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ntel life of the returning champion RAW novel - Chapter 59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58화
스킬을 찍은 디지는 뒤에서 사리는 대신 앞으로 나섰다.
“어딜 근거리가 허락도 없이 미니언을!”
곧바로 미카엘이 견제타를 날리기 시작했다.
‘쳐낼 수 없으면 최대한 회피한다.’
그러기 위해 선택한 스킬.
[일반 스킬: 강화 총검]덱스는 1레벨에 보통 방탄 검막 스킬을 찍는다.
상대가 1렙 딜 교환을 시도하더라도 대미지를 무시할 수 있으며 이어지는 기절로 추가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탄 검막 스킬은 쿨타임이 너무 길어.’
시전이 끝나면 뒤에 처박혀서 미카엘이 라인을 미는 걸 기다려야 한다는 뜻.
어떻게든 2레벨 타이밍을 맞추려면.
강화 총검 스킬을 찍어야 했다.
총검의 길이가 길어지면 그만큼 거리상으로 여유롭게 미니언을 공격할 수 있고, 그만큼 회피 반경이 넓어지니까.
“이 상황에서 강화 총검을?”
미카엘이 감탄을 터뜨렸다.
방탄 검막 대신 강화 총검을 찍는 선택은 일종의 외줄 타기였다.
수는 적어도 안정적인 방탄 검막과 달리.
강화 총검을 찍고 견제를 피하며 미니언을 때리는 건 리스크가 있는 행동이었으니까.
자신의 회피 능력을 믿지 않으면 내릴 수 없는 선택.
달리 말해.
미카엘 자신의 공격을 피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기에 내린 선택.
“이거, 자존심 상하는데?”
미카엘의 평타 견제가 한층 더 정교해졌다.
직접적으로 디지를 노리는 게 아닌, 동선상의 지면이나 근처의 미니언을 노려 스플래시대미지를 입도록 만들었다.
디지는 최대한 회피 동선을 꼬아대며 포탄을 피했지만.
HP 손실을 제로로 만들 순 없었다.
‘확실히 예리해.’
고수는 한 합만으로 서로의 기량을 파악할 수 있다던가.
준결승 상대였던 프로스트 또한 전 프로였지만.
미카엘은 급이 달랐다.
‘그래도 2레벨 타이밍은 비슷하게 맞출 수 있겠군.’
다만, 회피로 인한 턴 낭비 때문에 먼저 레벨 업을 한 건 미카엘이었다.
“오케이, 선2렙!”
[일반 스킬: 래피드 캐논] [7초 동안 트레이스터의 공격 속도가 70% 상승합니다.]1초도 지체하지 않고 돌진하는 미카엘을 보면서도.
디지는 도주하지 않았다.
대신.
예리한 눈빛을 빛내며 총검을 휘둘렀다.
스겅!
한 번의 검격.
빈사 상태였던 미니언 두 마리가 동시에 사망했다.
[레벨 업!]추가로 HP를 20%가량 잃긴 했지만.
트터의 딜 사이클이 끝나기 전에 2레벨이 되는 데 성공했다.
[일반 스킬: 방탄 검막]모든 물리 공격을 막는 방어막이 펼쳐지자 미카엘이 혀를 찼다.
“쳇. 여기까지네. 그래도 이득!”
“……너만 이득 보게 둘 순 없지.”
승리를 위한 포석을 놓을 타이밍.
바로 지금이었다.
[스펠: 헤이스트]급격히 증가하는 이동 속도.
그래도 방탄검막의 지속 시간 안에 미카엘이 스킬 범위 내부로 들어올 정도로 접근하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미카엘, 2렙 스킬은 이동기를 찍었어야지.”
[일반 스킬: 강화 총검]총검으로 검막을 만드는 방탄 검막 스킬. 당연히 총검의 길이와 스킬 범위가 비례한다.
두 배로 늘어난 방탄 검막을 보며 미카엘이 얼굴에 다급함을 띄웠다.
“이런…….”
원하는 곳으로 즉시 이동할 수 있는 블링크 스펠이 남아 있으니 회피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블링크 스펠을 든 건 디지도 마찬가지지.’
그말은, 즉.
“평타 맛보기 대신 심리전 맛보기야, 미카엘.”
“하하하, 너 진짜 재밌다!”
