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ly Demon Lord Who Doesn't Want to Level Up RAW novel - Chapter 139
진유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각성 마켓?”
인터넷에는 온갖 헛소문이 돌아다니고, 그중 가장 꾸준한 것이 각성 사회에 대한 헛소문이다.
당연히 각성 마켓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각성자들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세금을 각성 마켓에 퍼붓고 있다는 이야기가 특히 많았다.
즉, 각성자들이 고소득을 올리는 이유가 세금 덕분이라는 것이었다.
진유성은 직접 각성 마켓(블랙마켓이지만)을 이용해 봤기 때문에 전후 상황을 대충은 짐작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말은 절반만 맞다.
각성 사회에 돈이 돌아다니게 만들기 위해서 각국의 정부들은 어마어마한 돈을 퍼부은 건 사실일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각성 사회 초반에 국한되는 이야기일 확률이 높았다.
무릇 특정 산업이 부흥하기 위해서는 초기 투자금이 필요하다.
산업의 마중물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데, 아마 각성 사회는 그렇게 탄생했을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토록 이질적인 직종이 사회 구조에 빠르게 자리 잡을 수가 없었다.
진유성이 추측하기로 그랬다.
생각보다 각성자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다.
대중들은 모든 각성자들이 몇억씩 버는 줄 아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상림에게 듣기로는 랭커 이하 준랭커 이상(400위~1000위)의 실질 소득이 1억이 조금 넘는다고 했다.
실제로 버는 돈이야 더 많겠지만, 헌팅을 위해 들어가는 필수 비용 때문에 ‘실질 소득’이 낮은 것이었다.
물론 여기도 승자 독식의 구조라서 아놀드 벡처럼 정점에 오른 이는 몇천억을 벌긴 한다.
아무튼, 김정철 회장이 말하는 각성 마켓이 실현화되면 진유성의 입장에서는 좋았다.
더 이상 블랙마켓을 이용할 필요도 없고, 안정적으로 물건들을 제값에 팔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를 통해 김정철 회장에게 무슨 이득이 있단 말인가?
“그게 아저씨한테 무슨 이득이 있는데요?”
어르신이라고 부르긴 싫어서 진유성은 아저씨라는 호칭을 쓰기로 결정했다.
아주 오랜만에 듣는 낯선 호칭에 김정철 회장이 허허 웃더니 물었다.
“당연히 각성 마켓처럼 수수료를 떼는 이득이지.”
“그게 될 리가 없을 텐데?”
“왜 안 된다고 생각하나?”
“안정화시키는 데 많은 돈과 인력이 들어갈 테니까요.”
“난 돈이 많네. 인력은 돈으로 살 수 있고.”
“그걸로 대답이 된다고 생각하면 댁이 바보거나, 내가 바보거나, 둘 중 하나겠죠?”
진유성의 대수롭지 않은 말에 김정철 회장은 등허리에 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언노운 엠페러는 전혀 위협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약간의 미소도 띄우고 있었다.
그런데, 이 느낌은 뭘까?
배부른 호랑이가 토끼를 데리고 노는 것 같았다.
토끼가 폴짝거리는 걸 보고, 재밌으니 계속해 보라는 것 같기도 했다.
언제든지 잡아먹을 수 있음에도, 그저 심심해서.
“동업자가 있나 보네요? 당장 돈 벌 생각도 별로 없는 거 같고. 음, 나중에 회사의 든든한 자금줄로 삼으려고?”
“…….”
“아, 자금줄뿐만 아니라 각성자들의 비호도 받을 수 있겠네.”
“……왜 그렇게 생각하나?”
“양상군자(梁上君子 : 도둑)도 장물아비는 털지 않는 법이니까.”
김정철 회장은 간신히 표정을 관리했지만, 놀란 기색을 숨길 수는 없었다.
진유성의 말은 틀린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김정철 회장이 각성 마켓을 열려는 이유는 세 가지였다.
하나는 JC 그룹을 위해서.
지금 당장은 큰돈이 들더라도 10년만 흐르면 각성마켓은 JC 그룹의 회계 안정성에 큰 도움을 줄 것이었다.
이는 능력이 부족한 아들이 회사를 운영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고.
둘은 동업자들 때문이었다.
사실 각성 마켓에 대한 이야기는 그가 떠올린 게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먼저 제안했고, 김정철 회장은 거절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언노운 엠페러를 알지 못했을 때의 이야기.
