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312)
134화.거 죽기 딱 좋은 날씨네.2
무림맹의 서쪽. 무림장서관(武林藏書館).
그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천왕의 일인, 창제(槍帝)는 모용명을 향해 공손히 예를 갖췄다.
“무림후학이 모용 가주님을 뵙습니다.”
“날 아시는가?”
“정마대전에서 활약하신 분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나는 전쟁터에서 본 기억이 없는데······누구신가?”
“아, 실례했습니다. 후배는 이원승(李元勝)이라고 합니다. 주로 음지에 활동해서 가주님이 모르시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렇군.”
이원승은 여전히 예를 갖춘 채 말했다.
“모용 가주님께서는 제갈세가에 원한이 있으리라 짐작됩니다만······차라리 저희 쪽에 붙는 것이 어떻습니까? 모용 대협께서 맹주님 곁에 서신다면 필히 중하게 대해주실 것입니다.”
모용명 역시 여전히 웃는 낮으로 대답했다.
“이 늙은이를 높이 평가해줘서 고맙네. 허나 건방진 면도 있군. 지금 자네가 나를 선처해주겠다는 겐가?”
“존경하는 선배님을 제 손으로 죽인다니 안타까운 마음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허허. 당돌하군. 아무래도 내가 많이 얕보인 모양이야.”
모용명은 검을 뽑아들며 웃음을 거두었다.
“그 제안은 자네가 노부를 쓰러뜨린 뒤, 다시 받도록 하지.”
“그때가 되면 기회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괜찮겠습니까?”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군. 그럴 일은 결코 없다는 뜻이네.”
“······결국 제게 무례를 강요하시는군요. 원하신다면.”
이원승은 싸늘한 눈빛으로 옆에 놓인 장창을 집어들었다.
“손속의 자비를 바라지 마십시오.”
“건방진 소리 그만하고, 들어오게.”
모용명과 이원승의 전신에서 강렬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
무림맹의 후원은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는 장소였다.
그러나 그날만큼은 후원의 풍경이 음산하기 그지없었다.
팽연화는 두 손에 쌍도를 늘어뜨린 채 후원으로 들어왔다.
매화나무와 인공 연못이 있는 자리에, 누군가 서 있었다.
검 한 자루를 손에 쥔 채 그녀를 기다리는 사내.
무림맹 총대주, 천유태가 그곳에 있었다.
“역시, 당신이 올 줄 알았어.”
“네 기운은 질릴만큼 잘 알고 있으니까.”
팽연화의 싸늘한 대답에 천유태가 이를 부득 갈았다.
“하나만 묻자. 나를 물먹인 그 계획. 네 머릿속에서 나온 거냐?”
“그렇다고 한다면 어쩔 거지?”
“개 같은 년! 그동안 나를 사랑하긴 했어? 아니, 애초에 나한테 진심이었던 적이 있기는 했나?”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이제와서 사랑타령을? 하하하!”
깔깔 웃음을 터뜨린 팽연화가 싸늘히 내뱉었다.
“하루하루 네 목을 베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지옥같았다. 어때, 대답이 되었나?”
천유태는 이를 악물고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경멸어린 눈으로 팽연화를 노려보며 외쳤다.
“나는 너를 진심으로 연모했는데······. 결국 네년은 그 망할 마인의 계집이었단 말이구나. 너를 안고 지냈던 지난 수 년을 지워버리고 싶은 기분이다.”
“그래? 처음으로 우리 마음이 통한 것 같군.”
“독한 년······.”
이쪽은 아직도 연정의 한자락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데, 저 망할 년은 개운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내 과거의 실책을, 이 손으로 지워버리겠다.”
스릉. 검을 뽑아든 천유태가 서서히 내력을 피어올렸다.
“내 오늘 너를 지강백, 그 개잡놈에게 보내주마.”
“미안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이미 같이 있으니까.”
제갈빈이 지강백의 환생임을 모르는 천유태는 기가 차서 헛웃음을 흘렸다.
“미친년. 내 너를 진즉에 알아봤어야했는데.”
채채챙!
천유태와 팽연화의 칼날이 맞부딪혔다.
***
칠절 중 한 명과 미친 듯이 칼춤을 추던 남궁운이 숨을 헐떡이며 당휘란과 등을 맞댔다.
“빌어먹을. 그동안 무공 수련을 가벼이 하지는 않았는데······상대가 강합니다. 당 가주.”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소한 짐은 되지 말아야 하는데. 후.”
“당 가주께서 상대중이신 놈. 독에 중독된 거 아닙니까?”
“그나마 독에 중독된 상태가 저정도입니다. 빌어먹을.”
