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58)
58화
‘이네스가 나를?’
내 눈앞에 이네스가 점차 다가오는 게 보였다.
작금의 상황에 머리가 굳었다.
내 눈동자가 안절부절못하며 계속해서 눈을 굴렸고, 그럴수록 그녀의 희고 갸름한 얼굴이 더욱 다가왔다.
붉게 달아오른 두 뺨.
어느새 푼 것인지 뒤로 묶었던 주황빛 머리는 그녀의 어깨를 반쯤 가리고 있었다.
‘미친. 정신 차려.’
이딴 식으로 유혹당해봤자 좋을 게 없다.
아니 오히려 위험했다.
‘용사와 연적이 되어봤자 좋을 게 없잖아!’
다름 아닌 1회차에서 용사 카일과 성녀 이네스는 연인 관계가 아니었나.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 낭설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
1회차의 기억이 떠오르자 머리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나는 곧장 몸을 뒤로 빼며 이네스의 어깨를 천천히 밀어냈다.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요. ······미스 세인트?”
“······.”
한순간 정적이 일었다.
발치를 뒹구는 술병만이 드르르 굴러갈 뿐인 정적.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네스의 눈빛이 뾰족해졌다.
“······혹시 문제 있어?”
그리고 날카롭게 쏘아붙이듯 내게 물었다.
“뭔 문제?”
“기능상에 문제 있냐고.”
이내 가늘어진 이네스의 눈이 아래쪽으로 향했다.
······뭐?
“말만 한다면 성직자를 붙여서 고쳐줄 수 있어. 붙어만 있다면 가능할 거야.”
“문제없거든!”
“······그러면 더 실망인데.”
“······.”
“이런 면에서는 재미없네, 제이드.”
이네스가 술병을 탁 소리 나게 두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더 술을 마실 수는 없겠지.
“이네스.”
“왜?”
그녀를 불러 세우자 고개를 돌렸다.
“······고마웠다.”
피식.
내 말에 이네스가 잠시 가만히 있더니 피식 웃으며 나갔다.
어느새 꺼내든 새하얀 담뱃대와 함께.
“후우.”
나는 한숨을 내뱉고 뒤로 벌러덩 누웠다.
순간의 피로가 다시 몰아쳤고, 머리가 어지러운 느낌을 받았다.
‘악마의 유혹에서 이겨냈다.’
천사가 권하는 악마의 유혹이라니.
아이러니한 밤이었다.
*
다음날.
‘피곤하군.’
잠을 설쳤다.
이네스와의 일 때문에도 신경이 쓰였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느라 말이다.
전선 기지 밖으로 펼쳐진 회색 숲 밖으로 희미한 햇빛이 보였다.
‘적당히 3킬로미터만 뛰어볼까.’
팔과 다리, 발목 등 적당히 몸을 풀고 기지 주위를 뛰었다.
회귀가 이후 꼭 지키는 것 중 하나는 훈련을 쉬지 않는 것이었다.
“허억. 허억.”
어제의 전투 때문인지 다리와 팔이 크게 욱신거렸다,
아니 캐슬 브레이커로 트롤의 머리를 날릴 때 폭발에 튕겨 나가서일지도 모르지.
‘어젯밤 이네스한테 좀 치료해달라고 했다면······ 아니야!’
나는 이를 악물고 더욱 달렸다.
1회차에서 겪었던 실패와 멸망을 떠올렸다.
그 기반에는 용사의 동료가 되지 못한 내 책임이 있었다.
도망치고 안전한 곳에서 안주하려던 내 약한 욕심 때문이다.
내 근간에는 여전히 그런 약한 마음이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루퍼스가 작위를 제안했을 때, 솔직히 반쯤 넘어갔다.
용병왕이 아니라, 그냥 작위를 받고 편안하게 대비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건 내 운명이 아니다. 그저 내 바람일 뿐이지.
내가 해야 할 것은 평온함을 경계하고 자유롭게 떠돌면서 멸망을 대비하는 것이다.
