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내가 솔튼과 제인에게 연락이 가능한지 묻자, 칼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 노친네는 되긴 하는데······ 제인 그 여자는 왜?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뭔가 준비할 생각인 거야?”
“네, 연락할 수 있게 준비 좀 부탁드릴게요.”
“그래. 제이드 네 부탁이니까.”
내 부탁에 칼이 얼굴을 구겼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곤 사라졌다.
다음으로 만난 건 마리온이었다.
“마리온. 성벽의 발리스타. 전부 직접 만든 거야?”
“아, 눈치채셨어요? 헤헤, 스승님이랑 저랑 고생 좀 했죠.”
마리온은 내 칭찬에 헤실헤실 웃으며 왕성의 발리스타보다 훌륭하리라고 으쓱였다.
그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성벽의 발리스타와 투석기, 그리고 이동식 발리스타까지. 그 만듦새가 매우 훌륭했다.
과장 조금 보태 백작의 성에서도 이 정도로 구비하기 힘들 것이다.
‘거기에 그 포탄까지 있다면······.’
문득 그것이 생각나서 마리온에게 물었다.
“아, 마리온. 대체 그 포탄은 뭐야? 편지에 수용철이 적혀 있던데 그걸로 만든 거야?”
발리스타에 담아 쏘아낸 철구.
흡사 폭탄이나 다름없던 위력으로 그리핀 부대를 뿌리치게 만들지 않았나.
나도 그게 뭔지 아직 감이 안 왔다.
내 물음에 마리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캐슬 브레이커를 응용한 거예요. 정확히는 수용철의 원리요.”
“원리? 마기가 섞인 수용철에 마력을 넣으면 터지는 거잖아······?”
내가 알고 있는 것, 1회차 때 얻은 지식은 그게 다였다.
내 물음에 대답한 건 마리온이 아니었다.
“수용철의 사용 방법을 처음으로 고안한 게 자네라고 하더니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마리온의 스승을 자처한 하프 드워프, 다그너가 다가오며 혀를 찼다.
“수용철의 폭발은 마기와 마력만 가능한 게 아니네.”
“네?”
“수용철은 섞인 재료의 특징을 머금으려는 성질이 있지. 자네는 수용철에 마수의 갑각을 섞어서 만든 뒤 마력을 넣어 폭발시켰지?”
“네. 그걸로 케이브 트롤을 잡았었죠.”
회색 숲 전선에서 캐슬 브레이커를 트롤의 목에 박아넣어서 폭발시켰었다.
그 한 방으로 놈을 골로 보냈었지.
“그건 수용철 내부에서 마력과 마기가 서로 반발해서 폭발한 것이네. 그리고 그 성질은 다른 기운이어도 문제가 없다는 걸 알아냈지.”
다그너는 그렇게 말하며 상자에서 포탄 하나를 꺼내서 두드렸다.
“열기와 한기. 두 기운이 내부에서 충돌하면서 수용철이 커다란 폭발을 만들어내게 했네.”
다그너가 내게 포탄을 던졌고 나는 포탄을 받아서 살폈다.
놀라운 사실이었다.
마나와 마기가 만나면 폭발하는 게 아닌, 서로 다른 성질이 만나면서 폭주하는 것이었다니.
“이 포탄에 마력을 불어넣으면 열기와 냉기가 발생하며 폭발시키는 게지. 마력을 얼마나 주입하는지에 따라 폭발 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만들었네.”
즉, 마나를 주입하는 것만으로도 작동하는 시한 폭탄.
‘그걸 화약 없이 만들었다고······?’
검과 활이 일반적인 세상.
마력이 있기에 화약은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져서 연구조차 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생산량조차 적은 곳이다.
연금술사가 화약을 생산해도 그 양은 소량에 불과한데, 습기를 머금으면 안 되니 보관마저 까다로워 계륵과도 같았다.
“저희는 안전성을 높이고 폭발력을 강화하는 법을 찾아 연구했고, 찾아냈다는 거죠. 그 결과가 이거에요. 대박이죠?”
마리온이 만든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아는 나로서는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열기와 냉기. 어떻게 가둔 거죠? 아니, 이 폭탄 더 만들 수 있어요?”
저 폭탄들만 양산할 수 있다면 많은 걸 바꿀 수 있다.
그리핀 부대뿐만 아니라, 다수의 군대를 상대할 때도 유용할 것이다.
몰려오는 적병들을 향해서 이 폭탄을 흩뿌린다면······,
하물며 훗날 마수들이나 악마들을 상대할 때도 유효할 것이 분명했다.
