룹 임직원들의 입은 더 벌어졌다.
그리고 막 식사를 시작하려는데 화려한 카트들이 줄을 이어 들어왔다.
커피와 각종 음료, 조각 케이크, 과자들이 놓여있는 카트들이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남자 직원 한 명이 마치 칵테일을 제조하듯 쇼를 하며 음료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신나는 음악도 이어졌다.
“이거 좋은데?”
“분위기가 이렇게도 바뀔 수 있나?”
“밥 먹다 체할 줄 알았는데 안 그러겠어.”
“우리가 언제 이런 분위기에서 이런 걸 먹어보겠어? 모두 말리지 마. 난 도시락 두개 먹을 거야.”
“난 세 개 다 먹을 거야!”
그렇게 L그룹 임직원들의 교육내용의 무거움을 잊고 맛있게 식사를 했다.
성현우가 그것을 확인하며 미소를 짓는데 문자가 울렸다.
미래호텔에 연회 예약을 넣었던 L그룹 상무였다.
‘Good!’
성현우는 더 진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이게 끝이 아닐 겁니다.”
이후 L그룹 임직원들은 한 번 더 탄성을 질렀다.
모두 배를 두드리고 있는 그때 호텔 직원들이 탄산음료와 함께 소화제까지 권했기 때문이다.
점심 식사 후, 오후 교육이 잘 진행되는 것은 당연했다.
* * *
오후 5시.
모든 교육이 끝나고 교육을 받던 L그룹 임직원들이 그랜드볼룸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표정에는 2가지가 들어있었다.
교육을 끝냈다는 후련함에 만찬이 얼마나 훌륭할까 하는 기대감.
그런 그들이 이동을 시작하면서 한 가지 표정을 추가했다.
그들이 교육을 받았던 중연회장과 컨퍼런스룸은 5층에, 그랜드볼룸은 4층에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안내판을 보려고 하는데 친절히 안내하는 호텔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L그룹 직원들이 잘 이동할 수 있도록 아주 친절하고 간결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래서 모두의 얼굴에 흐뭇함이 담길 때 예약을 했던 L그룹 상무가 급히 로비로 향했다.
그때 나직하지만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
“상무님, 혹시 회장님께서 오십니까?”
성현우였다.
“그걸 어떻게 알았나요?”
L그룹 상무는 걸음을 멈추며 물었다.
“상무님께서 급히 이동하실 일이 그 일밖에 더 있겠습니까?”
“그…그런가요? 아무튼, 호텔에서도 준비를 좀 해줬으면 해요.”
“알겠습니다.”
이후 성현우는 허태식에게 전화했다.
10분 후, 허태식과 L그룹 상무가 L그룹 회장을 맞이했다.
로비는 이미 일반 고객과 L그룹 회장의 동선이 구분된 상태였다.
허태식도 L그룹 회장이 오는 것을 미리 안 것처럼 말끔한 모습으로, 아주 근사하게 회장을 맞았다.
오늘 L그룹 회장의 호텔 방문은 비서실도 모를 정도로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비서실장도 출발하면서 전화한 상황이었다.
L그룹 상무는 회장 바로 뒤에 있는 비서실장을 보았다.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된 것에 일단은 안심한 눈치지만 주위를 경계하는 시선이 강했다.
반면 성현우는 은은한 미소를 띤 채 허태식을 따르고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L그룹 상무는 성현우의 이름표를 다시 확인했다.
잠시 후, 그랜드볼룸도 회장 등장에 비상사태를 맞이했다.
500여 명의 임직원도 상무 비서를 통해 회장이 온다는 것을 들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 사실을 접한 건 5분 전이다.
그래서 임직원 대부분은 설마?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회장이 등장한 것이다.
모두 기립했지만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 조명이 변하며 BGM 음향이 올라갔다.
L그룹 회장이 좋아하는 음악이었다.
L그룹 회장의 미소가 진해졌다.
그런데 그때 허태식이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의전을 한 번도 안 해본 그가 이 상황에서 뭘 할 수는 없는 일.
성현우가 즉시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리고 아주 세련되고 여유로운 자세로 회장을 VIP석으로 안내했다.
“여기가 내 자리인가?”
회장이 착석하자 임원과 간부, 직원 순으로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이후 회장의 미소는 더 진해졌다.
VIP 테이블에 놓인 센터피스와 성현우가 따라준 샴페인과 와인, 코스로 나온 요리, 함께 자리한 임원들까지.
모두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L그룹 상무와 비서실장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며든 건 당연한 일.
그런데 딱 한 사람, 허태식의 표정은 달랐다.
그는 당황과 불안으로 안절부절못했는데 그런 그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그 무렵, 미래그룹 비서실에도 미래호텔 소식이 전해졌다.
김성욱 비서실장은 성관규 회장에게 급히 보고했다.
“우 회장께서 우리 호텔에 오셨다고?”
“갑작스러운 방문이어서 L그룹 비서실도 몰랐다고 합니다.”
“지금 누가 회장님을 맞이하고 있지?”
“허 사장인 것 같습니다만 제가 급히 출발하려고 합니다.”
“내가 가야 하지 않나?”
성관규를 그 말을 하며 웃옷을 입으려고 했다.
김성욱은 그의 옷을 다시 받아들며 말했다.
“오늘은 공식적인 방문이 아닙니다. 회장님까지 가시면 우 회장님께서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어. 자네나 빨리 가보게.”
김성욱은 성관규의 말을 듣자마자 회장실을 벗어났다.
이후 로비에 기다리던 차량에 올랐지만, 그의 손은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L그룹은 재계 순위 5위 내에 속한 대기업이다.
30위권의 미래그룹과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의전을 잘못했다고 소문나면 그룹 전체 이미지가 깎일 수 있었다.
L그룹 회장의 스타일이 까다롭다는 것은 재계 내에서도 알려진 일이다.
더구나 L그룹은 다른 대기업과 달리 자체 호텔을 갖지 않은 곳이었다.
그래서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호텔들은 L그룹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그 생각을 한 김성욱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은 나중을 생각할 때가 아니야. 우 회장께 결례만 안 해도……, 허 사장이 잘하고 있을까? 전화 한 번 해봐? 아니야. 전화해도 받지도 못할 거야.”
그렇게 김성욱은 휴대폰을 손에 놓지 못한 채 호텔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랜드볼룸에 도착한 김성욱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
L그룹 회장이 성현우의 등을 두드리며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