승승장구할수록, 명예와 힘이 생길수록, 유혹은 나를 더욱 옥죄겠지.
그렇기에 잡생각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내 육신부터 다잡을 필요도 있었다.
그래서 미친 듯이 달렸다.
‘이네스와의 깊은 관계 역시 나를 좀먹─ 아니 이건 상관없잖아.’
짜악!
양쪽 뺨을 치고서 전력 질주를 했다. 모든 상념을 내뱉기 위해.
계획보다 두 배는 더 뛰어버렸다.
“시발. 허억. 적당히. 허억. 뛸걸. 허억.”
생각을 완전히 비우겠다고 해버린 게 오히려 무리한 듯했다.
도중에는 신체에 마력을 불어 넣으며 뛰었으니······.
땅바닥에 벌러덩 누운 채 몸의 회복을 기다렸다.
그때 내 머리맡으로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내가 다가와 물을 건넸다.
낯익은 얼굴이었다.
“전쟁으로 몸이 지쳤을 텐데, 아침부터 훈련이라니. 영웅께서는 남다르시군요.”
“어······ 당신은?”
분명 1왕자와 함께 도착했던 시종 아니던가.
어제 루퍼스의 마법 창고를 가져왔던 시종이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왕자 저하께서는 떠나시지 않았습니까?”
“예. 다만 영웅께 드릴 것이 남아 있어서 말입니다.”
나는 수통을 받아 들고 타는 듯한 갈증에 갈라진 목을 적시고 나서야 말을 이을 수 있었다.
“후아! 물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한테 줄 것이 있단 말입니까?”
“예. 루퍼스 왕자님께서 선물을 남기셨습니다.”
“선물 말입니까?”
이미 루퍼스에게는 전부 받아내지 않았나?
블랙 샐러맨더 레더 아머와 전용 피리 그리고 독립부대를 만들기 위한 임무까지.
뜯어낼, 아니 더 받을 만한 건 없을 텐데?
의아함에 시종에게 시선을 보내자 시종은 뒤로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시종 뒤에 있는 물건들이 보였다.
수레에 쌓여 있는 스무 명분의 장비들.
철판을 덧댄 가죽 갑옷과 견갑, 건틀릿과 각반까지.
심지어 대원들이 주로 쓰는 무기를 조사한 것인지 단검과 활, 창과 도끼 등 각자의 주 장비가 맞추어져 있었다.
‘미친.’
1왕자 루퍼스의 시종이 보고 있는지라 욕은 할 수 없었지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내 반응을 이해한다는 듯 입꼬리를 올린 시종이 입을 열었다.
“총사령관께서 ‘새 출발을 위한 선물.’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대원들 역시 깜짝 선물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부스스 일어난 대원들은 눈앞의 장비들을 보고 번쩍 눈이 뜨였다.
“제이드. 이게 다 뭐야?”
“미친! 롭 이거 봐봐. 이거 핸드록 대장간 제품이잖아?”
“브룩, 그게 진짜야? 여기 20년 전에 블랙 핸드를 배출한 곳이잖아!”
대원들은 갑자기 생긴 장비들에 기분이 좋은 듯 연신 떠들며 갑옷과 무기들을 살폈다.
“제이드 이거 보이나? 화살 깃 끝부분, 조금도 갈라짐 없는 것이 이걸 만든 자의 세심함을 엿보여주고 있다. 이건 키텔로 레인저 사이에서도 손재주가 좋기로 소문난 콜튼이라는 사내가 알려준 것인데······.”
로빈도 신이 나서 오랜만에 투머치토커 본능이 도졌네.
“제이드. 이것들은 대체 누구한테 받은 거야? 보급제가 아니라 일반 물건 중에서도 상등품인데?”
“1왕자에게 받았어.”
“케흑! ······대체 왜?”
롭이 드래곤의 입에서 살아나온 사람을 보는 것 같은 얼굴로 바뀌었다.
‘투자를 해준다면 확실하게. 라는 건가······.’
가장 선두에서 싸우는 데릭에게는 아예 두꺼운 철을 통째로 만든 것 같은 갑옷을 마련해주었다.