그 강력한 괴물들은 웬만한 공격에는 상처를 입지도 않았으니까.
기사, 마법사에 이어서 전 대륙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칠 만한 병기가 될 것이었다.
“수용철 안에 냉기와 열기를 가두는 방법은 간단하네.”
다그너는 그렇게 말하며 품속에서 광물을 두 개 꺼냈다.
뜨거운 열기가 감도는 철과 푸른 기운이 감도는 돌이었다.
“염철과 빙석이네. 둘 다 마력을 받으면 열기와 한기를 내뿜는 광물이지. 이걸 각기 다른 수용철에 섞어서 포탄으로 만든 뒤, 얇은 마정석으로 두 수용철을 분리해두는 거지. 사용할 때 심지에 불을 붙이고는 마나를 같이 부여하면 얇은 마정석이 서서히 흐트러지면서 두 광물에 섞인다네.”
나는 다그너의 손에 들린 광물을 보고 멈칫했다.
“설마 그 두 개가 전부 들어가는 겁니까? 그러면 단가가 상당할 텐데······.”
염철과 빙석.
값비싸기로는 소문난 광물들이었으니까.
아티팩트 제작에도, 마법사들의 실험 재료에도 필요한 광석.
다그너가 들고 있는 광물은 손가락 마디 한 개만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1골드가 넘을 터다.
그것을 두 개씩 넣는다면······ 포탄 하나에 2골드란 소리잖아?!
“그 비싼 광물을 재료로 쓴단 말입니까?!”
“하하, 그 정도 값어치가 들어가야 강력한 무기 아니겠나.”
끌끌 웃는 다그너를 보며 그제야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마리온과 다그너가 쏘았던 포탄들.
터져나가던 철편 하나하나가 전부 금화 조각이나 다름없었다는걸.
극악의 비효율.
“······양산하는 건 취소하죠.”
목숨을 구할 정도의 비상용만 구비하기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내 말에 다그너가 울상을 지었다.
* * *
탈출한 병사들과 기사들이 상처를 소독하고 휴식을 취하는 사이.
나와 델토로 남작, 그리고 루퍼스는 다음 계획을 세워야만 했다.
우리는 회의장에 모였다.
“제이드. 암석산 인근의 평야에서 적으로 보이는 병력이 이쪽으로 진군해오고 있어.”
이제는 제법 훌륭한 정찰 능력을 갖추게 된 롭이 정찰한 내용을 알렸다.
제각기 갑옷을 입은 용병과 병사들이 900여 명.
기사로 보이는 이들이 50명, 그리고 그리핀 부대의 마법사가 40명이라 했다.
도합 천여 명에 가까운 병력이다.
반면 칼테르 요새의 병력은 많지 않았다.
원래 남아 있던 병력을 포함해 125명.
델토로 남작령인 에스트콕 성에 있는 병력을 합치더라도 250여 명이 되지 않았다.
‘4배 차이인가.’
250 대 1000.
아득히 큰 격차였다.
심지어 에스트콕 성의 병력의 합류는 불가능할 터.
사실상 10배 차이였다.
깍지를 낀 채 고심하던 루퍼스가 델토로 남작에게 물었다.
“델토로 남작. 그대에게 진 신세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소. 그런데 반란에 가담하지 않은 귀족 중 우리를 도울 만한 이들이 있겠소?”
“왕자 저하께 고하기에는 외람된 말씀이오나, 오르투스 지방은 원래 독립적인 성향이 강한지라, 그리 마땅히 도움이 될 이들은······ 으음.”
루퍼스의 물음에 델토로 남작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다.
“이 근처에서라면 스토믹 남작밖에 없을 겁니다. 다만 워낙 약소한 귀족인지라······.”
이처럼 우리를 도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세력은 역시 그란디스 백작가 정도였다.
하지만 백작가의 영지는 여기에서 아주 멀다.
하물며 그들이 여기까지 진군해오는 걸 반란군이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그란디스 백작군의 합류를 바라는 건 헛된 희망에 가까웠다.
‘역시 칼테르 요새에서 오래 농성하게 되겠는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원군은 이른 시일 내에 도착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오늘 오전 다급히 칼테르 요새를 떠난 칼을 떠올렸다.
그에게 편지를 솔튼에게 전달해 달라고 했고, 그의 부하를 통해 사막의 제인으로도 편지를 보냈다.
