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ntel life of the returning champion RAW novel - Chapter 58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57화
“대림 엔터테인먼트와 함께하는 장인 대전, 대망의 결승!”
“두 선수를 모셔보겠습니다!”
스태프의 신호에 맞춰 계단을 올랐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관람객들 대부분이 미카엘을 응원하는 사람들이네. 하긴 당연한가.’
“미카엘 파이팅!”
“오늘도 보여줘 카엘이 형!”
미카엘.
리그 오브 게임즈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세계대회인 월드 록 챔피언스, 약칭 록드컵의 작년 결승 진출자.
지금은 은퇴하긴 했지만 무려 작년, 기간으로 따지면 고작 석 달 전까지 국내 최고의 팀에서 활약한 선수.
“GO 미카엘! GO 미카엘! GO 미카엘! GO 미카엘! GO 미카엘!”
인지도는 둘째치고 대회 직관을 올 정도의 열성팬 수로 따졌을 때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 차이가 엄청나다.
‘난 사실상 신입이니까. 록을 시작한 지 이제 두어 달밖에 안 됐고.’
“미카엘 선수. 그리고 디지 선수. 결승을 시작하기에 앞서 간단한 인터뷰 시간 가지겠습니다.”
먼저 마이크가 주어진 건 미카엘이었다.
“안녕하세요, 미카엘입니다.”
간단한 인사임에도. 스타디움이 울릴 정도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미카엘 선수, 결승 상대로 디지 선수와 맞붙게 되었습니다. 혹시 예상하셨나요?”
“음…… 솔직히 말해서요?”
“그럼 이런 자리에서 거짓말을 하시려고 했어요?!”
박휘의 익살맞은 멘트에 관중이 웃음을 터뜨렸다.
“립서비스 조금 섞어서 말하자면, 예. 예상했습니다.”
“립서비스 없이는요?”
“긴가민가했는데 결국 디지 선수가 왔네요.”
“어느 쪽이든 예상은 했다는 거군요?”
미카엘이 반대편에 선 디지를 바라보며 웃었다.
“네. 알고 있었거든요. 디지의 무라마사가 조커 픽이란걸요.”
존칭의 붙지 않는 호칭을 들은 박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두 분, 친분이 있으셨던가요?”
“아뇨. 대기실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근데 친구 먹기로 했어요. 그렇지, 디지야?”
고개를 끄덕거리는 디지를 보며 박휘가 말을 이었다.
“그러셨군요! 하여튼, 디지 선수의 무라마사가 미카엘 선수조차 경계할 수준인 건가요?”
“네. 그래서 밴할 생각입니다. 너무 무서워요! 우승하려면 필밴이야!”
엄살 섞인 미카엘의 멘트. 관중들이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슈퍼 플레이를 밥 먹듯 하는 사람이 약한 척은!”
“안 해도 이길 거 같은데!”
“미카엘 파이팅!”
‘역시 전 프로다워. 쇼맨십이 있다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박휘가 미카엘로부터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쇼맨십은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게 다가 아니다.
좀전의 미카엘처럼 관중의 호응과 웃음을 유도하는 것 또한 스타플레이어의 자질이었다.
“자 그럼, 디지 선수의 말을 들어볼까요?”
프로 때부터 미카엘은 확실한 스타플레이어였다.
은퇴하여 스트리머가 된 지금.
사람을 끌어들이는 특유의 매력은 더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문득 흥미로움이 느껴져서, 박휘는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과연 디지 선수는 어떨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스타의 자질이 있다고 말하기에 충분했지만.
미카엘이란 높은 벽을 상대로 만난 지금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디지 선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넵.”
마이크를 받아든 디지는 주변을 훑어봤다.
워낙 시끄러운 탓에 웅웅 울리는 소음처럼 들리는 관람객들의 목소리.