“제이드! 이거 봐라! 내 몸에 맞는 철제갑옷이라니!”
잇몸이 만개할 정도로 웃어 보이는 데릭이 대원들에게 자랑했다.
“크하하! 이 정도면 나도 기사 같지 않아?”
“와. 데릭 형. 바르손 형제 기사님들이랑 덩치가 거의 똑같은데요?”
지미가 데릭을 칭찬하고 있자 옆에서 그룬과 롭이 낄낄댔다.
“큭큭. 기사가 아니라 그 전투 트롤 아니냐?”
“맞네! 솔직히 말해봐 데릭. 너 남작가 출신이 아니라 트롤굴 출신 아니냐?”
“이 개 같은 새끼들이?”
그룬과 롭이 공중을 나는 사소한 헤프닝이 벌어졌다. 정말로 사소했다. 롭의 인대가 나가서 성기사단에게 치유 마법을 부탁해야 할 정도······?
그리고 장비 착용을 마치자.
[제이드 부대의 평균 전투력이 37에서 40으로 상승했습니다.]이네스에게서 받은 군마와 루퍼스가 새로 제공해준 장비까지.
우리의 무장은 여느 용병들과 정예병들, 심지어 하급 기사들과 비교해도 손색없어졌다.
‘1회차 때, 내가 잠깐 속했던 최정예병단의 전투력이 딱 40정도였다. 심지어 그땐 85명이었지.’
병사들로 이루어진 병력 중에서는, 우리가 최고 수준이라는 뜻이었다.
그러고 보니 다들 참 많이 성장했다.
나는 오랜만에 안목 스킬을 사용해 녀석들의 상태를 살폈다.
[스킬 – 안목(LV. 2)을 사용합니다.] [데릭]– 능력치 : 힘(40), 체력(29), 민첩(18)
– 보유 특성: 타고난 힘(C-) 단순 무식(D+)
– 보유 스킬: 괴력(LV. 6) 도끼 전투술(LV. 2)
– 현재 호감도 : (99/100)
[로빈]– 능력치 : 힘(23), 체력(25), 민첩(34)
– 보유 특성: 사냥꾼의 지식(D+) 다중 시야(F+)
– 보유 스킬: 궁술(LV. 5) 단검술(LV. 3) 키텔로 레인저식 체술(LV. 4) 속사(LV. 1)
– 현재 호감도 : (99/100)
먼저 데릭과 로빈.
우리 대원 중 가장 정예라고 손꼽을 수 있는 녀석들이었다.
‘데릭 이 녀석은 새로 생긴 건 별로 없네? 로빈은 스킬이랑 스탯이 새로 생겼고.’
힘에 특화된 데릭은 새로 스킬이 생기기보다는 큰 폭의 성장을 맞이했고, 로빈은 여러 기술을 골고루 익히며 궁병으로서의 능력을 키웠다.
가득 찬 호감도는 특별한 계기만 맞이해준다면 새로운 특성을 개화하겠지.
[브룩]– 능력치 : 힘(19) 체력(24) 민첩(24)
– 보유 특성: 재빠른 다리(D-) 삐끗하는 승부사(E+)
– 보유 스킬: 질주(LV. 1) 창술(LV. 2) 승마술(LV. 2)
– 현재 호감도 : (82/100)
– 능력치 : 힘(23), 체력(19), 민첩(18)
– 보유 특성: 예민한 후각(C+) 비만(F-) 똑똑한 기억력(B-)
– 보유 스킬: 창술(LV. 3) 수색(LV. 3)
– 현재 호감도 : (74/100)
[지미]– 능력치 : 힘(14), 체력(19), 민첩(22)
– 보유 특성: 손재주(D+) 막내의 성장력(C+)
– 보유 스킬: 요리(LV. 3) 투척술(LV. 2)
– 현재 호감도 : (72/100)
[그룬]– 능력치 : 힘(22), 체력(25), 민첩(23)
– 보유 특성: 걸걸한 입(D-) 타고난 균형감각(B)
– 보유 스킬: 궁술(LV. 2) 도발(LV. 5) 승마술(LV. 4)
– 현재 호감도 : (69/100)
나머지 대원들도 그 능력이 나쁘지 않았다.
