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255)
제 256화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베네딕트가 침을 꿀꺽 삼킨다.
사실, 세상 사람들이 전부 바보도 아니고.
내가 생각보다 큰일을 터트렸을 때.
예를 들면 토벌대를 전멸시킨 일이나, 후작가에서 용병들을 전멸시켰을 때.
그때 나는 며칠간 침상에 누워만 있었다.
대외적으로 수련, 혹은 휴식을 한다고 알려지긴 했지만 그걸 그대로 믿는 애들이 얼마나 되겠나.
내가 정신을 잃었다는 걸 알 만한 이들은 안다.
그리고 베네딕트는 대륙전장 소속의 마스터다.
모를 리 없지.
그리고 그게 지금이라는 것도, 모를 리 없다.
“확실히 무슨 일이 벌어지긴 했군요.”
대충 손을 휘저었다.
어차피 서클을 올리긴 해야 되니까, 그냥 지금 한꺼번에 다 해야지.
그리고.
“이것도 남들한테 말 안 한 건데.”
“…….”
“흑마법을 배우고 나서부터였나, 그때부터 보이더라고.”
“뭐가요?”
“다른 사람의 욕망. 그런 거.”
베네딕트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활을 쓰는 애들이 없어서 외롭잖아. 제자 키우고 싶잖아. 검보다 활이 더 유용하다고, 활을 무시하는 이들한테 보여 주고 싶잖아. 세상에 외치고 싶잖아, 아니야?”
“…….”
“물었는데, 아니냐고.”
주변을 슥, 둘러본 베네딕트가 자기 활을 한 번 보고, 화살을 한 번 보더니 이렇게 답했다.
“맞습니다. 그렇게 외치고 싶습니다. 활은 무시할 만한 무기가 아니라고. 세상 전체에 외치고 싶습니다. 너무…… 정확하십니다.”
그대로 눈을 감고 자세를 잡았다.
싸움 자세가 아니라, 마나를 수련하는 자세.
그 상태로 천천히 말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난 나 자신을 가장 믿어. 내 판단? 의심해 본 적도 없어. 그리고 지금 내 판단이 그래. 지금 내 주변을 지킬 이는 블랑도, 우리 꼬맹이들도 아닌 베네딕트 너 하나라고.”
“…….”
“대륙전장은 너의 꿈을 이뤄 줄 수 없어. 하지만 난 가능하지. 그러니 날 지켜. 반경 1km 안으로 그 누구도 못 들어오게 감각을 넓혀.”
그대로 눈을 떴다.
“지배하고, 장악하고, 주시해. 넌 지금 세상에서 유일하게 너의 꿈을 이루어 줄 사람을…….”
잠시 말을 멈췄다.
왜냐면 베네딕트의 눈동자가 조금씩 떨려 왔거든.
무엇을 느낀 건지, 무슨 감정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애써 무시한 채 마저 말했다.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거든. 오래는 안 걸려. 어떻게, 콜?”
베네딕트가 굳은 얼굴로.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은 화살 통으로 가 있었고, 마법 작용이 되어 있는 화살부터, 강철 화살 등등.
약 20개의 화살을 하나씩 땅에 박는다.
푹- 푹- 푹- 푹.
괜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 용도가 따로 있는 것 같은데, 저걸 들고 싸움에 임하는 베네딕트는 어떤 모습일까.
음.
그러고는 녀석이 활을 꺼내 든다.
“조금은 부럽습니다.”
“뭐가?”
“스스로의 판단을 그렇게까지 믿을 수 있다는 게, 그리고 남의 욕망을 그렇게 뚜렷하게 눈치채신다는 게, 저는 정말 부럽습니다.”
활을 고쳐 쥔 베네딕트가 천천히 주변으로 기운을 퍼트린다.
“저는 준비 끝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몇 시간이 지나건, 하루가 지나건, 이틀이 지나건, 당신을 지키겠습니다.”
그거면 충분했다.
다시 눈을 감고, 마나를 끌어 올렸다.
쿠구구궁-!!
주변이 푸르게 물들었고 마나는 기류처럼 허공으로 솟구쳤다.
긴 시간은 아니었다.
나는.
순식간에 무아지경에 빠졌다.
* * *
서클과 마나.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굉장히 복잡하고 신기하게만 보일 것이다.
하지만 마나 유저들에게는 조금 달랐다.
