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47
“으. 으엇…… 벌써 와?”
스으윽!
이드가 보호의 권능을 사용한 채 뒤로 물러서자.
“내가 대응하겠네.”
동방삭이 그를 지나치며 무극검의 앞에 섰다.
문을 단번에 꿰뚫었던 투명한 검은.
동방삭이 앞으로 나설 때까지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마치, 그가 나서길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가 검을 들자.
슈우욱! 무극검은 동방삭을 노리지 않고.
그가 만들어 낸 검을 향해 달려들었다.
지직. 지직…….
순식간에 부딪치는 수천의 검격.
검과 검이 맞부딪치며 거대한 충격파가 사방을 휩쓸었지만.
“큭……!”
이드가 이를 악 문 채, 보호의 권능을 펼치자.
지이이잉…….
거대한 빛의 장막이 생성되며 충격파를 차단해 나갔다.
자신의 몸만 지킬 뿐만 아니라, 드넓게 퍼져 뒤의 사람과 타워까지 커버하는 빛의 장막에.
성지한이 입을 열었다.
“웬일로 보호해 주냐?”
“이, 이그드라실을 지켜야 하지 않겠나!”
“아하.”
하기야.
명부에 이름 써주길 그렇게 소망하는 녀석인데.
혹시나 검의 부딪침에 야기된 충격파로 손상이 갈까 봐 걱정이 되었던 거군.
“……하. 저게 날아오면, 보호의 권능도 금방 찢겨 나가겠군. 너도 날 도와라. 방어를 더 굳건히 해야 한다.”
“동방삭에게 맡겨 둬.”
“네 소환수한테? 그가 강한 건 알겠다만…… 그래도 만일을 대비해야 하지 않겠나? 검이 이쪽으로 방향을 틀면 어쩌려고.”
“그럴 것 같진 않은데.”
성지한은 피식 웃으며 검격이 교환되는 걸 지켜보았다.
“무극검의 관심은 오로지 동방삭의 태극마검에만 집중되어 있으니까.”
무극검 정도면.
동방삭의 기원이 타워에 있다는 걸 어렵지 않게 눈치챌 터.
정말 승리만을 위해서라면, 저렇게 태극마검에 부딪치려고 하지 말고.
오히려 타워를 베는 데 힘을 쏟아야 했다.
하지만 상대는 타워나 성지한, 이드 따위엔 관심이 없다는 듯이.
오로지 태극마검에만 집중적으로 공격을 쏟아 내고 있었다.
확실히 그의 관심사는 이쪽이 아니니.
이드처럼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겠지.
‘그건 그렇고…….’
성지한은 검과 검이 맞부딪치며 공간이 일렁이는 걸 바라보았다.
무의 극에 달한 무인과 무극검의 전투라고 하기엔.
검끼리 맞붙을 뿐인 언뜻 보긴 단순한 전투였지만.
‘무극검이야말로 무의 완성. 검을 구현한 이상, 굳이 무공을 쓸 필요도 없겠지.’
성지한은 저기서, 자신이 청홍을 들고 무극검과 맞붙는 상황을 상상해 보았다.
저 공격에, 자신은 몇 번이나 버틸 수 있을까?
열 번 정도만 막아 내도, 스스로를 칭찬할 것 같은데.
그만큼 무극검은 그 자체로 완벽하게 완성된 무였다.
‘그렇게 보면, 울드도 대단하네…… 저걸 어떻게 이겨먹고, 더 나아가서 종처럼 부린 거지?’
아무리 흑색의 관리자를 이용했다지만, 무극검을 완성한 강상에게 어찌 승리한 건지 신기하단 말이야.
울드 자체만 놓고 보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아니. 그녀의 권능이 스탯 청에 속절없이 막혔을 뿐. 강상에게는 먹혔을 수도 있지. 거기에 흑색의 관리자도 상당한 힘을 지니고 있으니, 둘이 합공을 하면 쉽지 않았을지도…….’
성지한이 그렇게 울드가 저 무시무시한 무극검을 어떻게 굴복시켰는지, 추측하고 있을 때.
“……흐음.”
검을 계속해서 방어해내던 동방삭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황제 강상이여. 시험은 끝났는가?”
그 말에, 허공에서 잠시 멈춘 검.
그리고 거기서는 곧.
[짐을, 알아챘는가.]동방삭과 똑같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 * *
“……뭐, 뭐야. 저 검. 말할 수 있었어?!”