그럼에도 초인적인 청각은 음성 하나하나를 정확히 인식하여 뇌로 전달한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무대는 처음인데…… 한 97% 정도는 카엘이를 응원하는 분들 같네요.”
잘못을 한 건 아니었지만 박휘는 미안함에 가까운 머쓱함을 느꼈다.
“으음, 저희가 가려 받은 건 아니고요. 아무래도 디지 선수의 경력이 짧다 보니…….”
한 끗 차이로 승패가 결정되는 세계에선 현장 반응이 승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곤 한다.
다행히 디지를 비난하거나 야유를 던지는 사람은 없었으나.
모두가 자신의 적을 응원하는 분위기 속에서 인간이라면 위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 대회 측에 따지는 건 아니었어요.”
지금껏 대장전을 거치며, 디지는 인지도와 유명세에 비해 많은 응원을 받아왔다.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그는 스트리밍 경력도, 티어도 낮은 초짜였지만.
군중은 경쟁에서 열세에 있는 약자를 더 응원하고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는 법이니.
하지만 언더독 효과가 발휘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미카엘과 디지의 차이는 그만큼 압도적이었다.
‘그렇다고 내 편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전신아, 파이팅! 파이티이잉!”
“디지 오…… 에이 씨! 지기만 해봐 오빠!”
“보여주시오, 대형!”
작지만 확실하게 들리는 응원 소리.
‘이거면 됐지.’
디지는 자신이 마이크를 잡고 있는 지금도 미카엘을 외치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관중의 대부분이 카엘이 팬이라면.”
잠시 말을 멈추고 과거를 떠올린다.
와 비타 시절.
그는 전쟁신 아래 모든 권세들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었다.
학습과 경험으로 습득한 오만함을 마음껏 내보이며.
그는 웃었다.
“그렇다면 나는 오늘. 악당이 되겠네.”
우승은 내 것이니까.
디지의 말이 끝나는 순간, 박휘는 전율을 느꼈다.
‘키야. 이거 물건이네.’
미카엘은 말 그대로 어나더 클래스였다.
현 프로 중에서도 1대1에서 필승한다고 말할 수 있는 선수가 한 명도 없을 정도.
하지만.
현 다딱이에 불과한 초짜 스트리머는 기세와 센스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확실히 스타성이 있어. 무조건 크게 된다.’
박휘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우와아아아아아!”
“BAAM!!!”
“자신감 미쳤다!”
“와씨. 포부 뭐냐! 개애애 화끈하네!!”
관중의 반응을 보더라도 명백했다.
‘미카엘 선수의 팬들이 한순간이지만 자기에게 열광하게 만들었어.’
타고난 해설위원이자 진행자인 박휘는 덩달아 흥겨움을 느꼈다.
이 흐름을 타서 분위기를 더 흥겹게 만들어 볼까?
“디지 선수. 그 말씀은, 미카엘 선수를 DG게 패겠다는 뜻인가요?!”
센스 있게 본선 인터뷰 발언을 인용하는 박휘의 멘트.
척.
디지는 천천히 손을 들어서 미카엘을 가리켰다.
“미카엘. 널 DG게 패주마.”
이에 질세라, 미카엘이 한층 짙은 미소를 띄우며 대꾸했다.
“록드컵 파이널 MVP인 롱지도 날 디지게 패질 못했는데, 네가?”
-꺄아아아아악!
-우와아아아아!
열기마저 느껴질 정도로 격렬한 환호성이 드넓은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다.
사실상 현역인 전 프로와, 현직 다딱이 초짜 스트리머.
결승 진출이라는 이변을 일으킨 역배 선수와, 당연하단 듯이 결승에 오른 정배 선수.
패기 넘치는 언더독과, 결코 밀리지 않는 업독.
박휘와 김현석은 시선을 주고받았다.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네요.’
‘동의합니다.’
이번 대장전은, 역대급 흥행 성적을 기록할 터였다.
* * *
인터뷰의 열기를 이어받아서 본격적인 결승이 시작되었다.