서클은 단순했고 마나는 더 단순했다.
마나를 더 잘 다룰 수 있는 이는 서클이 높다.
이건 진실이고 단순한 진리다.
수백 년이 아닌 영광의 시대, 그 이전부터 마나에 대해 모든 종족은 연구를 했다.
그렇게 연구했고 많은 게 밝혀졌다.
한 번쯤은 언급했어야 하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현 세상의 최정점이라 불리는 하인케스 베커만을 비롯해 템-사미트 이스마엘을 비롯해, 모든 마스터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14살이 되었을 때 마나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거.
이것에는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었다.
그렇다면 왜.
대체 왜 14살에 마나를 배울까.
10살, 11살, 12살에는 왜 배우지 않을까.
간단하다.
뇌.
인간의 중추 기관인 뇌 때문이다.
보통 13살에서 14살에 인간은 뇌의 성장이 끝난다.
빠른 경우는 12살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 13살 후반, 즉 14살이 되기 전 성장이 끝난다.
그렇기에 14살.
최소 14살이 되었을 때 마나 유저를 꿈꾸는 이들은 마나를 배운다.
그래서 대부분의 마나 유저들이 출발하는 구간은 동일하다.
예를 들면, 11살에 마나를 배우기 시작한 이는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절대 마스터가 될 수는 없다.
그건 신체에 새겨지는 서클이 뇌와 제대로 공명하지 않은 채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많은 표본도 있고, 정립된 진리이기에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잭도 그걸 의심하지 않는다.
그래서 18살의 나이로 7서클 마나 유저가 된 엘리자베스가 말도 안 되는 천재라고 불리는 거다.
그리고 17살의 나이에 5서클을 이룬 이들도 천재다.
왜냐면 보통 5서클을 이루는 것은 25살 전후가 평균이니까.
어리면 어릴수록, 서클이 높으면 높을수록.
천재라 불리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지금, 아카데미 대전에 참여한 그 천재라 불리는 이들 모두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우우웅-!!
말도 안 되는 마나의 유동.
이게 뭐야?
그중에는 토레이라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방향.
짐작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바로 밀로스 아카데미 학생들이 머무는 호텔, 그쪽이었으니까.
어느새 일어난 교관들도 혼란스럽긴 매한 가지였다.
하지만 교관은 교관.
“소란스러워하지 마라!”
요람 왕국의 교관들은, 그렇게 야밤에 진땀을 빼고 말았다.
이건 모든 아카데미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
그때였다.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던 한 학생이 말했다.
“저…… 교관님?”
“왜?”
“밖 좀, 보십시오.”
손가락으로 손수 창밖을 가리키는 그 모습에 한 교관이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맙소사.”
‘나 지금 많이 놀랐습니다’라는 말을 그대로 요약한 한마디에 모든 학생들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와…….”
모두가 탄성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럴 만도 한 게, 창밖에, 마나로 이루어진 거대한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으니까.
듣도 보도 못하고, 전무후무했던 말도 안 되는 일.
마나가.
자기 의지를 가진 생명체처럼 허공을 날아다니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그건 밤하늘을 밝히는 세상의 등불처럼 매우 밝았고 화려했다.
모두가 넋을 놓고 바라볼 정도로.
* * *
잭은 ‘상식’의 예외에 속한 남자였다.
그에게 있어 마나는 공기보다 익숙했고, 혼의 힘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신체.
14살의 어린 신체가 계속해서 그 힘의 발현을 막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 잭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안은 총 두 가지였다.
첫째는 신체의 성장이 끝나는 그 시기까지 그냥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
둘째는 서클을 강제로 올려 버리면서 신체도 강제로 성장시키는 것.
원래 잭에게는 첫째 방안밖에 답이 없었다.
하지만 발렌타인의 수명을 늘리려는 시도를 했을 때.
신체를 강제로 34살로 성장시켰을 때.
그때 두 번째 방안이 생겨났다.
그래서 시도한 거다.
전에 잭이 스스로 말했듯, 잭은 실전체질이니까.
그 결과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밤하늘인데,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콰르르르르릉-!!
굉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소리는 흡사 천둥, 여태껏 나타난 적 없던 거대한 천둥소리와 흡사했다.
베네딕트는 무심결에 하늘을 올려다보고 말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푸른색 마나가 기류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그것만 해도 장관이었는데 그 마나가, 기류를 타면서 굉음마저 터트리고 있다.
