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80
79화.
이탈리아전.
몇 시간 후, HY인터내셔널 호텔 1관 지하 맨 아래층 주차장 한쪽이 가림막으로 가려졌다.
이탈리아 선수단을 태운 대형 버스와 선수단 부인과 연인들이 탄 차량의 주차 공간 마련 때문이었다.
이탈리아 선수단은 마치 은밀한 작전을 하는 것처럼 어떤 곳에 몇 시에 도착하고 연회장까지 어떻게 이동할지를 먼저 조율했다.
성현우는 그들의 요구를 다 받아주었다.
특히 기자들의 접근을 통제해달라는 것과 호텔의 최소 인원 외에는 비밀로 해달라는 요구에는 직접 사인까지 했다.
성현우는 파티가 열리는 1관 중연회장으로 이동했다.
그곳은 1관 식음팀장 정순정과 2관 식음팀장 왕지영이 함께 마무리 중이었다.
선수와 선수지원단 130여 명에 부인과 연인까지 해서 약 160명이 즐기는 파티다.
그런 파티에 식음팀장 2명이 투입되는 것은 이례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 파티는 보통 사람이 우아하게 즐기는 그런 파티가 아니다.
경기 전 맛있게 식사하고 소소하게 술도 한잔하면서 자기들끼리 회포를 푸는 자리다.
그런데 이탈리아인의 소소함은 한국인이 생각한 수준과 달랐다.
그들은 스파게티 여러 종류와 각종 스테이크가 주메뉴인 뷔페에 안주로는 수제감자칩과 살라미와 치즈 등을 추가 주문했다.
술도 식전주인 리큐르와 식후에 차갑게 마시는 리몬첼로, 버번위스키, 와인을 추가했다.
와인은 이탈리아에서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그랍파 외에 이탈리아에서 최고급 와인이라 불리느 사시카이아, 1병당 백만 원 이상 하는 로마네 콩티까지 주문했다.
술을 세팅하던 왕지영이 말했다.
“GM, 이 술을 먹고 내일 경기에 나갈 수 있을까요? 혹시 우리가 좀 자제시켜야 하나요?”
“자제시키려고 생각했으면 아예 파티를 안 받아야 했을 것 같은데요?”
“아!”
“우리는 호텔리어에요. 저들이 뭘 하든 상관하지 않아야 합니다.”
“제가 주제넘었네요. 죄송합니다.”
왕지영은 순순히 실수를 인정했다.
하지만 천장에 부착된 클럽용 조명, 시설팀이 세팅 중인 심상치 않은 음향시설, 벽에 부착된 대형 모니터를 보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계속 고개를 갸웃거렸다.
30분 후, 1관 부총지배인인 강진욱이 이탈리아 선수단을 맞았다.
그들은 5대의 버스와 15대의 승용차를 이용했다.
그중 감독과 주장은 주위에 누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가장 늦게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아무리 한국전을 몸풀기용으로 생각한다고 하지만 사람들의 눈은 의식하는 모양이었다.
감독은 강진욱 부총지배인에게 기자들이 보이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세 번이나 했다.
그런데 그들의 조심스러운 행보는 연회장에 들어서자마자 바뀌었다.
1관 중연회장은 300명 규모의 연회장이다.
벽 1/3을 뷔페테이블이 둘러싸고 있었다.
안쪽에는 식사 테이블인 라운드테이블이 놓여있었지만 스탠딩 파티가 가능한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한쪽에는 FIFA기와 이탈리아기가 놓여있었고 천장에 부착된 크리스탈 느낌 오브제는 화려한 조명 때문에 더 화려해 보였다.
연회장 안에 흐르는 음악도 이탈리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밴드의 BGM이었다.
선수들이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연회장에 들어섰다.
“오오!”
“괜찮은데?”
“여기가 메인호텔이라고 했지?”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감독과 코치, 주장까지 모두 들어온 후 성현우가 연회장 문을 닫았다.
