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209)
209화
올빼미 신수, 스톨라스는 칼라마르의 브레스를 정통으로 맞았고, 은신이 풀렸다.
삐이이익!
놈은 추락하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균형을 잡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칼라마르가 더 빨랐다.
쾅!
바닥을 박차고 뛰어오른 칼라마르가 그대로 스톨라스를 들이박았다.
푹!
푸북! 푹!
칼라마르의 갑옷에서 튀어나온 흑자색의 송곳들이 그런 스톨라스의 가슴팍에 깊게 파고들었다.
삐이이이익!
칼라마르와 뒤엉킨 채 바닥으로 충돌하는 검은 올빼미.
칼라마르는 충돌 직전 자세를 고쳐잡으며 고양이처럼 안전하게 착지했지만, 스톨라스는 그렇지 못했다.
놈은 바닥에 내리꽂혔고, 나무 사이를 나뒹굴며 날개를 푸드덕거렸다.
웬만한 동물들이라면 진즉에 죽었을 충격이었다.
하지만 놈은 영물보다도 격이 높은 신수.
치명상은 아닌 듯 날개로 바닥을 밀어내면서 자세를 고쳐잡으려고 했다.
칼라마르가 다시 달려들어서 앞발로 놈을 후려쳤다.
칼라마르의 발톱이 놈의 깃털을 갈가리 찢었고, 붉은 피가 후드득 떨어졌다.
하지만 놈은 곧장 반격하며 두꺼운 발톱으로 칼라마르의 갑주를 긁어댔다.
두 괴물이 다시금 뒤엉키며 개싸움이 벌어졌다.
저 질기다 못해 독한 생명력은 신수의 것일까, 아니면 마수의 것일까.
내심 감탄하면서도 나는 검을 잡아 쥐었다.
그래도 승기는 이미 넘어왔다. 마무리만 하면 된다.
“안돼!”
그때 뒤쪽에서 로빌리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등 뒤로 불쾌하고, 끈적한 기운이 느껴졌다.
‘뭐야?’
그 기운에 흠칫 뒤를 돌아보자 로빌리오는 검은 올빼미, 스톨라스가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푸른 사슴, 솔리무어가 비틀거리며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 녀석의 머리 위로, 하나만 남은 뿔에 푸른 기운이 모이고 있었다.
뿔이 부러졌기 때문인지, 위태롭게 흔들리며 응축되는 기운.
콰앙!
그것이 내게 쇄도했다.
“칫.”
나는 곧장 이프리트의 방패로 그 공격을 튕겨냈다.
쿠웅!
방패를 찬 손목 위로 묵직한 충격을 느끼기도 전에 푸른 사슴이 땅을 박차며 달려들었다.
나를 뿔로 들이받으려는 건지 남은 한쪽 뿔을 내미는 녀석.
나는 녀석의 돌진을 막아내기 위해 몸 전체에 마력을 돌렸다.
떠오르는 메시지에 맞춰 몸에 감도는 힘.
‘자, 와라. ······응?’
녀석과 맞부딪칠 준비를 하고 있던 나는 멍하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게 무슨 소리냐 하면, 푸른 사슴, 솔리무어가 펄쩍 땅을 박차고 내 머리 위로 지나친 것이다.
엄청난 탄력에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목표가 내가 아니었어?’
당황하며 고개를 돌리자, 녀석은 스톨라스와 뒤엉킨 칼라마르를 향해 맹렬히 돌진하고 있었다.
스톨라스를 짓누르고 있는 칼라마르.
그게 놈의 진짜 목표였다.
“칼라마르!”
콰앙!
내가 다급히 외쳤을 때는 이미 푸른 사슴의 박치기에 칼라마르가 튕겨 나가고 있었다.
동시에 짓눌려 있던 스톨라스가 벌떡 일어났다.
검은 깃털을 부르르 떨더니, 피가 묻은 깃털들을 털어내고는 숲 위로 날아올랐다.
다시 은신했는지 놈의 모습을 놓치고 말았다.
후웅!
위로 솟구치는 바람만이 나뭇가지를 뒤흔들어댈 뿐이었다.
“······.”
저놈이 도망치기 작정했다면, 쫓을 수 없겠네.
그래도 치명상을 입었으니, 본능이 있다면 당장은 덤벼오지 않을 테지.
나는 속으로 혀를 차곤 칼라마르를 바라보았다.
꾸워어어!
크롸라라!
뒤엉킨 푸른 사슴과 검보라빛 록드레이크.
‘저쪽도 거의 끝이군.’
솔리무어가 한쪽만 남은 뿔로 푸른 기운을 흩뿌리며 칼라마르를 밀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칼라마르는 그런 녀석의 공격을 가소롭다는 듯 앞발로 목을 후려쳤다.
콰앙!
그대로 솔리무어의 거체가 쓰러졌고, 칼라마르는 두 앞발의 발톱을 세워 녀석의 몸과 목을 짓눌렀다.
나는 칼라마르의 갑옷으로 만들었던 모노리스를 사슬로 변환시켰다.
촤르르륵!
