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116)
116화
정체불명의 두 기사.
놈들이 마누스의 기사들을 욕보이면서 다가왔다.
“······아론 경. 놈들은 제가 막겠습니다. 병사들을 이끌고 길을 뚫어주세요.”
“아닐세 제이드. 나도 함께─”
“제이드의 말대로 아론 경은 길을 뚫고 있게. 저들은 제이드와 내가 상대하지.”
“저하!”
스릉.
루퍼스가 검을 뽑자 아론이 당황하며 외쳤다.
“아론 경. 피부가 썩어들어가고 있더군. 그래서 저들과 몇 합이라도 버틸 수 있을 것 같나?”
루퍼스의 말에 아론이 멈칫했다.
맞는 말이었다.
마비약에 가까운 진통제와 응급약를 먹어서 몸을 속였을 뿐, 독은 계속 아론의 몸으로 퍼지고 있었다.
이대로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
“······최대한 빨리 길을 뚫겠습니다! 조금만 버텨주십시오!”
이를 악문 아론이 뒤돌아서 병사들을 데리고 후방으로 달려 나갔다.
이제 남은 건 루퍼스와 제이드.
그리고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두 기사다.
타닥. 타닥.
타오르는 화마가 전장의 열기를 후끈하게 데웠다.
전투를 준비하던 루퍼스에게 제이드가 물었다.
“저하, 실례가 안 된다면 기사로서의 경지가 어떻게 되십니까?
“상급 기사 수준에 다다랐네. 그건 왜 묻지?”
“그거 다행이군요.”
루퍼스는 슬쩍 제이드의 얼굴을 살폈다.
항상 여유로운 미소를 짓던 제이드.
그의 얼굴이 반쯤 굳어 있었다.
“저놈들, 저하와 동류일 겁니다.”
“예상치 못한 난관이군.”
상급 기사는 될 것이라는 제이드의 말에 루퍼스의 얼굴 역시 반쯤 굳었다.
하지만 제이드, 그가 있다면 할 수 있으리란 믿음이 루퍼스에겐 있었다.
“마누스의 영웅과 합을 맞춰볼 기회가 왔군. 영웅께선 기분이 어떻지?”
루퍼스의 말에 제이드가 피식 웃고는 검을 들어 올렸다.
“의뢰 내역에 이 부분 추가하겠습니다.”
* * *
나는 숨을 천천히 들이쉬었다.
사방이 불길이었기에 메케한 연기가 가득했으나, 내 몸은 이 정도는 버텨낼 수 있었다.
그리고 마기 포식자를 움켜쥐었다.
‘기대되는데.’
2회차가 되고 난 뒤 내가 상급 기사와 검을 맞대어 본 적이 있던가?
델토로 남작가의 로이암. 동부 최강의 기사라 불리는 그.
그 정도의 경지에 다다르면 상급 기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러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변환할 수 있는 이들.
마력의 충격파를 내뿜는 발산이나, 단순히 검기를 내뿜는 것보다 더욱 높은 수위의 강자.
그것이 상급 기사들이다.
그런데 정체를 숨기기 위함일까?
다가오는 두 기사는 호박처럼 생긴 투구를 깊게 눌러쓴 상태였다.
마른 체구의 기사와 다부진 체격의 기사.
한 명은 창이었고, 나머지 한 명은 대검이었다.
‘저 녀석이 그리핀을 저격했군.’
그리핀의 몸에 꽂힌 창과 똑같은 모양이었다.
“네놈들은 뭐지? 어디서 왔느냐.”
“······.”
루퍼스의 물음에 두 기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기사로서의 예의가 없구나. 아니, 애초에 이제는 기사가 아니라 자객이라고 해야 하나?”
루퍼스의 어설픈 도발에 대검을 든 기사가 짧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너희는 여기에서 죽는다. 그것만 알면 된다.”
날렵한 체구 단창과 힘이 좋은 체구의 대검.
드렌트와 데릭, 두 녀석이 콜로세움에서 벌였던 활약이 떠오르는 조합이었다.
‘느낌이 온다. 폭발력으로 미친 듯이 압박해 올 것이다.’
나는 루퍼스를 바라보았고 그도 나를 바라보며, 슬쩍 눈을 마주쳤다.
끄덕.
우리는 누구 할 것 없이 곧장 땅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곧 내 시야로 검은 점이 쏘아졌다.
창을 든 기사의 흑색 단창이었다.