스타디움 중앙의 무대. 무대에서도 가운데에 위치한 두 개의 검은 정육면체.
“두 선수는 큐브에 입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커넥터를 통해 디지털 월드에 접속하면 현실의 신체는 잠든 것처럼 늘어지게 된다.
하지만 결승 무대에서 두 주인공이 잠자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지나치게 모양이 빠지는 법.
큐브는 그러한 단점을 보완하는 보조기기였다.
“카메라, 큐브 들어가는 디지 선수 좀 줌업해 주세요.”
클로즈업된 화면 속 디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저 선수, 큐브 내부가 무중력인 걸 몰랐나 본대요?”
“그러게요. 세상 물정에 어둡다더니, 순진한 게 귀여운 친구입니다!”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디지털 월드를 통해 현장을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ㅋ’으로 채팅창을 도배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디지 눈 커진 거 커엽네
-순진이래ㅋㅋㅋㅋ 수상할 정도로 처음 겪는 일이 많은 새내기 스트리머
-순진한 게 아니라 틀딱인 걸지도?
-그게 맞지 쟤는 걍 그뭔틀임
-ㄱㅁㅌ ㄱㅁㅌ
-틀딱G여도 좋으니까 우승 가자 디지 형!
대부분의 미카엘의 팬인 현장과 달리, 채팅창에는 디지를 응원하는 사람 또한 꽤 보였다.
“두 선수가 큐브 입장을 완료했습니다.”
무대 상단의 거대한 화면 속.
디지와 미카엘은 큐브 내부 무중력 공간 중심에 둥둥 뜬 채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박휘 해설, 큐브 안에서 게임을 시작하면 아바타와 신체의 움직임이 동기화된다죠?”
“맞습니다. 그러한 특성 탓에 재활 운동에도 큰 효과를 보이죠.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첨단 기업, 아워바디의 역작입니다!”
-수상할 정도로 상세한 설명과 정확히 언급되는 기업 이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쉿! 다들 PPL 눈치챈 거 티 내지 마!
-ㅇㅇㅇㅇㅇㅇ! 소중한 광고주시라고!
-아워바디 만세에!
시청자 반응이 어떻건, 두 진행자는 꿋꿋이 PPL을 이어나갔다.
모든 사업이 비즈니스 논리를 따라야 하는 자본주의 세상.
거액을 스폰해 주는 광고주는 갑이기 이전에 소중한 고객인 법!
[대장전 결승 1경기] [밴 카드를 사용해 주세요.] [챔피언 리스트(미카엘)]1. 드워프 캐논 슈터, 트레이스터.
2. 우울한 악몽, 글루머.
3. 고요한 호수의 검, 메이게츠.
1. 총검술의 달인, 덱스
2. 일곱 칼날의 무희, 일일리행
3. 바람을 살라 먹는 요도, 무라마사.
“두 선수, 서로의 밴 카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미카엘 선수는 무라마사를 밴하겠다고 공표했지만, 디지 선수는 과연 어떤 챔피언을 밴할지 궁금하군요!”
그 순간, 밴이 완료되었다.
“예상대로 미카엘 선수는 무라마사를 밴했습니다.”
“디지 선수의 선택은 메이게츠였네요. 타당성 있는, 아니, 당연한 선택입니다.”
우연히도 메이게츠는 무라마사와 형제라는 컨셉인 챔피언이었다.
-글루머 밴할 줄 알았는데 예상이 틀렸네.
-그러게. 특유의 공포 메커니즘 때문에 디지 챔피언으로 상대하긴 까다로울 텐데.
-미카엘의 메이게츠가 거의 밴 필수이긴 함.
-ㅇㅇㅇ 맞지. 디지 형도 알고 밴한듯.
-안 그래 보였는데 미카엘 분석도 하고. 우승하고 싶은가 보네 우리 딱지ㅋㅋㅋㅋ
사실 세 챔피언 모두 근접챔인 디지에게 가장 까다로운 건 원딜 챔피언인 트레이스터였지만.