디지와 미카엘이 시선이 교차하며 서로를 탐색했다.
어딜까.
과연 상대가 어느 쪽으로 블링크를 쓸까?
방탄 검막이 종료되기까지 남은 시간.
1초.
0.5초.
0.1초.
[스펠: 블링크] [스펠: 블링크] [상태 이상 ‘기절’에 빠졌습니다]성공했다.
디지는 쾌재를 부르며 짜리몽땅한 드워프의 전신을 난자했다.
미카엘은 최정상급 선수답게 반응이 빨랐다.
기절에 당하는 순간 턴이 완전히 넘어간 걸 느낀 미카엘은 HP 여유가 있음에도 체력 회복용 스펠인 리커버리를 쓰며 도주했다.
“그냥 보내줄 것 같아?”
디지는 적 포탑 범위 안에 들어가면서까지 미카엘을 추격하며 최대한 대미지를 가했다.
승리를 위해서는 지금 타이밍에 어떻게든 미카엘을 귀환시켜야 했으니까.
‘어차피 앞으로는 절대 트레이스터보다 미니언을 많이 먹을 수 없지.’
그렇다면.
서로 본진 귀환 기회를 없애서 아이템 차이가 벌어지는 걸 막는 게 이득이다.
[HP(트레이스터): 5%]‘여기까지.’
트레이스터를 빈사 상태로 만들어 본진 귀환을 강제시키곤 그 또한 본진으로 귀환했다.
가진 골드를 모두 털어 기본 포션 3개를 사고 미드 라인으로 복귀하는 길.
디지는 다시 한번 라인전 구도를 되새겼다.
‘특성상 덱스로는 절대 궁극 스킬을 찍은 트터를 잡을 수 없어. 넉백 스킬이라 내 턴이 부족해지니까.’
정확히는 게임 시간 기준 20분이 지나기 전, 이란 조건이 붙는 명제였지만.
미카엘 실력에 20분까지 미니언 100마리를 못 먹을 리가 없으니 조건은 의미가 없으리라.
컨트롤의 문제가 아니다.
스킬 메커니즘에서 비롯되는 챔피언 상성상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그러니 기회는 5렙이 마지막.’
문득, 미카엘을 죽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리함을 주렁주렁 안고도 승리를 확신했던 지금까지와 달리 미카엘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으니까.
다만, 디지는 막막함을 느끼는 대신 미소를 지었다.
‘재밌어. 아주.’
박진감 넘치는 게임 전개. 간만에 가슴이 두근두근한다.
과연 우리는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까?
어느 쪽이 되었건 디지는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 * *
미카엘을 빈사 상태로 만들고 포탑 범위를 빠져 나오는 디지를 보며 해설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디지 선수, 정말 아깝습니다! 평타 한 대 차이로 킬각을 놓쳤어요.”
“귀환을 강제시켰으니 디지 선수의 이득인 건 틀림없습니다!”
-ㄷㄷㄷㄷㄷ 미카엘 죽을 뻔했네.
-살긴 했는데 라인전 초반에 원거리가 봐야 할 이득을 놓쳤으니 손해다ㅠ 카엘이 파이팅!
“두 선수 모두 본진에 다녀온 뒤 라인전이 재개되겠군요. 구도가 어떻게 될까요?”
“아마 5렙까지는 무난하게 진행될 겁니다. 디지 선수가 킬각을 잡지 않을 테니까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스펠의 쿨타임입니다.”
반동 점프라는 이동기 스킬을 가지고 있는 트레이스터.
덱스 또한 특수군 레펠 기동이란 이동기 스킬이 있지만.
거리를 좁혀야 전투를 벌일 수 있으니 이동이란 요소에서 턴이 한 번 부족하다.
헤이스트 스펠이 없다면 킬각을 잡을 수 없단 뜻.
“그렇군요. 헤이스트 스펠이 돌아오는 5레벨. 5레벨에 일이 생기겠군요.”
이어지는 라인전은 두 해설자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디지 선수, 견제를 당하면서도 뒤로 물러서지 않습니다. 최대한 공격을 회피해서 견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어요.”
“HP 손해를 포션으로 충당하면서까지 버티는 걸 보면 레벨업 타이밍을 밀리고 싶지 않은 모양입니다.”
록에서 레벨은 그 자체로 자원이다.