창끝이 흔들리고 구불거리다가도 한순간 쏘아지는 게 벌의 독침 같았다.
스카가각!
공격을 피하고자 자세를 낮추는 순간, 검은 섬전이 눈앞을 향해 쏘아졌다.
검을 들어 올려서 창날을 빗겨냈음에도 뺨을 스쳐 지나가며 화끈함이 느껴졌다.
생각보다 더 빨리 치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어딜!”
도끼 쪽으로 움직이던 루퍼스가 불현듯 방향을 틀어서 창술사에게 쇄도했다.
빠르게 한 놈부터 끝낼 작정이었다.
이에 창술사가 거리를 벌리기 위해서 뒤로 움직였다.
나는 곧장 창대를 잡아당기며 녀석의 다리를 걷어찼다.
그러자 녀석이 균형을 잃으며 허공을 한 바퀴 돌았다.
‘드렌트한테도 자주 써먹었던 방법이지.’
놈을 죽일 기회였다.
하지만 나는 놈을 공격하는 대신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며 검을 휘둘렀다.
한껏 오러를 키우면서.
콰──앙!
이내 묵직한 충격과 함께 내 몸이 뒤로 주욱 밀렸다.
대검을 들었던 기사. 녀석의 검격이었다.
그때 루퍼스가 놈의 대검을 밟아서 땅에 고정한 뒤,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적색의 오러가 날카롭게 솟아 놈을 노렸으나, 기사는 미련 없이 검 자루를 놓고 뒤로 물러섰다.
그때 쓰러져 있던 창술사가 루퍼스의 다리를 노리며 튀어나왔다.
“저하!”
나는 곧장 검기를 발출해 녀석과 루퍼스 사이를 갈라놓았다.
콰앙!
내 오러에 밀려난 놈이 바닥을 굴렀고, 루퍼스 역시 튕겨 나가며 검을 땅에 박았다.
“괜찮으십니까?”
“······아직까진.”
루퍼스의 다리를 슬쩍 보자 다리 사이로 그의 적색 머리칼보다도 진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짧은 틈에 놈이 루퍼스의 다리를 찌른 것이다.
어느새 회수한 대검을 든 기사가 자세를 낮추는 게 보였다.
그를 보며 나는 혀를 찼다.
‘협공을 할 줄 아는 놈들이다.’
개개인의 역량도 뛰어났지만, 둘은 애초에 한 조였는지 서로를 보조하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이어진다면 불리할 게 자명하다.
루퍼스와 나는 합을 맞춰본 적이 없으니까.
한편, 병장기들이 부딪히며 내는 금속음들이 더욱 가까워지고 있었다.
적병들의 움직임이었다.
이대로라면 포위가 되고 말 터.
‘상황이 좋지 않다. 그렇다면······.’
나는 기수식을 취한 채 루퍼스에게 말했다.
“저하. 제 뒤로 오십시오.”
나는 숨을 멈추고, 놈들을 향해서 검을 휘두르며 숨을 내뱉었다.
[스킬 – 붉은 폭풍(LV. 4)가 발동합니다.]수평으로 그은 검의 궤적. 그를 따라 검보라빛 불꽃의 기파가 쇄도했다.
콰과과광!
오러 폭풍이 반으로 갈라지며, 특유의 아가리가 열리는 순간.
창을 들었던 놈이 당황한 듯 뒤로 물러서는 것이 보였다.
‘걸렸다.’
역시나 누구나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선다.
그렇게 물러서는 순간, 붉은 폭풍이 놈을 집어삼킬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스걱!
웬 녹빛의 오러가 수직으로 그어졌고, 붉은 폭풍이 터져나갔다.
대검을 들었던 기사였다.
놈이 검기를 발산하여 붉은 폭풍을 흐트러뜨려 버린 것이다.
지금껏 내 주력기로, 그리고 1회차 카일이 썼을 만큼 유명했던 그 기술이 오러 채로 잘려 나간 것이다.
그 모습에 적잖이 놀랐지만, 나는 다리를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틈이다.’
붉은 폭풍을 피하느라고 정신없었던 한 놈.
그걸 지키기 위해서 강력한 검기를 발산한 한 놈.
두 놈 모두 붉은 폭풍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나는 놈들을 향해서 쇄도했다.
터져나가는 검보라빛의 오러에 몸을 숨기면서 말이다.
일렁이던 오러가 마나의 입자로 사라지던 그 순간, 내 시야에 창술사가 들어왔다.