브룩과 롭의 경우는 각자 달리기와 암기에 재능이 있으니 정찰병의 재능이 있었고, 상대적으로 스탯이 낮은 지미의 경우는 잠재력이 좋았다.
‘아니 그룬 이 녀석은 욕을 그렇게 하더니 기어이 도발을 얻었어?’
나는 진지하게 그룬에게 욕을 그만하게 해야 할지, 더 시켜야 할지 고민했다.
* * *
대원들을 살피는 것도 잠시, 간부회의가 소집되었다.
회색 숲 전선의 승리를 가져온 첫날인 만큼 놈들의 대응을 분석하고 대비해야만 했으니 말이다.
가장 중요한 안건은 페르딤 측의 동향.
제1 전선과 제3 전선의 페르딤 병력은 갑작스러운 후퇴로 전선을 크게 뒤로 물렸다.
“페르딤 놈들이 흑마법사와 손을 잡았소, 이건 전쟁 범죄요. 교단에서 직접 확인한 것이니 놈들에게 제재를 가하겠지.”
“제국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총사령관께서는······ 놈들이 휴전을 제안할 수도 있다는군.”
“말도 안 됩니다! 전쟁을 일으킨 건 페르딤 놈들 아닙니까?”
전황에 대한 간부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고, 나는 그를 묵묵히 지켜보았다.
‘어차피 무슨 반응을 하던, 결정은 위쪽에서 내릴 테니까.’
그리고 그 결정은 휴전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갈 확률이 높았다.
몇 년의 전쟁 간, 마누스는 승전보다 패전이 많았다.
국토가 황폐해졌고 국고는 비었다.
아무리 억하심정이 든다고 해도, 전쟁을 지속하는 건 불리했다.
적어도 재정비가 필요하다.
“제이드. 자네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저 말입니까?”
“그래. 듣자 하니 총사령관에게 따로 임무를 받았다고 들었는데······.”
사령관의 질문에 모든 시선에 내게 쏠렸다.
총사령관이 직접 내린 임무.
1왕자 루퍼스의 관심을 받았다는 뜻이었고, 그만큼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는 뜻이었으니까.
나는 쏟아지는 시선에 고개를 끄덕였다.
“동부의 탈영병 진압에 대한 임무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2 전선은 곧 떠날 듯합니다.”
“그런가. 알겠네. 자네의 승전을 기원하지. 제이드.”
“제이드. 자네가 어제 전투에서 보여준 기적을······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지.”
간부들과 기사들의 인사를 마치니 바르손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깊게 고개를 숙일 뿐.
꾸벅.
마찬가지로 고개 숙인 나는 조용히 회의장에서 빠져나왔다.
이곳에서 내가 할 일은 이제 끝이 났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 준비해야 한다.
‘휴전은 잠깐에 지나지 않을 거다.’
전쟁의 도화선에는 이미 불이 붙었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도화선의 불을 최대한 늦추는 것뿐.
그리고 그 준비는 동부로 향할 것이다.
“제이드. 전원 준비 마쳤다.”
기지 밖으로 나서자 새로 무장한 대원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 * *
“다들 모여봐. 모두에게 해야 할 말이 있어. 중요한 거야.”
회색 숲과 제2 전초기지까지 벗어난 뒤, 나는 대원들을 불러 세웠다.
“지금까지 고마웠다. 너희 덕분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으니까. 생각해보니까 지금까지 고마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서.”
그러자 대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야? 뭔 말을 하려는 건데 서론이 길어?”
“혹시 어제 1왕자와 식사한 것과 관련이 있나? 무구를 선물 받은 것도 그렇고······.”
뭔가 생각되는 것이 있는지 로빈이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예리한 녀석.
나는 로빈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어제 귀족작위를 권유받았어.”
“뭐? 작위? 기사도 아니고 귀족이라고?”
