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234
EP.234
#2-24 파멸의 발자국은 가까워지고 있다고 합니다(1)
케이와 단애가 【향락의 도시】로 향하던 그 시각.
【물의 도시】에 남아있던 붉은 머리의 마법소녀, 단비는 도적들이 식별된 위치로 향하고 있었다.
위이이이잉―
미국의 황야를 연상케 하는, 풀 한 포기 나지 않은 거친 황야를 달리면서도, 단비와 【레지스탕스】 멤버들을 태운 차량의 내부는 거의 진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멀미도 안 하고 좋네. 쾌적해.’
단비는 멍하니 생각하며 차량의 벽을 매만졌다.
“마법소녀님! 배고프시지 않습니까? 점심은 야채 위주 식단이 좋으십니까, 고기 위주가 좋으십니까?”
“고기.”
“예,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메크라크의 질 좋은 고기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마법소녀님께 대접해드릴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
지나치게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대원을, 단비는 떨떠름하게 쳐다봤다.
단비가 그런 짓을 저질렀는데도, 의외로 이 차량 안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너무 좋다고 해도 좋을 정도랄까.
“마법소녀님, 마법소녀님, 지구의 이야기 좀 해주세요!”
“마법소녀님, 마법소녀님, 저 마법소녀님의 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마법소녀님, 마법소녀님, 사인해주세요!”
‘……싸그리 불질러버리고 싶다.’
차라리 무시해주면 좋겠는데, 이렇게 끈덕지게 달라붙어서 아기새처럼 종알종알거리니 여러모로 불편하다.
거기다 꼬박 하루를 이렇게 시달렸는데(어젯밤 자기 전에는 특히 심했다), 하루가 지났는데도 이렇게 변함없이 순수하게 달려들다니.
“그러면 식사 준비를 위해 잠시 정차하도록 할게요~!”
발랄한 외침과 함께 차량이 멈추고, 하나둘 황야에 내려서기 시작했다.
* * *
다행히 바람이 그다지 불지 않아서, 모래먼지는 흩날리지 않았다.
붉은 토지와 울퉁불퉁한 바위는, 쿠알의 도시 근처의 사막과는 또 다른 광경이라 꽤나 감흥이 새롭다.
“칫…!”
차에서 내린 【레지스탕스】 대원들이 바람막이며 화로 세트를 꺼내들면서 신나게 캠핑 준비를 하는 사이, 멍하니 준비가 끝나길 기다리던 단비의 곁을 스쳐 지나가던 대원 한 명이 들으라는 듯이 혀를 차고 지나갔다.
저 여자는 본 적 있다.
본 적이 있고 자시고, 단애를 형벌대에 올리고 『길로좆』형인지 뭔지 웃기지도 않은 형벌을 내렸던 그 군복녀다.
레지스탕스 대원들은 전원 유럽의 장교를 연상케 하는 군복을 입고 있긴 하지만, 그녀의 군복은 한층 화려했다.
계급이 높다는 의미겠지.
실제로 현재 이 소부대의 리더격이기도 하다. 즉, 소대장이다.
이름이 분명… 뭐더라.
‘나랑 사이가 안 좋은 쪽은 전부 저쪽 차량으로… 잘도 딱 반반으로 나눴네.’
아데의 안보인 걸까.
듣자하니 【레지스탕스】의 주류가 남자들을 혐오하는 측이고, 그런 남자들에게 자비를 베푼 단비의 이미지는 바닥까지 떨어졌다고 들었다.
그런 와중에서 단비에게도 호의적인 인물이 절반이라고 하는건, 아데가 뭔가 손을 썼다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
“마법소녀님~ 식사 준비 다 됐습니다~.”
싱글벙글 웃으며 외치는 대원들을 보고, 저쪽 차량을 이용하는 대원들이 혀를 차면서 단비를 노려보았다.
적의를 숨기지 않는 시선.
케이라면 여자들에게 저런 시선을 받아서야 안타깝고 슬퍼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몸부림을 쳤겠지만, 상대는 단비다.
