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488)
제 489화
고통 어린 신음을 내뱉는 취걸개에게 황제는 말했다.
“다시, 말해 봐.”
“왜…… 왜 이러시는 거요.”
그제야 취걸개의 말투가 변했다.
황제가 말했다.
“처음에는 경고만 주려고 했거든.”
“……경고?”
“지금까지 나를 대상으로 했던 행동들은 너그럽게 넘어가 줄 테니 앞으로 면상 비추지 말고 뒤에서 수작질하지 말고 찌그러져 있어라, 그렇게 말을 좀 전해 달라고 하려 했었는데.”
취걸개의 머리를 쥐고 있던 황제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재미있게도 그 밑에 있는 꼭두각시 새끼가 주제도 모르고 기어오르네. 내가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취걸개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미 주변에는 수천 명이 넘는 거지들이 몰려 있었다. 이곳은 정보 거래소임과 동시에 개방의 지부다.
그들 모두가 무기를 든 채 이쪽을 겨누고 있었다.
그걸 보던 황제가 한 번 더 웃는다.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났다는 듯한 그런 미소였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그래, 이렇게 하자. 론.”
“예, 폐하.”
론의 말투는 진지했다. 상황이 그렇게 변했으니까.
황제가 말했다.
“지금부터 이 취걸개라는 거지새끼가 내 말에 질문으로 답하거나 딴소리를 한다 싶으면.”
론은 황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싶으면?
“이 주변에 있는 거지새끼들 백 명씩 죽여.”
거기에 해야 할 대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충-!”
취걸개의 두 눈이 미친 듯이 떨려 왔다. 이거…… 소문으로만 들었지 진짜 미친놈이잖아.
눈의 통증은 공포에 집어삼켜진 지 오래였다.
“첫 번째 질문, 천외천이지?”
“…….”
놀랍게도 취걸개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사실 생각해 보면 간단한 거다. 개방은 정보를 다룬다. 지금까지 잭의 행보를 가장 잘 아는 것도 당연히 개방이다.
정천맹을 무너뜨린 그 일화도 당연히 안다. 그런데 왜, 취걸개는 그런 잭의 앞에서 당당할 수 있었던 걸까.
간단했다.
취걸개는 천외천을 안다. 천외천을 알기에 당당할 수 있었던 거다. 천외천은 동대륙을 지배한다.
이 동대륙의 진짜 왕은, 진짜 황제는, 진짜 지존은, 진짜 흑막은 천외천이다.
서쪽에서 온 미친 황제 따위와 천외천은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황제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뭐 해?”
취걸개에게 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걱, 퍼걱, 콰직.
순식간에 세 명의 거지가 죽었다. 건너편에서 갑작스러운 싸움이 벌어진다.
굉음이 쉴 새 없이 터졌다. 건물이 흔들린다.
황제가 걸음을 옮겼다. 취걸개의 머리를 움켜쥔 손은 여전했다. 취걸개는 질질 끌려갔다. 내공을 끌어 올렸음에도 풀 수가 없었다. 그렇게 끌려 나가는 와중에 시체가 되어 쓰러지는 개방의 무인들이 보인다. 30명…… 40명…….
파지직, 스파크가 튀긴다. 황제의 호위가 손을 흔들자 땅이 솟는다. 발로 땅을 후려치자 번개가 쳤고 회오리가 쳤다.
홍포신군.
그의 별호도 들어 봤다. 하지만 저런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강해 봐야 절정으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 보이는 건 초절정은 넘은 거의 화경에 가까운 힘이었다.
한쪽 눈밖에 없었는데도 보이는 건 많았고 머리채가 잡힌 와중에도 생각은 많았다.
순식간에 100명이 죽었다.
밖으로 나온 취걸개가 고개를 든다. 이 남자는 정말로 개방과 척을 질 생각이다. 또한 천외천 따위는 두렵지 않다는 듯한, 그 오만함이 표정에 보일 지경이다.
“파도는 더 큰 파도에 꺾이는 법이지.”
뜬금없는 황제의 말에 취걸개가 눈살을 찌푸린다.
“안 그래도 천마를 만날 생각이었거든.”
“…….”
“천마를 죽이는 게 목적이라거나 그런 건 당연히 아니야. 아수라를 신으로 모신다기에 라그나로크에 대해서 아는 게 있나, 그게 궁금해서 만나려는 거였어.”
