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08)
제 309화
* * *
모두가 숨을 죽였다.
이게 상황이 빠르게 진행돼서 그렇지 실제로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도관이라는 단체는 강하다.
세상을 등졌다고는 하나, 절대 약한 단체가 아니었다.
마스터의 숫자만 무려 10명이 넘고, 병상에 누워 있다고는 하나 초월자라는 괴물도 존재한다.
이걸 상체로 본다면 그 다음 허리와 하체 부분은 어떠한가.
9서클 마나 유저만 해도 80명이 넘고, 8서클 마나 유저는 300명, 7서클 마나 유저는 600명에 달한다.
그 밑의 이들은 어떠한가.
그냥 마나 유저가 수천 명이다.
섬의 크기와 인구 밀도로 비교했을 때, 이건 대륙의 그 어떤 국가들보다도 압도적이고 월등했다.
과장 하나 안 보태고 도주를 포함한 도관의 모든 전력이 나선다면 대륙정벌이 가능할 정도다.
그런 세력이 지금.
단 한 사람에게 무릎 꿇었다.
나이는 16살에서 17살 정도로 보이는 한 남자.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이들의 절반 정도가,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익숙했으니까.
저 눈매.
저 턱선.
그리고 저 얼굴.
잘생긴 얼굴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도관의 사람들은 기억한다.
20년도 더 된 과거지만, 당시 ‘그녀’를 모시고 그녀를 떠받들었던 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 엎드리고 말았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노아 군나르.
군나르의 핏줄 중 역대 최고의 재능이라 불리며, 섬의 실질적인 지배자인 명실상부한 도주가 될 수 있었던 그녀.
그리고 과거 도관에서 벌어졌던 ‘내부전쟁’에서 죽었다고 알려진 그녀.
그녀의 얼굴이, 저 남자의 얼굴에 남아 있었다.
분명 닮았다.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리 생각하는 이들이 꽤나 많았고, 현재 도주의 자리를 대리하고 있는 데니스 군나르가 확인 사살을 해 주었다.
“노아가 아이를 낳았구나.”
등등.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 확실하게는 몰랐으나, 적어도 도관의 절반 이상은 전투 의지를 내려놓았다.
chapter 4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섬 안쪽으로 들어갔던 론이 내게 다가왔다.
5명의 남자를 포박하고 있는 데스 나이트들과 함께.
론은 내 방식에 대해 알고 있었다.
여러 번 행동했고 보여 주었듯, 어떤 일을 행할 때 나는 뿌리까지 뽑는다.
그렇기에 론은 망설임이 없었다.
다가오고 있는 5명의 남자 중 사지가 멀쩡히 달려 있는 사람은 없었다.
딱 1명을 제외하고 4명은 사지가 전부 잘려 나갔고 나머지 한 명은 팔 하나만 남아 있었으니, 분명 멀쩡히 달려 있지 않다는 말은 적절했다.
론은 그 다섯 명을 내 앞으로 데려왔고, 뒤에서 데스 나이트들이 그들의 뒷머리를 잡고 땅에 처박았다.
조용히 끼고 있던 팔짱을 풀었다.
“내가 궁금한 건 두 가지야.”
“……크흑.”
“저기 목이 잘려 있는 저 새끼랑 너네까지 총 6명. 이 6명이 모든 걸 계획했을까. 이게 첫 번째고.”
자리에 쪼그려 앉아, 붉어진 눈으로 이를 악물고 있는 한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도청 마법진의 형태를 보니까 이건 최소 200년 정도는 개량에 개량을 거듭한 게 분명하거든. 즉, 너희 도관만의 특별한 기술이라는 건데, 이런 기술을 그렇게 남발한다고? 흑마법의 형태이긴 하지만 이거 중급에서 상급쯤 되는 마스터라면 위화감을 눈치챘을 텐데, 그걸 내가 눈치 못 챌 거라고 생각했어?”
말이 조금 길어졌는데, 슬쩍 손을 뻗어 나를 노려보는 놈의 머리에 손을 턱 올렸다.
“마치 미끼, 같다는 느낌이 들어. 나를 여기로 인도하기 위한, 정확히는 나를 이용하고 싶어 하는 그런 거. 이게 대충 두 번째 의문인데 한번 말해 볼래?”
“무…… 무엇을?”
“앞서 말했잖아. 내가 궁금해하는 이 모든 걸 풀어 달라고. 네 주둥이로.”