장막 뒤에서 전투를 지켜보던 이드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소리치자.
[그의 검이, 나를 완전히 일깨웠다.]상대는 친절하게, 그 외침에 대답해 주었다.
이 말인 즉슨, 저번에 동방삭의 검과 부딪치며 정신을 차린 건가?
‘동방삭도 저번의 부딪침 이후, 무림제국 시절의 기억이 더 들어왔다고 했는데…… 둘이 영향을 서로 받은 거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무극검이 뭐라 하는지 가만히 지켜보았다.
[살아온 생애는 달라도, 태생은 같아서 그런가. 너는 짐에 필적하는구나.]“아직은 그대에 비해 부족하지.”
[후후…… 아니다. 참으로 만족스럽다. 천년을 넘게 찾았던 대적자가, 다른 세계의 짐이었다니.]“…….”
[하지만 한편으로는 슬프구나. 결국 내가 아니고서는, 나에 필적할 이가 없는 것인가.]한번 말문을 트기 시작하니까.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는지, 말을 쏟아 내기 시작하는 무극검.
그는 자신 말고는 무를 나눌 상대가 없다면서 한탄하더니.
[다른 세계의 나여. 이름이 분명, 동방삭이라고 했는가?]“그렇네.”
[제국의 황제 자리를 주지. 공동 황제가 되어, 나와 함께 평생 무를 겨루는 것이 어떻겠는가?]“흐음…….”
그 말에, 천천히 수염을 쓰다듬는 동방삭.
“또 다른 나와의 경쟁이라…… 그거 매력적인 제안이군. 경쟁자가 생긴다는 것이니.”
[역시, 자네라면 나를 이해할 줄 알았네.]“허나, 제국은 멸망하지 않았나?”
동방삭의 반문에.
[되살릴 수 있다네. 잠시, 자네의 몸을 빌리지.]파지지직……!
무극검이 동방삭이 든 검 안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방금전까지는 사정을 봐준 건지, 금방이라도 태극마검을 쪼갤 듯한 강상의 무극검.
동방삭은 이를 보더니, 성지한 쪽으로 힐끗 시선을 돌렸다.
-일이 틀어지면, 언제든지 날 역소환 하게.
성지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스스스스…….
태극마검의 저항이 약해지며.
무극검이 완전히 이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곧.
“흐음…… 이것이 다른 세계의 육신인가.”
팔을 들어 신기한 듯 자신의 몸을 살피는 동방삭.
허나 그는 금방 눈살을 찌푸리곤, 성지한 쪽을 바라보았다.
“이 친구. 발전이 상당히 억제되어 있었군…… 네놈 짓이더냐?!”
발전이 억제되다니.
동방삭이?
‘아. 무신이 어떻게든 동방삭의 성장을 억제하려고 금제를 가했었지.’
제국을 세워서 제 맘대로 산 강상과 비교하면.
무신의 종이 되어서, 성장을 억제당한 동방삭이 아무래도 더 약하겠지.
근데 그건 무신 놈이 한 건데, 왜 애꿎은 이쪽을 탓하나.
성지한이 벌써부터 성질을 내는 강상을 보며 미간을 찌푸릴 즈음.
“저놈이 조력자니, 함부로 하지 말라고……?”
동방삭의 몸에 들어온 강상은 그에게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천천히 수염을 쓰다듬으며, 혼자서 흥분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유일한 제자나 다름없는 아이라고? 저놈이…….”
“제자라니. 제겐 더없을 영광이라고 어르신께 전해 주십시오.”
“흐음. 그래도 예의는 있구만…… 이쪽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음에도 말이야.”
성지한이 겸손히 말하자 금방 누그러진 강상.
그러면서 타워의 결속력이 강해진 것도 인지했는지, ‘생사여탈권’을 거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디.”
저벅. 저벅.
강상이 성지한 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자.
장막을 펼치고 있던 이드가 불안한 기색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야. 저 영감 왜 저래? 설마 적 된 거냐?”
“적은 무슨. 장막이나 거둬라.”
“그, 그러다가 덤벼오면 어쩌려고?”
“그럼 막을 수는 있고?”
“……아니.”
그 말에 이드가 얌전히 장막을 거두자.
“흐음.”
강상은 성지한에게 다가와 그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곧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왜 ‘내’가 제자로 삼았는지 알겠군. 무재武才가 있구나.”
“그렇습니까?”