황제가 취걸개의 머리채를 놓았다. 그리고 그 손을 가볍게 휘젓자 홍포신군이 개방의 무인들과 대치를 멈추고 황제의 곁으로 온다. 황제가 말을 잇는다.
“물론 세상일 중에서 마음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되겠어. 싸울 수도 있겠지. 서로 죽이고 죽이는 싸움을 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선택하는 거거든. 그래서 조금 불쾌했어. 내가 선택해야 하는 그 일을 너네가 뒤에서 싸움을 붙이려고 부채질하고 있다는 사실에.”
황제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그걸 넘어가 주겠다고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고작 한다는 소리가 개방을 건드리면 뭐?”
황제의 입가를 비집고 실소가 터져 나온다.
“재미있네. 천마를 만나는 데 뭐 이리 거쳐 가야 할 게 많은 거지.”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린 황제가 취걸개를 내려다본다.
“개방의 마궁 지부장 취걸개, 한번 대답해 봐.”
“무……엇을 말이오?”
“내가 지금부터 무슨 행동을 할까.”
꿀꺽 침이 넘어간다.
“마지막 기회다. 지금부터 내 질문에 답을 하지 않으면 너를 시작으로 개방이라는 조직은 이 세상에서 지워진다. 단 한 놈도 빠지지 않고 거지란 거지는 전부 죽일 거다. 살려 달라고 애원해도 죽일 거고 막는 새끼도 죽일 거고 관련되어 있는 모든 새끼들도 죽인다. 그러니 앞으로 대답을 잘, 해야 할 거다.”
저건 진심이다. 분명 진심이다.
취걸개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개방이고 천외천이고 그딴 건 지금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먼 곳에 있는 칼과 가까운 곳에 있는 칼은 그 위험도부터가 다르다. 이건 그냥 달랐을 뿐이다.
“……무엇이 궁금한 것이오.”
“천외천이지?”
아까와 같은 질문이었다. 취걸개는 아까처럼 망설이지 않았다.
“내가 천외천인 것은 아니오. 천외천의 사주를 받은…… 그러니까 우린 정보 조직이오. 정보 조직의 수장인 개방의 방주가 천외천에 속해 있소. 전대 고수였던 개방주 광존이…… 우리 방주요.”
“실종되었다던?”
“……그 실종되었다는 소문을 우리 개방이 퍼트렸소이다.”
“그 뭐야. 이동평인가 뭔가 하는 교주가 있었다며?”
“……엄밀히 말하면 당시에는 그가 ‘교주’였고 부교주가 광존이었소.”
“그래? 그런데 ‘개방’이라며? 방으로 끝나는 조직인데 왜 그 조직의 대가리가 ‘교주’냐? 방주로 통일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동평은 방주보다 교주라 불리기를 원했소. 그때부터 교주와 방주라는 단어가 같이 쓰이기 시작했는데 적어도 우리 개방 내부에서는 교주가 아닌 방주라고 부르오.”
황제가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그딴 건 별로 관심 없다는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취걸개는 순간 열이 뻗쳐 올 뻔했다.
이, 미친 사이코 새끼.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개방의 무인들은 여전히 무기를 들고 있었다. 홍포신군이 으르렁댔지만 무기는 내려가지 않았다. 이미 이들은 개방을 건드렸다.
서쪽에서 왔기에 모르는 사실이지만 개방을 건드리는 이는 그 누가 되었건 ‘무조건’ 죽는다.
개방에 의해서가 아니라 천외천에 의해서.
그 사실을 취걸개는 말하지 않았다. 묻지 않았으니까.
황제가 어깨를 편다. 방금 전까지는 그냥 무인의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달랐다. 황제.
위압감이, 그 존재감이 이 주변 전체를 지배했다.
서쪽의 황제가 말했다.
“천외천에 전해라.”
“……무엇을 말이오.”
“짐의 눈에 띄지 말라. 띈다면 숨어라. 기어오르지도 말라. 그리하면 살 것이다.”
정말 짧은 말이었지만 묵직한 말이었다.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주변의 모든 무인들의 귓가에 그 말이 꽂혔다.
취걸개는 이 순간 생각했어야 한다. 왜 이렇게 모두가 들리게 말을 한 걸까.
