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18)
18화
어둠이 깊게 물들고 서늘해진 공기가 감도는 새벽의 에르뒴 산맥.
두두두두!
고요해야 할 산길은 때아닌 기병대들의 말발굽 소리로 크게 울렸다.
“모건! 얼마나 더 가야 하지!”
“한 시간 정도 더 걸릴 겁니다!”
“더 빨리갈 순 없나?”
“이게 최대입니다!”
선두에서 달리는 모건의 대답에 미하일은 눈썹을 구겼다.
‘백작님 몰래 기병대까지 데리고 나왔건만, 아직이라니.’
몬스터 웨이브가 제7소초를 덮친 상황인 만큼 조바심을 느꼈다.
만일 그동안 지켜온 저지선이 밀린다면 그 손해는 막심했다.
아케르 요새의 지휘관들은 이곳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지만, 미하일은 아니었다.
‘이곳이 무너진다면 아케르 요새가 위험하다.’
그리고 아케르 요새가 무너진다면 마누스 전선 전체가 고립될 거다.
‘제이드. 대체 네 녀석은······.’
화살은 어떻게 준비한 건지, 어떻게 한 수 앞을 내다보고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리핀 라이더가 화살 보급을 해주었단 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리핀 라이더의 보고를 받고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마운틴 놀들의 규모는 적어도 백오십, 더불어 마운틴 놀 챔피언으로 보이는 녀석도 있다고 했으니······.
‘부디 늦지 않았으면 좋겠군.’
* * *
서걱!
나는 죽은 놀 챔피언의 머리를 잘라낸 뒤, 높이 들어 올렸다.
“놈을 잡았다!”
덩치에 걸맞게 놈의 머리도 꽤 무거워 팔이 후들거렸다.
하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고 더 드높이 올려 보였다.
지금 필요한 건 웨이브를 막아낼 수 있다는 희망.
동시에 적들에게는 이 목책을 감히 넘을 수 없다는 절망감을 선사해야 한다.
“창에 꽂아서, 모두가 볼 수 있게 걸어둬! 놀들까지도!”
직후, 목책으로 뛰어 올라가서, 병사 둘에게 그 머리를 건넸다.
이내 놀 챔피언의 머리가, 초소에서 가장 높은 곳에 걸렸다.
“저길 봐. 제이드가 그 괴물을 잡았어!”
“제이드 대장 만세!”
“이제 놀 무리도 끝이다!”
놈의 머리 본 병사들이 환호했다.
크륵!?
동시에 마운틴 놀들은 죽은 우두머리를 보며 당황해했다.
[아군의 사기가 증가합니다.] [적들의 사기가 감소합니다.] [마운틴 놀들이 상태 이상 ‘혼란’에 빠집니다.]그 반응이 여실히 드러나는 시스템창.
‘이래서 일기토가 있는 거지.’
전장에서 선보이는 한 번의 승리가 그 이후까지 영향을 끼치는 법.
‘그러면 사기 좀 더 키워볼까?’
나는 옆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도로시에게 다가가 소리쳤다.
“나 혼자 한 게 아니다! 이 소녀, 마법사 또한 함께했다!”
“으에? 아, 아저씨 뭐, 뭐 하는 거예요!”
내가 도로시의 손을 맞잡고 들어 올리자 당황한 도로시의 얼굴이 붉어졌다.
“도로시. 저 녀석들에게 네 실력을 보여줘.”
“아니 아무리 그래도······. 아, 알았어요!”
그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푹 숙이고선 난간 위로 올라왔다.
“땅이여 바위여, 내 의지에 따르라. 굳센 대지는 고개를 치켜드니······.”
눈을 꾹 감은 채 빠르게 중얼거리는 모습은 마치 학창 시절 발표를 부끄러워하는 소녀의 모습 같았다.
하지만 그 여파는 가벼이 볼 수 없었다.
쿠구구구.
그녀의 지팡이가 협곡의 한쪽을 향했고 곧이어 커다란 진동이 울렸다.
쩌적. 쩌저적.
협곡 오른쪽 절벽.
커다란 바위 하나가 흔들리더니 협곡을 향해서 굴러떨어졌다.
하지만 아직 마법은 끝나지 않았다.
도로시가 한 번 더 지팡이를 휘두르자 커다란 낙석이 갈라지며 날카로운 바위들로 변모하며 빗발쳤다.
쾅! 콰앙! 쿠구궁!
────!!
바위가 놀들을 깔아뭉갰고, 그 굉음에 놀들의 비명은 들리지도 않았다.
“하아.”
