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181
EP.181
#2-16 분투하는 레지스탕스, 그리고 마법소녀(5)
특수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골렘. 벌어진 골렘의 입에서 드러난, 둔중한 빛을 발하는 포신.
케이를 우선도 높은 적으로 인식한 타이탄은, 프로그램에 설정된 대로 가지고 있는 비장의 수를 이용해 적을 섬멸하기로 했다.
【메크라크】의 최신 기술력을 응용해 만든, 초마력입자포.
체내에 삽입된 마석 하나 분의 마력을 탄환 삼아, 고열의 에너지 집적체를 쏘아내는 고성능 주포에 빛이 모인다..
[――――――――――――――!]포신에는 실시간으로 빛과 열기가 모여들고 있었으며, 포신의 끝은 케이를 향하고 있다.
본래라면 여유롭게 피할 수 있을 거리지만, 마비독에 당한 온몸이 저릿해 피할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을 할 틈도, 자세를 추스를 여유도 없었다.
――고작해야 3초.
한눈에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열량이 모여들던 포신에서는, 이미 준비를 마치고 케이를 향해 묵직한 화구를 쏘아내었다.
“읏!”
시뻘건 불똥을 튀기며 날아든 화구가, 망설임 없이 케이를 뒤덮었다.
착탄.
이어서 섬광과 함께 무시무시한 굉음을 떨쳐내며, 착탄한 화구가 폭발을 일으켰다.
[■■■■――――――――――――!!!!]화구는 하나로 끝이 아니었다.
골렘 타이탄의 입안에 장착된 포신에는, 빛의 입자가 더더욱 빠르게 모여들며 곧바로 다음 탄환을 준비했다.
퉁! 퉁! 하는 소리와 함께 포신에서 연달아 쏘아져 나가는 화구.
불꽃과 연기에 가려진 케이를 향해 쏘아진 화구는, 를 뒤흔들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폭발했다. 사람의 형체 따윈 먼지로 만들어버릴 것 같은 무시무시한 열기와 폭압이 터져나왔다.
감정이 없는 골렘일 텐데도, 그 살벌한 공격에서는 살의가 넘쳐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우, 우와아아아…! 케이, 진짜 죽어버리는 거 아냐…?”
단비와 함께 그림자에 숨어 몰래 상황을 지켜보던 단애가 경악하며 입가를 가렸다. 쏟아져나오는 시뻘건 폭염과 연기 때문에, 케이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타이탄이 승리의 함성과도 같은 포효를 지르며, 아직도 멈추지 않고 케이를 향해 두 번, 세 번 더 화구를 발사해댔다.
이 정도면 끝이다. 이만큼의 폭발을 견뎌낼 수 있는 인간은 없다. 【메크라크】의 특수한 기술로 구현된 고농도의 실체를 가진 주포에는 연약한 인간의 몸 따위 견뎌낼 수 없다.
안에 들어 있는 AI 프로그램은 그런 결론을 내렸지만….
“아이, 간나 새끼!”
[……!?]퍼엉!!
당돌한 침입자를 재로 만들어버리기 위해 연달아 쏘아지던 화구가, 연기와 불꽃을 뚫고 나온 손에, 그 손에 크게 휘둘러진 붉은 장대에 단숨에 두 쪽으로 갈라졌다.
갈라진 불꽃은 케이를 피하듯 그 양옆에 착탄 해 터져나갔다.
“뜨겁고, 얼얼하잖여. 이 깡통 대가리가.”
불꽃과 연기를 등 뒤에 두르며 앞으로 걸어 나오는 케이는 멀쩡해 보였다. 약간 그을려 보이긴 했지만, 매끄럽게 노출된 팔이나 허벅지에조차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케이가 예의 없이 퉤, 하고 바닥에 침을 뱉었다.
* * *
――에러. 에러. 에러. 에러.
골렘 타이탄을 구성하고 있는 AI는 루돌프만큼 고성능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정해진 매뉴얼대로 행동하고, 매뉴얼에 있지 않은 상황을 눈 앞에 두면 사람처럼 패닉에 빠지고 우왕좌왕 못하며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지금이 딱 그 상황이다.
쿠알이 특히 공들여 만든, 오컬트와 과학의 진수를 모아 만들어낸 타이탄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승산 없는 싸움에 임할 때의 매뉴얼은 입력되어 있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가장 강한 공격 수단에,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착탄 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멀쩡하게 서 있는 상대를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에러. 에러. 에러. 에러.
골렘의 머릿속에 경종이 울린다. 어떻게든 눈 앞의 상대를 쓰러뜨려야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하면 좋을지 제대로 된 계산조차 나오지 않는다.
벌어진 입의 포신에서, 다시금 화구가 쏘아졌다. 그러나 이 역시 휘둘러진 붉은 장대에 갈라지고 상처 하나 입히지 못했다.