바로 음악 소리가 켜지며 조명이 바뀌었다.
연회장 벽의 문이 열리며 쉐프와 즉석요리가 등장했고 한쪽에는 칵테일 제조 바(bar)도 나타났다.
이탈리아 선수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칵테일 바와 즉석요리 코너로 모여들었다.
그동안 식음팀 직원들은 테이블 중앙에 놓인 술병을 오픈했고 와인을 원하는 선수들에게 직접 와인 서비스를 진행했다.
선수들은 와인을 서비스하는 직원들에게 윙크를 했다.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떠들었다.
“여기 분위기 장난 아닌데?”
“까놓고 말해서 이탈리아 호텔보다 훨씬 나은 것 같아. 난 한국이 촌스러운 줄 알았는데 이쪽 거리도 엄청 세련됐잖아?”
“저쪽에 명품거리도 장난 아니었지. 근데 여긴 자체 면세점이 있다던데 우리 파티 끝나고 쇼핑이나 할까?”
“쇼핑은 나중에 하고 저쪽 호텔보다 여기 호텔이 더 좋지 않아? 주차장 들어오는 길도 완벽히 우리만 쓸 수 있게 해놓았던데?”
“난 내가 국빈이 된 줄 알았어. 유럽 어디를 가도 이 정도로 보안을 지켜주는 곳을 본 적이 없거든.”
“블라터 회장이 이 호텔을 괜히 선택한 건 아닌 것 같아. 듣기로는 우리나라 장관도 일본에는 아예 안 가기로 했다던데?”
“프랑스 전 대통령도 아예 여기에 눌러 있다잖아. 그건 그렇고 여기 호텔리어가 우리 호텔 호텔리어보다 더 예쁘지 않아?”
“오오! 와인 따르는 각도부터 다른데?”
“나는 저기 저 여자가 마음에 들어. 조금 있다 전화번호부터 따야겠어.”
“나는 조금 전 지나간 그 여자. 몸매가 아주 그냥! 크으으!”
성현우는 주위를 돌며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리고 선수들이 찍은 직원을 내보내고 남자직원으로 교체했다.
그것을 알아차린 몇몇 선수들이 인상을 썼지만 총지배인으로서 직원을 외국 남자의 눈요깃감으로 놔둘 수는 없다.
만약 그들이 기분 나빠하거나 정식으로 항의하면 직원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은 태도를 문제 삼아 아예 내보내 버리면 된다.
고객을 왕처럼 대우하라고?
그건 왕처럼 행동하는 고객에게나 하는 거다.
호텔리어라고 해서 고객들의 엉큼한 시선과 자신을 향한 시답잖은 대화를 참아낼 이유는 없는 거다.
성현우는 문제의 대화를 한 선수들을 한 번 더 바라본 후 다른 서비스를 체크했다.
그때 다른 선수와 선수단은 식사와 음주, 연회장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며 파티를 제대로 즐겼다.
절반은 라운드 테이블에 앉아서, 나머지는 와인잔이나 위스키 언더락잔을 든 채 스탠딩 파티를 즐겼다.
직원들은 그런 사람들 사이를 돌며 식사와 술을 체크했다.
그렇게 1시간이 흐르고 조명이 바뀌면서 벽에 걸려있던 대형 모니터가 켜졌다.
선수와 선수지원단의 시선이 모니터로 향했다.
“어?”
“와우!”
“저건 우리잖아?”
그들은 바로 환호를 보냈다.
모니터에 이탈리아 A매치 영상이 나왔기 때문이다.
모두 시원하게 이긴 경기 영상이었고 여기 모인 선수들이 대부분 참가한 경기였다.
선수들은 즉각 반응했다.
한쪽에서는 휘파람을 불었고,
쉬이익!
한쪽에서는 신났다는 표현을 하며 브라보를 외쳤다.
순간 파티장은 이탈리아의 우승 축하 파티처럼 되어버렸다.
그때 주장이 술잔을 들고 일어섰다.
