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나는 생명의 숲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인지했다.
신수의 타락. 더 나아가 세계수의 변질까지도.
나는 곧장 교단에게, 정확히는 사빌나르에게 언질을 했다.
“그게 정말인가?”
“네. 저기 있는 레인저가 증언했습니다. 숲 안의 신수들이 타락하고 자신들을 공격했다고요.”
상황을 전해 들은 사빌나르 주교는 곧장 얼굴을 굳히며 침음을 흘렸다.
무언가 짐작이라도 하는 듯 말이다.
“사빌나르 주교님. 혹시 뭐라도 짐작 가시는 게 있습니까?”
“약간뿐이네. 일전에 엘프들이 내게 자문을 구하러 왔다고 했던 것 기억나나?”
내 물음에 사빌나르 주교는 안경을 고쳐 쓰고는 숲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당시 악마 연구회는 존폐가 흔들리고 있어서 그들에게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했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히 기억하네. 그때는 악마의 힘이 숲에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었다는 거지.”
“봉인에 문제가 생겼으나, 우려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아무래도 숲에 어떤 변화가 생겼으리라고 짐작되네.”
사빌나르 주교는 누군가 개입했거나, 봉인이 누군가에 의해 훼손되었으리라 추측하고 있었다.
나 역시 주교의 추측에 동의하고 있었다.
‘브레딘 제노사이드에서도 산맥에서 내려온 악마들과 생명의 숲에서 마수들이 튀어나왔다. 우연일 리가 없지. 의도된 양동작전이다.’
이 모든 게 마이어스의 함정이다.
그 사이, 사빌나르 주교는 갬비스에게 다가가 더 확실한 증언을 요청했다.
“더 설명해달란 말입니까?”
“그렇네. 어떤 것이든 괜찮네. 생김새나 모양, 악취라던가 주변이 어떻게 변했다거나 말이네.”
“그거라면······ 제가 보았던 건 숲의 동물들이 마수처럼 변했었습니다. 몸이 뒤틀리고, 눈이 붉어졌었습니다. 아 그렇지, 땅에선 넝쿨 같은 붉은 뿌리가 자라나서 마구잡이로 공격했습니다.”
“뿌리? 뿌리라고 했나?”
그런 갬비스의 말에 사빌나르 주교가 크게 반응하는 게 아닌가?
“주교님, 알고 계신 겁니까? 이 악마에 대해.”
“내 짐작대로라면······ 잠시 이걸 봐주겠나?”
내 물음에 사빌나르 주교는 끄덕이며 나뭇가지 하나를 들어 바닥의 흙에 그림을 그렸다.
스슥. 스스슥.
“혹, 그 붉은 뿌리라는 것이 이렇게 생기지 않았던가?”
“마, 맞습니다. 완전히 똑같습니다!”
주교가 그린 그림에 화들짝 놀라는 갬비스.
‘뭐길래?’
나는 사빌나르 사제가 그린 그림을 바라보았다.
뿌리 같은 것이 나무를 거꾸로 타고 오르는 모습이었다.
‘잘 그리시네.’
사빌나르 주교가 그림을 아주 잘 그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다만 나는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주교를 쳐다보자 곧장 설명이 들어왔다.
“이건 말라고니스의 뿌리라네.”
“말라고니스요?”
“그렇네. 봉인되었다고 전해진 강력한 악마의 이름이지.”
사빌나르 주교는 아예 자신의 가방에서 문서까지 꺼내 펼치며 설명했다.
“기록에 따르면 거대한 지렁이, 머리 없는 뱀이라고 불렸다더군. 그리고 녀석의 등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뿌리, 아니 촉수는 잡히는 모든 것의 생기를 흡수하려 든다고 하지. 분명 세계수에 봉인된 악마는 이 녀석이 틀림없네.”
이제야 퍼즐이 풀린다는 듯이 사빌나르 주교는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엘프들이 내게 말하길, 악마는 세계수 뿌리 아래에 봉인되어 있다고 했네. 숲의 신수들은 세계수의 힘을 전달받아 숲을 수호하고 정화하는 존재들이지. 헌데 신수들이 타락했다?”
“그렇다고 합니다.”