기상천외한.
전무후무한 일.
콰르르릉-!!
멈출 줄 모르는 굉음에 이어 하늘의 마나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굉음이 멎어 간 것도 그때쯤이다.
거대한 마나의 기류는 잭의 몸을 감쌌고, 잭의 몸은 기류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우두둑-!
뚜둑-!
기이한 소리는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베네딕트는 어느새 자신의 어깨에 올라타 있는 인형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공자님은 괜찮으신 겁니까?”
[글쎄.]베네딕트는 잭이 지금 무슨 일을 벌이려는 건지 자세히는 모른다.
그냥 서클을 올린다고만 알고 있을 뿐.
하지만 발렌타인은 아니었다.
[여태껏 그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던 일을 하려는 게 분명한데, 나는 이상하게 걱정이 되지는 않는구나.]“…….”
[지금껏 파악한 바로, 내 제자는 스스로 어떤 것에 ‘확신’을 가지지 않는 한 행동하지 않는다. 그러니 지켜보거라. 앞으로.]발렌타인의 두 눈이 베네딕트의 두 눈을 직시했다.
[너의 상사가 될 테니 말이다.]베네딕트가 어색하게 웃었다.
사실 언급은 안 했는데, 밀로스 아카데미에서 잭의 위상은 생각보다 더 어마어마했다.
질투심을 불태웠던 어린 꼬맹이들 이야기가 아니다.
대륙전장의 마나 유저들.
교관으로 파견된 그 마나 유저들 이야기였다.
잭 발란티에.
힘은 말할 것도 없고 재력도 엄청나며 아티펙트를 제작하는 능력도 어마어마하다.
뿐일까, 머리도 좋다.
그는 세상의 중심이 될 거고 그가 하려는 일은 그게 무엇이건 대륙적인 일이 될 것이다.
장주인 롤랜드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만약 잭의 수하로 들어갈지, 롤랜드의 수하로 들어갈지 두 개의 선택이 내려진다면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가 잭을 선택할 거다.
베네딕트에게 그런 기회가 찾아온 거다.
‘장주님께 뭐라고 해야 할지, 미리 정리해 놔야겠어.’
세상의 중심으로 변해 갈 밀로스 아카데미에 생겨나는 새로운 부서.
궁술학부.
그 학부의 학부장.
너무 매력적이다.
그때였다.
베네딕트의 감각에 거슬리는 게 짚이기 시작했다.
거리는 약 3km.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게 아니었다.
사방을 어지럽히는 마나가 어디서 시작된 건지, 그 발현점을 확실히 잡은 이들이 분명했다.
그게 아니고서야 이 인적이 드문 산속으로 저렇게 빨리 달려오고 있을 리 없으니까.
그 수많은 인기척에 베네딕트는 천천히 화살을 집어 들었다.
끝이 뭉툭하고 노란색의 깃이 달려 있는 화살.
이건 일반적인 화살이 아니었다.
6서클 마법인 라이트닝 밤이 새겨진 화살.
다른 이도 아닌 베네딕트가 직접 새긴 마법이다.
그는 그것을 인기척이 느껴지는 지점을 향해 쐈다.
후웅-
툭-!
이어서.
파지지직-!!
주변이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정면에 있던 약 50명의 마나 유저들.
다른 왕국의 아카데미 학생들도 있었고 교관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오던 수많은 이들까지.
그들의 귓가에 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린다.
“1km. 정확히 1km까지의 거리를 허락한다. 그 이상 다가오면 경고 없이 목을 뚫을 것이다.”
모두가 그 자리에서 멈칫했다.
“모든 이들은 들어라. 내 이름은 베네딕트. 밀로스 아카데미의 교관이자, 곧 창설될 궁술학부의 학부장이다. 부디, 현명한 선택을 내리도록.”
차가운 베네딕트의 목소리가 주변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 목소리에.
모든 이들은 직감했다.
아, 저 남자는 진심이구나.
저기에는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겠구나.
베네딕트가 다른 이들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았다 해도, 그는 능력이 있는 남자였다.
초급 마스터.
이건 분명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의 경고를 들은 이들은 1km의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그들은 위안할 수밖에 없었다.
“현명한 선택이다.”
저리 말하는 베네딕트가 마스터라는 사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