남자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마치, 절대 말하지 않겠다는 듯.
싱겁게 웃고 말았다.
“그래, 그렇게 해.”
자리에서 일어섰고, 망설임 없이 놈의 목을 지르밟았다.
콰직-!
한 놈 죽었고, 네 놈 남았네.
“너는?”
“……죽여라. 개새끼.”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이야, 개새끼라니.
“관심은 없지만 내가 그래도 군나르의 핏줄인데 개새끼라니. 그럼 우리 엄마가 개라는 거잖아.”
대충 손가락을 튀기며 데스 나이트한테 신호했다.
저거, 저쪽 구석으로 데려가서 고문 좀 하라고.
고개를 끄덕인 녀석이 놈을 데리고 바다로 이동했다.
이제 남은 건 세 명.
“너는?”
“……가지고 놀지 말고 죽여라!”
나는 나 스스로가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까 아니었나 보다.
티가 많이 났나 봐.
징검다리 하듯, 한 칸 건너가 놈의 목도 짓밟았다.
콰직.
“두 명 남았네. 할 말 없어?”
순간, 한 놈이 고개를 들어 침을 퉤, 뱉었다.
안타까운 건 그걸 눈치챈 데스 나이트 한 기가 놈이 침을 뱉을 때 머리를 짓밟았다는 거.
어깨를 으쓱하고는 대충 손짓하자, 데스 나이트가 그대로 놈의 목을 짓밟았다.
남은 건 한 놈.
“말…… 다 하겠습니다.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빙긋, 웃었다.
“필요 없어.”
“네?”
콰직-!
이제 남은 건 0명.
모두가 내 행동을 황당하게 바라보았다.
어떤 생각으로 저러는 건지는 알 거 같은데, 상상을 초월했다고 해야 하나.
저거 진짜, 미친놈이네.
그런 표정이다.
새삼스럽게 뭘, 내가 지금껏 조용히 살아서 그렇지 나 미친놈 맞다.
건드리는 놈들에 한해서 상상을 초월할 미치광이도 되어 줄 수 있는 게 나란 놈이다.
그렇게 생겨난 네 구의 시체.
나한테 개새끼라고 했던 나머지 한 놈은 지금 저기 선착장 쪽에서 고문받고 있는데, 일단 저놈은 패스.
그대로 손을 휘저으며 ‘네 명’을 전부 데스 나이트로 만들었다.
그냥 만든 게 아니라, 앞선 빌리 도르만이라는 놈을 만들었던 것처럼 전력을 다해 심령 자체를 완전히 제압하고, 찢어버렸다.
이 정도 수준이면 마스터니 뭐니 하는 그런 건 이제 의미 없다.
그렇게, 놈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 * *
도관의 체계는 간단하다.
도원과 도주.
도관이라는 거대한 단체가 이 섬의 모든 것이었고, 이 섬에 머무는 모든 이들이 ‘도원’이라는 이름으로 도관에 속해 있다.
그리고 군나르 제국의 핏줄이 ‘도관의 주인’ 즉 도주로서 군림한다.
도원과 도주.
이 두 가지 체계가 기본 틀이었고, 현재 도주가 병석에 누워 있는 상황.
자연스럽게 도주의 후계자인 데니스 군나르가 도주의 역할을 겸하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도관 내부의 여러 부서들을 통솔하고 있었다.
군대, 상업, 농업, 그리고 섬 바깥세상의 동정을 살피는 ‘천리안’이라는 부서까지.
그 모든 걸 관리하는데, 여기서 문제는, 없을 수가 없고 무조건 있어야만 하는 갈등이라는 게 이 도관에도 있었다는 거다.
“도르만이었지? 이놈 이름이.”
“예. 맞습니다, 도련님.”
빌리 도르만.
메이슨의 심장에 직접 도청 마법진과 감정 컨트롤 마법을 새긴 당사자가 바로 이놈이다.
그리고 이놈은 천리안의 수장.
밀로스 아카데미의 체계로 따지자면 롬멜 총장이랑 비슷한 위치인 거지.
“너무 간단해서 어이가 없네.”
놀랍게도.
정말 놀랍게도.
“네가 일을 꾸민 거라고? 지금 도주의 역할을 겸하고 있는 데니스 군…… 아니지, ‘외삼촌’을 견제하기 위해 너 혼자 계획했고 혼자 알고 있었고 혼자, 모든 일을 진두지휘했다?”
(예, 그렇습니다.)
