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554)
제 555화
“뒷배?”
“아카데미 졸업생들의 부임지는 생각 없이 정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제가 중앙 보급청의 보급관으로 부임지가 정해진 것과 같겠지요. 즉, 누군가 메론을 동대륙으로 보내려고 했다는 뜻인데 대체 그게 누굽니까?”
“글쎄.”
“제가 아는 아버지는 인재를 가만히 두고 뺏길 사람이 아닙니다. 나름의 조치를 취하려고 하셨겠지요. 그런데 실패하셨을 거고요. 아니십니까?”
“글쎄.”
“대체 누구길래, 아버지의 입김을 무시하고 이렇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겁니까? 폐하는 아닐 거고, 다른 공작들이겠지요. 그게 대체 누굽니까?”
이번에도 아베이루의 답은 간단했다.
“글쎄.”
“그럼 아버지가 보낸 겁니까? 메론을, 출셋길도 막힌 그딴 곳으로?”
“글쎄.”
“……아버지!”
하비는 지금 분노하고 있었다. 아들의 분노를 바라보는 아베이루는 이 상황이 조금 즐겁기도 했다.
“메론의 신분 때문입니까?”
“메론의 신분?”
“녀석이 평민이 아니라는 것은 압니다. 처음에는 밀로스 황가의 핏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래?”
“예. 나이로 보면 오래전에 보았던 ‘그 녀석’과 같으니까요. 하지만 부임지가 정해진 것을 보고 확신했습니다. 녀석은 황가의 핏줄이 아니라고.”
당연한 소리지만 하비는 메론과 어린 시절 함께 놀았던 기억이 있다.
중요한 건 아카데미에 입학을 결심한 메론이, 이름을 바꿨다는 거다.
보통 상식선에서 생각했을 때 단순히 이름만 바뀌었다고 몰라보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 세계에서는 말이 되지 않는 것을 말이 되게 만드는 이가 여러 명 존재한다.
그중 두 명이, 메론의 부모다.
메론은 얼굴을 바꾸지 않았다. 염색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남들이 메론을 보았을 때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착시 마법을 걸어 두었을 뿐이다.
어린 시절 그렇게 친하게 지냈던 하비가 지금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말 다 했다.
아베이루가 말했다.
“아들아.”
“……예.”
“메론, 그 아이를 어떻게 생각하지?”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친구.
아베이루는 메론의 진짜 신분을 안다. 엄밀히 말하면 메론과 하비는 사촌지간이다.
그런데 친구라, 나쁘지 않다.
“이거 하나만 알아 두거라.”
“……그게 무엇입니까.”
“메론은 본인의 부임지에 매우 만족할 거라는 거.”
아베이루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천천히 아들에게 다가갔다.
“엘리자베스에게 연락을 자주 하지 않은 것 같더구나.”
찔끔했다.
“매우 섭섭해하던데, 가기 전에 한번 들르거라.”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할 말이 없었다.
한숨을 터트린 하비는 결국 방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 길로 하비는 곧장 아카데미로 향했다.
남자 기숙사로 향했고 816호. 메론의 방 앞에서 문을 두드렸다.
“메론! 안에 있…….”
말을 잇지 못했다. 문을 두드린 순간 문이 열렸으니까.
애초에 문이 닫혀 있지 않았던 거다.
하비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텅, 비어 있었다.
“뭐야 이게.”
이어서 책상에 올려져 있던 한 장의 종이를 발견했다.
그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고마웠다. 다음에 보자. 하비.]하비는 눈을 끔뻑이고 말았다.
와.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chapter 4
메론은 갑판에 서서 바람을 맞고 있었다.
흑색 머리가 흩날렸다.
눈을 감고 조용히 느꼈다.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복잡하고 설레고, 그러면서도 떨리고 자유롭고.
4년 동안 참 많은 기억이 있었다.
좋은 기억도 있고 나쁜 기억도 있고.
그리고 그 모든 게 의미 있었다.
몰랐던 세상을 배우고 몰랐던 사람들을 겪으며 많은 것을 알아갔다.
천공성은 높았지만 그 안에서 많은 것을 볼 수는 없었다.
높은 곳에서 볼 수 있는 게 따로 있고 낮은 곳에서 볼 수 있는 게 따로 있다는 것을 메론은 확실하게 배웠다.
보통, 아카데미에서 부임지가 정해지면 언제 출발하라거나 하는 그런 것들은 정해 주지 않는다.
그저 기한만 있을 뿐이다.
예를 들면 보통 졸업은 1월 중순에 한다. 이후 4개월 뒤인 5월 말까지 부임지로 도착만 하면 되는데, 이 말인즉 졸업을 하자마자 부임지로 가도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다.
메론은 천천히 눈을 떴다. 인기척이 느껴진다.
뒤로 고개를 돌리자 한 남자가 있었다.
굉장히 왜소한 체격에 키는 메론보다 작은 약 160cm.
그를 보자마자 메론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고 말았다.
“요즘 그 취미가 마음에 드시나 봅니다.”
“어울립니까?”
어울리냐고? 고개를 저었다.
메론은 한 번에 그가 누구인지 알아봤다.
“타노스 님은 듬직한 게 더 어울리십니다. 지금은 너무 왜소하네요. 저보다 키가 40cm는 더 크시면서.”
도관의 수장 타노스는 노력의 화신이라고도 불린다.
이미 검술로는 잭과 발렌타인을 제외하고 서대륙에서 정점을 찍었다.
그런 그는, 더 높은 곳을 추구하기 위해 마법까지 배웠는데 폴리모프 마법은 그중 하나다.
천천히 메론의 옆에 선 타노스가 작게 말했다.
