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233
EP.233
#2-23 마법소녀는 잠들고 말았습니다(4)
“끄…아…악…?!”
뒈져버려라, 이 돈육 꿀꿀이!
“하아, 하아, 하아… 후…!”
정말이지 간신히, 가까스로.
의지를 되찾은 나는 나를 덮치던 괴한의 등뒤를 푹 찌를 수 있었다.
“으, 워어어어어!”
분명 치명상이라고 생각했지만 날이 짧았던 탓일까, 아니면 괴인이라 신체구조가 다르기 때문일까, 괴한은 등 뒤에 내가 찔러넣은 나이프를 꽂은 채 몸을 돌려 나를 덮치려 했다.
그런 괴한에게.
“그냥 곱게 좀 죽어어어어어!”
다른 한 손에 불러낸 새로운 나이프로 목을 찔러, 철저하게 절명시켜버렸다.
육중한 괴한의 몸이 나를 향해 쓰러졌지만, 잠시 후 그 몸이 먼지가 되어 사라져갔다.
나는 괴한의 몸에 떠밀려 넘어진 자세 그대로 숨을 골랐다.
“하아… 살았다….”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쾅! 하고 욕실의 문이 열렸다.
욕실의 문을 거칠게 열고 단애가 밖으로 뛰쳐나왔다.
나와 마찬가지로 를 한 모양인지, 예의 검은 한복에 한 손에는 긴 도를 들고 있었다.
“그 쪽도?”
“이 쪽도.”
주어고 뭐고 다 떼어먹고 물었지만, 단애는 척척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잘 보니 단애의 손에 들린 도신에 피가 묻어있었다. 금방 먼지가 되어 사라졌지만.
“그보다 케이, 꼴이 그게 뭐야.”
단애가 우푸푸, 하고 비웃으며 말했다.
내 꼴이 어쨋길래, 하고 스스로 내려보고서도 아연실색했다.
왜 바니걸차림인데.
몸에 착 달라붙는 새카만 바니걸 슈트와 파렴치한 망사스타킹, 복슬복슬한 장갑에 복슬복슬한 신발. 만져보니 머리 위에도 쫑긋쫑긋 움직이는 토끼귀가 달려있었다.
마니악해….
“도대체 무슨 일이람. 얘네들은 어떻게 들어왔다니?”
“나도 몰라. …잠시만, 이거 주머니에 뭔가가….”
괴인은 먼지가 되어 사라졌지만, 입고 있던 옷가지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떨어진 바지의 주머니를 살펴봤더니, 새카만 카드키가 들어있다. 형상 자체는 우리가 이 방의 문을 열 때 썼던 카드키와 동일하지만, 색이 다르다.
“마스터키 아냐?”
단애가 의심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마스터키를 일개 손님이 가지고 있다고? 돈을 써서 스태프들에게서 받아냈나?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몰라 바쁘게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안내드리겠습니다. 귀한 고객님들의 귀한 밤에 실례하겠습니다.]이잉, 이잉, 하는 경보음과 함께, 천장에 교묘하게 달려있던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쉿.”
[현재 확인된 바로, 룸 넘버 ■■에서 두 분의 VIP 고객님께서 살해당하셨음을 확인하였습니다.]룸 넘버 ■■라면….
여기잖아!
머리를 옆에서 쾅! 하고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다.
“이 놈들…!”
과겨억~? 위해애~?
이게 다 뭔 소리래.
“……순순히 보내줄 것 같지는 않았는데, 역시나네.”
단애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아마도 이 모든 게 다 아르몽의 계획이었던 모양이다.
VIP의 그 귀중하다는 고객들에게 우리에 대한 정보를 흘리고, 마스터키라는 수단도 쥐어주고, 그렇게 덮치러 온 고객들을 우리 손으로 살해하게 만들고.
그리고 빼도 박도 못할 죄인으로 찍힌 우리들을 정당하게 구속하려는… 아이고, 말로 안 해도 머릿속에 착착 그려진다.
“언제는 신뢰가 제일이라더니. 뭐하러 이렇게 번거로운 짓을 하는 거야?”
