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240)
240화
“배가 날아서 오고 있어?”
“배 아래에 저건 뭐야?”
연합군들은 자신들이 후퇴하고 있다는 것도 까먹은 채 중얼거렸다.
구름 속에서 나타난 배.
그것도 돛으로 이루어진 날개를 달고, 아래에는 빛을 내는 푸른 보석이 달려 있다.
너무나도 특이한 모양새가 그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쿠르르르릉─!
그 배가 구름을 전부 빠져나왔을 때, 선박의 하단부가 열리더니 그 주위로 시퍼런 번개가 피어올랐다.
“저건······ 전격 마법······?”
미하일은 그것이 마법임을 깨달았다.
쿠르르릉─!
파지직! 파지지직!
점차 더 많은 번개가 피어오르더니, 그 기이한 범선을 구의 형태로 감싸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거대한 뇌전의 구체가 까마귀 마수들을 향해 쇄도했다.
까아악─!?
까마귀 마수들은 도망칠 새도 없이 번개에 그대로 튀겨져 땅으로 추락했다.
운이 좋게 반대편에 있던 까마귀 마수들이 그대로 도망치려는 순간.
우우우웅─!
범선을 감싼 뇌전의 구가 터져나갈 듯 진동하더니.
퍼어어엉!
사방으로 뇌전의 충격파를 쏘아내며 마수들을 날려버렸다.
연합군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만은 알 수 있었다.
저 배가 자신들의 적이 아니라는 걸.
“사, 살았다! 저 좆같은 마수들이 물러나고 있다고!”
“하, 하하! 저 배가 우리를 돕고 있다! 우린 살아남을 수 있다고!”
“그런데 저 배는 대체 뭐지?”
“알게 뭐야! 일단 우리 편인 건 확실하다고!”
병사들이 환호하는 그때, 하늘의 배에서 어떤 생명체가 뛰쳐나왔다.
검보라빛 오러의 날개를 펄럭이는 그 생물의 정체는······
“······칼라마르!”
미하일의 눈이 크게 뜨였다.
제이드의 영물인 칼라마르.
저게 있다는 건······!
필시 그 사내도 있다는 뜻이었으니.
바로 제이드가 말이다.
“미하일 사령관님! 전속력으로 후퇴하세요! 엄호하겠습니다!”
제이드의 모습을 확인한 미하일은 어안이 벙벙한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엘프 군단을 끌고 온 것도 모자라, 이제는 하늘을 나는 정체불명의 범선이라니. 제이드 너는 대체······’
······이번엔 대체 또 뭘 가져온 것이란 말인가?
* * *
연합군이 출정을 떠난 지 적잖은 시간이 흐른 마누스 왕국.
푸른 마탑은 여느 때와 같이 바쁜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 더 바빠졌다고 듀크마는 장담할 수 있었다.
“후우. 어째서 몸은 하나밖에 없단 말인가.”
바쁘게 움직이던 오른팔을 내린 듀크마는 허전한 왼팔이 오늘따라 더욱 야속하게 느껴졌다.
“팔도 하나라서 더 힘들군.”
악마와 결탁했던 전대 마탑주, 하네른 노하스를 처단한 뒤, 악마 내통자의 축출 작업으로 어수선했던 푸른 마탑.
시간만이 답이라던 듀크마의 스승이 말하던 대로, 현재 푸른 마탑은 어느 정도 정비가 끝나며 안정을 되찾은 상태였다.
덕분에 어린 마법사들을 교육하는 하층부는 재개되었으며, 마법을 연구하는 상층부 역시 다시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연히 임시로 마탑주 직을 맡았던 자신도 은퇴하고 다시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을 줄 알았으나······
듀크마는 마탑주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어째서 지금이 더 바쁜 것이지?”
듀크마는 원망스러운 시선으로 책상에 놓인 문서를 바라보았다.
그건 운영 계획서였다.
그것도 영지 제르멜에 관련된 보고들이 가득 찬 문서 말이다.
“나는 영주도 아니건만 어째서······.”
반역에 실패하고 마누스에서 자취를 감춘 글레바 공작.
그녀의 뒤를 이어 제르멜의 주인이 된 건 다름 아닌 제이드였다.
루퍼스가 왕위를 되찾은 공로를 인정받으며 제르멜을 하사받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제이드는 세이비어 결사단을 운영하고 있었고, 심지어 현재는 연합군으로 파병에 나간 상황.