“가기 전에 천공성에서 밥이라도 한 끼 하고 가시지. 너무 급하게 가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예. 발렌타인 님께서는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니냐며 직접 오겠다고 하는 걸 주군께서 뜯어말리기까지 했습니다.”
그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자 메론은 웃고 말았다.
그런 메론에게 타노스가 말했다.
“많이 섭섭하다고, 언제 올 생각이냐고, 답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메론은 잠시 눈을 감았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대단하다는 것은 모르는 이가 없다.
메론은 두 사람을 부모이기 전에 그 존재 자체로 존경한다. 그런 두 사람의 자식이기에 세상을 알아야 한다.
더 성장해야 한다.
자식 걱정 없게, 정말 잘 자랐다는 것을 보여 줘야 했다.
메론이 웃으며 말했다.
“동대륙에서의 일이 끝나면 바로 찾아뵙겠다고, 그렇게 전해 주십시오.”
“예, 도련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두 남자는 잠시 침묵했다.
시간이 흐른다.
바람을 맞던 메론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많은 것을 희생하고 계십니다.”
뜬금없는, 말처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조금 뜬금없기도 했지만 타노스는 메론이 어떤 말을 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건 타노스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했고 메론 스스로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했으며 이 자리에 없는 잭과 발렌타인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물론 없다뿐이지 잭과 발렌타인 정도면 천리안 마법으로 지금 이곳에서 타노스와 대화하고 있는 이 모든 상황을 알 수 있을 거다.
그저,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메론의 말을 타노스가 받았다.
“희생이라 하시면……. 주군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세간에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밀로스 황가가 대체 하는 게 뭐냐고.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말하는 이들 중 대다수는 멍청하고 무능한, 일종의 열등감에 찌든 버러지들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동대륙과 서대륙을 하나로 통일한 국가가 밀로스 제국이다.
하는 게 없다? 아니다. 너무 많은 것을 하고 있다.
지성이 있는 동물은 항상 더 많은 것을 가지기를 원한다. 그리고 힘이 있는 쪽이 더 많은 것을 가지게 된다.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무엇이 있어야 하나.
영토가 있어야 하고 따르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 세력이 있어야 하고 돈이 있어야 한다.
그 모든 것을 가지기 위해서 가장 확실한 단 하나는 전쟁이다.
전쟁은 노골적인 욕망의 투쟁이다.
이기는 쪽이 전부 갖는 게임의 끝판왕.
그리고 전쟁은 근 18년 동안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밀로스 황가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힘으로 전부 찍어눌렀기에 현재 밀로스 대륙력이 제정된 이후 단 한 번의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다.
자율권을 보장받은 동대륙이 단 한 번도 전쟁 비슷한 것을 벌이지 않은 것도 밀로스 황가의 힘 덕분이다.
전쟁?
일으키는 즉시 죄다 목이 날아간다. 밀로스 제국의 눈은 그 어디에나 있으니까.
사실 전쟁을 원천 봉쇄 하는 게 말이 쉽지, 이걸 어떻게 할 수 있었겠나.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하나다.
“힘.”
“힘 말씀이십니까?”
“예. 밀로스 황가는 힘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가 살아 계시는 한, 이 대륙에서 전쟁은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한 가지 변수가 없다면, 말입니다.”
“변수…… 말씀이십니까?”
모두가 외면하고 깊게 생각하지 않는 단 한 가지 진실이라고 해야 할까.
불확실한 변수.
바로.
“자식입니다.”
“……자식이요?”
“테슬란 왕가의 자손이 몇 명이었는지 아십니까?”
“13명이었죠.”
“요람 왕가의 자손은요?”
“9명이었던 걸로 압니다.”
“툴칸은요?”
“9명이었죠.”
이건 핵심이었다.
타노스는 예전의 타노스가 아니다. 메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의 핵심을 곧바로 캐치했다.
“권력의 약화를 이야기하고 계시는군요.”
바로 맞췄다. 왕에게 자식이 많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왕권의 약화를 뜻했다.
밀로스 황가는 더했다.
밀로스라는 이름하에 두 대륙이 하나로 묶였다.
동대륙과 서대륙에서 ‘국가’를 만드는 것은 철저하게 금지된다.
그 모든 게 가능했던 이유는 일단 잭이 강했기 때문이고 잭의 아내이자 황비인 발렌타인이 강했기 때문이다.
힘 하나로 완전하게 묶인 거다.
이 체제는 잭이 죽지 않는 한, 딱 한 가지 변수만 아니라면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
그 변수는 바로 자식이다.
잭과 발렌타인은 오직 단 한 명의 자식만을 낳았다.
일어나는 웬만한 일들은, 정확히는 거의 대부분의 일들을 수하들에게 일임한 두 명의 지배자가 천공성에 틀어박혀서 무엇을 하겠나.
항상 사랑을 속삭이고 관계를 맺고 주변을 돌아다니고, 때로는 신분과 외모를 감춘 채 세상을 유랑한다.
다니엘 하나만을 낳은 이유는 그 두 명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자식이 많아지면 아무리 교육을 잘한다고 해도 국가의 힘은 약해진다.
사람에게는 개성이라는 게 있고 아무리 두 사람의 자식이어도 다른 생각을 품을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 대륙을 묶어 버린 밀로스 황가라는 그 이름으로 인해 세력이 나누어지고 내전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오직 한 명, 정말 많아야 두 명을 낳는 것이 최선이다.
잭과 발렌타인은 의도적으로 둘째를 만들지 않고 있다.
만들고 싶었음에도 만들지 않은 이유는, 그 책임감 때문이다. 그 둘은 분명 많은 것을 희생하고 있다.
이게 끝이었다면 오히려 다행이었을 거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과연 얼마나 살아 계실까요.”
그 질문에 타노스는 움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