스킬 포인트도 그렇고, 챔피언은 레벨 업을 할 때마다 체력, 공격력 등 각종 스탯이 증가하기 때문.
1레벨이 가지는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500골드에 달할 정도였다.
6레벨이란 시간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레벨까지 밀리면 디지의 승산이 더더욱 낮아진다는 뜻.
-미카엘이 견제로 압살하는 구도 나올 줄 알았는데 아니네.
-그러게. 디지가 대처를 너무 잘한다.
-이제 조금 있으면 5레벨이네.
불현듯 협곡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화끈한 딜 교환도, 살 떨리는 도주와 추격전도 없지만.
잔잔한 호수 아래 물살이 휘몰아치듯, 시청자들은 고요함 속의 긴장감을 느꼈다.
-둘 다 눈동자 움직이는 것 좀 봐.
-진짜 치열하다……
-나 갑자기 손에 땀나는중ㅋㅋㅋ
그 순간이었다.
[레벨 업!]“두 선수가 동시에 5레벨을 달성했습니다!”
“디지 선수가 바로 공격을 시도할까요?”
“글쎄요, 제 생각엔 타이밍을 꼬아서 방심을 유도하다가 기습할 것 같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스펠: 헤이스트]“앗, 디지 선수! 쿨타임이 돌자마자 바로 헤이스트 스펠을 사용합니다! 역의 역을 노리는군요!”
“다만 미카엘 선수의 대응이 빨라요. 즉각적으로 포탄 지뢰밭을 경로에 설치했습니다.”
[일반 스킬: 포탄 지뢰밭] [트레이스터가 지면에 지뢰형 포탄을 흩뿌려서 10초간 유지되는 원형의 지뢰밭을 형성시킵니다.] [지뢰를 밟은 적은 물리피해를 입고 1.5초 동안 이동 속도가 감소합니다.]-나름 허를 찔렸을 텐데, 역시 월클급 선수는 은퇴해도 남다르네ㄷㄷㄷ
-근데 디지는 이제 어쩌지? 지뢰밭 때문에 거리 못 좁힐 텐데.
-헤이스트 스펠 빠져서 이번 각 놓치면 그대로 끝이잖아.
화면 속 디지가 미니언의 머리를 밟고 허공으로 도약했다.
“디지 선수, 무슨 생각이죠?”
“저러면 지뢰밭 한 가운데에 착지하게 될 텐데요?!”
록의 시스템상 스킬의 보조를 받지 않는 도약은 이동 속도와 비례한다.
아무런 아이템도 없는 5레벨의 도약력이 뛰어날 수 없다는 뜻.
하지만.
다음 순간, 해설자들은 동시에 경악성을 터트렸다.
“우와아아, 디지 선수!”
“이 선수 혹시 전직 장대높이뛰기 선수였나요?!”
착지 지점이 지뢰밭 한가운데였음에도 디지는 지뢰를 밟지 않았다.
총검을 거꾸로 잡아서 개머리판으로 지면을 디딘 뒤, 장대 높이 뛰기 선수처럼 지뢰밭 구역을 훌쩍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디지 선수, 놀라운 피지컬로 스킬 소모 없이 거리를 좁히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카엘 선수는 그만큼 턴을 손해 봤다는 뜻이군요!”
미카엘의 얼굴에선 허점을 찔린 자 특유의 당황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런 미카엘에게 디지의 공격이 작렬했다.
“미카엘 선수의 HP가 쭉쭉 빠지고 있어요!”
물론, 미카엘의 당황은 결코 길지 않았다.
[일반 스킬: 반동 점프] [트레이스터가 지면에 포탄을 발사하고 그 반동으로 멀리 날아갑니다.] [지면에 충돌한 포탄은 일정 범위 내 적에게 대미지를 입히고 50% 둔화시킵니다.]반동 점프는 포탄을 쏘아내는 각도로 착지 지점의 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45도 각도로 쏘았을 때 가장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식이다.
하지만.
“미카엘 선수, 거의 수직으로 점프합니다.”
“무슨 생각인 거죠?”
[일반 스킬: 래피드 캐논] [7초 동안 트레이스터의 공격 속도가 70% 상승합니다.]반동으로 날아가면서 상체를 뒤튼 미카엘이 디지에게 마구 포탄을 쏴댔다.