이놈뿐만이 아니라, 데스 나이트로 만들어버린 놈들도 전부 똑같은 말을 했다.
(빌리 도르만이 모든 일을 꾸민 겁니다.)
(빌리 도르만의 명령을 받았을 뿐입니다.)
(당신의 핏줄이 군나르의 핏줄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 머릿속에 번개가 쳤습니다.)
(당신을 이곳으로 데려와 데니스 군나르를 견제하고 싶었습니다.)
(데니스 군나르는 무능하고, 야심만 넘치는 남자라 도주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자리에는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대륙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당신이 앉아야 합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노아 군나르를 기억합니다. 그녀는 인망이 있었고, 뛰어났습니다. 하지만 도주의 자리에 어울리지는 않았습니다. 성별이 문제였으니까. 남성과 여성, 그런 단순한 것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과거 여성 도주가 탄생했던 적이 한 번 있었는데, 그때 반란이 한번 일어났었습니다. 그 결과로 두 명의 군나르 핏줄이 섬 밖으로 쫓겨났었고 도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이들이 죽었습니다. 그 과거는 불결했고 그 과거를 연상시키는 행동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노아 군나르가 남성이었다면, 그 불결한 역사와 연결되지 않았다면 그녀는 도관의 주인이 되었을 겁니다. 만장일치로.)
(당신이 클라크 발란티에의 피를 이었는지, 혹은 론 이그라헬의 피를 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노아 군나르의 피가 당신에게 흐른다는 겁니다. 당신밖에 없었습니다. 노쇠해서 병석에 누운 현재의 도주는 무능력합니다. 새로운 도주가 필요했습니다. 이곳의 존재를 당신에게 알리고 당신을 이곳으로 데려와 당신을 새로운 도관의 주인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등등.
이러니 내가 안 놀랄 수가 있나.
“너무 간단해서 어처구니가 없네. 진짜 이게 끝이라고?”
데니스 군나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못 했다.
내 앞에 있는 이놈들이 한 말은 대부분 데니스 군나르를 아주 무능한 멍청이로 묘사하고 있었으니까.
실제로 도주의 자리를 겸하고 있었지만, 데니스는 이 빌리 도르만이 내게 접근했고, 내 사람을 흑마법으로 꾀어내려고 했다는 그 단순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내 눈으로 보면 절대 무능한 사람은 아니거든.
그런데 뭔가 맞지 않는 퍼즐처럼 어긋나 보인다고 해야 할까.
미심쩍고, 어이가 없었지만, 현재로서는 이게 팩트였다.
“어이가 없네.”
“도련님.”
고개를 돌려 론을 바라보았다.
“왜?”
“……데스 나이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론의 말이 맞다.
아무리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시체를 데스 나이트로 만들었다고 해도 내가 직접 영혼의 힘을 끌어올려 심령을 찢어발겼고 지배하고 있는 상태다.
거짓말?
내 모든 것을 걸고 절대 못 한다.
“이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가장 쉽고 빠른 길은 직진이다……라는.”
물끄러미 론을 바라보았다.
“직진?”
“예 직진.”
그거면 충분했다.
나는 론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한숨을 푹, 쉬고는 고개를 돌려 데니스를 바라보았다.
“대충 정리된 거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 저, 이제 갈까요?”
굳어져 있던 데니스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
자기도 아는 거지.
여기서는 최대한 표정관리를 해야 한다는 거.
“도관에 배신자가 있었어. 그 배신자를 노아의 아이인 네가…… 음, 자네가 해결해 주었으니 오히려 경사라 할 수 있지 않겠나.”
반말을 하다 다시 말을 높이는 데니스를 보니, 심정이 참 복잡한가 보다.
“그냥 말 놓으십시오. 앞선 일도 정리됐는데, 그 정도 예의는 차려 줄 수 있습니다.”
뒤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차려 주는 게 어디야.
데니스는 조금 편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아버지을 뵈러 가겠느냐?”
데니스 군나르한테는 아버지.
나한테는.
존재도 모르던 외할아버지.
그리고 론의 말을 빌리면 이 대륙에 나와 스승님을 제외한 유일한 초월자.
“도주道主님께서 노아의 자식이, 그러니까 손자가 섬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좋아하실 것이다.”
나도 보고는 싶었다.
혈맥섬유화.
그게, 계속 거슬렸거든.
“앞장서십시오.”
“…….”
“제가 이쪽 지리를 잘 몰라서.”
“……따라오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