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315)
138화.의협(義俠)
불헤 사태는 맹주전에 도착하면서 느낀 거대한 폭발을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거대한 힘.
한 사람이 지니기에는 너무도 두려운, 세상을 능히 멸망시킬 수 있는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위험하다. 세상에 존재하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해!’
하고자 하면 중원의 수백만 백성들을 쓸어버릴 수 있는, 천살성(天殺星)의 화신이 될 수도 있는 존재들.
불혜 사태는 강호의 안전을 위해서는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을 죽여야 함을 깨달았다.
‘저런 위험한 힘은 하루빨리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
하늘도 같은 뜻인지 둘 다 전투로 인해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지금이라면 가능하다.
“불혜 사태?”
뒤늦게 달려온 천운자와 다른 구파 수장들이 깜짝 놀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무슨 짓이오? 왜 제갈 가주를······.”
“다가오지 마세요!”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한 불혜 사태가 외쳤다.
“저자들은 강호를 언젠가 위협할 위험한 존재들입니다. 힘이 다했을 때 여기서 처리해야 해요!”
“불혜 사태.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우리가 여기 온 이유를 잊었소이까?”
“아뇨. 직접 보니 확실해졌어요. 거대한 힘에는 선도 악도 없습니다. 그 힘 자체만으로 큰 위협이란 말입니다!”
불혜 사태는 완전히 마음을 정한 듯 보였다. 그녀가 석장에 내력을 주입하자 육왕진의 빛이 강해졌다. 동시에 불가의 정순한 기운이 지강백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끼어들지 마십시오. 난 여기서 담판을 지어야겠습니다.”
우우웅!
육왕진의 빛이 더욱 빛을 발했다.
지강백의 무릎이 덜컥 꺾였다.
몸상태가 멀쩡했다면 금방 부수고 나올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제 몸 하나 가누기 어려운 상태다. 지강백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불혜 사태. 당장 그만두지 못할까!”
보다못한 천운자가 나섰다. 그 순간, 점창, 공동파의 장문인들이 불혜 사태의 앞을 지키고 나섰다.
채챙!
그들이 검을 뽑아들자 천운자가 걸음을 멈추었고, 깜짝 놀란 도영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미친 것들이! 어디서 감히 검선께 검을 들이미느냐!”
그 말에 주춤하던 점창파의 장문인 곽도유(郭導柳)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송구합니다. 저는 불혜 사태의 말에 동의합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결례를 용서해주십시오. 대협.”
“자네들······.”
도영후가 당황하며 천운자를 바라보았다. 천운자 역시 침음을 삼키며 그들을 응시했다.
‘내가 일을 너무 쉽게 생각했구나.’
천유성을 몰아내고 새 무림을 연다는 것까지는 다들 동의했지만, 감당할 수 없는 또다른 힘에 대해서는 논의한 적이 없다.
눈앞의 세 수장은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린 것 같았다. 천운자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떠올랐다.
한편, 대치 상황을 지켜보던 곤륜파 화운 진인이 청성파 천용 진인에게 물었다.
“천용 진인께서는 어디에 서실 생각이십니까?”
천용 진인은 불혜 사태 쪽과 천운자 쪽을 번갈아 쳐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곳에 온 목적을 잊을 수는 없으나, 제어할 수 없는 힘을 미연에 방지하는 불혜 사태의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럼 진인께서도······?”
“글쎄요. 일단은 중립을 지킬 생각입니다. 저들처럼요.”
천용 진인이 가리키는 곳에는 소림과 무당의 수장들이 말없이 도호와 불호를 외우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도 고민이 가득했다.
“불혜! 잘 생각하게. 아직 아무것도 확실시된 건 없어. 자넨 지금 있지도 않은 일을 두고 결심을 세운게야!”
천운자의 간절한 외침에도 불혜 사태는 단호히 응수했다.
“만약 제 예상이 맞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 그때 와서야 다시 나서겠습니까? 그러다 늦으면 책임을 지시겠습니까?”
“그래도 이건 아닐세. 선과 악을 떠나 이러면 흑도와 다를 바가 없어!”
“강호의 안전을 위해 그정도 오명이라면 기쁘게 쓰겠습니다.”