진유성의 정체에 대해 짐작하게 된 이후, 그가 블랙마켓에 팔아치우는 물건들만 받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 선 것이었다.
동업자들이 아래를 떠받치고, 진유성이 위에 선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셋은 사회적 변화를 고려해서였다.
지금은 게이트와 각성자들이 안정화되어 있지만, 미래에는 어찌 될지 모른다.
이미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SG에서 독립하려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G는 분명 각성 사회를 안정시켰고, 세계 종말처럼 느껴지던 게이트 사태 초창기를 진압하는 엄청난 공을 세웠다.
하지만 이제는 불만이 너무 많이 쌓였다.
SG가 만든 ‘계획 각성 사회 모델’에서 탈피해, 자본주의에 의거한 ‘자유 각성 사회 모델’로의 진화를 꾀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SG는 단 한 명의 각성자도 죽지 않도록 모든 게이트 클리어 안정성을 최대화하지만, 그 때문에 하위권 각성자들은 최소의 수입밖에 올리지 못한다.
F급 게이트 하나를 클리어하는 데 30~40명씩 우르르 움직이니, 돈이 분배될 리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하위 80%의 각성자들은 불만이 있었다.
게이트를 선택하고 클리어하는 것이 수익을 위한 자율 경쟁에 맡겨져야 한다고 믿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사회가 되면 게이트 피해는 민간인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본주의를 위해서 인본주의를 포기하는 건 흔한 일이다.
특별할 것도 없었다.
‘분명 머지않은 시점에 사회가 바뀔 것이다.’
김정철 회장은 그렇게 예측했다.
지금처럼 SG가 전 지구의 게이트를 관리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니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김정철 회장은 JC 그룹이 인본주의의 영역에 서 있지 않기를 원했다.
자본주의의 영역에 서 있길 원했다.
JC 그룹이 각성 마켓을 운영하게 되는 순간, 각성자들의 최우선 보호 순위에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들도 돈을 벌어야 하니까.
즉, JC 그룹 자체가 각성 사회의 일원으로 포함된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이유가 각성 마켓을 열려는 가장 큰 동기였다.
설령 저승에서라도 JC 그룹이 망하는 꼴은 볼 수가 없었다.
‘양상군자들도 장물아비는 털지 않는다고?’
그야말로 완벽한 비유다.
진유성이 언노운 엠페러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린 나이에 힘만 고강한 소년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힘만 강한 게 아니었다.
식견 역시 대단하다.
괜히 상대의 지혜를 견주어 보려다가 밑천만 탈탈 털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어린 나이에 강한 힘을 얻을 수는 있다.
김정철 회장은 각성자가 아니라서, 각성자가 어떤 식으로 강해지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뭐, 모든 분야에는 천재가 있는 법이니까 각성자들 중에 천재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었다.
하지만 식견은 재능의 영역이 아니라 경험의 영역이다.
“자네, 실례지만 몇 살인가?”
“먹을 만큼 먹었는데요.”
“날 아저씨라고 부를 만큼?”
“뭐…… 대충.”
“통찰력이 엄청나군.”
사실 진유성 입장에서 이런 추측은 쉬운 일이었다.
진유성은 천마신교주의 자리에 오르고 나서 경제에 대해서 엄청나게 공부를 했었다.
민초들의 삶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였다.
중원에서 민초들은 두 가지의 세금을 동시에 내야 했다.
바로, 관에 내는 세금과 무림에 내는 세금이었다.
안휘성에 사는 민초들은 본래는 안휘성 도지휘사에게 세금만 내면 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안휘성의 패자인 남궁세가에게도 보호세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내야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보호세는 상인들에게만 걷었다.
하지만 이 보호세를 내기 위해서 상인들은 모든 물품에 일종의 부가가치세를 매겼고, 그게 민초들에게 전가되는 형식이었다.
진유성은 이것을 탈피하려고 했다.
모든 세금을 일원화시켜서 천마신교로 모으고, 천마신교가 황궁에게 예산을 주고, 황궁이 관에게 예산을 주고, 관이 무림세가에게 예산을 주는 식으로 말이었다.
당연히 처음에는 엄청난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러나 진유성은 결국 해냈다.
무려 20년이란 시간을 들여서 대명제국을 안정화시킨 것이었다.
이는 진유성의 일신상 무공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황족의 머리 위에 있는 게 무림인인 진유성이기 때문에, 무림인들이 고개를 숙인 것이었다.