‘미적지근 허구만.’
이 정도 시선이야 뻔질나게 경험해봤다.
여자들의 세상은 매일이 전쟁터인 법이다.
단비는 그 특유의 터프한 성격까지 더해져, 이 정도 적의는 코웃음치며 흘려넘길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이런 시선이 더 편하다.
“마법소녀님~ 여기 접시 있습니다~.”
“내가 떠먹으면 돼….”
“마법소녀님~ 여기 앉으시면 됩니다~ 이 로 미세한 세균까지도 완전 소독해두었습니다~ 제 손수건을 깔고 앉아주세요~.”
“그냥 바닥에 앉으면 된다니까.”
“마법소녀님~ 마법소녀님~.”
“마법소녀님~ 마법소녀님~ 마법소녀니이이임~~!”
X발 차라리 욕을 해 나한테!
그렇게 반짝이는 순수한 눈으로 보지 마! 선망의 시선을 향하지 마! 간드지는 목소리로 부르지 마!
“하아….”
“어머나, 마법소녀님, 왠 한숨을 쉬세요옷! 뭔가 부족한 거라도 있으신가요?! 뭐라도 말만 해주세요!”
“밥은 좀 조용히 먹게 해줘.”
“아앙~ 그렇죠~ 식사시간은 조용히, 차분하게. 역시 마법소녀님이야! 이런 간단한 식사마저도 우아하고 고상하게 즐기시려는 그 모습에 저는 감동이에요오오오오!”
단비는 머리를 끌아안고 사자후를 터뜨리고 싶었다.
* * *
“일단 도적들의 아지트로 판명난 곳까지는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시 모르니 베이스캠프는 이곳에 치도록 하겠습니다.”
식사를 다 마치고, 대원들은 단비를 중심으로 모여서 회의 시간을 가졌다.
회의의 진행은 부소대장직의 금발머리 대원이 맡았다.
조금 전까지 집요하게 단비의 옆에 달라붙어 있던 그 여자다.
도시에서 꼬박 하루 떨어진 곳에 아지트가 있다니, 그런 녀석들이 뭐가 위험한가 싶었지만.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수도로 향하는 주요 가도가 있거든요. 【숲의 도시】, 【어둠의 도시】, 【기술의 도시】에서 수도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이죠. 이 도적들은 때때로 여길 습격해서, 남자들은 죽이고 여자들은 납치해가는 모양이에요.”
“납치된 여자들은?”
“…….”
소대장의 말에, 부소대장이 침묵했다.
스스로 말로 꺼내기 어려운 내용이겠지. 그리고 무슨 내용인지 말하지 않아도 안 다는 듯, 둘러앉아 있던 대원 중 대부분이 이를 바득바득 갈며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정찰할 여유는 생겼어요. 가능한 들키지 않고 움직이기 위해, 야습을 노릴 생각입니다.”
적의 규모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자리에 있는 인원은 단비를 포함해 열 명 밖에 되지 않는다.
숫자가 부족한 만큼 기습을 거는 건 유효한 전법이다.
그러나.
“이의 있습니다! 저 시커먼 수컷들을 밤까지 그냥 내버려 두자는 말씀이십니까? 이 시간에도 붙잡힌 여자들이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는데?!”
둘러앉은 대원 중 한 명이, 격분한 듯이 외쳤다.
부소대장이 진지한 얼굴로 그런 대원을 노려봤다.
“…일단 적의 인원을 모르고, 무엇보다 우리는 수가 적으니까. 조심해야지.”
“하지만…! 그런 말을 붙잡힌 여자들에게 한들 납득하겠습니까?!”
무슨 해괴한 소리를.
단비가 눈썹을 찌푸리고 가만히 지켜보는데, 다른 대원들도 하나둘씩 지금 막 발언한 대원의 의견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응? 이거….’
눈치채고 보니, 지금 동조하고 있는 건 저쪽 차량, 즉 단비를 싫어하는 여자들이다.
‘뭔가 있나?’
“아니, 잠시만, 그러니까――”
“토와.”