전율스러운 광경을 두고 도로시가 비틀거리며 뒤로 쓰러졌다.
나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받아 부축했다.
“미친! 저게 뭐야!”
“이게······ 마법사?”
그 기적적인 광경에 놀란 병사들이 놀란 표정으로 도로시를 쳐다봤다.
‘이 정도에 쓰러지다니 아직 어리긴 어리구나.’
다른 병사들과 말문이 막힌 가운데, 나는 홀로 아쉬운 감상을 남겼다.
당사자인 도로시가 들었어도 기가 막힐만한 평가였다.
놀 수십 마리를 대번에 깔아뭉갰는데, 아쉬워하다니?
하지만 내 기억 속 도로시는 다름 아닌 대마법사였으니까.
대마법사가 된 그녀가 보인 이적을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메테오.
외우주계의 우주적 존재들과 공명하여 행성 주변의 소행성대를 무기처럼 사용했지.
홀로 몬스터 군단을 궤멸시켰던 모습을 본 입장에서 지금의 도로시는 아쉬웠다.
‘트라우마를 깬 시기가 앞당겨졌어. 그만큼 도로시가 빠르고 크게 강해지겠지.’
1회차 때, 도로시는 어릴 적 트라우마로 인해서 몇 년을 허비했다고 했다.
그때는 내가 밀렵꾼 마을을 발견하지 못했기에 도로시를 만나지 못했다.
밀렵꾼 마을은 결국 몬스터 웨이브에 휩쓸렸다. 도로시도 그 자리에 있었겠지만,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상황은 트라우마를 극복할 환경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애초에 그녀의 각성에 필요한 조건은 ‘믿을 수 있는 동료’와 ‘활약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람들을 구하는 게 핵심이 아니다.
이 망할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 본 적은 없지만, 플레이 전에 용사파티 멤버들의 정보를 정리해둔 게시글을 몇 개 본 게 도움이 되었다.
‘어쨌든, 앞으로 도로시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겠네.’
미래의 용사의 동료가 강해질수록 나에겐 좋았으니까.
‘더불어 얼굴도장도 찍고.’
설령 내가 성장을 덜 해도 안면을 튼 도로시라면 나중에 용사파티에 끼워주지 않을까?
그런 사심도 아주 살짝 들어있었다.
‘아주 조금이지 조금.’
나는 변명하듯 자신에게 말하곤 협곡 앞을 바라봤다.
바위들의 폭격으로 길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케에엥! 케엥!
컹컹!
살아남은 놀들이 도망치기 위해 달리고 있었다.
심지어는 절뚝이면서, 동료의 꼬리를 붙잡고 늘어지는 녀석들도 있다.
우두머리가 죽은 데다가 재앙 같은 마법에 얻어맞았으니, 더 싸우기를 원하는 게 이상할 터다.
“······이건 확실히 이겼군.”
그때.
녀석들이 달리는 방향 저 멀리 여명이 반짝였고, 무언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두두두두!
저 멀리 보이는 말을 탄 병사들.
기병대였다.
그 선두의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미하일.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그가 검을 높게 든 채 소리쳤다.
크르륵!
당황한 놀들이 발톱을 꺼내 보였지만 기병대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기마대는 마치 기차와 같았다.
협곡을 레일 삼아서 달리는.
두두두두──!
그 육중한 일렬 돌격이, 후퇴하는 놀들을 들이받아 깨부숴버렸다.
“이, 이겼다! 우리가 이겼어!”
“우리는 살아남았다고!”
그제야 이겼다는 걸 실감한 병사들이 환호했다.
[몬스터 웨이브를 저지해냈습니다.]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이는 특별한 업적입니다.] [생존한 병사들이 대폭 성장합니다.] [제이드 소대의 평균 전투력이 12에서 21로 대폭 성장했습니다.] [당신은 지휘관으로서 모든 요소를 완벽히 끌어내었고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스킬 용병술이 LV. 3으로 상승합니다.] [당신보다 강한 상대와 싸워 이겼습니다.] [스킬 검술이 LV. 4로 대폭 상승합니다.] [24시간 동안 신체에 긍정적인 보정이 적용됩니다.]놀 챔피언을 잡았기 때문인지 검술 스킬이 대폭 상승했다.
‘역시 전투에서 살아남는 게 성장하기 좋다니까.’
퀘스트를 클리어하며 얻은 보상에 놀 챔피언을 잡고 오른 3레벨까지.
‘벌써 11레벨이라니 빠르군.’
