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07
‘오, 되나?’
울드가 행성을 파괴한 걸 보고, 확연하게 동요하더니.
때맞춰 사용한 적색 권능에, 눈이 풀린 이그드라실.
성지한은 그 모습을 보면서 내심 기대했지만.
[큭……!]이그드라실의 눈에 다시 힘이 들어온다 싶더니.
[당할 것, 같습니까?]번쩍……!
무지갯빛 기둥이 번뜩이자.
남산 주변에 떠 있던 엘프 유령들이 단번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 뭐야. 얘들 왜 이래? 이런. 분명히 내 지배하에 있었는데……! 어디 가!]딱. 딱.
칼레인은 그 모습을 보곤 당황하며, 엘프 유령을 컨트롤하려고 했지만.
그 시도는 통하지 않았다.
슈우우우……
어느새, 무지갯빛 기둥 주변을 지키고 선 엘프 유령들.
‘흠. 안 되나?’
[지배를 방해하는군. 저 원혼들, 치워 줄 수 있겠나.]‘그래.’
성지한이 손을 한 번 뻗자.
파아아앗……!
기둥 주변에 있던 유령이 대번에 사라졌다.
그렇게 아까처럼, 방해받지 않는 환경이 조성되자.
번뜩!
성지한이 꺼낸 청홍에서, 붉은빛이 강렬하게 퍼져 나갔다.
[안…… 돼…….]그걸 보고는, 이그드라실의 목소리가 약해지더니.
그녀의 표정이 서서히 풀려 나갔다.
이러면 다소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결국 이그드라실도 권속으로 두게 되는 건가.
한데.
‘……어? 뭐야. 쟤. 아예 사라져 가는 거 같은데?’
어째.
붉은빛이 강렬해질수록, 기둥 속 이그드라실의 형상이 점차로 옅어지고 있었다.
[지배의 권능은 문제없이 적용되는 중이다만. 취소하겠나?]‘흠…….’
적색 권능이 통하긴 통하는 거면.
여기서 되돌리긴 또 아깝단 말이지.
성지한이 잠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슈우우욱……!
거대했던 무지갯빛 기둥이, 순식간에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희미해지던 이그드라실도.
[…… 어? 어디 갔어, 쟤?]아예, 형체가 소멸해 버렸다.
“음…… 망한 건가?”
[아니. 지배의 권능은, 분명히 통하고 있는 상태였는데…….]“지배당하느니, 죽음을 선택했나 보군.”
이그드라실을 부하로 만들었으면, 그녀를 통해 캐낼 정보도 많았을 텐데.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성지한이 그렇게 자신보다 작아지는, 무지개빛 기둥을 보며 미련을 버리고 있을 때.
툭…….
계속 작아지던 기둥이 이내 작은 막대기 크기까지 줄어들자.
더 이상 똑바로 서 있지 못하고, 땅바닥에 떨어졌다.
[어…… 저 기둥, 실체화가 됐네?]땅바닥에서 끌어낼 때만 해도, 반투명한 형태로 실체가 없었던 기둥은.
이그드라실이 소멸한 이후로, 금속 재질의 막대기로 변해 있었다.
‘저거라도 챙겨야겠네.’
스으윽.
성지한이 손을 뻗자.
바닥에 뒹굴던 막대기가 그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흠…….”
혹시 막대기에 뭐 특이한 점이 있나 싶어, 이를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이그드라실이 사라지고 나온 물건치고는, 생명의 기운도 전혀 느껴지질 않네.’
영롱하게 빛나는 막대기는, 내부에 별다른 기운이 느껴지질 않았다.
이거 그냥, 이그드라실이 죽어서 생긴 잔해 같은 건가.
‘기껏 공허도 얻어 왔는데, 허무하군그래.’
그냥 부숴 버려?
성지한이 막대기를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며, 생각에 잠겨 있을 즈음.
[흠. 내 지배의 권능…… 이 물건에 지금도 적용되고 있다.]‘그래? 그럼 바로 부숴 버리긴 그렇군. 뭔가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인벤토리에 넣어 두고 천천히 분석해 보는 게 어떤가?]‘그래.’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곤,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막대기를 넣으려고 하자.