“불혜······.”
천운자가 이를 악물었다. 아무래도 설득은 통하지 않을 듯했다.
“풉. 크흐흐······.”
그때, 그 모습을 구경하던 천유성이 별안간 웃음을 터뜨렸다.
불헤 사태는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뭐가 웃기느냐!”
“넌 이 상황이 웃기지 않은가? 내가 떡하니 맹주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는 찍소리도 못하던 것들이, 이제와서 뭐? 강호의 안전? 거대한 힘을 미연에 방지해? 호랑이들이 싸우느라 힘을 뺀 사이 늑대놈들이 산을 차지하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아니지, 차라리 짐승은 본능에 충실하기라도 하지. 간악한 위선자들과는 다르게 말이야. 하하.”
“입 닥쳐라!”
불혜 사태의 얼굴이 붉어지고 눈에 핏발이 섰다.
그녀의 감정이 격해진 틈을 놓치지 않은 천유성이 땅에 떨어진 검을 주워들고 그대로 불혜 사태를 향해 휘둘렀다.
촤악!
불혜 사태의 팔이 잘려나가며 피가 솟구쳤다. 뒤늦게 그 사실을 인지한 불혜 사태가 비명을 내질렀다.
“으윽!”
구파 수장들이 막을 틈도 없었다. 천유성은 바람처럼 불혜 사태의 앞으로 도달해 그녀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불혜 사태는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대체 어떻게······.”
현경에 도달하면 대자연의 기를 흡수할 수 있게 된다. 이 말인즉, 운기조식을 하지 않아도 숨을 쉬는 것만으로 내력 회복이 가능하다는 소리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덕분에 몸을 가눌만한 내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천유성은 적절한 순간에 나타나준 구파 수장들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말해줘봐야 하수들이 이해나 하겠느냐? 흐흐.”
실실 웃으며 조롱을 던지던 천유성이 웃음을 거두었다.
“난 옛적부터 네놈들이 싫었다.”
비단 불혜 사태만이 아니라 구파 모두에게 하는 말이었다.
“오랜 역사동안 자리해온 문파의 명성만을 믿고 자신들이 마치 강호의 수호자인 것마냥 거만을 떨지. 한꺼풀 벗겨보면 그냥 문파의 위세를 등에 업은 칼잡이들에 불과한데 말이야.”
천유성은 불혜 사태를 안쓰럽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진짜 정의를 알려줄까? 그건 바로 힘[力]이야. 힘! 무림은 힘으로 다스리는 곳이라고. 알겠나? 이젠 내가 그걸 증명해줄 것이다.”
“네 이놈, 천유성! 그 검 치우지 못하겠느냐!”
분노한 천운자의 일갈에 천유성이 눈살을 찌푸렸다.
“망할 검선 나리. 오래 살았다고 모든 걸 깨우친 것마냥 행동하지. 부탁이니까 설교 좀 그만해! 그래봐야 당신도 이 간악한 위선자들이랑 별 다를 게 없으니까.”
이를 부득 갈며 쏘아붙인 천유성이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내 너희 아둔한 것들에게 가르침을 하나 내려주지. 강호는 힘이라는 아주 간단한 가르침을 말이야.”
“이런, 불혜 사태를 지키게!”
가장 가까이 있던 점창과 공동파의 장문인이 다급히 몸을 날렸으나 천유성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바로 그때, 검은 그림자가 천유성과 불혜 사태의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채채챙!
불꽃이 튀기며 천유성이 뒤로 주욱 밀려났다. 혀를 찬 천유성이 불혜 사태의 앞을 가로막은 지강백을 향해 소리쳤다.
“벌써 몸을 움직일 수 있나?”
지강백은 불혜 사태가 당하며 육왕진의 힘이 약해지자 금세 진법을 파훼하고 달려든 것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몸을 회복한 천유성과 달리, 지강백은 육왕진의 압력에 버티느라 기력을 다 소진한 상태였다.
“허억. 허억······.”
지강백은 거친 숨을 내쉬며 창을 지지대 삼아 몸을 일으켰다.
흘러넘치던 내력이 바닥을 보이고 입에서 단내가 났다.