낭낭한 수확에 나는 승리의 여운을 느끼며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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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과 기병대가 오고 난 뒤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그사이에 완연히 떠오른 해는 소초를 밝혔고 아침이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제7소초의 목책 앞에는 마운틴 놀들의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죽인 놀의 무리가 백여 마리. 그런데도 죽은 병사가 단둘, 부상자는 여섯밖에 안 되는군. 제이드, 자네가 지휘했다고?”
소초장 폴의 보고를 받은 미하일이 나를 바라보았다.
“운이 좋았습니다. 능력 있는 병사들이 있던 덕분이고, 미하일 님께서 제때 와주신 덕분이죠.”
“웃기는군. 지금 날 기만하는 건 아니겠지? 기병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다 끝나있던 상황이지 않은가.”
기껏 입에 발린 소리를 했지만, 미하일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오늘처럼 형세가 불리한 전투를 피해 없이 막아낸 건 마누스 왕국의 기록에서도 몇 안 되지. 게다가······.”
스윽
그의 시선이 목책 위로 향했다.
“······챔피언까지 잡았으니 말이야.”
역시 바로 알아보는 건가.
다시 돌아온 시선은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마치 나를 꿰뚫듯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의구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몸에도 상처가 없고······ 일격에 죽인 것이군. 어떻게 잡아낸 거지? 아무리 배운 검술이 있다고 하여도 보급품으로 받은 검엔 한계가 있을 텐데. ······마력인가?”
그의 물음에 나는 소름이 돋았다.
‘잠깐 사이에 그걸 읽었다고? 대체 무슨 관찰력이야?’
쉽게 쉽게 넘어가고 싶었으나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급히 변명을 지어냈다.
“큼. 마력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검을 내지를 때 제 몸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럴 때는 역시 어벙한 재능충인 척해야지.
“그래······ 그렇단 말이지.”
미하일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예의 그 의심하는 듯한 눈을 거두지 않았다.
마치 ‘나는 네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듯 말이다.
“일단 알겠네. 그러면 다른 걸 물어보지. 화살은 대체 어떻게 준비한 거지? 이런 일이 일어날 걸 알았다는 것 같군?”
마치 취조하는 듯한 질문에 내 머릿속은 경고등이 울렸고, 머리를 빠르게 회전시켰다.
‘이거 자칫 오해받으면 첩자로 몰릴 수도 있겠어.’
실제로 마지막 물음의 순간, 미하일의 눈동자가 묘하게 일그러졌다.
경계인 동시에 나를 헤아려보려고 하는 것일 터.
나는 들켰다는 듯 실없이 웃어 보이며 뒷머리를 긁었다.
“부대장님, 죄송합니다.”
“무엇이 말이지?”
“그것이 사실······.”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화살을 이용하여 장사하려고 했습니다.”
“장사라고? 그게 무슨 뜻이지?”
의아해하는 미하일의 질문에 나는 실토하듯 대답했다.
“미하일 부대장님도 저희가 받는 보급품의 질이 좋지 않은 건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소초나 다른 부대들에서도 보급의 전달이 어려우리라 생각했습니다. 특히 쉽게 떨어지는 화살을 이용해 돈을 벌어보려 한 겁니다.”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었다.
징집된 병사들은 보급과 임금을 받지만, 그 수준은 열악하기만 하다.
하지만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 어떻게서든 최대한의 병기를 마련하려고 노력한다.
약탈이든 노획이든.
“그렇단 말이지······.”
내 말에 그는 무언가 생각하듯 중얼거렸다.
통했나?
이내 미하일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안도했다.
“일단 알겠네. 제이드. 자네는 나와 함께 가지. 이 상황은 보고해야 할 듯하니.”
“보고 말입니까?”
“그래. 자네가 직접 보고 들은 것들을 전부 백작님께 보고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안심했다.
그 정도야 예상했던 바다.
‘아니, 오히려 좋아.’
다음 계획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성으로 돌아갈 필요도 있었으니까.
그곳에서 벌어질 페르딤의 공작이 한둘이 아니다.
‘내가 아는 한, 깡그리 이용해 먹어야지.’
그리고 그란디스 백작과의 안면을 트는 것은 여러모로 써먹을 구석이 많았다.
미소를 지은 나는 휴식을 취하고 있는 로빈과 데릭을 향해 말했다.
“나는 요새에 잠시 갔다 올 테니까 다녀올 때까지 소초의 경계를 맡아줘.”
“응? 요새에?”
“참모부에 직접 보고해야 할 것 같아서. 금방 돌아올 거야. 아마도.”
“빨리 갔다 오라고. 이 귀여운 동생이 심심하니까 말이야.”
내 말에 데릭이 클클 거리며 웃었다.