내 의지에 따라 사슬들은 앞뒤 양발을 전부 구속했다.
더는 날뛸 수 없을 것이다.
꾸워어어!
그런데도 놈은 끊임없이 저항했다.
신수라고 불리기에는 비이성적이고 너무 본능적인 움직임들.
동물이라고 볼 수도 없는, 맹목적인 공격 본능과 폭력성.
키이잉─
놈의 뿔이 다시금 마기를 머금었다.
“또 같은 수에 당해줄까 봐?”
나는 곧장 달려 들어가서, 흑암을 휘둘러 놈의 나머지 뿔을 날려버렸다.
꽈드드득!
동시에 칼라마르가 녀석의 목덜미를 물고는 그대로 고개를 거칠게 휘저어 내던졌다.
놈의 몸뚱이가 두꺼운 나무에 부딪혔고, 살벌한 소리와 함께 사슴의 푸른 털에 붉은 선혈이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부르르 떠는 푸른 사슴의 눈동자에서 점차 생기가 사라지더니, 이내 몸이 추욱 늘어졌다.
그것으로 전투는 끝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마수화한 짐승 떼들도, 폭주한 누에 거미들도 전부 처리했는지 정적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정적으로 가득 찬 숲속에서 한 사람의 비명만이 들려왔다.
“소, 솔리무어! 안돼!”
신궁이었다.
녀석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달려오더니, 추욱 늘어진 숲의 신수를 붙잡아 흔들었다.
끄윽.
로빌리오는 쓰러진 신수의 온기를 느끼는 것인지,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그런 녀석의 어깨가 이따금 흔들렸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
“너도 알고 있을 텐데.”
나는 그런 로빌리오를 향해 말했다.
“저 동물들은 더 이상 선하지도, 신성하지도 않아.”
“······.”
“생명의 숲에 봉인된 악마에게 휘둘려서 수많은 생명을 해쳤지.”
로빌리오는 고개를 들었으나 나를 바라보지는 않았다.
“아니, 악마의 앞잡이가 되어 재앙이 될 예정이었겠지. 진정으로 녀석들을 도와주는 건 편안한 죽음을 맞도록 도와주는 거다.”
과연 신궁이 신수들의 상태를 전혀 모르고 있었을까?
‘아니, 그럴 리 없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녀석은 신수 관리자인 크로그리프이며 동시에 최고의 드루이드이니까.
단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외면했을 뿐이지.
우우웅─
그런데 그때였다.
어비스 킬러 안쪽에서 뜨거운 기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뭐지? 갑옷의 과부하?
그런 것과는 달랐다.
의아함에 품속을 뒤져 꺼냈다.
열기의 원인은 새하얀 알. 아니, 세계수의 열매였다.
갑자기 열매가 왜······?
의아해하는 그때, 뜨거운 열기를 내뿜던 열매가 파앗- 하며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세계수의 정기가 ‘특별한 영혼’에 반응합니다.] [응축된 생명력의 일부가 개화합니다.] [오염된 영혼을 정화할 수 있습니다.]‘뭐야?’
갑자기 떠오른 메시지에 나는 문구를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세계수의 열매를, 축 늘어진 신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걸로 사슴을, 신수를 살릴 수 있단 말인가?’
이게 왜 갑자기 떠올랐는가.
그 맥락은 대강 알 것 같았다.
세계수는 악마에 의해서 오염되어 있다.
하지만 이 열매는 세계수가 오염되기 전에 숲에서 떨어져 나온 열매.
그 덕에 정순한 기운을 유지 중일 터.
‘세계수의 힘을 받은 숲의 신수에게 열매가 반응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
신수의 몸을 지배하던 마기가 사라지자, 세계수의 열매가 힘을 발휘하는 것일 터다.
띠링!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에 나는 작게 웃음을 머금었다.
‘사용할 거냐고? 당연하지.’
세계수의 열매로 신수를 살리고, 신궁의 호감도를 올린다면 당연히 개이득 아니겠어?
나는 열기를 내뿜는 새하얀 열매를 바라보고 신수를 향해 내밀었다.
‘사용한다.’
내 의지에 호응하듯 세계수의 열매에서 빛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눈이 부시다 못해 주위가 새하얘질 정도의 빛.
그 빛은 주위를 환하게 밝히더니 쓰러진 푸른 사슴을 향해 쏘아졌다.
키이잉!
싸늘하게 식은 푸른 사슴의 몸을 찬란한 빛이 감싸기 시작했다.
동시에 따뜻한 기운이 사슴을, 그리고 숲의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바로 느낄 수 있다.
이 빛 자체가 강대한 생명력, 세계수의 정수라는 것을.
근처의 부러진 가지는 다시금 재생되었으며, 짓밟히고 찢어진 꽃들은 다시 이파리를 머금었다.
전투로 훼손되었던 주위가 다시 원상 복구되고 있다.
그리고 이 기운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가 반응했다.
“그건······?”
신궁.
로빌리오가 깜짝 놀라며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당신. 그걸 어디에서 났지? 인간들이 훔쳐 간 그 열매를······”
“난 훔친 게 아니라 돌려주러 온 거야. 오해하진 말라고.”