그러니 진유성이 품은 지혜는 김정철 회장과 비할 것이 아니었다.
머리 쓰는 걸 싫어하는 경향 때문에 멍청하게 굴 때도 많지만.
“그럼 혹시 자네…….”
김정철 회장이 뭔가를 말하려고 할 때 진유성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귀찮다.
이 노친네의 말을 하나하나 들어줄 필요를 못 느끼겠다.
괜히 사견이 들어가서 대화만 길어진다.
그럴 바에는 단서들을 듣고 자신이 생각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몇 가지 물어볼 테니까, 잘 대답해요. 알았죠?”
진유성의 말에 김정철 회장이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가 누구죠?”
김정철 회장은 문득 궁금해졌다.
이 질문은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언노운 엠페러가 과연 자신의 짤막한 대답으로 모든 그림을 유추할 수 있을까?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언노운 엠페러가 가진 가장 큰 힘은 각성자로서의 무력이 아니라 통찰력일 것이다.
“두 부류가 있네.”
“아, 진짜. 왜 이렇게 노인들은 선문답을 좋아하지? 그냥 딱 말해 봐요.”
“첫 번째는 팀 우산도와 한지후 소장이네.”
진유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 같았다.
각성 마켓을 열겠다면 끈끈한 유대감을 가진 각성자 집단이 필요한데, 한국에서 그런 집단은 팀 우산도밖에 없다.
“두 번째는…… 아놀드 벡.”
“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놀드 벡과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이겠지.”
김정철 회장의 말에 진유성이 표정을 이리저리 바꾸기 시작했다.
미간을 좁히더니, 코끝을 찡긋거렸고, 눈동자를 굴렸다.
얼마의 시간 뒤.
진유성이 입을 열었다.
“아, 대충 알겠네.”
“……무엇을?”
“SG가 망해도 SG의 영향력은 계승하겠다는 거네? 마켓들을 이용해서?”
“……!”
김정철 회장은 온몸에 벼락이 맞은 것 같은 전율을 느꼈다.
말도 안 된다.
팀 우산도와 아놀드 벡이라는 이름만 듣고 거기까지 추측할 수 있다고?
김정철 회장은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언노운 엠페러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단신으로 S급 게이트를 클리어한다는 것은 아놀드 벡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런 이가 지혜로움마저 하늘에 닿았다면, 세상을 지배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김정철은 오늘 진유성을 만나며 할 말과 하지 말아야할 말을 정해 놓았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은 딱 하나.
각성자 진유성의 무력적인 부분을 터치하고 싶지 않았다.
얼마나 강하지, 등급은 어떻게 되는지, 어디서 힘을 얻었는지 등등.
정체를 숨기고 있는 이에게 이런 걸 묻지 않아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저히 묻지 않고 배길 수가 없었다.
“자, 자네가 하고 싶은 일이 도대체 무엇인가?”
“음?”
“앞으로 무엇을 할 생각인가?”
김정철 회장의 말에 진유성이 고개를 갸웃하다가 대답했다.
“유튜브 할 생각인데요?”
“……?”
김정철 회장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지만, 진유성은 상관이 없었다.
그 누구도 절대자로서의 백여 년을 이해할 수는 없을 테니까.
“아니, 그보다 아놀드 벡이랑 친해요?”
“친한 건 아니네. 그냥 연락이 왔을 뿐. 아놀드 벡이 한국에 있다는 걸 알고 있나?”
“아, 진짜?”
“그리고 언노운 엠페러를 찾고 있네. 아멜라 메건과 함께.”
김정철 회장이 진유성의 눈치를 살피더니 말했다.
“난 그에게 자네에 관한 어떤 정보도 주지 않았네. 줄 생각도 없고. 오늘의 제안은 아놀드 벡과는 무관하네.”
진유성이 김정철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이 노인네, 운으로 회사를 일군 건 아닌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은 진유성의 품고 있는 힘의 터럭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종종 예민한 이들은 자신을 보면서 뭔가를 느낀다.
거대한 해일이 몰아치기 전에,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처럼.
그래서 이렇게 눈치를 보는 것이다.
“드벡이가 한국에 있다고요?”
“그렇다네. 혹시 친분이 있나?”
“있죠. 드벡이 좀 데려와 봐요.”
“……여기로?”
진유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진유성이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