마운틴 놀 챔피언을 잡은 뒤로는 데릭이 나에게 형님 동생 하면서 실실거렸다.
물론 그 이유에는 다른 게 컸지만.
데릭의 앞에 놓인 커다란 도끼가 반짝였다.
다름 아닌 놀 챔피언의 흑철 도끼.
녀석을 잡은 뒤 모두의 동의하에 녀석의 사체까지 온전히 내가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녀석이 쓰던 무기는 내가 다루지 못하기에 데릭에게 넘겨주었다.
데릭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즐거워하며 도끼를 들어 보이곤 저 상태였다.
시발, 난 아예 못 들었는데.
‘배틀엑스라도 하나 장만해줄까 했는데 잘 됐지 뭐.’
어째선지 로빈이 아쉬운 눈치를 보였지만 녀석에게 줄 것은 없었다.
“로빈. 놀 챔피언 가죽 좀 잘 맡아줘.”
“걱정 마라. 내가 잘 다듬어서 준비해주지.”
로빈에게 대충 부탁하자 녀석이 맡겨달라는 듯 가슴을 두드렸다.
고개를 돌려 폴을 바라보자 그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미하일은 기병대들을 데리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이 말에 타면 되네.”
친절하게도 그는 내가 타고 갈 말도 준비해주었다.
‘덕분에 편히 가겠군.’
1회차 때 기사까지는 올랐던 만큼 말을 타는 것에는 자신 있었다.
그런데 말에 올라타자 그가 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지?’
* * *
미하일은 눈앞의 남자, 제이드에 관해서 다시금 의문이 들었다.
“말을 탈 줄 아나?”
“예. 제가 살던 마을의······ 그, 마구간지기에게 배웠습니다.”
“······자네. 재주가 참으로 많군.”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보며 미하일은 피식 웃어 보였다.
‘어떤 평민이 승마에 익숙하단 말인가?’
본디 말을 탄다는 것은 말을 얼마나 다루고 교감할 수 있냐는 뜻이었고, 그를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필수였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말을 탈 기회가 많은 귀족이나, 군사적 훈련을 받는 기병과 기사 수련생이나 가능한 얘기였다.
하지만 제이드는 말 위에 자연스레 올라타더니 금방 균형을 잡곤 말을 진정시켰다.
즉 그는 말을 타는 것에 익숙하다는 뜻이었다.
검술을 배웠고, 전술을 알고, 승마에 익숙하며, 아마도 마나의 편린을 깨우친 사내다.
‘심지어 글을 쓸 줄 안다는 건······.’
그가 건넨 편지에 쓰여 있던 정갈한 글씨는 상인들의 단순한 휘갈김과는 달랐다.
완벽한 문장을 구사할 줄 알았다.
‘몰락 귀족인가? 그것도 기사 수련받은······.’
처음엔 단순히 징집된 평민이라 생각했다.
그저 조금 영민한 평민.
하지만 그에게서 보이는 능력의 편린은 단순한 평민으로는 볼 수 없었다.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낸 그의 지휘력은 역사에 남은 여느 명장과 다르지 않았다.
미하일은 옆의 사내가 탐나기 시작했다.
물론 훈련병 시절부터 탐이 났었다.
그래서 수색대에 넣어서, 생명줄을 연장하게끔 한 뒤 후에 자신의 부대로 데려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무슨 생각인지, 내 배려를 거절했지.’
그때는 제이드에 대해서 실망했었다.
실력은 좋으나 어수룩하여, 탐욕과 이기로 점철된 세계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웬걸?
‘······의도한 건지, 아니면 우연인 건진 몰라도 알아서 제 몸값을 올렸군.’
능력 있는 인재는 어떻게든 눈에 띄기 마련이다.
하지만······ 작금의 마누스 군은 그런 인재도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문을 따져서 높은 자리에 배정하고, 그런 멍청한 지휘관들이 능력 있는 인재들을 마구잡이로 쓰면서 소모한다.
‘제이드가 허무하게 죽기 전에, 반드시 내 밑으로 데려와야 한다.’
미하일은 제이드를 다시금 바라보았다.
‘어째선지 능력을 숨기는 듯하지만······.’
힘과 능력을 숨기고 있다는 것에 의구심이 갔으나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형들의 견제를 피하고자, 한참 전에 기사급에 도달한 능력을 숨기고 있었으니까.
생각을 마친 미하일이 고삐를 잡았다.
“출발하지.”
아케르 요새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하면 큰 상을 내려서라도 제이드의 마음을 사로잡겠다고.
미하일은 다시금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