일단 지원군의 합류가 있을 때까지 버텨야 하는 건가······.
칼테르 요새가 천혜의 요새라 해도 그건 수비일 뿐이다.
우리는 수도로 나가야 했으니.
곰곰이 생각하고 있던 그때 루퍼스가 내게 물었다.
“제이드. 그리핀 부대를 상대했을 때 그 포탄을 더 만들 수는 없나?”
“그 이상으로 만들긴 힘들 겁니다. 염철과 빙석을 재료로 한다는군요.”
그 값비싼 재료들을 사는 것도 문제였고, 지금 당장 가져올 방법이 있을 리가······.
“응? 제이드. 포탄 재료라면 이 근처에서 구할 수 있을걸?”
“······뭐?”
잠시 멀뚱히 서 있던 롭. 녀석의 말이 우리 셋의 이목을 끌었다.
“열기가 오르는 철이랑 시퍼런 돌 말하는 거 맞지? 마리온이 가져오던 거.”
롭이 말하는 거라면 염철과 빙석이다.
“그걸 구할 수 있다고? 어디서?”
“롭이라 하였느냐? 방금 말이 농담이 아니어야 할 것이다.”
“롭. 방금 그 말이 사실입니까?”
“어, 응? 그야······.”
우리 셋의 추궁에 깜짝 놀란 롭이 창밖을 가리켰다.
요새 창밖으로 펼쳐진 드넓은 숲이 보였다.
“······거인의 대수림에 있거든.”
거인의 대수림.
나는 잠시 잊고 있었던 그 거대한 땅을 떠올렸다.
사방이 깎아져 오르는 절벽으로 둘러싸인 움푹 팬 분지형의 땅.
사람의 손길은 닿지 않아 드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는 커다란 수림.
그런 장소에는 수많은 자원이 잠들어 있을 법했다.
그리고.
‘용사 파티가 힘을 강화시켜서 돌아온 곳이었지.’
나는 루퍼스를 향해 말했다.
“저하. 어쩌면······ 방법을 찾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곳이 새로운 타개책이 되어줄 것이다.
* * *
나는 작전 회의를 위해 제이드 용병대 전원을 소집했다.
마리온과 위즐. 그리고 루퍼스의 호위 기사 아론까지.
서른에 가까운 이들이 회의장에 들어선 곳에서 위즐이 설명을 시작했다.
“요새 근처의 숲인 거인의 대수림은 보다시피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곳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위험하기도 한 곳이기도 하지요.”
사방이 높은 암석산으로 둘러싸여 고립된 일종의 분지.
그 넓이는 도시 하나가 족히 들어갈 크기였다.
다만 지반층이 가라앉아 있어, 그 모습이 흡사 돌로 만들어진 그릇에 담긴 숲 같은 곳.
그곳이 바로 거인의 대수림이었다.
그런 거인의 대수림의 특징 중 하나라면 매우 풍부한 마력이었다.
풍부한 마력으로 인해 주변의 수풀은 우거졌고, 나무는 더욱 제 몸을 불렸다.
풍부한 마력, 푸르른 수풀.
그 좋은 조건에도 사람들이 들어가지 않는 이유.
“제이드. 거기엔 진짜 위험한 맹수들이 바글바글해. 진짜 들어가려고?”
바로 맹수들이 들어찬 곳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마나가 비정상적으로 풍부한 숲은 모든 걸 과성장 시켰다.
대수림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당연히 안의 맹수들 역시 더욱 덩치가 커져 있었다.
웬만한 사냥꾼들은 용기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강한 맹수들로 말이다.
“괜찮아. 아무리 사나운 맹수들이 우글거려도 활약할 수 있는 친구가 있거든.”
“그럴 수 있는 이가 있단 말입니까?”
내 말에 델토로 남작과 위즐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는 자신 있었다.
“네, 이 친구라면 가능하죠.”
숲의 어떤 맹수라 하여도 상대할 수 있는 녀석이니까.
문득 내 옆에서 로빈이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
나는 녀석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곤 마저 소개를 이었다.
“저희에겐 칼라마르가 있으니─”
“드디어 내가 나설 차례······.”
“······?”
내가 칼라마르를 가리킨 순간, 벌떡 일어난 로빈에게 모두의 시선이 향했다.
로빈이 칼라마르를 가리킨 내 손과 주위를 잠시 둘러보곤 헛기침했다.
“······의자를 고쳐 앉으려고 일어난 거다.”
얼굴이 새빨개진 로빈이 고개를 푹 숙이며 자리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