당휘란은 혀를 차며 칠절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 차례 독무와 검기가 번뜩였다.
“쉽지 않군.”
남궁운도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몸을 움직였다.
두 번째로 남궁운과 등을 맞댔을 때는 둘 다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하아······. 저놈은 지치지도 않나.”
“아무래도 죽을 각오를 해야 할 것 같군요. 남궁 가주.”
“전 아직 안 됩니다. 연인이 기다리고 있어서요. 하하.”
실없이 농을 흘렸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남궁운은 검을 든 팔을 부여잡으며 신음을 삼켰다.
‘젠장. 하필 검을 든 팔을 다쳤다.’
이대로는 몇 번이나 더 검을 휘두를 수 있을지 몰랐다. 패색이 짙어지자 남궁운은 상대와 동귀어진할 각오를 다졌다.
바로 그때, 당휘란이 칠절의 눈에 띄지 않게 남궁운의 손에다 작은 환 하나를 건네주었다.
남궁운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당 가주. 이건······?”
“오른팔을 다치셨지요? 사실 권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당휘란의 떨리는 목소리를 읽어낸 남궁운이 말했다.
“광폭단. 뭐 그런 겁니까?”
“비슷하지만 효과는 더 굉장합니다. 일 각. 그 동안 폭발적으로 내력을 증강시켜드릴 겁니다. 허나 그만큼 부작용도 크지요. 최악의 경우, 더는 내공을 쓰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내공을 잃는다는 것은, 무인으로서의 삶이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휘란이 고민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공을 잃으면 남궁세가의 가주로 있을 수 없다. 아니, 더는 무림에 발을 붙이고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당휘란은 남궁운이 위급한 듯 하여 급한김에 환을 건네주었지만, 조금은 후회하고 있었다. 그녀 역시 무인이었기에 내공을 잃은 삶이 얼마나 참혹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남궁운은 오히려 당휘란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단숨에 환을 복용해 버렸다.
“맛도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흐흐.”
남궁운은 뜨거워진 열기를 느끼며 웃음을 흘렸다.
“대신 효과는 확실하군요. 이 정도면 가능하겟습니다.”
남궁운은 이 열기가 사라지기 전에, 끝을 내리라 마음먹었다.
파파팟!
남궁운을 상대하던 칠절의 고수는 갑자기 달라진 기운에 긴장하며 자세를 잡았다.
직후, 그의 입에서 헛바람이 새어나왔다.
“헛!”
벼락처럼 솟구친 남궁운이 푸른 검기를 쏘아보냈다.
콰앙!
칠절 고수는 간신히 보법을 펼쳐 검기를 피해냈다. 그러나 어느새 남궁운은 그의 지척까지 파고든 이후였다.
푸슉!
칠절 고수의 팔뚝에 피가 튀었다. 방비가 약해진 틈을 타 남궁운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푹!푹!푹!푹!
칠절 고수의 전신 요혈에서 피가 솟구쳤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쾌검. 호신기를 펼칠 틈도 없었다.
창궁무애검의 적수성연(積水成淵) 초식이었다.
마침내 칠절 중 한 명을 쓰러뜨린 남궁운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당휘란이 아슬아슬한 상태에서 칠절 고수를 상대하고 있었다.
단숨에 그녀를 도우러 가려던 남궁운은 손에 들린 검을 창처럼 내던졌다.
푸른 검기를 잔뜩 머금은 남궁운의 검이 허공을 가르며 벼락처럼 칠절 고수를 덮쳤다.
“헉!”
칠절 고수는 깜짝 놀라며 목을 젖혀 검을 피해냈다.
본능적으로 기습을 피한 것만은 칭찬해줄만 하나 안타깝게도 그 틈을 놓칠 정도로 당휘란이 만만한 여성이 아니었다.
그녀는 단도를 역수(逆手)로 쥐며 망설임없이 휘둘렀다.
푹!푹!푹!푹!푹!
당가 암기술. 구환살(九還殺)이 완벽하게 펼쳐졌다.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칠절 고수가 바닥에 몸을 뉘였다.
“고마워요. 남궁 가주. 덕분에 살았······.”
고개를 돌린 당휘란의 시야에 쓰러지는 남궁운이 잡혔다.
“남궁 가주!”
당휘란은 깜짝 놀라 남궁운에게 달려가 그를 잡았다.
환의 효력이 다했는지, 남궁운은 고통에 부르짖고 있었다.
당휘란은 지친 와중에도 남궁운을 위해 내력을 불어넣었다.
환의 부작용으로 날뛰는 내력을 제어하면 최악의 상황까지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허나 당휘란 자신도 내력이 다한 상태라 혼자 제어하기에는 힘에 부쳤다.