황제가 발을 들었다. 그리고 그 발을 그대로 내질렀다.
퍼걱-!
취걸개의 심장이 터졌다.
“커억…….”
그 말 말고는 내뱉을 수가 없었다. 그대로 털썩, 쓰러진다.
황제가 몸을 돌린다. 수많은 거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들었으면 퍼트려라. 이놈과 같은 꼴이 되고 싶지 않으면.”
뒤이어 황제의 곁에 있던 홍포신군이 품에서 검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시체가 된 취걸개의 목을 서걱, 잘라 냈다.
그건 신호였다.
개방의 무인들이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론이 다가와 물었다.
“경고만 하신다면서요?”
잭이 말했다.
“했잖아. 경고.”
“…….”
“난 분명 약속했어. 내 눈에 띄지만 않으면 넘어가 주겠다고.”
“그랬죠.”
“론도 알다시피 나한테는 그런 머저리들이랑 노닥거릴 시간이 없어.”
“음…… 그런데 이렇게 일을 벌이면 노닥거리게 되지 않을까요?”
잭이 피식, 웃는다.
“그럼 어쩔 수 없는 거지.”
론도 웃었다.
“역시 도련님이십니다.”
chapter 5
다시 마궁으로 돌아왔다. 수라도제 유제하는 멍했다.
아까 벌어졌던 일, 개방을 건드리고 개방의 마궁 지부장인 취걸개를 처참하게 죽이는 그 모든 것을 눈앞에서 지켜보았다. 아직까지도 얼떨떨했다.
황제라는 남자가 과격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몇 번 겪기도 했고 거기다 요 며칠 함께했으니 모를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정천맹을 무너뜨린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염존 화천대사를 죽였으니까.
그를 죽이자 정천맹의 남은 잔당들이 달려들었다. 정천맹의 무인이었던 풍진신개 우사가 소문을 퍼트렸고 개방과 하오문이 전 대륙으로 그 소문을 확대시켰다. 명성을 얻기 위해 대륙 각지에 있는 현상금 사냥꾼들을 비롯해 이름 없는 무인들이 황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렇게 정천맹의 전쟁이 시작되었고 끝났다. 하지만 그것과 지금 눈앞에서 벌어진 일은 다르다.
그들은 단순한 ‘오합지졸’이었지만 개방은, ‘많이 다른 오합지졸’이었으니까.
“……개방에는 말일세.”
수저를 내려놓은 유제하가 입을 열자 론과 잭이 고개를 돌린다.
둘의 시선을 받으며 마저 말했다.
“경지가 높은 고수들이 많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의 단합력團合力이네.”
“단합력團合力?”
“‘적’이라 판단되면 전국에 있는 모든 거지들이 한 번에 일어서지.”
“그래?”
“60년 전에, 저쪽 서천에 금각권제라는 남자가 있었다네. 영지를 다스리고 있었지. 그런데 개방과 의견 마찰이 생겼고 개방의 무인들을 도륙했던 적이 있었어.”
“그래서?”
“그날부터 금각권제와 개방의 전쟁이 시작되었고 고작 일주일 만에 금각권제는 죽었네. 그가 다스리던 영지는 공중분해 되었고.”
잭이 웃음을 터트린다.
“재미있는 이야기네.”
“……그렇지, 재미있는 이야기지. 여담이지만 그렇게 공중 분해된 서천을 여화라는 여자와 주체라는 남자가 재건을 했고 그곳에 성을 세웠어. 그때부터 그곳은 서천이 아닌 서천성이라 불렸고 지금은 사천맹의 본거지로 쓰이고 있지.”
당연한 소리지만 잭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그게 나랑 상관있나?”
이런 말을 내뱉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잭은 관심 없었다. 하지만 수라도제 유제하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최소 수백만이야. 이 동대륙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는 나도 몰라. 저 멀리 있는 천마산만 봐도 간단하지 않은가. 이곳 무림에는 오제와 삼왕과 삼존이 존재하지만 그에 비견되는 강자들이 천마신교에는 더러 있어. 아까 말했듯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화경과 생사경에 이른 고수들이 천마신교에서는 경비를 서고 있으니 말 다 했지.”
잭이 고개를 젓는다.
“아까 분명 말했는데, 파도는 더 큰 파도에 꺾인다고.”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