“맙소사······ 신수는 세계수의 권속이지. 그런데 신수의 성질이 변했다는 건······ 어쩌면 악마가 세계수의 봉인을 벗어나서 외려 세계수를 자신의 힘으로 물들이고 있을 수도······.”
“······.”
주교의 해석을 곱씹으며 나는 1회차 때를 떠올렸다.
정확히는 브레딘 제노사이드, 그 비극의 전개를 말이다.
‘제국이 모은 대륙의 토벌대. 그 후미를 향해 진격한 마수 군단은 생명의 숲에서 나왔어.’
이미 전방에서 굴라그 산맥의 악마들을 상대하던 토벌대는 양동작전으로 격파당하고 학살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학살당한 병력은 그대로 언데드가 되어서 적들에게 넘어갔다.
추정만 해도 2만에 이르는 언데드 대군.
악마들은 그 언데드 군대와 함께 제국을 향해 진격하며 모든 걸 파괴해나갔었다.
이를 우리는 ‘레드 웨이브’라고 칭했다.
‘하지만 이 뒤에도 문제가 남아 있었지.’
악마들의 영역으로 넘어간 생명의 숲.
그곳에서 끊임없이 마수들이 뛰쳐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교단은 숲 어딘가에 마계와 연결된 게이트, 즉 포탈이 열렸다고 판단했다.
계속해서 마수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상을 설명할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으니.
그런데 몇몇 이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그곳에서 나오는 마수들의 모습이 대부분 숲에서 살아가던 동물들과 흡사하다고.
어쩌면 포탈이 생긴 게 아니라, 숲 자체가 오염되어서 숲의 존재들을 타락시킨 것이라고.
고향을 잃은 엘프들은 그 주장에 반박하며 분노하기도 했었다.
자신들의 신성한 고향이, 그것도 숲의 어머니인 악마의 힘에 물들었다는 의미였으니, 일종의 신성 모독으로 느낄 수밖에.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그 진실을 알 방법은 없었다.
‘숲에 접근 자체가 불가능해졌으니까.’
그 숲 깊숙이 진입하는 건 마계에 홀로 떨어지는 것과 다름없다며 사람들이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현재 2회차.
나는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마계와 연결된 포탈이 아니라, 정말로 세계수가 오염된 것이라면?’
사실 나는 세계수를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말라고니스라는 악마에 대해서도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렇기에 사빌나르 주교가 설명할 때 의아해한 것이었다.
하지만 만일 말라고니스가 세계수를 역으로 집어삼켜 장악했다면, 마기에 오염시킨 거라면······.
숲의 신수들이 타락한 이유도, 끝없이 나오는 숲의 마수들도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다.
‘소문이······ 사실이었군.’
머릿속이 정리된다.
앞으로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세계수 안에 있을 악마를 제거한다.’
그를 위해 해야 할 것이 있었다.
나는 로빈을 불렀다.
“제이드, 무슨 일이지?”
로빈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었지만, 갬비스와 숲 입구를 힐긋힐긋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당장이라도 동료들을 구하고 싶겠지.’
하지만 갬비스에게 듣기로 키텔로 레인저들은 생명의 숲 깊은 곳까지 진입했다고 한다.
“로빈, 너도 느끼고 있겠지만, 지금 당장 키텔로 레인저들을 구하는 건 불가능해. 길잡이가 있는 게 아닌 이상에 말이야.”
생명의 숲은 풀과 나무들이 우거지고 빽빽해 자연의 미로와 같다.
급한 마음에 섣불리 들어갔다가는 오히려 위험에 빠질 것이 뻔한 상황.
그래서 나는 미리 로빈에게 양해 겸 통보를 했다.
“우리는 엘프들의 마을로 향할 거야. 그리고 거기서 길을 안내해줄 사람을 구할 거고.”
“······당연히 이해한다. 우리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임무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그래야지.”
내 말에 로빈은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나는 로빈의 얼굴이 미세하게 구겨진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로빈이라면 그릇된 판단으로 일을 망칠 녀석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세이비어 결사단, 아니 제이드 용병대 시절부터 가장 이성적으로 판단하던 녀석이니까.
나는 말없이 로빈의 어깨를 두드렸다.
‘걱정하지 마라. 반드시 네 근심을 해결해줄 테니까.’
그리고 그때가 되면······.