“······뭣!”
당황하는 놈의 몸에 마기 포식자를 박아 넣었다.
안에 갑옷을 덧대 입었던 것일까?
놈의 몸 안으로 들어가던 마기 포식자가 갑자기 덜컥하고 걸렸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마기 폭발.”
흑암성의 오러가 응축되어 검 끝으로 향한다.
그리고 검 끝은 창술사의 몸에 찔러 들어간 상황.
투구 안으로 비치는 놈의 눈이 크게 흔들렸고.
콰아아앙!
마기 포식자가 머금고 있던 마기가 분출되며 놈의 신형이 터져버렸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당신보다 강한 강자를 살해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안키르으으─!”
그게 죽은 창술사의 이름이었는지, 대검을 든 기사가 크게 소리쳤다.
“죽여버리겠다!”
놈의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와 루퍼스는 놈을 무시하고 달렸다.
“저하, 어서 튑시다!”
애초에 목적은 탈출이었다.
점차 포위망을 좁혀오는 병력을 두고 우리는 최대한 달렸다.
“저하! 이쪽입니다!”
때마침 포위망을 뚫은 아론과 정예병들, 그리고 쥬리핀이 보였다.
나와 루퍼스는 그들과 합류하여 적들의 저항을 뚫어내고는, 무너진 목책 쪽으로 달렸다.
“출구입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불에 타오르던 야영지를 벗어나서 우리는 갈대밭 안으로 접어들었다.
어깨 위까지 자란 갈대를 해치며 무작정 달려갔다.
“아론 경! 이쪽으로 달리십시오!”
“제이드. 저하의 뒤를 경계하게! 아까 그 투창 공격을 잊지 말게!”
기사 아론은 정예병 한 명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왕자 경호에 집중하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십쇼. 창은 더 이상 안 날아올 겁니다.”
그걸 염두하고 창술사, 놈을 우선으로 죽인 것이다.
“쫓아라! 놈들을 죽이란 말이다!”
저 멀리서 동료를 잃은 대검 기사의 분노한 목소리가 울렸다.
“여기다! 여기 루퍼스가 여기에 있다!”
정면에서도 그런 외침이 들려왔다.
젠장, 이미 탈출로에 매복하고 있던 것인가?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나는 인기척이 들리는 방향으로 검을 휘둘렀다.
갈대가 우수수 떨어져 나갔고, 동시에 누군가의 몸이 바닥에 처박혔다.
하지만 그 뒤로 수많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적병이 다수가 갈대밭에 대기 중이었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기에 저 안으로 함부로 들어가는 건 위험했다.
“정면에는 너무 많습니다. 이쪽으로.”
우리는 방향을 틀어서 움직였다.
그런데.
두두두두!
지축을 울리는 소리.
“젠장······.”
맞은편에서 기병대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도 우리를 향해서.
루퍼스가 수심에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사면초가인가······.”
앞에서는 기병들이, 뒤에서는 기사와 병사가 추격해오는 상황.
기사 아론과 병사들이 본능적으로 왕자를 둘러쌌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도 절망이 떠올라 있었다.
두두두두!
점차 다가오는 말발굽 소리.
우리를 밟아 으깨버릴 듯이 맹렬하게 다가오는 기병들.
하지만 난 되려 미소를 지었다.
“아뇨, 이제 살았습니다.”
“······뭐?”
루퍼스가 반문하는 그때.
우리와 부딪칠 듯 달려들던 기병들이 우리를 스쳐 지나갔다.
두두두두!
“반역도들을 처리하라!”
그대로 우리를 스쳐 지나간 기병들이, 추격해오던 병사들을 들이받아서 무너뜨렸다.
이어서 들고 있던 횃불을 내던져서 갈대밭에 불을 질러서 추격로를 막아버렸다.
“뭐, 뭐야? 어떻게?”
“아, 아군인가?”
정예병들이 당황하며 눈을 끔뻑이는 그때.
우리 앞으로 말을 탄 두 인물이 다가왔다.
이곳 오르투스 지방과 연이 있던 두 인물.
“제이드! 우리가 도우러 왔네.”
“늦지 않게 오셨군요. 남작님.”
델토로 남작과 기사 헤겔.
그들이 우리를 구하러 온 것이었다.
“제이드······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루퍼스.
이에 내가 말했다.
“이미 한 번 말씀드린 것 같은데. 제가 모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