“그래. 내 자식을 천 명 이상 보았지만, 자넬 능가하는 이는 없었네. 제자들도 마찬가지고…… 그래. 인류 중에선, 2등을 줄 만하구나.”
내가 그 정도라고?
성지한은 그 말에 예전 2레벨 시절 스타팅 스탯을 떠올렸다.
‘그땐 올스탯이 최하인 5였는데 말이지.’
옛날 생각하면 자질이 그 정도로 뛰어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아마 스탯 청으로 동방삭의 무재를 이어받아서 그런 건가?
성지한이 그렇게 추측을 하고 있을 즈음.
“좋아. 자네는 내 특별히 황태자로 삼지.”
강상은 인심 썼다는 듯이, 자신만만하게 황태자 책봉을 하고 있었다.
“황태자요……? 괜찮습니다. 제국은 자식에게 물려주셔야죠.”
“아니. 제나라에서는 핏줄보다 무武가 진리. 자네는 2대 황제가 될 자격이 있다네.”
“……근데, 그 제국은 계속 초대 황제께서 지배하고 있는 겁니까?”
“불행히도 그렇지. 나를 이기는 건 고사하고, 10합을 견딜 아이들이 없었으니까. 그런 약자에게 어찌 내 제국을 맡기겠나?”
이러면 저 서버는 강상 독재 체제로 천 년 이상 지속된 건가.
저기에 비하면 여기 지구가 낫겠는데.
성지한이 어처구니 없어할 무렵.
“그래도, 흠. 다른 세계의 존재인 자네에게 반발하는 이가 있을 수 있으니…… 좋아. 자네. 짝이 있는가?”
“……없습니다만.”
“잘됐군. 그럼 내 딸과 결혼하게. 그럼 황제의 성, 강姜씨를 주지.”
미래 예지로 보았던 광경이, 또 다시 물 흐르듯 펼쳐지고 있었다.
‘여기서 생각 좀 했다가 이 양반이 눈 돌아갔었지.’
동방삭과는 달리, 제국 황제로 오래 지내서 그런지 보통 성깔이 아닌 강상.
성지한은 미래 예지에서 보았을 때와는 달리, 일단 그의 말에 바로 대답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애초에.
‘서버 사라져서 그의 세계가 완전히 사라졌는데…… 그에겐 결국 딸도 제국도 없잖아.’
모든 걸 잃어버린 망국의 황제에게, 말 정도야 맞춰 줄 수 있지.
“좋습니다. 저야 영광이죠.”
성지한의 즉답에, 기꺼운 듯 껄껄 웃는 강상.
“허허! 사내답구나! 과연 ‘나’의 제자라 할 법하군. 아. 그래…… 자네.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나?”
27살로 회귀해서, 청홍에 몇 년 갇혀 있었으니까.
“저는 30대입니다만.”
“30대? 막내랑 100살 차이는 안 나는군. 잘됐네.”
……막내딸이 몇 살이라는 거야?
성지한이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 표정을 관리할 때.
“1, 100살? 풋……!”
뒤에서 이드가 이를 듣고 비웃다가.
“허. 이놈이?”
휙!
강상이 손 한번 흔들자.
이드의 몸이 눈 깜짝할 사이에 벽에 처박혔다.
“커. 컥…….”
“짐 앞에서 제 황실을 능멸하다니. 이런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은 처음 보는구나.”
그러면서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는 이드의 몸뚱아리.
강상의 손속이 워낙 빨라 보호의 권능을 차마 못 쓴 건지.
그의 몸은 금방이라도 터져 나가려 했다.
‘……어휴. 성질 한번 참 급하시네.’
성지한은 얼른 강상을 제지했다.
“황제시여. 그는 앞으로의 일에 꼭 필요한 인재입니다.”
“허. 저런 놈이? 영 시원찮은데…….”
“예. 한 번만 용서해 주시지요.”
“알겠네. 사위 말이라면 따라야지.”
벌써 사위 확정이냐?
성지한이 내심 한숨을 쉴 무렵.
스으윽.
강상이 손을 내리자 부풀어 올랐던 이드의 몸이 금방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컥. 허. 헉…….”
땅바닥에 내려앉은 이드가 눈물 콧물 다 쏟으면서 호흡을 다스릴 무렵.
강상이 성지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혼례를 치르기 전에 거악巨惡부터 처리하지.”
“거악이라면…….”
“짐이 사위와 합류하여 북쪽 길이 열리지 않았는가. 그러니 바로 그 악녀의 머리를 쪼개 버리세.”