– 제목 : 쏘아지지 못한 로빈의 마지막 화살
– 목표 : 로빈은 당신과의 인연을 통해 특성을 개방할 수 있습니다. 끝매듭 짓지 못한 키텔로 레인저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면, 로빈은 당신만을 위한 화살이 되어줄 것입니다.
– 보상: 로빈의 ‘전설 특성’ 개방,
녀석은 커다란 잠재력을 개화할 것이다.
결사단의 ‘신궁’으로서 말이다.
* * *
나는 우선 남아 있던 천 명의 병력에게 대기 명령을 내렸다.
“나는 지금부터 결사단, 그리고 교단과 함께 생명의 숲 안으로 진입할 것이다. 너희들은 각자 구역을 나누어 생명의 숲 밖으로 나오는 이들이 있는지 감시해라.”
“예!”
“알겠습니다!”
병사들을 이끄는 백인대장 10명을 불러 임무를 하달하자, 그들은 눈을 빛내며 각자 담당 구역으로 흩어졌다.
분명 생명의 숲이, 세계수가 악마에 오염되는 건 다른 누군가가 배후로 있었기 때문일 터.
혹시 모를 흑마법사나 악마 추종자가 있다면 잡아두고, 저항한다면 사살하라고 단단히 일러두었다.
그런 뒤, 나는 단원들과 와이트 아울 기사단 일행과 함께 생명의 숲 안으로 진입했다.
‘복잡한 숲속으로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들어가는 것도 무리니까.’
그렇게 일행은 칠십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스스스스─
주변을 호위하던 병사 대신 주위를 채운 수풀들.
고개를 들면 광활했던 하늘의 구름은 빽빽이 자란 나뭇가지의 이파리로 변했다.
아름드리 자란 나무들을 보고 있자니, 생기 넘치는 자연이 연상될 정도로 푸르렀다.
“······근데 지금은 겨울이잖아.”
“겨울에 무슨 숲이 이래? 우리 들어올 때 환각제라도 먹은 거 아니지?”
드렌트와 그룬은 봄에나 볼 것 같은 푸른 숲의 모습에 떨떠름하게 발걸음을 뗐다.
뽀드득.
바닥에 깔린 새하얀 눈이 밟히며 소리를 냈다.
“허, 시간이 뒤섞인 것 같은 숲이네. 제대로 가고 있는 거 맞겠지?”
“순금으로 만든 제국 백작의 저택에 갔을 때도 이거보단 안 신기했는데······.”
데릭과 인디에고는 두리번두리번 고개를 돌리며,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숲의 정령들의 힘이야. 인간의 땅에서는 보기 힘든 신기한 현상들이 일어나곤 하지. 보다 보면 익숙해질걸? 너희들 대장은 뭔지 알고 있나 본데?”
이네스는 그런 단원들이 귀엽다는 듯 피식 웃으며 내 옆에 붙었다.
“어, 뭐······.”
‘솔직히 나도 적응은 안 되는데.’
내심 기기묘묘한 숲의 광경에 불안감을 느꼈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속내를 숨기며 이네스를 향해 물었다.
“이네스. 이쪽으로 나아가면 엘프 마을이 있다고?”
“어, 이전부터 우리 교단이랑 교류하던 마을이 하나 있어, 푸른 잎 마을이라고.”
푸른 잎이라.
공교롭게도 신궁의 출신도 푸른 잎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웅들끼리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긴 있나 보네.’
그렇게 숲 안쪽으로 나아가기를 한참.
어느 순간부터 주위를 감싸고 있던 나무들의 간격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에 밟히는 풀과 눈 대신, 고르게 된 흙과 자갈들이 깔리며 넓은 터가 드러났다.
그렇게 드러난 엘프들의 마을.
그 모습은 상당히 익숙했다.
넓은 터 곳곳에 펼쳐진 나무집들, 담장처럼 높게 늘어선 꽃과 가지들.
염료로 물들인 천을 말리는 사람들, 그 사이를 뛰어다니며 노는 아이들.
당장 어느 마을을 가더라도 볼 수 있는 모습이었으니까.
“이네스, 여기가······. 엘프 마을이라고?”
“어. 꽤 신기하지?”
“······어.”
하지만 역설적으로. 나는 그 마을을 본 감상은 ‘신기하다’였다.
나무로 만들어진 집들.