[*#$#$@#!…….]깨진 글자가 가득한 메시지창이 눈앞에 뜨더니. 인벤토리에서 막대기가 튕겨져 나왔다.
‘뭐야 이거.’
이런 반응은, 처음인데?
성지한이 신기한 눈으로, 막대기를 바라보고 있을 때.
[도전자, ‘크라데미칸’이 최상층에 진입했습니다.] [탑의 주인을, 최상층에 소환합니다.] [소환에 응하지 않을 시, 무신의 칭호가 도전자에게로 넘어갑니다.]무신의 탑 최상층에 도전자가 도달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오랜만이네. 이거.’
무신의 탑이 성장하면서, 최근엔 최상층까지 올라오는 플레이어가 아예 없었는데 말이지.
“흠. 일단 탑에 도전자 맞이하러 가야겠다. 뒷정리를 좀 부탁하지.”
“저기. 그럼…… 저는,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원래 있던 곳으로 보내 줄게.]번쩍!
길가메시를 되돌려보낸 칼레인이, 뒷정리를 맡기로 하자.
‘일단 이건…… 가져가야겠군.’
성지한은 이그드라실에게서 나온 막대기를 든 상태로, 무신의 탑의 소환에 응했다.
번쩍!
그리고 그가 최상층에 도착하자.
지지지직…….
손에 들고 있던 막대기에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음? 왜 여기서 반응이 나타나지…….’
아까 남산에서는 아무리 살펴봐도, 별 반응을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이상하게 무신의 탑에 오니 이러네.
성지한은, 바로 이를 살펴보려 했지만.
[왔군. 무신…….]무신의 도전자는,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 않았다.
* * *
무신의 탑 최상층에 올라온, 도전자 크라데미칸.
샛노랗게 불타오르는, 거대한 화염 구체 형상인 그는.
반 정령 형태의 성좌로 알려진 존재였다.
성지한과 그가, 격돌을 하려고 하자.
지이이잉…….
자동으로 켜지는 배틀튜브.
-이야 얼마 만에 최상층에 도달한 도전자냐 이거
-크라데미칸…… 화염계열의 반정령 성좌네 쟤
-ㅇㅇ 최상층까지 올라갈 실력자는 아닌 거로 알고 있었는데
-탑에서 스탯 적이 보상으로 나온 이후로, 화염계열 성좌들이 강해졌음
스탯 적이 보상으로 나온 이후부터.
최상층 부근으로 올라가기 위해, 열과 성을 다했던 화염 계열의 성좌들.
크라데미칸도 이런 플레이어 중 하나로.
48층까지 도달해서 적을 얻은 후.
강화된 힘을 바탕으로 또다시 도전해서 최상층까지 올라온 실력자였다.
스스스…….
탑의 보정에 의해, 성지한의 힘이 약해지자.
더욱 강하게 불꽃을 일렁이는 크라데미칸.
[이 정도면, 상대할 만하다……!]그는 자신만만하게 불을 확장시키려 했다. 하지만.
“미안한데.”
크라데미칸에겐 전혀 관심을 주지 않은 채, 막대기만 쳐다보던 성지한은.
상대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내가 좀, 급한 일이 있어서. 빨리 끝내자.”
그러자.
지이잉…….
성지한의 손에, 푸른빛이 잠시 일렁인다 싶더니.
[읏…….]커다란 화염구가, 순식간에 꺼져 나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상대가 스탯 적을 얻어 강화되었다 한들.
이와는 완벽하게 상성 관계인 청에 대항할 수는 없는 노릇.
반정령 성좌는 순식간에 연기로 화하더니, 사라져 버렸다.
-아니…… 또 벌써 죽음? 스탯 적 얻었다고 해서 좀 버틸 줄 알았더니
-상대가 안 되네 여전히 ㄷㄷ
-애초에 적을 뿌리는 이유가 뭐겠어 다 대응이 되니까 뿌리지 ㅋㅋㅋ
-야 근데 저거 보정 100% 들어가는 거 맞아? 맨날 한 방이야;
-어차피 최상층은 깨라고 만든 데가 아님…… 스탯 적 보너스 더 얻는 장소지
성지한이 가볍게 게임을 끝내 버리자,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던 시청자들은.