“자네가 왜 나를······.”
불혜 사태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지강백의 등을 응시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죽이려 했던 사람을 목숨걸고 지킨다는 것이, 말이 안 되었다.
“불혜 사태와 제갈 가주를 지키게!”
뒤늦게 달려온 구파의 수자들이 불혜 사태와 지강백을 감싸며 천유성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잠시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던 천유성이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참으로 웃기는 광경이구나. 정파의 기둥이라는 작자들이 마교의 수장을 목숨걸고 지키는 꼬락서니가 말이야.”
“헛소리도 정도껏 해야지. 개자식이.”
도영후가 침을 퉤 뱉으며 욕설을 내뱉었다.
“천유성. 이제 내게 승산은 없다. 어디 이 늙은이들과 죽기로 생사결을 펼쳐 보겠느냐?”
천운자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
“내 비록 납검을 맹세한 몸이지만, 규율을 깨뜨리는 한이 있더라도 네 도전을 받아들이겠다.”
천유성은 웃음을 거두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매화검선의 마지막을 장식해주고 싶지만, 훗날을 기약하지.”
“그럼 썩 꺼져라.”
천운자 또한 이 자리에서 구파 수장 모두가 달려든다고 해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천유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몸을 날려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제야 도영후를 비롯한 수장들이 참았던 숨을 터뜨렸다.
“불혜, 괜찮은가?”
천운자가 불혜 사태에게 다가갔다.
“괜찮습니다. 혈을 짚어 출혈을 멈췄습니다.”
“다행이군. 아미에 변고를 전해줄 수고를 덜어서.”
“도 대협. 그런 말 말게. 다 서로의 뜻이 달라서야. 자잘못을 따질 일이 아니네.”
도영후가 비아냥거리자 천운자가 그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때, 지강백의 몸이 휘청거리더니 이내 바닥에 쓰러졌다.
“어이구. 이 친구 아무래도 무리한 모양이로구만.”
도영후가 쯧쯧 혀를 차며 지강백을 안아 올렸다.
그는 자신을 노려보는 점창, 공동파 장문인의 시선을 느끼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직도 이놈을 죽이고 싶소이까? 그럼 죽이시오. 불혜 사태를 지키다 쓰러진 은인을 죽였다고 하면 아주 강호에 환호성이 자자할 거요. 안 그렇소? 아, 참. 그리고 제갈세가와 당가, 남궁가, 모용가 등, 제갈 가주를 따르는 엄청난 무리의 무인들과 죽기로 싸울 각오도 해야 할 거요. 그들이 반드시 복수할 테니까.”
“으음······.”
민망해진 두 장문인이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렸다.
천운자는 고개숙인 불혜 사태를 응시하며 물었다.
“아직도 자네의 뜻에 변함이 없는가?”
불혜 사태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어찌 목숨을 구해준 은인을 해하겠습니까? 방금 전, 제갈 가주는 틀림없는 의협(義俠)이었습니다. 그리고 소승이 얼마나 편협한 시선으로 강호를 보았는지도 깨달았나이다.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자네를 탓할 것 없네. 뜻이 달랐을 뿐. 우리가 정도를 걷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 말일세.”
“아닙니다. 오늘 소승은 정도를 벗어나고 말았습니다. 엇나간 정의감이 얼마나 위험한지, 똑똑히 깨달았나이다. 다 깨달음이 부족한 탓이겠지요. 이 길로 아미에 돌아가면 면벽 수련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그때, 살아남은 일행이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단, 강무영은 어쩔 수 없이 자리를 피해야만 했다.
제갈세가의 세 고수는 전쟁에서 마주친 적이 없었지만, 저들은 아니니까. 마주치면 지강백이 마교로 의심받을 위험이 있었다.
‘무사하신 걸 봤으니 그걸로 족하다.’
천유성을 추적해 죽일까 생각했지만, 역으로 당할 위험이 더 커서 그만두었다.
그때, 풀숲을 헤치고 팽연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강무영을 보자마자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강무영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툭 치며 지나쳤다.
“그래. 교주님도 무사하시니 우린 이만 돌아가자.”
그렇게 정파 무림의 명운을 건 백인혈전은 제갈빈 측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