사실상 영지 관리를 하나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푸른 마탑이 제르멜을 도맡아 행정을 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그것이 듀크마가 더욱 바빠진 원인이 되었다.
그 덕이라기엔 뭐하지만, 왕국의 영웅인 제이드를 돕고 있기에 푸른 마탑에 대한 인식은 전보다 대폭 좋아졌으며, 마누스 왕성에서도 마탑에게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듀크마가 바쁜 것을 제외한다면 모든 상황이 좋게만 돌아갔으니, 나쁘다고 할 수도 없었다.
마탑주의 직위에 오르고, 푸른 마탑은 더더욱 성세가 높아져 갔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듀크마는 바쁜 업무에도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고, 전화위복이로구나······.”
그러다 눈웃음에 휘어진 듀크마의 눈이 크게 뜨였다.
“아차, 그러고 보니 내가 하나를 잊고 있었구나!”
아무리 업무가 바빠도 잊을 게 따로 있는데 말이다.
바로 푸른 마탑의 새로운 복(福) 말이다.
듀크마는 하던 업무도 미루고 다급히 마탑의 첨탑으로 이동했다.
첨탑의 옥상으로 이동하자, 그곳에는 인파가 발 디딜 틈도 없이 모여 있었다.
듀크마는 잠시 숨을 고르고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잠깐 지나갈 수 있겠나?”
“뭐야, 누군데 지금 비켜달라고······ 히익! 마탑주님!”
“마, 마탑주님?! 뭐해! 얼른 길 비켜드려!”
그러자 바글바글했던 인파에서 마법처럼 길이 생겨났다.
그 모습에 듀크마는 마탑주를 받길 잘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고맙구나.”
듀크마는 다시금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길 안쪽으로 들어갔다.
안쪽에는 이 자리의 주인공이자, 마탑의 새로운 복이 있었다.
로브를 둘러쓴 오렌지색 머리의 소녀.
바로 도로시였다.
도로시는 두 눈을 감은 채 지팡이를 쥐고 집중하고 있었다.
‘다행히 방금 시작했나 보군.’
바로 오늘은 도로시의 졸업 시험이었으니 말이다.
입학한 지 1년만에 마탑을 졸업한다?
푸른 마탑이 설립된 이래, 단 한 번도 없던 일이었다.
그리고 푸른 마탑은 학생이 원한다고 쉽게 졸업시켜주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성적은 물론이요, 마탑의 요람을 떠날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는 장로가 한 명 이상 있어야 했다.
그리고 도로시의 졸업을 승인한 장로는······ 전원.
만장일치로 모든 장로가 승인한 것이다.
‘그 깐깐한 노인네들이 다 통과시켜버릴 정도라는 것이지.’
즉, 도로시가 가진 재능의 격은 차원이 다르다 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마탑의 복이라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열다섯이라는 아주 어린 나이다.
그런데도 어느덧 도로시의 수준은 마탑 하층부의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내가 저 나이엔 2서클에 갓 입문했던 것 같은데 말이야······.’
얼마 전까지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물론 듀크마 역시 도로시의 재능을 인정했고, 잠재력을 믿었다.
그렇기에 마누스의 내란 당시, 마탑에서 도망칠 때 도로시에게 마탑의 침투라는 중요한 임무를 맡길 수 있지 않았는가.
‘생각해보면 그때 도로시가 없었더라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도 못했겠구나. 허허, 역시 마탑의 복이로고······.’
듀크마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수염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그때, 도로시가 숨을 내쉬며 말했다.
“양철 허수아비 기수, 도로시.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런 도로시의 몸에서 마력이 번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불순물이 거의 없는 정순한 마력이었다.
호오.
도로시를 지켜보던 듀크마를 비롯한 감독관들의 눈에 감탄이 차올랐다.
마법에서 효율을 높이는 방법 중 한 가지가 순도 높은 마력이다.
현재 도로시는 다시 한번 자신의 실력을 입증한 셈이었다.
하지만 도로시는 이제 시작이라는 듯 지팡이를 허공에 대고 원을 그렸다.
웅─
그러자 도로시에게서 흘러나온 푸른 마력들이 한데 응집하며, 타원형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공간과 공간을 잇는 거울이여, 지금 내가 부르노니 의지에 답하여라.”
이내 마력은 느릿한 속도로 공간을 벌리기 시작했다.
바로 포탈이었다.