바로 그때, 제갈세가의 세 고수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우리가 돕겠소이다. 당 가주.”
“제갈 대협. 상대한 칠절은요?”
“방금 끝냈소이다. 조금 애는 먹었지만. 허허.”
당휘란이 고개를 돌리자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나자빠져 있는 세 명의 칠절 고수가 보였다.
우우웅-.
제갈총이 남궁운의 가슴에 손을 얹고 내력을 불어넣자, 제갈근과 제갈연이 뒤에서 받쳐주었다.
당휘란은 초조한 눈으로 남궁운의 상태를 지켜보았다.
다행히도 남궁운은 곧 안정된 호흡을 내쉬기 시작했다.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쉰 당휘란이 피곤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일단 우린 제 몫을 다 했군요. 다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미안하지만 가주, 전부 무사한 건 아니오.”
“네? 그럼 누가······.”
제갈연은 침통한 표정으로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질풍대주 연시환이 쓰러진 창궁대주 진유민을 안고 있었다. 고개숙인 연시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두 사람, 무림학관 당시 동기였다고 하더이다.”
“아······.”
“잠시 애도의 시간을 줍시다.”
당휘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남궁운을 응시했다.
전쟁터란 본래 이런 것이다. 모두가 무사하길 바랄 수 없다.
그럼에도 슬퍼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줄 수 있기를 당휘란은 간절히 바랬다.
***
사천왕 중 제일이라 하더니, 확실히 도제 염성화의 무공은 검제 사유하보다 몇 수는 위였다.
쇄액! 쇄애애애액!
놈은 도강(刀罡)을 수백 갈래로 잘게 나누어 사방에서 강무영을 압박해왔다.
그와 동시에 강무영의 신형이 수십 갈래로 나뉘며 검날이 허공을 가득 메웠다.
채채채채챙!
불꽃이 허공을 가득 수놓았으며, 이따금식 번개가 치기도 했다.
“후우. 제법이군.”
강무영은 넝마가 된 상의를 벗어던졌다. 그는 오랜만에 만난 강자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너같은 놈이 남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아주 여유만만하시군.”
염성화는 거친 숨을 헐떡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렇게까지 압박했는데도 불구하고 놈은 지친기색 하나 없다. 신검합일이라도 분명 약점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대로 가다간 불리해지겠군. 일격에 승부를 본다.’
염성화는 남은 내력을 모조리 끌어모았다. 어차피 죽기 아니면 살기다.
심상치 않은 기세에 강무영 역시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일격을 날릴 준비를 했다.
파팟!
염성화가 몸을 날린 것과 강무영이 눈을 감은 것은 거의 동시였다.
“만천월광(滿天月光)!”
슈슈슈슈슉!
염성화의 검 주변에서 그물같은 도강이 생성되며 강무영을 덮쳐왔다. 천천히 눈을 뜬 강무영은 길게 숨을 내쉬며 발검했다.
보인다. 검의 경지에 오른 자들에게만 보이는, 도강의 결(結)이!
강무영은 아주 천천히, 그러나 느리지 않게 눈에 보이는 결을 따라 검을 휘둘렀다.
“헉!”
염성화는 자신의 눈앞에서 도강이 둘로 나뉘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 사이로 강무영의 검이 자신의 몸을 둘로 나누는 것도 똑똑히 보았다.
비마신검의 주참적도(誅斬賊盜) 초식이었다.
염성화의 몸이 피를 흩뿌리며 뒤로 넘어갔다.
차가운 바닥의 감촉을 느끼며, 염성화가 말했다.
“쿨럭! 극한의 검에 오르면······천하에 베지 못할 것이 없다더니. 쿨럭! 강기마저 베어버릴 줄이야······.”
염성화는 자신의 앞에 우뚝 선 강무영을 향해 말했다.
“마지막 가는 길에······견식을 시켜 주어 감사합니다.”
강무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대의 절기도 훌륭했다. 염성화라, 기억해두지.”
이름을 기억한다는 말은 곧 상대를 인정한다는 뜻. 죽기 직전임에도 염성화는 희열에 몸을 떨었다.
염성화는 이 검사의 이름을 듣고 싶었다.
“대인의 존함을 듣고 싶습니다.”
“강무영이다. 마교의 강무영.”
염성화의 눈이 크게 뜨였다가 이내 반달 모양으로 휘었다.
“비정마왕과 칼을 맞댈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이윽고 염성화의 눈이 감겼다. 그가 죽은 걸 확인한 강무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이고! 아파라! 무게잡는다고 참느라 죽는 줄 알았네! 마지막에 살짝 베인 것 같은데. 빌어먹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