차츰 격해지기 시작하는 발언들을 정리하고자 부소대장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지만, 소대장인 화려한 군복녀가 가로막았다.
토와는 부소대장의 이름이다.
“너무 딱딱하게 하지 말자. 아직 적의 수가 얼마나 될지 판명나진 않았으니까. 우리가 숫자는 적더라도 전부 공격형 마법을 쓸 수 있는 정예병들이고, 한심한 수컷이 3~40 정도 되더라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잖아.”
“그건, 그렇지만요… 하지만.”
“거기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마법소녀를 붙여주셨잖아?”
군복녀가 단비를 슬쩍 쳐다봤다.
도발하는 듯한 시선.
“지구의 마법소녀는 일기당천이라고 들었는데, 만약의 사태가 일어나도 뭐라도 해주시지 않겠어? 응?”
“소대장님!”
“토와? 뭐 문제라도 있나?”
“……읏.”
부소대장은 분한 듯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과연, 상하관계는 확실하다는 걸까.
여기서 저 부소대장이 뭔가 한마디 더 했다면 환멸해버릴 뻔했지만, 단비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끄덕 끄덕였다.
“상관은 없는데, 나도 이 별에서 힘을 쓰려면 시간제한도 있으니까 잘 생각해서 작전을 짜줘. 그냥 대충 밀어넣는다고 다가 아니니까.”
“시간제한? 얼마지?”
“15분.”
“……지나치게 짧잖아. 쓸모가 있나?”
“있으니까 여기 불려온 거 아니겠어?”
군복녀가 아무 말 없이 지그시 노려봤지만, 단비는 표표하게 그 시선을 마주봐주었다.
이내 군복녀 쪽에서 항복한 듯, 혀를 차고 시선을 돌렸다.
사실 은 풀충 상태라 30분은 갈테지만, 단비는 일부러 적게 말했다.
바보도 아니고, 이런 놈들에게 패를 전부 까보여서야 호구 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까지 고려해서, 일단 정찰한 후에 작전을 짜도록 하지. 영 버거울 것 같으면 야습,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면 지체없이 돌파한다. 알겠지?”
“““네!”””
대원 중 절반은 불만 어린 얼굴로, 절반은 만족스럽게 대답했다.
단비는 그런 그들 사이에 표표한 얼굴로 껴있을 뿐이다.
* * *
그런 한편, 물의 도시.
도시의 중심부에 선 화려한 탑, 그 최상층에 위치한 집무실에 지금 막 들어온 아데는 히죽이죽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아아~~~! 나왔다! 나왔어! 이 나왔어! 아아아아…!”
다시 한번 설명하자면, 아데는 귀족으로서 지나치게 결벽한 생활을 이어오는 바람에, 그만 괴이한 성벽을 가지게 되었다.
각종 성인지, 성인만화, 성인용품을 남몰래 수집해 집무실과 자기 방의 비밀방에 남몰래 숨겨두고 있다.
그런 주제에 남자와 접촉할 일이 없다보니, 여러 가지 망상만이 가득한 몬스터 처녀이기도 하다.
“하아~ 지구의 성인물 작가들은 대단한 것 같아. 【메크라크】에도 이렇게나 꼴리는 시리즈는 없는데… 하아, 한 편 한 편 나올 때마다 망상이 폭주해서 머리가 이상해져버린다니까… 진짜 나 이러다 어떻게 되어버리는 거지….”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을 품에 안아든 채 빙글빙글 도는 아데.
단순한 데이터로 보는 것도 가능하지만, 아데는 실물이 있는 책을 더 선호한다.
뭔가, 수집하는 기분도 더 들고.
아무튼 그런 기분이다.
매니아란 그런 것이겠지.
어쨌든, 신간 수집의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 이제 슬슬 본게임으로 들어가 직접 내용물을 살펴보려던 그 때.
똑똑, 하고.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 ……잠시만…!”
아데는 당황하면서 책을 서랍에 던져넣고, “들어와”라며 호령했다.
“아데 님, 실례하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오늘도 성실해보이는 부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