본래라면 이어질 리 없는 먼 거리의 공간을 잇는 초공간 통로.
당연히 불이나 물을 소환하는 기초 마법과는 비교하기도 힘든, 상당한 수준의 마법이었다.
‘공간의 틈을 열 수 있는 건 적어도 4서클······ 도로시는 이미 4서클에 들어섰다는 의미로다.’
심지어 4서클은 최소한의 진입 조건일 뿐이다.
공간 마법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동반되지 않으면 익히지도 못했다.
‘그걸 저토록 어린 나이에 습득하고 깨달았으니······ 천재라고 불러도 부족할 수준이군.’
물론 그걸 감안하더라도 4서클의 수준으로 열 수 있는 포탈의 거리는 수백 미터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5서클에 이르러서야, 천 미터를 넘길 수 있을 테니.
이는 단순한 비약이 아니었다.
오히려 명확하게 그어진 한계라고 할 수 있었다.
포탈 마법은 시전자의 마력 감각을 최대한 넓히고 탐색하여, 이을 공간을 찾아내는 것이다.
당연히 거리를 늘리기 위해선 그만한 마력이 필요했고, 서클의 단계를 올리는 것으로 귀결되던 것이다.
그런데 도로시는 지금.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산맥.
그 산등성이에 포탈을 열었다.
피이이잉──
──펑!
곧 그 부근에서 푸른 신호탄 하나가 터졌다.
“붉은색이 아니라 푸른색이다!”
“일단 포탈을 여는 건 성공이야!”
즉, 도로시가 원하던 위치에 정상적으로 열렸다는 뜻.
‘대체 선천적인 마력이 얼마나 많은 게야······!’
지금 선보인 모습만으로도 듀크마의 마음속 합격점은 충분히 넘겼다.
그런데 도로시는 이걸론 부족하다는 듯 포탈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내 의지에 그대로 복종해라. ······그리고 움직여라.”
염동 마법이었다.
그것이 포탈 너머의 공간에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쩌적! 쩌저적!
곧, 도로시의 손짓에 따라 커다란 바위가 포탈을 빠져나왔다.
쿵!
포탈에서 빠져나온 바위가 굉음을 내며 바닥에 내려졌다.
그리고 그 바위에 그려져 있는 건 푸른 물방울의 그림.
미리 다른 교수들이 시험을 위해 준비해둔 바위였다는 뜻이다.
그걸 도로시는 선별하여 포탈 너머로 가져온 것이다.
“성공이야!”
“와──! 대박!”
“도로시, 네가 성공했다고!”
그걸 확인한 학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허허, 조기 졸업만 세울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이래서는 수석 졸업까지 세우겠군요.”
“역대 수석이죠.”
감독관을 자처하던 교수들은 혀를 내두르며 고갤 저었다.
저만한 재능이라면 10년도 걸리지 않아 마탑주의 자리에 앉을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최연소 마탑주라는 위업도 세울지 모르는 일.
오히려 푸른 마탑에 남아줄 것인지를 기도해야 할 것만 같은 상황.
교수들도 흥분한 채 의견을 나누고 있는 도중, 듀크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졸업 시험이라면 이미 완벽히 통과한 상황.
그런데 왜 도로시는 아직도 눈을 감고 집중하고 있는 것인가?
“도로시······?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
그것이 의아해 묻는 듀크마를 향해 도로시가 대답했다.
“더 먼 곳이 느껴져요.”
“더 먼 곳이라고?”
그런 도로시의 대답에 듀크마의 눈이 크게 찢어졌다.
‘저 산맥보다도 더 멀리 말인가?’
어쩌면······ 듀크마는 자신이 잘못 판단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가 가진 재능의 그릇.
어쩌면 듀크마의 예상보다, 아니 상상보다도 더 거대할지 모르겠다고.
침을 삼킨 듀크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더 멀리라면······ 어디가 말이냐?”
“······하늘.”
도로시는 눈을 감은 채 천천히 고개를 들어 보였다.
“하늘 너머에도.”
도로시는 느낄 수 있었다.
“거대한 바위가 날아다니고 있어요.”
하늘 바깥의 무한한 공간.
그곳 공허한 공간을 정체 없이 떠돌고 있는 거대한 바위를.
만일 포탈을 열어 그것을 끌어올 수 있다면······
‘······아저씨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번쩍.
도로시가 눈을 떴다.
대마법사의 운명을 타고난 소녀가 미티어 스트라이크를 깨우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