“우승을 위하여 쌀루떼!”
주장이 건배를 외치자 모두 하나가 되었다.
“쌀루떼!”
이후 모니터 음량이 줄어들며 밴드 음악이 연회장을 감쌌다.
“오호!”
선수들이 탄성을 지르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부인이나 연인이 있는 사람들은 몸을 붙이며 러브샷을 했고 싱글인 선수들은 흥겹게 몸을 흔들며 술을 마셨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성현우가 무전기를 들었다.
“5분 후에 화면 바꾸시죠.”
잠시 후, 모니터 화면에 싸이 노래와 함께 한국의 밤거리가 나왔다.
싸이 노래는 인종을 떠나 누구나 신나하는 노래다.
또 한국의 밤은 세계 어느 나라의 밤보다 화려하다.
영상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선수들이 즉시 술잔을 내려놓았다.
“안디아모!” (*이탈리아어로 가자의 뜻.)
“렛츠고!”
“고고!”
그러자 주장이 성현우 곁으로 다가왔다.
“서울 관광을 할 수 있을까요?”
그의 눈망울은 지금 바로 서울을 느끼고 싶다는 간절함이 나타나 있었다.
주장 뒤에 있는 선수들은 이탈리아인 특유의 제스처인 손을 오므리는 동작을 하고 있었다.
가장 뒤쪽에 있는 선수는 지금 저곳에 보내주지 않으면 바닥에 드러눕겠다는 동작을 취했다.
성현우가 무전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알아들을 만한 영어로 말했다.
“차량을 준비시키세요.”
그 말에 선수들 모두 환호를 질렀다.
약 20분 후, 선수와 선수지원단 일부가 그들이 타고 왔던 대형버스에 몸을 싣고 서울 관광에 나섰다.
성현우는 마지막에 감독과 주장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것도 언론이 알아서는 안 됩니다. FIFA에도 비밀로 해주세요.”
“나는 이 일을 완벽히 잊을 겁니다.”
성현우는 대답 후 주장의 팔을 두드리며 말했다.
“오늘은 우승 후 서울 관광을 위한 전야제라고 생각하시길.”
그 말에 주장의 환호가 터졌다.
원래 크리마스마스 당일보다 이브가 더 설레고 축제보다 축제 전야제가 더 신나는 법이다.
거기에 우승 후에 제대로 서울을 즐기라는 덕담까지 들은 마당이다.
주장은 이미 우승한 것처럼 들뜬 표정을 지었다.
* * *
4시간 후, 이탈리아 선수들을 케어했던 직원의 전화가 왔다.
“고생했어요.”
[저는 안내만 한 것뿐인데요. 진짜 고생은 선수들 경호원들이 했습니다.]“정 과장, 끝까지 시치미 떼는 것 잊지 않았겠죠? 정 과장은 오늘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겁니다.”
성현우의 말에 직원이 크게 대답했다.
[넵!]성현우는 전화를 끊으며 시계를 보았다.
새벽 1시다.
이탈리아 선수들에게 파티를 끝내기에 너무 빠른 시간이다.
아마 이 정도로 끝내는 것도 감독의 통제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일은 그들의 경기가 있는 날이다.
그것도 서울이 아니라 대전이다.
한국은 16강이라는 목표를 이룬 후 그 어느 때보다 사기와 열정,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다.
반면 이탈리아는 한국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자만심에 차 있는 상태다.
자신감과 자만심이 대결하면 자신감이 이기는 건 당연한 것.
다만, 전 삶처럼 연장전까지 가느냐와 20년이 지나서도 분기탱천했던 이탈리아인들의 기가 죽느냐의 문제였다.
성현우는 느긋한 마음으로 이탈리아전을 기다렸다.
* * *
정확하게 19시간 후, 성현우는 TV로 한국과 이탈리아의 경기를 시청했다.
전반전 안정환의 패널티킥 실축, 비에리와 김태영의 공중볼 경합으로 인한 김태영의 부상, 비에리의 헤더골은 같았다.
