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79)
제 180화
[드래곤도 교관으로 쓸 생각인 것이냐?]“아닙니다.”
[아니다?]“예. 아닙니다.”
드래곤을 교관으로 쓴다…… 솔직히 못 할 건 없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제가 구상하고 있는 사업이 하나 있거든요.”
[사업?]“롬멜 총장이 저희 누나에 대한 소식을 알려 줬었잖아요?”
[그랬지.]“아마 영감님이 알려 주지 않았더라면 저는 꽤, 아슬아슬하게 알아채게 되었을 겁니다.”
[그것도 맞을 거다.]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보와 돈이라고 생각한다.
나름 무명이라는 정보 조직도 만들고, 모험가 길드를 정리하면서 다른 조직원들도 생기겠지만 모자라다.
정확히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너무.
늦다.
나는 여기 별장에 짱박혀 있으면서도 이 세상 모든 정보를 듣고 싶거든.
“마법 통신구를 만들면서 깨달은 건데. 여기에 부가적으로 몇 가지 마법을 새겨 넣는 게 가능하겠더라고요.”
[몇 가지 마법?]천천히,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마법 통신구 하나 가격이 얼마나 하는지 아십니까?”
[화제를 돌리는구나.]그렇게 느끼셨을 수도 있는데.
아마 아닐 거다.
“마법 통신구 하나의 가격은 약 800만 골드입니다. 마법진을 사용할 수 있고, 아티펙트 제작이 가능한 ‘마스터 마법사’만이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지나치게 비싸죠.”
스승님이 조용히 나를 바라본다.
“이 대륙의 모든 귀족들 중에는 마법 통신구를 영지 안에 비치한 이들보다 돈이 없어서 비치하지 못한 이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고개를 돌려 스승님과 눈을 맞췄다.
“마법 통신구, 저 정도면 하루에 최소 열 개 이상은 만들 수 있습니다. 당연히 성능은 지금 시중에 유통된 마법 통신구보다 좋습니다.”
[그래서?]“백만 단위의 가격을 십만대로 확 낮춰 버리면 대륙의 귀족들이 매우 좋아하지 않을까요?”
내 말.
얼핏 보면 굉장히 ‘귀족 같은’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듣는 스승님의 표정은 심각했다.
내가 이 이후에 무슨 말을 하려는지 본능적으로나마 알아챈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가격도 싼데 성능마저 좋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기존에 쓰던 수백만 골드짜리 마법 통신구는 버려질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제가 만든 통신구는 이 대륙 전체에 퍼지겠죠. 그런데 그 통신구에, 사용하는 이들조차 모르는 ‘어떤 마법’을 새긴다면 어떨까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지금 스승님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심정인지는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예, 압니다.”
[…….]“통신구에 새겨 넣는 마법.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가 않네요. 엿보기? 엿듣기? 음…… 도청盜聽이라고 하는 게 낫겠습니다.”
쿠궁 하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의 근원지는 스승님이 아닌 데스 나이트, 크로노스였다.
녀석의 심장이, 정확히는 녀석의 몸이 그 자리에 흠칫 떨린 거다.
(……맙소사.)
내 말이 가져올 여파와 내 말의 무게를 크로노스는 눈치챈 거다.
정보를 다루고, 책략을 짜는 크로노스기에 확실히 와닿았을 거다.
음.
그래도 여러 가지 연구가 조금은 필요하겠지만.
만약.
이게 성공하면.
나는 아카데미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 대륙의 모든 상황을 알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전쟁이 난다 해도.
내가 세상에 퍼트린 마법 통신구로 이야기를 나눌 테고, 그렇게 된다면 나는.
말 그대로 이 세상의 지배자가 된다.
[군림君臨…… 너는, 진정 이 세상에서 군림하려 하는구나.]말없이 웃었다.
* * *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정보라는 게 필요했고, 내 손과 발이 되어서 움직여 줄 이들이 필요했기에 그 조건에 부합하는 이들을 데려왔다.
그게 전부였으면 그 다짐은 정말 무책임한 다짐이었을 거다.