생각한다, 생각한다, 계산한다, 예측한다, 시도한다.
눈앞의 적을 물리치려면 무엇을 해야하는가. 가지고 있는 무기는 무엇이 있지. 독가스는 소용없다. 왼팔에 장착된 고압수류 커터를 날려보지만 역시 휘두른 장대에 가로막혀 터져나갔다. 가슴 부위에 있던 열선을 날려보지만 옷만 살짝 그을릴 뿐. 광석의 틈새에서 음향시스템을 이용한 묵직한 진동음으로 뇌를 뒤흔들려 했지만 다가오는 상대의 발은 흐트러짐 없이 멀쩡하다. 아직 멀쩡한 오른팔에 전기톱과도 같은 날을 노출시키고 달려들었지만, 톱날 째로 부서지고 장대에 크게 얻어맞아 뒤로 물러난다.
소용없다, 소용없다, 소용없다.
다음 수단, 다음 수단, 다음 수단, 다음 수단!
[■………..]몇 초 되지도 않는 순간 거대 골렘 은 탑재되어 있던 십수 개의 무기를 전부 사용했지만, 눈앞의 인간은 멀쩡하다. 성가시다는 듯이 자신을 쳐다볼 뿐이다.
【메크라크】의 최신 기술과, 【흙의 귀족】 쿠알이 엄선한 최고 경도의 광석으로 만들어진 자신으로도 눈 앞에 있는 인간은 도저히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다.
계산을 달리한다.
상대를 판단하는 중요한 인자 중에 하나를 변경한다.
눈 앞에 있는 것은 침입자. 자신이 지키는 의 보물을 지키고 들어온 섬멸해 마땅한 적.
그러나 상대는 인간이 아니다.
상대가 인간이라고 판단한 멍청한 인자를 변경한다.
눈 앞의 상대는 인간이 아니다.
――저건 괴물이다.
돌과 기계로 만들어진 자신으로서는 무슨 짓을 해도 부술 수도, 상처입힐 수도, 하물며 섬멸할 수도 없는 괴물이다.
[―――――――――――――――――!!!!]골렘은 포효하며, 계산조차 내팽개치고 가지고 있는 모든 무기를 사용해 눈앞의 적을 향해 쏘아 보냈다. 팔에서 난 금이 간 톱날이, 무릎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파일드라이버가 가까이 오는 순간 상대를 갈가리 찢어버리겠다고 위협하듯 드러났다.
감정이 없을 골렘 타이탄의 그 모습은, 마치 겁에 질린 사람과도 같아서 무척이나 인간적으로 보였다.
공포에 젖은 거대한 거인은 이성을 잃은 폭풍으로 변해버렸다.
“【수백의 나날을 상고하고, 수천의 세월을 단련한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굉음. 비산하는 파편과 쏟아져 오는 타이탄의 공격 속에서.
케이는 유유히 걸어나오며, 손에 든 장대와도 같은 봉을 휘둘러 해가 될 모든 공격을 내치면서 노래하듯 중얼거렸다.
마음의 화로에 불을 지펴라. 온 몸을 타고 흐르는 신경에 불꽃 같은 활력을 흘려 넣는다. 빌린 것뿐인 힘이고, 빌린 것뿐인 세월의 흔적을 자신의 몸 위에 입힌다.
여전히 폭력의 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하나하나가 연약한 인간의 신체 따위 단번에 산산조각을 내버릴 치사성의 공격이지만, 그 사이를 나아가는 매끄러운 다리에는 흔들림 하나 없다.
앞길을 가로막는 건 담담하게 쳐내버리며,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바라건대, 소원하건대, 희망하건대, 지금 휘두르는 이 봉의 끝에 한 점의 극의를 담기를. 지나온 무의 길이 한 점의 끝에 닿기를】.”
대략 자신이 날아갔던 벽과 거인의 중간지점. 그곳에 닿을 즈음, 케이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그대로 힘차게 땅을 박찼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그 사이에 있는 거리를 단숨에 질주하며, 미쳐 날뛰는 거인의 품에 파고들었다.
거인이 당황하며 손에 든 톱날을, 무릎의 파일드라이버를 눈앞의 괴물을 향해 휘두르지만, 닿지 않았다.
“【――바라건대, 그 끝이 하늘에 닿기를】.”
가로막혔다.
톱날도, 날카로운 파일의 끝도, 물흐르듯이 휘둘러진 장대를 타고 이상한 방향으로 날아가고, 꺾이고, 금이 가고, 부서졌다.
쿠욱!
그리고 더 이상 사용할 무기도 없이, 무방비하게 드러낸 거인의 복부에, 케이의 붉은 봉 끝이 닿았다.