작위라는 말에 대원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러면 이제 제이드 남작이라 불러야 하는 거야?”
“우리는 귀족 부하가 되는 건가?”
“아니, 작위는 거절했어.”
그다음 말에는 대원들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뭐어?”
“왜?”
데릭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설마 제이드······. 혹시 페르딤의 간첩이라던가?”
“데릭. 너는 좀 닥쳐. 재미없어. 제이드, 그래서?”
귀를 기울이고 있는 대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아케르 요새를 향할 때부터 함께 했던 녀석들이었다.
“내 목표는 누구에게도 흔들리지 않는 독립부대를 세우는 거야. 그리고 나는 귀족 작위 대신 부대를 세울 수 있는 권한을 요청했지.”
“독립부대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어. 1왕자는 내게 동부, 오르투스 일대의 탈영병 문제를 해결한다면 그 요청을 들어주기로 했어.”
“그러면 우리가 입은 이 갑옷도?”
“지원받은 셈이지.”
그 말에 대원들의 표정이 묘해졌다.
“내 꿈은 마누스 왕국에 국한되지 않아. 더 큰 꿈을 꾸고 있지. 지금은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나는 숨을 골랐다.
이 말을 입 밖으로 낼 순간을 기다렸지만, 쉽지가 않다.
“용병단을 창설할 거야.”
하나 같이 놀란 표정들이다.
나는 말을 이었다.
“대륙 전체를 뻗어나갈 용병단을 말이야.”
그리고 언젠가 마왕군과 맞서 싸울 정도로 강대해진 세력으로 용사를 지원하는 것.
‘그것이 내 목표다.’
그렇기에 이 녀석들에게는 확실하게 해두고 싶었다.
“지금의 활동은 그걸 위한 초석이고. 그래서 너희에게 미리 얘기하는 거야. 만약 함께할 생각이 없다면 별동대를 나가도 좋아. 하지만 나와 함께 할 거라면 각오해주었으면 해.”
왕국에 소속된 것이 아닌.
오직 나를 위해 싸워줄 전사로서.
“푸핫!”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웃음을 터트린 건 데릭이었다.
아니 데릭을 시작으로 모두가 나를 보며 웃었다.
‘뭐야. 왜 웃는 거야?’
내가 당황하자 낄낄거리던 그룬이 입을 열었다.
“이봐 제이드. 우리가 애국심 때문에 싸우는 줄 알아? 마누스가 해준 게 뭐가 있다고.”
“크크. 그렇지. 우리는 네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싸울 생각도 못 했을걸?”
“우린 예전부터 너를 믿고 따랐다고. 그 뭐냐 기사들처럼······ 그래 충성했지.”
쿵!
마지막 말을 끝으로 데릭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마치 기사의 서임을 받듯이.
“나, 데릭. 지금까지 너를 따라다니며 용맹한 전투를 겪어왔다. 그리고 네가 갈 길을 나란히 함께하고 싶다.”
웃던 데릭의 얼굴은 어느새 진중해져 있었다.
그의 낮은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데릭이 무슨 행동을 해도 비웃던 대원들도 이번만큼은 조용했다.
나는 녀석이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데릭뿐만이 아니었다.
“제이드.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인생은 쏘아진 화살처럼 어디로 튀어갈지 모르지. 그런 의미에서 너는 내 과녁이나 마찬가지다.”
“크흠. 나도 제이드 너랑 함께하겠어.”
로빈과 그룬. 그리고 브룩과 롭, 데이브, 드렌트 등.
모두 나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지금껏 함께해온 녀석들이 진심으로 나를 따르고 있다는 것을.
“너에게 충성을 맹세하겠다.”
[스물의 부하들에게 커다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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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대 시스템이 해금됩니다.]지지를 넘어서, 충성을 맹세하는 부하들이 있어야 해금되는 것이었을까?
진정한 용병왕의 기능이 열렸다.
굳이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알 수 있었다.
이 녀석들의 행동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제이드 용병대로서의 첫출발이 시작되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