아베이루와 그 밑에 있는 정보원들을 데리고 이것저것 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저.
남들과 같아질 뿐이다.
그 정도만으로 만족한다?
다른 이들이라면 만족하겠지만 나는 아니다.
내가 책임질 사람이 있고, 지켜야 할 사람이 있는데 그 정도에 만족한다는 건 무책임을 넘어 무능한 거다.
그래서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정보다운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넓은 세상의 정보를 한눈에 들여다보는 것처럼 알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한정된 공간에서 대륙의 모든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까.
그렇게 찾은 거다.
마법 통신구로 소식을 주고받는 이들은 적다.
왜냐면 비싸니까.
그런데 그걸 싸게 귀족 세계에 배포한다면 어떻게 될까.
모두가 환호할 거다.
심지어 부유한 평민들도 환호하겠지.
그렇게 원거리로 이야기 나누는 게 일상화될 거다.
그런 상황에서.
그 모든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여론장악의 끝이자, 첩보전의 최종 거점이다.
그 정도는 돼야, 세상에서 군림한다는 소리를 입 밖으로 끄집어낼 수 있는 거다.
물론 문제는 있다.
[양날의 검이구나.]오랜만에 기네스가 해 주는 밥을 먹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정보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앞설 수 있지만 비윤리적이고, 그런 것을 넘어 도청을 한다는 게 밝혀진다면 모든 화살이 너에게 돌아가는.]새삼스럽지만 모든 일에는 위험 부담이 있다.
모든 이들이 나한테 화살을 돌린다…… 즉, 내 도청 대상이 되었던 이들이 나를 향해 검을 겨눈다…….
물론 상관없다.
세상 모든 정보를 독점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위험 부담이면, 당연히 그 정도는 돼야지.
안 걸릴 자신도 있고.
내가 그런 일 하나는 기똥차게 잘하거든.
“지금 당장 진행할 생각은 없습니다. 처리해야 할 문제부터 여러 가지로 신경 써야 할 게 많으니까요.”
슬쩍 고개를 돌렸다.
창가 쪽에 비친 별장 입구.
그곳에서 검술학부 학부장인 그레이와, 본래는 군사학부 수석 교관이었다가 내 눈에 들어 군사학부 학부장이 된 갈라디너가 들어서고 있었다.
표정이 심각한 걸 보니까.
이거.
나도 모르게 또 무슨 일이 벌어졌나 보다. 진짜 무슨 놈의 왕국이 조용할 때가 없냐.
어휴.
* * *
“마자르 테슬란이 유폐되었습니다.”
착각일까.
우물우물 씹어 대던 고기 한 조각이 아주 달콤하다는 느낌이 든다.
“곧 왕위 계승식이 있을 거라고 하더군요. 길면 한 달, 짧으면 보름 내로.”
입 안에 있는 걸 삼킨 뒤 물었다.
“별거 없네. 그런데 고기 안 먹냐?”
“……예?”
“안 먹을 거면 나 주고.”
그레이가 어벙한 표정으로 황급히 고개를 젓는다.
“안 됩니다. 저 이게 오늘 첫 끼입니다.”
내숭 피우는 거야 뭐야.
“다이어트해? 밥도 안 먹고 어떻게 일을 해.”
그레이가 황당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일거리를 그렇게 줬으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하십니까’라는, 그런 표정이다.
“장난이고, 그게 끝이야? 마자르가 죽고…… 아니지, 유폐면 갇혔다는 건데, 감옥에 가뒀나?”
“아닙니다. 왕성 외곽에 있는 별채에 갇혔는데, 그 주변을 근위 기사단이 철통같이 감시하고 있다더군요. 아마 그 안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갈 겁니다.”
“그래? 진짜 별거 없네.”
대수롭지 않은 내 말에 그레이와 갈라디너가 조금 멍한 표정을 짓는다.
“그, 못 들으셨습니까?”
“뭘?”
“왕세자인 아가레스 테슬란이 귀족들을 모아 놓고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무슨 말?”