“더러운 변태 새끼들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어. …그보다 케이, 이미 거의 다 온 모양이야.”
단애가 문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확실히, 강화되어 예민해진 귀에 문 밖에서 들려오는 발소리가 확연하게 들려오고 있다.
어… 몇 명이람. 꽤 많네.
의 배터리는 얼마 가지 않는다. 여기 있는 전원을 쓰러뜨릴 생각을 하면 도리어 우리가 당한다.
“케이.”
휙.
어떻게 해야할까 각을 가늠하며 고민하고 있는데, 눈 앞으로 날아드는 무언가를 반사적으로 받아냈다.
날아든 건 카드. 아르몽에게서 받았던 『통행증』.
“여기서부터 각자 알아서 도망가자. 둘이 같이 붙어있으면 효율이 떨어지고.”
“…너, 그림자로 이동하는 마법 쓸 수 있지 않았냐.”
“사람이 늘어나면 지치거든.”
단애가 들켰다는 듯이 혀를 쏙 내밀었다.
“애초에 처음 여기 왔을 때 말했잖아. 적자생존 각자도생 하자고.”
“…….”
“그런 눈으로 보지 말고~! 시간도 없겠다, 빨리 도망치자고?”
여러모로 불만스런 기분도 들었지만, 딱히 이의는 없다.
단애 말마따나 혼자 도망치는 게 더 편하고.
“거기다 둘이 같이 행동하면 또 눈에 띌 거야. 혼자 다니면 위장하기도 쉽고.”
“알겠어. 그러면 따로따로 도망치면 어디서 합류해?”
“【향락의 도시】에서 만나자. 따로따로 조사하다 보면 언젠간 만날테고. 오케이?”
“오케이.”
그렇게 됐으면, 하고 단애가 숨을 흡 들이켰다.
“값 싸게 몸 대주지 말어, 케이~♪”
영 재수없게 들리는 격려와 함께, 단애는 그림자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사라져버렸다.
* * *
단애는 그림자속으로 사라져버렸고, 나는 아무도 없는 방에 혼자 남았다.
문밖에는 질서정연하고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온다.
그렇다면 이제――
통, 통, 하고 제자리에서 뛰어 몸 상태를 확인하고.
나는 그대로 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콰드드드득!
『으왓?!』
『토끼다!』
『마법소녀다! 잡아라!』
문을 단숨에 발로 차 깨버리며 튀어나오자, 부서진 문의 파편에 휘말린 괴인 한 명이 앞으로 쓰러졌다.
문 앞에는 빡빡하게 몰려선 괴인들이 대기하고 있었으며.
전부 튼튼해보이는 무장과 촌스러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제압해!!!』
그리고 그 모두가 나를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흡!”
나오기 직전 상태창은 확인하고 나왔다. 여전히 특성은 온갖 외설스러운 것들로 빽빽했지만, 코스튬의 이름이나 대강의 기능은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입고 있는 건 , 주된 특성은 .
토끼 다운 것들을 토끼 이상으로 해낼 수 있는 이 코스튬의 능력대로, 나는 괴인들 사이를 단숨에 질주하며 폭풍처럼 뛰었다.
『빠, 빨라?!』
강력한 각력은 한 번의 도약으로 단숨에 수미터는 앞으로 나아가게 했으며, 다리를 한 번 채찍처럼 휘두르는 것으로 튼튼하게 무장을 한 괴인을 벽에 처박고 실신시켰다.
투두두두두두두두두두!
카강! 캉!
“우와아아아?! 초, 총은 반칙이지?!”
관통은 하지 못하는 기이한 탄환을 기관총처럼 일제히 쏘아댄다.
그러한 복도를 나는 벽과 천장을 종횡무진 뛰어다니면서 피해냈다. 이따금 기민하게 달려와 내 앞길을 막으려는 괴인도 있었는데, 그런 놈들은 발로 차버리거나 토끼의 이빨을 본뜬 듯이 손에 들린 흰 나이프로 찔러 쓰러뜨렸다.