하지만 집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은 베어내고 가공한 흔적이 없었고, 담장엔 가지를 자른 흔적이 없다.
뛰어다니던 엘프 아이가 넘어지자 땅은 부드러운 흙과 풀들을 모아 다치는 걸 막아준다.
이 마을은······
‘자연 그 자체다.’
아니, 쉽게 말해서 자연과 정령이 엘프들에게 마을의 형태를 취해주고 있었다.
‘자연에게 사랑받은 종족, 그게 엘프라더니······’
단원들이 신기하다는 듯 마을의 전경을 구경하는 사이, 나는 이네스와 함께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마을 안 엘프들의 시선이 하나둘 이쪽으로 향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하나 같이 경계 어린 표정들이다.
“인간들? 인간들이 여길 어떻게?”
“잠깐! 인간들이 이 숲엔 무슨 용무지?”
“멈춰서라. 그 이상 다가오면 쏘겠다!”
그리고 이내 마을의 수비대로 보이는 엘프들이 달려 나와, 각자 검과 활들을 뽑아 겨누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네스는 방긋 웃으며 한 발짝 다가갔다.
동시에 그중 몇몇 이들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이야. 하이디, 페터.”
“음? 그 오렌지색 머리는······ 잠깐만, 페터. 저 인간. 이네스인가?”
“그게 무슨······ 어? 정말 이네스잖아?”
경계의 눈빛을 띠던 두 엘프의 눈이 커졌다.
그들도 이네스나 주신교단을 알아보고는 경계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렸다.
교단에서 교류했다더니, 이네스랑 면식이 있는 엘프들이었나보다.
곧 하이디라 불렸던 여자 엘프가 반갑다는 듯 이네스를 향해 물었다.
“이네스잖아! 여긴 무슨 일이야?”
“숲에 볼일이 있어서.”
이에 페터라 불린 남자 엘프는 잠시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머뭇거렸다.
“교단에서 따로 연락은 없었는데?”
“급히 온 거라서 말이야. 장로님들을 불러줄 수 있어?”
“엇, 음 그게······.”
‘신수들 때문인가.’
신수의 타락은 엘프들 입장에서는 국가 비상 상황.
지금 같은 상황에서 숲에 인간을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을 터.
“부탁합니다. 알려야 할 것도 있어서요.”
나는 이네스와 엘프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그러자 이네스가 받았던 시선과 달리 싸늘한 시선들이 비수처럼 날아들었다.
마치 ‘넌 뭔데 끼어드는 거지?’ 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엘프들.
······이거 상황을 보아하니 이네스가 프리패스는 아닌가 본데?
“이네스. 저 인간은?”
“내 친구야. 그리고 교단과 뜻을 함께하는 자들이야. 이들은 교단의 이름으로 보증할 수 있어.”
이네스의 보증에도 시선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나는 그런 시선들을 무시하곤, 뒤를 향해 손짓했다.
이내 로빈의 부축을 받으며 갬비스가 걸어 나왔다.
“페터님, 엘리엇님. 저 갬비스입니다.”
“너는······ 그 말 많던 레인저? 네가 왜 이들과 있지? 나머지 동료들은 어디 있나? 그 상처들은 또 뭐고?”
“신수에게 공격받고 생명의 숲 입구에 쓰러져 있던 걸 저와 이네스가 데려온 겁니다.”
나는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적당히 설명했다.
“······그렇다면, 숲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도 알고 있는 건가?”
“네, 숲의 신수가 오염되었다는 걸 듣고 교단과 함께 찾아온 겁니다.”
내 말에 치부가 드러났다는 듯 엘프들이 얼굴을 숙였다.
일부는 갬비스를 노려보기까지 했다.
“거기까지 들은 건가······. 숲의 어머니를 볼 낯이 없군.”
“그래도, 그 덕에 교단과 이네스가 왔잖아. 이들은 분명 도움이 될 거야.”
“대장. 이자들은 마을로 들여보내 주어도 괜찮지 않아?”
하이디라 불렸던 엘프가 가운데 엘프를 향해 물었다.
하지만, 눈매가 날카롭고 입가가 잔뜩 구겨진 것이 성격이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대장이라 불린 엘프는 오히려 활시위를 더욱 팽팽히 당기며, 나를 향해 겨누었다.