아무래도 이게 진짜 본론이었나 보다.
“테슬란 아카데미라는 명칭을 밀로스 아카데미로 개정하고.”
“개정하고?”
“새로운 학부를 창설하며.”
그레이가 말을 멈추고는 슬쩍 내 어깨에 앉아 계신 스승님을 바라본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과거의 대영웅인 발렌타인 밀로스를 잊지 말자며 아카데미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선포했다고 합니다.”
슬며시 고개를 젓고 말았다.
진짜, 별의별 새끼가 다 있구나.
[내가 살아 있음을 듣고 이제 와서 덕을 보겠다…… 그런 의미로 들리는구나.]“예, 발렌타인 님 말씀이 맞을 겁니다. 마자르 테슬란이 유폐되었다는 건 롬멜 총장이 그를 버리고 아가레스를 택했다는 것과 같은데, 아가레스가 발렌타인 님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것은.”
“것은?”
“메시지를 보내는 겁니다.”
그레이 학부장.
새삼스럽지만 꽤 유능하다.
총사령관 자리에 앉아 있다가 좌천당한 것과는 무관하게 정말 눈치가 빠르다.
정리하면.
“우리 국가 좀 도와 달라, 협조해라, 아카데미라는 떡고물 정도는 줄 테니까, 어떻게든 도와 달라. 우리 손잡자……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이거지?”
“……예.”
고개를 돌려 우리 스승님을 바라보았다. 인형의 모습이지만 스승님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는 안다.
말은 안 했는데.
우리 스승님.
이런 거 졸라게 싫어하거든.
지금 이 상황에서 아가레스나 테슬란이라는 이름을 가진 놈들이 가장 먼저 했어야 하는 행동은 도와 달라고 염병 떠는 게 아니라.
무릎을 꿇고 대가리를 조아리면서 죄송하다고, 선대의 실수를 바로잡겠다고 다짐을 하며 율리우스 그 멍청한 새끼가 아주 큰 실수를 저지른 거라고, 다시는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 거라면서 석고대죄를 했어야 한다.
그랬으면.
정말 그랬으면 테슬란 왕국의 수명이 몇 년 정도는 더 늘어났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조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스승님의 모습이 인형이 아니었다면.”
[아니었다면?]포크로 고기를 푹 찍었다.
“오늘 꽤 많은 이들이 죽었을 거 같거든요. 스승님 손에.”
“…….”
[…….]접시에 있는 소스에 고기를 슬쩍 묻히며 마저 말을 이었다.
“스승님은 손대실 필요 없습니다. 화내실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그저?]“저만 믿으시면 됩니다. 제가, 아주 후회 없게 처리해 드릴 테니.”
스승님이 못 당하겠다는 듯 웃으신다.
[세상 모든 정보를 통제하겠다는 내 제자가 하는 말이니 마음이 놓이는구나.]그게 끝이었다.
더 이상 이 주제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한다.
그렇게 식사가 이어졌다.
이어졌는데.
아주 잘 이어졌는데.
꽤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갈라디너가 조금 걸린다.
그레이와 나, 그리고 스승님이 대화를 나눌 때도 아무 말 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계속 침묵을 지키는 걸 보면 그냥 옆에 자리만 하고 있을 생각인 것 같은데.
표정이 그냥 어두운 게 아니라 아주 지나칠 정도로 어두웠다.
이걸 또 내가 지나치면 안 되지.
“갈라디너?”
“…….”
딴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고기를 집어 먹으며 대답도 하지 않는다.
음.
“갈라디너??”
두 번이나 부르자 녀석이 반응한다. 그것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아, 예!”
“깜짝이야. 일단 앉아.”
자리에 착석한 갈라디너가, 침을 꿀꺽 삼키며 나를 바라본다.
할 말이 있다기보다는 방금 자기가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고 해야 되나.
거참.
다른 이들의 시선에 나는 대체 어떻게 비쳐 보이는 거야?
“왜 그렇게 봐? 누가 잡아먹는데?”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다.
얘 원래 이런 애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