아무리 뛰고뛰고 쓰러뜨려도 끝은 보이지 않는다.
하여튼, 숫자가 많았다.
이 복도는 넓고 긴데, 그러한 복도를 가득 메울 정도로 바글바글하게 괴인들이 몰려있고, 개 중에는 갑자기 몸을 부풀리거나 아무리 봐도 위험해보이는 놈들도 섞여있었다. 부족한 인원은 살육기계처럼 보이는 로봇으로 충당한 모양이다.
거기다 노련하게도 비상구라던가 계단 같은 곳에는 특별히 더 많은 인원이 배치되어 있었다.
정말 일일이 상대하다가는 끝이 없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흐읍!”
쨍그랑!
『앗?!』
복도에 있던 창문을 발로 차 깨부수고, 그 너머로 훌쩍 몸을 날렸다.
『말도 안 돼?! 여기서 뛰어내린다고?!』
등 뒤로 잔뜩 경악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후후, 이게 바로 발상의 역전. 내가 가야 할 길을 늬들이 막겠다면, 나는 아무도 상상 못할 길로 도망쳐 주마!
그런데 여기… 몇 층이었더라?
* * *
“으와으와으와으와으와으와으와으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휘우우우우웅―!
귓가를 스치는 날카로운 바람소리.
내 몸은 밤공기를 뚫고 지상을 향해 맹렬하게 추락하고 있었다.
바로 아래에는 카지노 주변의 호화스런 거리의 모습이 보인다. 이런 늦은 시간인데도 여전히 불빛이 반짝이고 있다.
밤이 없는 거리.
무심코 그런 생각이 들고 말았다.
“아니, 그런 것보다는 착지를…!”
문득 서늘한 한기가 들어서, 나는 추락하면서 위를 쳐다보았다.
지금 막 내가 깨뜨리고 빠져나온 창문에서, 누군가 나를 노리고 총구를 겨누는 게 보였다.
그 머즐에서 빛이 반짝이기 직전.
나는 반사적으로 두 다리에 마력을 모으고, 그대로 공중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피잉!
『?!』
조금 전까지 내가 떨어지려던 궤도에 총알이 스쳐지나가고, 위에서는 당황하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 심정은 이해가 간다. 공중에선 피할 수 없겠지, 하고 노리던 상대가 갑자기 허공을 박차고 궤도를 바꾼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마법소녀’인 나는 가능한 모양이다.
“으, 오오오오오오오오! 이런 것도 되네?!”
한 번 성공하니 자신감이 붙은 나는.
그대로 공중을 토끼처럼 내달리며 활보했다.
허공을 박차고, 공기를 박차고, 원하는 방향을 향해 쏜살 같이 달려나간다!
호텔 벽을 따라 비스듬하게 달려내려가는 나는, 그 뒤로도 위에서 빗발치는 총알을 오로지 동물 같은 직감으로 피해냈다.
“아윽…!”
전부 피해내지는 못해서 팔에 한 발 맞아버렸지만, 고무탄이었던 듯 얼얼하게 멍이 조금 들었다.
그렇게 간신히.
“착지잇!!!!”
쿠우우웅! 촤아아아아…!
마지막으로 공중을 박차, 카지노 부지 내의 정원 한복판에 착지했다. 달려내려 온 기세를 완전히 죽이지 못해, 몸이 흙먼지를 이끌며 좌아아아악 미끄러졌다.
“하아, 하아… 후. 깔끔했어.”
허공답보, 공중활보라니.
정말 인생에 더는 없을 어마어마한 경험에 나는 이마에 난 땀을 닦았다.
『저기다, 마법소녀다!』
『쫓아라!』
으와아, 여기도 있었어?!
간신히 지상으로 도망쳐나왔다 싶었더니, 이곳에서도 이미 대기하고 있던 놈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체…!”
가볍게 혀를 차고, 나는 온 마력을 총 동원해 다시금 토끼 같은 질주를 계속했다.
화려한 밤의 도시를, 쫑긋거리는 토끼 귀와 담갈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