-근데 무신 손에 뭐 들고 있는 거야?
-무기 같지는 않은데, 탑의 새로운 상품인가?
-그렇다기엔 스파크가 마구 튀고 있긴 함…… 곧 터지는 거 아냐?
그가 들고 있던 막대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배틀튜브를 자동으로 켜지게 했다가 괜한 관심을 받는군.’
배틀튜브에서 관심을 받아야, 스탯 백광 성장 속도가 올랐기에.
무신의 탑에서 최상층 도전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자동으로 배틀튜브에서 생중계하게 해 뒀더니, 시선이 어째 막대기에 쏠려 있었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지지지직……
무신의 탑에 오고 나서부터.
무지개빛의 막대기가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이, 사방으로 빛을 번뜩이고 있었으니까.
시청자들 입장에선, 한 방에 죽는 반 정령 성좌보다.
저기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방송부터 꺼야겠네.’
도전자 제압하는 거야, 얼마든지 배틀튜브에 내보낼 수 있었지만.
지금 이그드라실이 남긴 유산이 발동하는 건. 굳이 외계의 시청자들에게 보여 줄 필요가 없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성지한이 그 멘트와 함께, 배틀튜브를 끄려 할 때.
[잠깐만요.]채팅창에서, 녹색으로 번쩍이는 글자가 크게 떠올랐다.
후원 메시지처럼, 홀로 커다랗게 번뜩이는 글자.
이건, 관리자급만이 보낼 수 있는 메시지.
울드의 것이었다.
“봐서 뭐 하게?”
[잠깐. 당신. 허튼짓 하지 마세요. 그 열쇠…….]“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울드의 채팅이 길어지는 걸 보며.
성지한은 그 즉시 배틀튜브를 껐다.
‘울드가 평소와는 달리 당황하는 걸 보면, 뭔가 여기에 괜찮은 쓰임새가 있나 본데.’
그는 그리 생각하며, 손에 들고 있는 막대기를 바라보았다.
생김새는 전혀 그래 보이지 않지만, 울드는 마지막에 이걸 열쇠라고 했지.
‘흠…… 전혀 열쇠 같아 보이진 않지만. 어디 계속 들고 있지 말고, 땅에 꽂아 볼까.’
툭!
그리고 그가 막대기를, 땅에 꽂자.
부우우웅……!
거기서 오색찬란한 빛이 터져 나오더니.
무신의 탑의 벽면도, 이와 마찬가지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거…… 무신의 탑과 공명하는군.’
이그드라실이 마지막에 토해 낸 물건.
대체 정체가 뭐기에, 이런 효과를 발동시키는 거야?
성지한이 흥미로운 얼굴로, 현 상황을 살피고 있을 즈음.
적색의 관리자가 그에게 다급히 경고했다.
“뭐?”
[울드가, 1층부터 초고속으로 올라오고 있다.]배틀튜브를 꺼버리니까, 탑에 도전하는 걸로 대응한 건가.
그만큼, 이게 그녀한텐 큰일인가 보군.
‘이쪽은 아직 어디에 쓰는지, 영문도 모르겠다만…….’
성지한이 탑과 공명하는 막대기를 보면서, 눈만 깜빡거릴 때.
[벌써 45층이군.] [이 정도면…… 최단 기록인가?] [49층도, 지금 돌파했다.]울드는 어느덧 최상층까지 도달해 있었다.
“……아직, 늦지 않았군요.”
스으으윽.
차갑게 가라앉은 얼굴로, 최상층에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땅바닥에 꽂힌 막대기를 보고는.
“그릇된 걸, 되돌리겠습니다.”
번쩍……!
심각한 얼굴로, 빛의 시계를 띄우려고 했다.
하나.
[플레이어 ‘울드’가 무신 ‘성지한’에게 도전합니다.] [무신의 능력이 도전자에 비해 현격히 약합니다…….] [두 플레이어의 능력치가 약한 이를 기준으로 100% 보정됩니다.]파스스스…….
예전에 도전했을 때처럼.
힘을 잃고 사라지는 빛의 시계.
“아니……!”
그걸 본 울드가, 버럭 짜증을 냈다.
“……청색의 관리자님. 지금까지 대체 성장 안 하고 뭐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