[――――――――!! ――――!!]우드드드드드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복부의 광석이 부서질 듯 금이 가고, 거대한 거인의 몸체가 뒤로 크게 휘청였다.
봉 끝을 복부에 대고 밀어내는 케이의 기세에, 거인의 몸이 견디지 못하고 밀어내는 대로 뒤로, 뒤로, 뒤로, 뒤로 주르르르륵 미끄러져 밀려나간다.
끝없이 뒤로 물러나던 몸이, 의 반대쪽 벽 끝에 닿았다.
도적과 테러를 경계해 골렘의 몸보다도 더 튼튼한 벽으로 된 이 의 벽은 결코 부서지지 않는다.
――에러, 에러, 에러.
――결론 도출. 총괄 관리 개체인 AI 루돌프에게 전달합니다.
――본 기체는, 눈 앞의 괴물을 이길 수 없습니다.
케이가 눈을 가늘게 뜨며, 손에 든 봉을 더욱 꾸욱 쥐었다.
마지막이라는 듯이 선언한다.
“【일장극(一丈極)】.”
쩌엉―!
동시에, 골렘의 복부에 닿은 봉으로부터 무시무시한 충격이 퍼져나갔다.
내부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골렘의 몸 전체로 무시무시한 방사형의 금이 퍼져나가고, 골렘의 등이 닿은 벽까지도 충격과 균열이 이어지듯 함께 내달렸다.
다음 순간.
분쇄되어 파편으로 변해버린 골렘의 몸체가, 의 벽을 산산히 깨부수며 허공에 내던져졌다.
* * *
“쿠힛, 쿠히히힛! 격을 보여준다지 않았나? 뭐하고 있는 거야, 6위!”
땅에 발을 짚고 선 쿠알이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그 시선 너머에는 넓적한 물구슬을 타고 공중에 떠있는 아데가, 그리고 그 근처에 떠오른 거대한 물구슬이 있었다.
거대한 물구슬 안에는 폭발과 낙하의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레지스탕스】 대원들이 보호받고 있으며, 싸우는 내내 그 물구슬을 유지하는 아데는 지친 듯 하아, 하아, 숨을 내쉬고 있었다.
“……치사한 놈 같으니.”
“응? 치사? 이런 거?”
쿠알이 손짓하자, 저택의 외벽에서 동그란 원반 무리가 벌레떼처럼 날아들었다.
‘또냐!’
“또 이런 짓거리를…!”
아데와 거리를 두듯 상공에서 움직임을 멈춘 원반의 아래에, 빛의 입자가 모여들었다. 저 무수한 원반 하나하나가 막대한 위력을 가진 대포다.
곧이어 하늘을 가득 메우듯, 시뻘건 염뢰와도 같은 불꽃이 【레지스탕스】 대원들을 향해 비처럼 쏟아져내렸다.
“……크윽!”
대원들을 지키는 물구슬의 위에, 새로운 물의 막이 우산처럼 펼쳐졌다.
물의 막은 염뢰가 닿을 때마다 구멍이 뚫리고 너덜너덜해졌지만, 다행히 아래에 있는 물구슬은 무사했다.
그리고 거기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쿠알의 손이 다시금 움직였다.
“꿰뚫려라!”
푸푸푸푸푸푸푸푸푸푹!
높게 솟아오른 날카로운 가시가 아데를 노리고 쏘아졌다. 발밑의 물을 움직여 피해내고, 피해내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로 물의 막을 펼쳐 막아냈다.
“엇?!”
철컹! 하고 가시들 틈새로 날아온 흙의 족쇄가 가녀린 발목에 걸렸다.
그대로 슈욱 끌려내려가 버릴 뻔 했지만, 재빠르게 쏘아낸 수류커터로 족쇄를 파괴해 간신히 추락을 면했다.
반격이라는 듯 고압의 물로 된 칼날을 쿠알을 향해 날려봤지만, 쿠알의 앞에 솟아난 흙골렘에 의해 가로막혔다.
‘힘이 부족해…!’
마력을 너무 많이 써버렸다.
무엇보다 여기는 쿠알의 홈그라운드.
【메크라크】의 귀족들은 행성에서 부여받은 마력을 이용해 물리법칙을 뛰어넘는 신비를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귀족들은 각자 자신들이 지배하는 영역을 자신의 신비를 일으키기에 최적의 요건으로 만든다.
지금 같은 경우, 쿠알이 지배하는 이 도시는 땅의 기운이 강하다. 그리고 아데가 힘을 쓰는데 필요한 물의 기운이 거의 없다.
적어도 대원들을 지키는 데에 마력을 할애하지 않았다면, 조금 전의 일격으로 골렘을 꿰뚫고 쿠알마저 두동강 냈을 텐데.
이렇게나 열악한 상황에도 여전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메꿀 수 없는 서열의 차이 덕분이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 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