원래 신궁 만나면 돌려주려 한 건데 상황이 조금 복잡하게 꼬였을 뿐이지, 진심이다.
“그보다 저길 보는 게 어때?”
여전히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신궁.
나는 녀석의 시선을 피하며 빛에 감싸인 신수를 가리켰다.
쓰러진 신수의 몸에 빛이 감싸듯 스며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녀석의 몸에 가득했던 마기가 씻겨나갔다.
찢어지고 부러진 육신이 회복되었고, 부러진 뿔은 새 가지가 자라듯 돋아난다.
그리고 마침내.
멈췄던 신수의 몸이 꿈틀거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갓 태어난 새끼 사슴이 비틀거리는 것처럼 말이다.
“솔리무어······!”
신수는 제 어미를 찾아가는 것처럼 로빌리오를 향해 다가가더니, 머리를 들이밀었다.
좀 전에 보았던 적의는 없다.
애정 어린 시선만이 자리하고 있을 뿐.
붉고 으스스한 안광 대신, 맑고 정순한 검은 동공이 자리하고 있었다.
“······돌아왔구나!”
신수의 목을 쓰다듬는 녀석을 향해 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거봐, 내 교육이 먹힌 거라고.”
“너······.”
신궁은 나를 잠시 바라보고는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물어볼 것이 많지만 먼저 감사 인사를 해야겠지. ······고마워. 덕분에 이 아이라도 구할 수 있었어.”
“별말씀을.”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로빌리오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10)] [현재 상태 – 보통 (10/100)] [현재 평가 – 솔리무어라도 구할 수 있었어. 그런데 대체 이자는······? 왜 인간이 열매를······]뭐야, 호감도 10밖에 상승하지 않았네?
그만큼 인간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하긴 1회차에서도 카일 빼고 모든 인간을 경계했다고 들었으니까.’
이 정도 오른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그때였다.
콰아아앙! 콰르릉!
저 멀리 숲 깊은 곳에서 거대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검은 빛줄기가 점멸하듯 치솟았다.
마치 새까만 번개가 치는 것 같은 광경.
“저기는······.”
“어디인지 알아?”
나는 안색을 굳히는 신궁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나를 힐끔 바라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숲의 어머니가 계시는 곳이야.”
“세계수가?”
즉 악마가 있는 곳이란 뜻이다.
‘그런데 악마가 갑자기 왜 저런 반응을?’
나는 의아함에 스틸 스왈로우를 위로 날려 보냈다.
공유된 시야로 보이는 숲의 전경.
그 사이로 느껴지는 기묘한 움직임들.
숲속에 있는 마기를 품은 존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분명 악마가 어떤 명령을 내린 것이 분명했다.
‘의도가 뭐지?’
악마, 말라고니스가 무언가를 느끼고 명령을 내린 것이 분명했다.
과연 그게 무엇일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걸 노리고 있는 건가?’
나는 내 손에 들린 세계수의 열매를 바라보았다.
죽은 신수마저 되살리고, 자연까지 복원시킬 정도의 강력한 생명의 정수.
숲의 신수를 살리느라 생명의 정수 일부가 사용되었다지만, 여전히 강력하고 귀한 열매였다.
방금 신수를 살리며 느껴진 거대한 생명력.
그것을 말라고니스도 느꼈다면?
거품을 물고서라도 달려들겠지.
이 정도의 생명력은 분명 좋은 양분이 될 테니까.
“인간. 분명 악마가 어머니의 열매를 노릴 거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신궁이 나를 바라보며 다급히 외쳤다.
화살을 꺼내 시위에 건 신궁은 긴장한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어머니의 열매는 생명의 정수다. 보통의 동물도 영물로 거듭나게 할 정도로 귀한 물건이지. 그게 악마의 손에 들어가면······ 악마만을 위한 괴물이 탄생할 거다.”
괴물을 탄생시킨다고?
나는 신궁의 말에 한가지가 떠올랐다.
죽음의 나무로 전락한 1회차의 세계수.
그곳에서 끝없이 흘러나오던 마수 중에는 유달리 강력한 괴물들이 섞여 있었다.
그때는 단순히 돌연변이, 상급 마수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 괴물들이 이 열매들로 탄생한 거라면?
‘세계수의 열매는 인간들에게도, 악마들에게도 중요한 아이템이 될 거야.’
나는 신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남은 세계수의 열매가 더 있는지,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묻기 위해서.
그런데 그때.
내 아래의 지면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요동치는 흙바닥.
“이건······?”
흙바닥이 아니다.
그 위에 덮인······ 그림자.
그 위로 한 존재가 빠른 속도로 뛰쳐나왔다.
녹빛의 털을 가진 원숭이.
아차, 한 놈이 더 있었─
생각보다 먼저, 몸이 움직였다.
나는 그 즉시 몸을 뒤틀며 열매를 보호했다.
하지만.
‘가짜였어?’
바닥에서 치솟은 손.
그것마저도 그림자였다.
그렇다면 진짜는?
타악!
등 뒤에서, 녹빛의 거대한 손이 날아와 열매를 가로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