“아니, 인간은 못 들어온다. 내가 이전부터 말했을 텐데? 인간들은 우리보다 무능하다고. 저놈을 봐라. 어떻게 됐지? 숲의 치부를 떠벌리고, 혹을 붙여오지 않았나?”
그러자 수비대의 엘프 과반수가 대장의 말에 동조하며 무기를 치켜들었다.
“맞아. 인간들은 필요 없다고! 아니, 오히려······ 숲에는 독이 된다.”
“당장 꺼져! 안 그러면 너희들 머리통에 바람구멍을 내주겠어!”
그 모습에 이네스 역시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네스, 상황이 좋지 않은데?”
“엘프 집단 내에서도 인간들과 접촉에 반대하는 부류가 있어. 그런데 이렇게 심하진 않았는데······ 무슨 일이 있긴 했나 봐.”
팍!
그때 나와 이네스 발치로 화살 한 발이 박혔다.
“뭘 속삭이는 거지? 당장 이곳을─”
─나가라. 라고 외치는 엘프 수비대장.
하지만 우리는 대장의 마지막 말을 들을 수 없었다.
쿠워어어어──!
커다랗게 울리는 사나운 짐승의 울음소리.
그것이 엘프 대장의 목소리를 묻어버린 것이다.
그와 동시에 마을 반대편, 크고 작은 마수들이 수풀에서 뛰쳐나오며 엘프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뭐, 뭐냐?!”
“대장님! 마수들의 습격입니다! 북쪽에서 마수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뭐? 이럴 때가 아니다! 당장 가서 막아!”
수비대를 향해서 소리친 엘프 대장은 내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날카롭게 일갈했다.
“인간은 숲에 독이 된다. 조용히 나가라.”
그러고는 급히 달려 나갔다.
“뭐 저딴 개새─”
“이네스. 진정해. 그럴 분위기가 아닌 거 같으니까.”
나는 욕설을 내뱉으려는 이네스를 말리곤 마을에서 날뛰는 마수들을 가리켰다.
숲늑대들로 보이는 것들.
하지만, 그것들의 육신은 어딘가 뒤틀려 있었다.
그런 늑대들의 눈이 전부 붉게 물들어 있었고, 등에서는 시커먼 기운을 풀풀 흘리고 있었다.
이네스는 그 기운의 정체를 곧장 파악할 수 있었다.
“······마기? 생명의 숲은 세계수가 마기를 정화하고 있을 텐데?”
“맞아. 그래서 문제기도 하지.”
나는 마수들에 맞서 싸우기 시작하는 엘프들을 바라보았다.
“큭! 이 기운은 대체······!”
“콜록! 콜록!”
숲늑대들이 마기를 흩뿌리고 있었다.
그에 당한 엘프 수비대 몇몇이 비틀거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정화되는 생명에 숲에서 자란 만큼, 악한 기운 접해보지 못한 것일까?
그리 강한 마기가 아님에도, 놀라서 우왕좌왕하는 것이다.
나는 그 꼴을 보며 피식 웃었다.
“우리가 숲에 독이 된다고? 말도 안 되지.”
오히려 도움을, 아니 구원해줄 수 있을 거다.
결사단을 바라보자, 녀석들은 이미 각자 무기를 꺼내 들고는, 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나는 새로운 검, 실바람을 꺼내 들고 앞으로 걸어 나가자, 결사단원들이 내 뒤를 따랐다.
[특성 – 흑암성이 마기를 흡수합니다.] [결사단 비전 특성 – 마기 적응이 마기를 흡수합니다.]그리고 칼라마르를 향해 신호를 보냈다.
“칼라마르.”
크르르르─
마수가 나타났을 때부터 계속해서 쿵쾅거리던 칼라마르의 심장.
그곳에서 용솟음친 마력이 칼라마르의 입을 통해 터져 나왔다.
크롸라라─!
숲에 메아리치는 칼라마르의 포효.
한순간, 마을을 난장판으로 만들던 숲늑대들이 경기를 일으키며 온몸이 뻣뻣하게 굳는 것이 보였다.
동시에 영문을 몰라 당혹스러워하는 엘프들까지.
나는 피식 웃음을 머금고 단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세이비어 결사단! 마수들을 박멸해라!”
우물 안 엘프들에게 세상 밖을 보여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