토티와 비에리 등의 거친 플레이와 한국 선수는 물론이고 심판에게까지 하는 예의 없는 행동도 그대로였다.
반면 후반전은 달랐다.
이탈리아 선수들이 기운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며 전반전의 거친 몸싸움이 덜 일어났다.
그러자 한국 선수들이 날아다녔다.
후반에 교체 투입된 황선홍과 전 삶에서는 막판에 투입되었던 차두리가 일찍 들어오며 공격축구를 이어갔다.
드디어 후반 43분, 설기현이 동점골을 만들었다.
이탈리아로서는 8강 문 앞에서 벼락을 맞은 격이었다.
그래서인지 다시 몸싸움 강도를 높였다.
그러나 그들의 몸은 이미 예전의 몸이 아닌 상태다.
유럽에서도 몸싸움에 능하다고 평가받는 이탈리아인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에게 번번이 밀렸고 의도적으로 저지르는 상대 선수 얼굴 가격도 실패해서 자신이 바닥에 넘어지는 바보 같은 모습을 보였다.
일부 선수는 머리를 붙잡으며 괴로워했고 일부 선수는 한국 선수의 빠른 돌파를 따라가지도 못했다.
그렇게 후반 10여 초가 남았을 때.
이영표의 패스를 본 안정환이 높이 날아올랐다.
순간 성현우가 무릎을 쳤다.
“그렇지!”
안정환의 머리를 맞은 골이 골망을 세차게 뒤흔들었다.
전 삶에서는 서든데스 연장전에 나왔던 골든골이었다.
순간 강남대로에 환호성이 터졌다.
강남의 빌딩이 모두 다 흔들릴 정도의 환호성이었다.
“우와!”
“안정환!”
“이제 8강이다!”
성현우는 바로 휴대폰을 들었다.
“아이스박스에 콜라와 사이다. 주스를 채워 넣고 델리에서 만든 빵도 가져다 놓으세요. 그 비용은 내가 냅니다.”
이후 성현우는 로비로 내려갔다.
응원단들이 흥분한 채 호텔로 모여들었다.
모두 화장실을 쓰기 위해서였는데 그들은 일렬로 줄을 서며 단 한마디의 불평도 내놓지 않았다.
HY인터내셔널 호텔 로비 개방 후 인근 빌딩과 호텔에서도 로비를 개방했었다.
그래서 응원단들은 길거리 응원 초기보다는 화장실 볼일이 수월했다.
그리고 인근 호텔에서도 응원단을 위한 생수를 내놓았고 주점과 펍 등에서도 서비스 맥주와 안주를 내놓았다.
한 마디로 강남대로 전체가 축제 마당으로 변한 상태였다.
성현우는 응원단과 그들을 케어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보며 총지배인실로 올라왔다.
오늘도 총지배인실 한쪽에 있는 침실로 향할 계획이다.
그런데 정확하게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뭔가 뿌듯했고 계속 미소가 감돌았다.
다음날, 이탈리아 선수단이 귀국길에 올랐다.
그들은 감독과 주장만 나서는 짧은 인터뷰만 소화했다.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 연속 참가한 한국축구를 너무 낮게 보았다며 심기일전하겠다는 말과 이탈리아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주장도 앞 내용은 같았다.
그런데 사견임을 붙이며 내용을 더 추가했다.
“우리는 한국축구뿐만 아니라 열정적이면서도 신사적인 한국 응원에 패한 겁니다. 다음 월드컵은 상대팀과 나라에 대해 제대로 분석한 후 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헌신적인 서비스를 해준 관계자께 감사드립니다.”
주장은 그 말을 하며 카메라를 보았다.
마치 누군가를 가리키는 눈빛이었는데 날카롭고 오묘한 게 예사롭지 않았다.
고맙다는 건지, 너 때문에 졌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성현우는 그가 눈앞에 있는 것처럼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게 누가 그렇게 마시고 즐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