삽시간에 화면이 포탄으로 가득차고, 무언가를 깨달은 박휘가 벌떡 일어났다.
“역으로 킬각을 잡으려는 겁니다! 로프를 자신에게 명증시키지 못하게 포탄으로 시야를 가리고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있어요!”
“공격과 방어를 겸하는 전술적 행동이군요! 이러면 디지 선수의 턴이 날아갈 텐데요!”
하지만.
마지막 승부수가 물거품처럼 꺼질 위기 속에서도 화면 속 디지의 눈은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일반 스킬: 특수군 로프 기동]“이럴 수가! 맞혔어요! 수십 발을 포탄을 교묘하게 피한 로프가 미카엘 선수에게 닿았습니다!”
촤라라락!
디지의 몸이 로프에 딸려 올라가며 빠르게 공중으로 솟구쳤다.
“두 선수의 몸이 허공에서 뒤엉킵니다!”
“달라붙은 채 공중전을 벌이는 매와 독수리 같아요!”
허공에서 맞부딪히며 총검을 휘두르고 찌르는 디지.
어떻게든 회피해서 대미지를 최소화하려는 미카엘.
두 사람이 추락한 곳은 미드 라인 중앙에서 미카엘 측 포탑으로 약간 치우친 곳이었다.
“미카엘 선수, 후퇴하지 않고 제 자리에서 포탄을 쏩니다! 리커버리 스펠까지 썼어요!”
“트레이스터는 드워프라 이동 속도가 느리니까요! 후퇴해봤자 디지 선수의 사정거리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계산일 겁니다!”
[HP(덱스): 58%] [HP(트레이스터): 32%]슬슬 시청자들의 눈에도 승세가 보일 정도로 구도가 확실해졌다.
-ㄷㄷㄷㄷ 아마추어가 세체원으로 꼽히는 선수 상대로 첫판을 따낸다고??
-와…… 역시 디지가 원딜 킬러네.
-ㄹㅇㅋㅋㅋ 이런 구도에서 킬각을 성공시킬 줄이야.
하지만, 다음 순간 미카엘이 돌발 행동을 벌였다.
“뭐죠, 미카엘 선수?”
“공격을 포기하고 도망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앞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생각을 알아챈 듯 디지가 즉각적으로 미카엘을 막았지만.
미카엘은 땅을 구르면서까지 캐논을 최대한 앞으로 내밀고 마지막 평타를 날렸다.
[레벨 업!]“아아앗, 레벨업! 미니언 막타를 쳐서 레벨 업을 하려고 그런 거였어요!”
커다란 중계 화면 속.
미카엘이 승리의 미소를 짓는다.
“그래도 내가 원딜러인데 원딜챔 잡고 질 수는 없잖아. 첫판은 가져갈게.”
[궁극 스킬: 매그넘 캐논] [트레이스터가 거대한 대포알을 발사하여 대상에게 물리 피해를 가합니다.] [적중당한 적은 공중에 뜸 상태에 빠지며 후폭풍에 의해 트레이스터로부터 멀어지는 방향으로 날아갑니다.]* * *
“그 어느 때보다 박진감 넘쳤던 1경기의 승자가 가려졌습니다.”
“승기를 잡았던 디지 선수였으나, 결국 상성에 의한 미니언 처치 수 차이로 패배를 맞이하고 말았군요…….”
주변 경관이 잠실 스타디움 실내로 변하며 들려오는 해설자들의 목소리와 관중의 열광.
그러한 소음 속에서, 회색빛 홀로그램 창을 물끄러미 바라본 디지는.
[게임 패배.]“푸하하하하!”
즐겁게 웃었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 밸런스.
게이머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치트키를 쓴 채 게임을 하면 처음엔 재밌어도 금방 질린다는 걸.
내색하지 않았지만, 디지는 그동안 게임을 해오며 조금씩 시시하단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뭘 하든 너무 쉽게 이길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와씨, 재밌어. 너무 재밌어. 이게 게임이지, 크.”
그렇게 내뱉는 순간. 디지는 영혼 깊숙한 곳에서 비롯되는 떨림을 느꼈다.
【권능, 귀환자의 이정표】
【진심으로 게임을 즐기는 소유자에게 반응하여, 귀환자의 이정표가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