시청자들은 그러한 사실에 주목하지 않았다.
디지가 워낙 원거리 챔피언을 잘 잡는 모습을 보여준 탓이다.
-디지 형 화이팅! 민구 띠아모 띠확찢 한 것처럼 화끈하게 이겨주자!
-되겠냐? ㅋㅋㅋ 상대는 미카엘임. 민구데기랑 차원이 다르다고ㅋ
[랜덤 픽이 완료되었습니다,] [DG(덱스) VS 미카엘(트레이스터)]“1경기 챔피언이 정해졌습니다. 덱스와 트레이스터!”
한 박자 쉰 김현석이 큰소리로 외쳤다.
“대장전 결승 첫 게임! 지금 시작합니다아!”
* * *
스펠은 블링크에 헤이스트.
시작템은 레드 소드에 기본 포션 하나.
상대가 원거리이니 평타 맛보기는 생략.
이제는 익숙해진 근거리 대 원거리 구도다.
“랜덤 픽이 트터가 걸리다니 아쉽네. 첫판엔 디지 너랑 근접 격투를 해보고 싶었는데.”
“그래?”
해맑게 웃는 미카엘을 보며 디지는 트레이스터의 특징을 떠올렸다.
트터. 이동기를 가진 폭딜러 컨셉의 원딜 챔피언.
‘왜 장인 대전에 픽률이 0.1%도 안 되는 5티어 똥챔을 들고 온 거지?’
그것도 챔피언 성능 감소 너프를 여러 차례 때려 맞고 관짝에 들어간 고인을.
“애초에 네 리스트에서 근접챔은 메이게츠밖에 없잖아.”
“아……? 그렇네. 근접 격투는 못 하겠구나. 아쉽네.”
“그러게. 아쉽다.”
둘 모두 아쉬움을 입에 담았지만.
담긴 의미는 서로에게 있어 정반대였다.
그렇게 미묘한 신경전과 함께 본격적인 라인전이 시작되었다.
[미니언이 소환됩니다.]근접 챔피언을 상대하는 원딜러 특유의 1렙 평타 견제.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지루할 정도로 뻔한 전개다.
디지는 날아오는 포탄의 궤적을 따라 총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날아오는 포탄을 쳐내는 순간, 그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HP(덱스): 99%]“대미지가…… 들어와?”
[일반 스킬: 드워프 특제 포탄: 트레이스터가 일반 공격 시 특제 포탄을 사용합니다] [특제 포탄은 충격을 받는 순간 폭발해서 좁은 반경의 적 모두에게 물리 피해를 가합니다.]아차 싶었다.
‘충격을 받는 순간, 폭발.’
포탄을 쳐냈을 때에도 적용되는 거였구나.
“이건 몰랐지?”
슬며시 미소 지은 미카엘이 또다시 포탄을 발사했다.
반사적으로 쳐내려다 회피 동작을 취한 디지였지만.
“예상했지.”
미카엘은 포탄을 날린 대상은 디지가 아니라 근처의 미니언이었다.
[HP(덱스): 98%]1%.
미약하기 그지없는 대미지였지만.
“예상한 구도는 이게 아니었는데.”
그동안 디지는 원거리를 상대로 애먹긴커녕 오히려 쉽단 느낌을 받았다.
이유? 그에겐 탄환과 화살을 모조리 쳐낼 능력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승리의 전제 조건이 부서져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이기려면…….’
미카엘의 스펠과 챔피언 특성, 버릇 등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나온 결론.
‘무조건 초반에 끝내야 해. 길어지면 답이 없다.’
그렇기에.
디지는 그 스킬을 찍었다.
아무리 트터가 1대1에선 최강으로 꼽히는 원딜 챔피언이라지만.
‘적어도 초반 싸움만큼은 내가 이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